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09)
109
축구에선 경기 시작할때와 경기 끝날때를 조심하란 말이 있다.
시작할때와 끝날때가 특별하다는 게 아니라 선수들의 집중력이 풀리는 것을 경계하는 말인데, 비슷한 말로 골을 넣은 직후를 조심하란 말도 있다.
안 풀리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고나면 자연스레 집중력이 저하되기 마련.
이성적으론 알고있지만 사람인이상 긴장감이 완화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 틈을 노렸다.
다시 집중력을 회복하기 전, 긴장감이 완화된 그 순간을 노려 회심의 돌파를 선보이며 슛팅을 가져가는 것까진 성공했지만—
때앵!
잘 맞았다고 생각한 공이 골대를 가격하며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골키퍼가 미처 손쓰지 못할 구석을 노렸는데 그게 독이 된 모양.
“쓰읍… 아깝네.”
넣었으면 원더골인데.
“얌마. 살살해라, 살살.”
“선배 저 오늘 헤트트릭 갑니다.”
“지랄을 하세요. 헤트트릭이 쉽냐?”
옆을 지나가던 윤혁 선배가 등을 툭치고는 비웃으며 지나갔다.
그야… 쉽진 않지.
* * *
쉽지 않지만 못 한다곤 않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동점골이 터졌다.
히바우두와 교체되어 들어온 치차로의 뛰어난 탈압박 능력이 빛을 발하며 만들어진 골.
작은 체구를 지닌 치차로는 특유의 민첩한 움직임과 유연한 드리블 실력을 발휘해 함부르크 선수들을 끌어들이며 공간을 만들었고, 우리팀에는 공간이 생기면 무서운 능력을 발휘하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나다.
치차로가 만들어준 좁은 공간에서 공을 이어받아 그대로 돌파, 멋드러진 골을 기록했다.
밀집 수비는 함부르크의 전유물이 아니다.
프랑크푸르트가 후반기 반등에 성공한 후, 중하위권 팀들 중 상당수가 우리팀을 상대할 때 라인을 바짝 내리고 골문 앞에 버스를 세우는 경우가 있었다.
그때마다 주차된 버스를 박살내던 것이 나와 치차로 콤비.
아무리 나라도 밀집된 선수를 모두 뚫어내고 골을 넣을 순 없지만, 다른 선수들의 도움이 있다면 훨씬 수월해지기 마련.
특히 드리블 능력과 탈압박 능력이 뛰어난 치차로가 어그로를 분산해준다면 그 공간을 100% 이용할 수 있다.
“선배. 1골 째.”
“아오, 얄미워!!”
세레모니로 부모님이 지켜보는 관중석 앞으로 달려가 하트를 만들어준 뒤, 윤혁 선배에게 크게 소리쳐줬다.
후반전, 내 골로 1:1 동점이 되어 재시작된 경기.
드디어 함부르크가 웅크린 몸을 일으켰다.
지금까지 수비에 집중하던게 결코 실력 부족이 아니라고 외치는 듯 한 격렬한 공세. 확실히 1부 리그 중위권에 안착한 팀답게 2부 리그에서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우리 선수단보다 전반적인 퀼리티가 뛰어났다.
그러나,
“골!! Launische Diva가 후반들어 살아납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호쾌한 외침에 홈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내지른다.
프랑크푸르트의 또다른 애칭, Launische Diva. 의미는 변덕스러운 디바.
그 뜻처럼 전반의 부진이 변덕이었다는 듯 후반전 격렬하게 저항해오던 함부르크의 목덜미에 치명적인 일격을 작렬시켰다.
“골의 주인공은! 독수리 군단Die Adler의 캡틴! 알렉산더!”
마이어!!
“알렉산더!!”
마이어!!
아나운서의 선창에 합창으로 화답하는 관중들.
무려 4만이 넘는 홈팬들의 열렬한 환호에 코너킥을 골로 연결한 주장 알렉산더 마이어가 불끈 쥔 주먹을 치켜들었다.
“선배. 2골째.”
“야! 이건 네가 넣은 거 아니잖아! 무효야!”
“어? 그럼 앞으로 2골 더 넣어야지.”
“…그냥 지금으로 만족해라.”
골을 먹혀 표정이 좋진 않았지만 윤혁 선배는 아무렇지 않은 척 진담같은 농담을 던지고 진영으로 돌아갔다.
다수의 주전이 부상으로 빠진 함부르크는 의외로 견고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후반전 노도처럼 달려들었는데, 그 중심에 선 것은 윤혁 선배였다.
중원의 사령관이라더니, 진짜로 무슨 패스 마스터처럼 가슴 철렁한 키패스를 몇 번이고 성공시키는 모습에 성장한 것이 나만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이게 무슨 사비야 알론소야.’
그러나 아무리 발전했다지만 1년도 안 되는 시간동안 윤혁 선배가 진짜 사비나 알론소 급의 선수가 될 순 없는 노릇.
윤혁 선배의 대지를 가르는 패스가 아쉽게 차단당하고, 곧바로 역습으로 이어졌다.
역습시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선택지, 수비 상황에서도 최전방에 남아 어슬렁거리던 나를 향해 쏘아지는 공.
패스 시작과 동시에 스타트를 끊었지만 대비하고 있었다는 듯 따라붙는 마크맨이 있었다.
리하르트 골츠. 함부르크의 주전 좌측 수비수.
경기전 브리핑에서 민첩하고 발이 빠르며, 대인마크에 우수한 선수라는 평을 들었는데… 확실히 빠르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내 뒤를 바짝 따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리하르트 골츠를 달고 공이 떨어지는 지점을 향해 달렸다.
한 발짝 앞서있지만 트래핑에 실수하면 공을 놓치거나 상대에게 빼앗길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 포물선이 그리며 떨어져내리는 공이 머리를 지나며, 집중력이 극에 다다른 순간.
세상이 느려졌다.
천천히 떨어지는 공. 뒤에서 유니폼을 잡아당기는 상대 선수의 방해.
어떻게 공을 받아야 다음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것도 순간 사라졌다.
그저, 본능적으로 떨어지는 공을 향해 발을 뻗어서,
툭!
인사이드에 맞은 공이 마치 스펀지에 떨어진 것마냥 속도가 줄어서 옆으로 데굴데굴 구른다. 순간적으로 몸에서 힘을 빼며 뒤에서 유니폼을 잡아당기는 상대의 힘을 이용, 그대로 몸을 반 바퀴 돌리며 자연스럽게 상대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는 동시에 바닥을 박찬다.
“으헉!?”
관성을 이기지 못한 상대가 무릎을 꿇으며 쓰러지는 사이 직각으로 방향을 바꿔 공의 소유권을 확보, 그대로 패널티 박스를 향해 치고나갔다.
방향을 바꾸는 그 짧은 시간, 간신히 뒤따라온 센터백의 다급한 태클.
피하기는 쉽다. 하지만 공을 멈추면 상대팀에 둘러쌓일터. 반사적으로 앞으로 공 앞으로 다리를 뻗으며 말아올린다.
뒷꿈치로 띄워올린 공이 몸을 날린 상대 센터백의 위를 지나치고, 이어서 점프한 내 몸이 그 위를 지나친다.
경악으로 커진 상대의 눈동자마저 시야에서 사라지니 남은 건 창백하게 질린 표정의 상대 골키퍼 뿐.
눈앞에서 말도 안 되는 플레이를 목격해 잔뜩 얼어붙은 골키퍼의 정면을 향해 그대로 치고달린다. 그리고,
“고올!! 환상적인 원더골이 나옵니다!!”
엉거주춤 나오는 골키퍼의 다리 사이로 낮게 깔아찬 슛팅이 가볍게 골망을 뒤흔들었다.
“이럴수가!! 원더풀! 경악스러운 골이 터졌습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외침에 고요했던 경기장이 지진이라도 난 듯 뒤흔들렸다.
웅웅 울리는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VVIP석이 있는 곳을 향해 뛰었다.
나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포효.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플레이에 고양감이 솟구치고, 기뻐 어쩔 줄 모르는 부모님 앞에서 슬라이딩하며 외쳤다.
“으아아아!! 씨발 봤냐아아!! 이게 홍민준이다!!!”
* * *
『믿을 수 없는 원더골!!』
『DFB-Pokal 준결승에서 보여준 홍민준의 경이적인 플레이!』
『함부르크 뤼디 펠러 감독 “그는 앞으로 축구계를 이끌어갈 선수. 무엇으로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극찬!』
『프랑크푸르트에서 날아오른 홍민준! 바르셀로나는 전전긍긍 중!』
『여름 이적 시장을 앞두고 재점화되는 홍민준의 이적사가. 과연 홍심은 어디로?』
내 골을 마지막으로 경기는 3:1로 끝났다.
아쉽게 윤혁 선배에게 공언한 헤트트릭에는 실패했지만 오히려 선배는,
“씨발. 난 헤트트릭보다 이게 더 무섭다. 무슨 호러영화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막냐! 이새끼 감히 날 떨어뜨리고 결승에 가? 확 결승전에서 져버려라!!”
라며 악담을 퍼붓고는,
『홍민준에 대해 입을 연 윤혁』
「동료에서 적으로! 호진대와 올림픽에서 동료로 발을 맞췄던 홍민준과 윤혁이 포칼컵 준결승에서 맞부딪쳤다. ……윤혁은 홍민준에 대해 “천재적인 재능의 선수. 재능을 갖췄을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훈련장에 오래 남는 노력파이기도 해. 결승 무대에 올랐으니 꼭 우승했으면…”」
훈훈한 인터뷰를 남겨주었다.
…설마 이미지 관리는 아니겠지?
기세를 탄 프랑크푸르트는 4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2부 리그를 폭격하며 1위에 올라섰고, 그로부터 한달 뒤.
5월 17일.
분데스리가2 마지막 경기가 끝날때까지 1위를 놓치지 않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5월 24일.
포칼컵 결승전. 상대는 강등이 확정된 VfB 슈투트가르트.
프랑크푸르트는 마지막 경기에서도 2:0 승리를 거두며, 리그와 컵대회 우승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승격과 동시에 컵대회 우승으로 유럽대항전, ‘유로파 리그’에 진출에 성공하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프랑크푸르트의 마지막 과제는 단 하나.
후반기 반등의 핵심.
시즌 MVP, 팬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 시즌 최고의 영입, 리그 베스트 11, 분데스리가2 득점왕을 수상하며 이적 시장의 핫한 매물로 떠오른 홍민준의 완전이적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