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10)
110
『후반기 16경기에서 21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오른 홍민준!』
『19경기 29골 7도움!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다!』
『시즌 MVP, 팬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 시즌 최고의 영입, 리그 베스트 11, 득점왕, 신인왕, 4연속 월간베스트! 홍민준의 믿기지 않는 고공행진!』
『화려하게 부활에 성공한 홍민준! 바르셀로나는 전전긍긍?』
『미운 오리 새끼에서 아름다운 백조로 변신에 성공한 홍민준. 그 비결은?』
『한국에 입국 예정! 귀국 후 첫 행보는?』
스마트폰으로 스포츠 뉴스란을 훑어보니 아주 내 이름으로 도배가 되있다.
아무리 내가 무너졌다 일어나는 역전 스토리의 주인공이고, 2부지만 유럽 주요 리그인 분데스리가2를 압살하다시피하며 각종 상을 휩쓸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자들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매력적인 얼굴을 지녔다지만 이렇게 스포츠란을 점령할 줄이야.
“후… 이놈의 인기. 피곤하군, 피곤해.”
야레야레.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폰을 던졌다. 푹신한 침대 위를 통통 튀다 멈추는 핸드폰.
대외적으론 아직 귀국하지 않은 걸로 알려졌지만 사실 어제 몰래 귀국해서 호텔에 머무르고 있는 중이다.
‘음… 축축해.’
어젯밤 늦게 호텔에 도착한 후, 하린이랑 밤새 뒹굴었던 흔적이 가득했다.
그러고보니 얘는 어디갔지? 밤새 시달려서 잠도 얼마 못 잤을텐데 하여간 부지런하긴.
마르지 않은 온갖 체액으로 축축한 침대를 뒹굴며 최근 골치를 썩이는 문제를 떠올렸다.
‘그때 그건 뭐였지?’
벌써 2개월이 지난 포칼컵 준결승전.
함부르크전에서 넣은 2번째 골이 아직까지 머릿속을 맴돈다.
말도 안 되는 플레이 끝에 골을 기록했던 그때의 고양감.
상대가 누구든 마음먹은대로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던 전능감.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기억.
사실, 떠올려보면 그때만 그런게 아니다.
가끔 그것과 비슷한 경험을 하곤 했다.
시간이 느려지는 듯 한 특이한 감각이 찾아올때면 믿을 수 없는, 내 실력 이상의 플레이를 펼치곤 했지.
호진대에 축구부에서의 첫 합숙 훈련 연습 경기때부터 올림픽, 함부르크와의 경기까지.
종종 이상한 현상을 겪었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슈퍼 플레이를 성공시켰고.
…그래. 그건 좋다. 다 좋다 이거야.
시간이 느려지는게 내 착각이든 진짜든, 어쨌든 내 경기력에 도움이 되는 감각이고, 슈퍼 플레이를 만드는 원동력이니까 좋다 이거야.
‘근데 어떻게해야 다시 그 감각을 느낄 수 있지?’
문제는 바로 이거다.
다시 그 감각을 느낄 수 없다는 것.
정확히 말하면 애초에 원할때 발동되는 능력도 아니고, 주기도 제 멋대로이니 언제 다시 느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생각했던 조건인 ‘최고의 컨디션’과 ‘경기에 몰입’도 해봤다.
철저히 컨디션 관리를 하고, 경기마다 최대한 집중해서 몰입하려고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
뭐… 덕분에 경기력이나 기록은 좋아졌지만 영 껄끄럽단 말이지.
전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에 함부르크를 상대로 그런 슈퍼 플레이를 성공시키니 다시 한 번 그것을 느끼고 싶은 갈증이 솟구친다.
“아직도 그러고 있어? 빨리 씻고 나와.”
그렇게 침대를 뒹굴거리고 있을 때, 문이 벌컥 열리며 윤다예가 들어왔다.
쟤도 밤새 우릴 훔쳐보고 있더니, 언제 단정히 정장까지 차려입었대. 게다가 얼굴에 저건… 화장? 옅게나마 화장까지 한 윤다예의 미모에 나도 모르게 오, 탄성이 튀어나왔다.
“오올~~ 윤다예~~”
“장난치지말고 빨리 일어나기나 해.”
아무렇지 않다는 듯 퉁명스럽게 말하지만 내심 부끄러워한다는 걸 나는 알지.
“귀찮아~ 일으켜주라.”
침대에 드러누워 손만 뻗으니 폭, 한숨을 내쉬며 다가오던 윤다예의 미간이 확 찌푸려졌다.
“…윽, 냄새.”
음.
내가 봐도 좀 심하긴 했네.
채 마르지 않은 온갖 체액으로 범벅이 된 침대. 어쩐지 축축하더라니, 냄새도 꽤 나겠는걸.
근데 뭐… 윤다예도 밤새 하린이 괴롭히는거 몰래 훔쳐보고 있었으니까.
싫다는 듯 표정을 찡그리고 있지만 천천히 침대를 훑어보던 윤다예의 시선이 반 나체의 나를 향한다. 순간적으로 밑으로 향하는 눈길. 내 시선을 깨닫고 재빨리 원위치로 돌아왔지만 날 속일 순 없지.
“윤다예~ 완전 엉큼해~? 어딜 보는거야.”
장난기가 일어 하얀 와이셔츠에 싸인 얇은 허리를 확 움켜쥐었다.
“…!?”
“일으켜줘어~”
“돼, 됐으니까 알아서 일어나!!”
냅다 소리치곤 나가는 윤다예의 귀가 빨개진 건 말하지 말자.
진짜 삐질 것 같으니까.
샤워하고 오하린이 준비해둔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니 미리 프런트에 말해두었는지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일정은 호진대 방문.
바르셀로나로 이적할 때 워낙 급박하게 진행된데다 그 이후엔 부진이다, 임대다, 적응이다 정신이 없어 제대로 인사를 못했다.
나름 커리어의 발판이 되어준 곳인데 허겁지겁 떠난게 찝찝해서 촬영을 겸해서 인사하러 가기로 했다.
오늘 방송 컨셉은 일일 강사.
그렇게 도착한 호진대는… 똑같았다.
올림픽과 바르셀로나 이적, 프랑크푸르트에서의 반 시즌까지.
무려 1년이나 지났는데 어쩜 이리 똑같냐.
그나마 선수 구성은 변했다.
안 보이는 선배들은 졸업했겠고, 낯선 얼굴은 신입생들이겠지.
그래도 감독님이나 코치님들, 하린이와 처음 만난 탈의실이나 그라운드까지 그대로인 모습에 새삼 추억이 돋…지는 않고.
‘1년 사이 진짜 많은 일이 있었구나.’
대신 지난 1년 간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스텝업을 했는지 새삼 깨달았다.
고작 대학 리그에서 뛰던 선수가 실패했다지만 바르셀로나 1군으로 라 리가에서 데뷔하고, 분데스리가2를 폭격하며 팀을 승격시키고.
1년만에 이뤘다고는 믿을 수 없는 성과아닌가?
나 좀 대견해해도 되겠는데?
* * *
방송은 별거없었다.
애초에 인사하는 겸, 겸사겸사 쌓여있는 방송제의를 하나라도 처리하기 위함이었으니까. 그냥 무시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오하린이 아예 무시하면 방송가에 찍힐 수 있다나 뭐라나.
일일 강사라는 컨셉에 맞게 호진대 선수들과 축구 좀 하면서 이런저런 개인기 좀 부려주고, 유럽 생활에 대해 입 좀 털어주는 건 간단했다.
정작 힘들었던 건 내가 온다니까 어디서 이렇게 사람이 모였는지, 전교생이 모인 듯 가득한 사람들과 악수를 하고,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어주는게 힘들었지.
어우, 연예인들은 이걸 어떻게 하나 몰라.
간신히 사람들을 물리고 약간의 시간을 내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인사한다고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
감독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은연 중 날 자랑스러워하는게 느껴졌다.
하긴. 호진대 최고 아웃풋이 나랑 윤혁 선배니까.
그러던 중 나온 얘기.
“그 경기도 보셨다구요? 와, 그건 프리시즌 경기였는데.”
“얌마, 내가 너랑 혁이 경기는 꼬박꼬박 다 챙겨본다는거 아니냐.”
“오~ 그럼 포칼컵 준결승전도 보셨겠네요?”
“당연히 봤지! 내 최고의 제자 두 명이 뛰는 경긴데.”
윤혁 선배를 꺾었다며 콧대를 세우다가 문득 떠오른 질문.
“감독님, 그럼 제 플레이도 보셨죠?”
“아, 거 참. 봤다니까 왜 자꾸 물어.”
“그럼 있잖습니까. 그… 2번째 골 넣었을때.”
“크으~ 홍민준이, 처음 봤을때부터 알아봤지만 그건 진짜 멋있었다.”
감독님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아니, 칭찬해달란 건 아니고.
“그때 제 플레이 어땠어요?”
“어떻긴 뭘 어때. 그야말로 천재적이었지. 내가 현역과 지도자 생활하면서 축구 인생만 수십년인데, 너같은 천재는 처음본다.”
“헐. 감독님 구라가 많이 느셨네요.”
“…아니, 내 말은 내가 직접 본 선수 중에 말야, 임마.”
“근데요 감독님.”
음… 감독님한테 물어본다고 답이 나오려나.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라고, 감독인데 뭐라도 답을 주겠지.
“제가 가끔 그때처럼 스스로도 놀랄 플레이를 할 때가 있거든요. 그럴때면 뭔가 묘한 감각이 찾아온다고 할까? 근데 다시 하려고 하면 그 감각이 찾아오지 않더라구요. 이유가 뭘까요?”
내 질문에 감독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재수없는 놈을 봤나.”
“네?”
“야 임마! 그럼 슈퍼 플레이가 뭐 밥먹듯이, 경기마다 나오면, 어! 그게 뭔 슈퍼 플레이냐! 그냥 플레이지! 메시라고 매 경기 하이라이트 플레이를 보여주는 줄 아냐. 그게 당연한거야.”
음… 글렀군.
그렇다고 반박하기도 귀찮아 대충 고개를 끄덕이는데, 감독님이 턱을 쓸며 중얼거린다.
“흠… 하긴. 이런 마인드니까 그런 플레이가 나오는건가. 천재들의 번뜩임이라… 내가 천재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그 뭐시냐. 그런 플레이는 천재적인 재능과 번뜩이는 영감이 합쳐져야 만들어지는거다. 평소에 이미지 트레이닝을 자주 해봐.”
역시 별 도움은 안 되는군.
그나저나 천재적인 재능이라… 내 재능이라면 상태창인데. 이것도 상태창의 영향인가?
‘만약 그렇다면… 천재성이 가장 유력한데.’
히든 스탯은 무려 5개의 포인트를 투자해야 고작 1이 오르는 창렬한 투자비용이 문제지 효율이 문제인 적은 없었다.
그러고보니 히든 스탯 중 아직까지 유일하게 건드리지 않은게 천재성이네.
‘한 번 질러봐?’
어째 전에도 이런 일이 있던 것 같은데.
키에 포인트를 투자했던 그날의 기억이 뇌리를 스치지만, 키와는 달리 히든 스탯은 투자한다고 부작용이 생기진 않으니까.
진짜로 천재성을 올려볼까?
그러자면 일단 대량의 포인트가 필요한데… 슬쩍 상태창을 띄워봤다.
반 년간 알뜰살뜰 모아둔 막대한 포인트.
그러나 새로운 시즌을 맞아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모은 포인트다.
시즌 중반부터 미리 다음 시즌을 대비하여 모아둔 내 저금통.
정착할 팀과 감독, 전술과 선수단 성향을 보고 내가 최고의 활약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성장하기 위해 아껴둔 포인트라 이걸 쓸 순 없고.
이 포인트는 킵해둔다고 할 때, 결국 히든 스탯에 투자할 포인트를 모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힐끔.
멀리 보이는 오하린과 윤다예를 쳐다봤다.
나란히 서있으면서도 어째 말 한 마디 나누지 않는게 냉랭해 보이는 두 여자의 모습.
‘하린이는 이미 충분히 괴롭히고 있어. 다예는… 음… 일단 놔두자.’
매번 나와 하린이가 하는걸 훔쳐보면서 자위하는 모양인데, 나중에 들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되니까.
하린이로 부족하면 희연 누나나 수연 누나도 있다.
‘…근데 부족해.’
필요한 막대한 포인트를 생각하면 역시 부족하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에서 익숙한 이름을 찾아내 토독토독 문자를 보낸 뒤, 비행기 예약 어플에 들어갔다.
어디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