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11)
111
삼류는 하나의 계책에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고, 일류는 하나의 계책으로 여러 목적을 달성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미국 여행’이란 계책 하나로 이 많은걸 달성하는 나는 충분히 일류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일단 그 첫번째.
효도.
“아유~ 다예 엄마 그렇게 입으니 인물이 확 사네! 얼마나 고와.”
“그, 그래? 다 늙어서 주책같지 않으려나….”
“아냐, 아냐. 너무 예뻐. 우아하고 딱 좋네.”
역시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건 돈이 부족한거라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돈을 때려부으니 전형적인 동네 아줌마였던 우리 엄마도 우아… 까지는 아니지만 졸부집 마나님 정도는 되어보인다.
음… 우리 엄마가 졸부집 마나님인데 다예 아줌마는 진짜 부잣집 사모님 느낌이네.
과연 다예 유전자 원본. 정품이라 다행이야.
“이거 민준이한테 미안해서 어쩌나.”
“어흠.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어릴때부터 다예가 고생해서 사람만들어줬으니 사람 구실하는거지. 자네가 미안할거없지.”
“허허. 그게 어디 민준이만 좋자고 한건가. 다예도 지가 좋으니 한거지.”
그 옆에서 아빠의 음해를 허허 웃어 넘기는 다예 아저씨.
…근데 다예가 날 사람 만들었단 말은 그냥 넘어가시네.
부모님과 어릴적부터 고마운게 많은 다예 부모님까지 미국 여행에 초대했다.
무려 왕복 퍼스트 클래스에 미국 체류 보름 간 모든 경비 일체 내가 부담하는데, 이 정도면 특급 효도지.
그리고 두번째 목적.
부모님 쉴드.
“뭐? 어디? 미국? 게다가 보름?”
“지금 일정이 얼마나 빡빡한 줄 알아? 광고랑 CF, 각종 협찬과 방송 제의에 이적 시장 열리기 전에 알아볼게 얼마나 많은데.”
기겁하며 뜯어 말리던 오하린과 윤다예도,
“어머나~ 오랜만이에요 아가씨. 이름이 하린이랬나?”
“네에….”
“다예도 잘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구나.”
“네….”
효도 쉴드에는 얄짤없었다.
우리 부모님으로도 벅찰텐데 다예 부모님까지 합세하니 그 오하린마저 난처한 표정.
이렇게 억지로 승낙할 때,
“안 되는 이유가 그것뿐이야?”
“뭐?”
“광고니 방송이니 다 빼. 괜히 방송에 자주 얼굴 비추면 이미지만 소비하잖아? 게다가 다음 시즌되면 내 몸값은 훨씬 높아질거고. 그럼 보름 정도만 시간 비워도 괜찮지?”
“그래도 이적 시장을 살펴봐야…”
“아직 시간은 많고, 날 원하는 구단이래봐야 거기서 거기잖아. 이미 기본적인 건 다 조사해놓고 왜 그리 불안해 해.”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더니, 지난 바르셀로나 이적 실패가 트라우마가 됐나보다. 사실 내 삽질 때문에 망한건데.
…뭐, 솔직히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실력으로 바르셀로나 1군 주전 먹는 건 힘들었을 것 같다. 키에 쓸 포인트를 제대로 스탯에 투자했으면 가능했으려나.
어쨌든, 오하린과 윤다예는 내 삽질을 모르니 이적에 부담감이 큰 모양.
일반적인 에이전시라면 이래야 하는 게 맞긴 하다. 원래 이적 시장이란 것이 시작되는 날에 맞춰 준비를 시작하면 너무 늦은거나 다름없으니, 이적 시장 열리기 전인 지금이야 말로 에이전시들이 가장 바쁠 시기는 맞지.
하지만 두 사람과 내가 단순한 비지니스 관계가 아닌 만큼 일방적인 에이전시와 비교하는 것도 무리고, 무엇보다 둘이 과도한 부담감에 시달리며 트라우마라도 되는 듯 미친 듯이 준비하는 꼴을 보느니 부실한게 낫다.
‘어차피 어디로 갈지 반쯤 결정을 내리기도 했고.’
물론 마지막까지 들어오는 제의를 살피긴 하겠지만, 내심 정해두긴 했다.
그러니 부족해도 되니까 두 사람이 자책감에 시달리지 않았으면 하는게 세번째 목적.
겸사겸사 방송 노출 최소화하는 것도 목적이긴한데… 그렇게 따지면 이게 네번째 목적인가?
2030년대에 내 화려한 여성편력을 영원히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낙관적이다. 언제 내 여자 관계가 폭로되도 이상할거 없다.
그렇다고 이제 막 축구계 신성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데 스스로 문란한 여자 관계를 폭로하는 것도 바보짓이고.
섣불리 광고라도 찍었어봐.
광고란 내 이미지를 투영하는거다.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미지의 사람을 광고모델로 쓰기 마련. 당연히 광고 계약 때 이미지 관리에 대한 조항이 포함되기 마련.
근데 문란한 사생활이 폭로된다? 그래서 내 이미지가 나락으로 갔다?
광고로 번 돈은 물론이고 위약금으로 어마어마하게 물어내야 한다는거지.
가뜩이나 예전 아형에 출현해서 첫사랑 에피소드랍시고 늘어놓는 바람에 순정남 이미지가 생겼는데, 여기서 그런 이미지 더 강해지면 정말 큰일난다.
원래 대중은 쓰레기가 쓰레기짓하는 것에는 욕하고 말지만 착한 줄 알았던 놈이 쓰레기짓을 하면 혼자만의 배신감으로 더 지랄하기 마련이다.
안티 중에서 제일 무서운게 팬에서 안티로 돌아선 사람이라고, 내가 연예인도 아니고 대중들에게 반듯함, 순수함, 순정남, 깨끗함 따위의 이미지를 얻을 필요는 없다. 얻어봐야 나중이 문제고
차라리 축구 선수답게 실력으로, 축구 진짜 잘하는 선수 정도로 인식되면 그만.
그리고 다섯번째 목적은,
“안녕안녕!! 어머님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내 여자들 간의 친목도모.
희연 누나와 기자 누나가 각자 커다란 캐리어를 하나씩 들고 다가왔다.
“아이고 우리 희연 선수 아닌가!”
“우리 민준이 전담 기자라고 하셨죠?”
올림픽 해단식 때 희연 누나 만나고 팬이라며 아주 좋아하던 어머니가 소녀처럼 웃고, 기자 누나의 출현에 아버지가 괜히 근엄한 척 헛기침을 한다.
음… 내 여자들의 친목도모라니.
내가 생각해도 정말 쓰레기같은 발상이군.
하지만 남들처럼 일부일처할 순 없으니, 이왕 하렘을 차릴 거 서로 친하게 지내면 좋잖아? 막장 드라마에서처럼 머리끄댕기 붙잡고 싸우거나 하면 가운데있는 나만 곤란하다.
가장 어려운 오하린과 윤다예도 그럭저럭 지내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 서로 얼굴은 알아야지. 특히 엘레나는 초면이니까.
어우, 벌써 이게 몇 명이야.
우리 부모님에 다예 부모님, 나와 내 여자들. 오하린, 윤다예, 희연 누나, 기자 누나까지… 9명이나 된다.
내 연봉이 적은 건 아니라지만 9명이나 되는 사람의 여행 경비를 부담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디 물가 싼 곳도 아니고 미국, 게다가 왕복 퍼스트 클래스에 호화롭게 쓰고 다닐 예정이니… 과장해서 실수령 연봉 다 쓰겠네.
한 두 명도 아니고 9명이나 모여있다보니 시끌시끌하다.
특히 분위기 메이커인 희연 누나와 희연 누나의 열렬한 팬인 우리 엄마의 수다가.
무엇보다 키도 늘씬하고 얼굴도 잘 생기고 예쁜 젊은 남녀가 이렇게 모여있으니 시선이 안 몰릴 수 없는 노릇.
기다리던 사람들이 왔다.
“안녕하세요, 홍민준 선수.”
“네, 안녕하세요.”
기자 누나와 힐끔 시선을 맞추고는 뻔한 질문 몇 개를 던진 뒤,
“오늘 조합이 무척 이색적인데요. 혹시 무슨 관곈지 알 수 있을까요?”
기다리던 질문을 해왔다.
“물론이죠. 부모님은 모자이크 해주시고요. 여기 긴 생머리 여성분은 제 에이전시 관계잡니다. 평소에도 많이 신세지고 있고, 이번 여행도 도와주셨어요. 아무래도 이적 시즌이라 연락할 일이 많이 함께 움직이게 됐습니다.”
떨떠름하게 고개를 까닥이는 오하린.
“이쪽은 저랑 친한 윤혁 선배 누나이자 테니스 여제 윤희연 선수. 호진대에서부터 인연이 있었는데, 투어로 미국에 가본 적 있어서 이번 여행에 가이드를 맡아주셨어요.”
“안녕하세요 윤희연입니다~”
말을 맞춘 희연 누나가 능숙한 연기를 선보였고,
“그 옆은 제 전담 기자님. 평소에도 좋은 기사로 신세를 지기도 했고, 제 일상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 살짝이지만 여행을 따라오면서 인터뷰를 할 예정입니다.”
알고 있던 사실에 기자 누나와 인터뷰 하는 기자가 미약한 눈짓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이쪽은.”
마지막으로 내 옆에 서있는 윤다예 차례.
무덤덤해 보이지만 난처한 것 같기도, 허탈해 하는 것 같기도 한 표정. 그럴 수밖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 명확한 역할이 있다.
오하린은 내 에이전시 대표.
희연 누나는 테니스 선수.
기자 누나는 내 전담 기자.
윤다예만 그저 소꿉친구라는 명목으로 합류했을 뿐.
뭐, 그렇게보면 희연 누나도 마찬가지겠지만 일단 희연 누나는 항상 붙어있지 않은데다 이건 어디까지나 본인이 느끼는 ‘자존감’ 문제니까.
“이쪽 단발머리 여성분은 제 개인 트레이너입니다.”
“트레이너요?”
“네. 식단부터 맞춤 훈련까지 도와주고 계세요. 아, 참고로 갑자기 키가 크는 바람에 밸런스가 무너졌을 때, 트레이너의 도움으로 금방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아아! 대단하네요! 키가 급격히 크면 다시 밸런스 잡기 어렵다고 하던데… 홍민준 선수가 금방 폼을 되찾은 이유가 있었군요.”
무슨 개소리냐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날 돌아보던 윤다예는 사진 기사의 카메라를 보곤 급히 표정을 폈다.
“홍민준 선수의 밸런스를 단기간에 잡아 준 뛰어난 트레이너가 이런 미모의 여성분이었다니. 대단하세요.”
“아, 네에… 뭐….”
어정쩡한 대답에도 호들갑을 떨던 기자는 이후 기다렸다는 듯 인터뷰를 마치고 떠났다.
“뜬금없이 뭐야, 그 트레이너는?”
“왜. 맞잖아. 평소에 밥해주니 식단관리. 내 멘탈 관리해주니 맞춤 훈련.”
“그게 무슨 개…”
“어쨌든 덕분에 내가 부진을 극복할 수 있었으니까, 나 한정으로 완전 실력있는 트레이너 맞네.”
내 단언에 오묘한 표정을 짓는 윤다예.
마지막 여섯번째 목적.
그건 윤다예에게 계속 내 옆에 있을 수 있는 당위성을 마련해주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내 곁에 있지만 은근히 자존심이 강한 이 녀석에게 지금 상황은 스트레스였을거다. 나랑 오하린이 하는 걸 훔쳐보며 자위에 빠진 것도 아마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압박 받던 이유도 있을터. …물론 본인이 음란한 것도 있겠지만.
어쨌든 내 곁에 있을 명확한 이유가 없는 것이 문제라면, 만들어주면 된다.
계속 내 곁에 있을 이유를.
음.
역시 난 천재야.
이번 미국행 계획 하나로 대체 몇 마리의 토끼를 잡는거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