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16)
116
유난히 힘들었던 미국 여행에서 돌아온 며칠 간 호텔방에 박혀 요양… 아니, 휴식을 취하며 이적 시장을 살폈다.
올해 이적 시장의 최대어는 바로 나…는 아니다.
내년이면 달라지겠지만 아쉽게 아직까진 난 고작 2부 리그에서 반 시즌 반짝 한 선수.
주시하는 구단은 꽤 많지만 이적 시정의 핵이 되기엔 아직 보여준 게 적지. 이번 이적 시장의 중심은 프랑스의 특급 신성 가브리엘 멘디였다.
괴물같은 신체능력을 기반으로 한 우왁스러운 플레이가 특징인 공격수로 올림픽에서 나와 득점왕 경쟁을 하던 녀석이다. 물론 나한테 개발리고 득점 2위로 올림픽을 마감했지만.
그 분노를 엄한 프랑스 구단한테 풀었는지 이번 시즌 22골을 기록하며 리그 득점 2위에 올랐다는데… 올림픽에서도 그러더니 리그에서도 2위네.
어쨌든 이 24살의 프랑스 국적의 흑인 스트라이커는 무수한 빅클럽의 관심을 끝에… PSG로 이적했다.
독일에 바이에른 뮌헨이 있다면 프랑스에는 PSG가 있다더니, 과연 자국 유망주 모으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클럽답군.
언론에서 떠들기론 연봉이 80억에 달한다는데… 부럽다, 씨바.
축구계가 이적 시장이 열리자마자 거액에 PSG행을 확정지은 가브리엘 멘디로 떠들썩할 때, 미국 여행에서 복귀하자마자 내 이적이 조용히 추진되고 있었다.
“무슨 서류야?”
“…바르셀로나에서 온 공문.”
“뭐라는데?”
귀국 후 바로 다음날 바르셀로나에서 보내온 방출 통보.
“잘됐네. 선택지 하나는 줄었잖아. 어차피 복귀할 생각도 없었지만.”
오하린과 윤다예를 생각해서 한 말은 아니다.
진짜로 바르셀로나에 큰 악감정이 없었으니까.
내가 뭐 바르셀로나 성골 유스나 오래 뛴 선수도 아니고, 구단이 방출한다는데 나한테 어떻게 이래 따위의 구질구질한 감정이 들리도 없잖은가.
구단과는 그저 비즈니스 관계일 뿐.
애초에 이적 직후 멍청하게 키에 포인트를 쓴것도, 바르셀로나가 내게 기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내탓이다.
참가하는 모든 대회의 우승을 노리는 바르셀로나 입장에선 25명에 불과한 1군 로스터 한 자리를 실력을 믿을 수 없는 선수에게 내어주긴 아깝겠지. 거기에 선발출장 옵션까지 있는데.
그러니 구단의 결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괜찮아?”
조심스런 오하린의 물음에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그럼. 괜찮지. 오히려 좀 기대되는데.”
“기대? 뭐가?”
“이번 시즌, 내가 활약하는 모습을 보며 바르셀로나가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
이해는 해도, ‘사소한’ 악감정은 어쩔 수 없잖아?
아무리 이성과 합리의 비즈니스라도 계약을 맺는 주체는 사람이고, 사람은 이성만으로 살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이성적으론 납득해도 조금 기분이 나쁘고, 조금 실망스럽고, 조금 서운한 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어.
“나중에 레알이나 갈까?”
“레알에서 이적 제의나 받고 말해.”
내 농담에 윤다예가 코웃음을 쳤다.
“받으면?”
“뭐?”
“받으면 뭐해줄건데.”
“하긴 뭘해줘. 받으면 받는거지.”
“아~ 그런거 말고. 레알에서 이적 제의오면 내 소원 하나 들어주기. 어때?”
“내가 왜?”
“인정? 어 인정. 약속한거다?”
내 억지에 윤다예가 유치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하아. 유치해 진짜.”
바르셀로나의 방출 통보 이후 이적 협상은 빠르게 진행됐다.
“지금까지 이적 제의를 한 구단 명단이야. 널 관심있게 지켜보던 구단이나 문의한 구단이라면 바르셀로나가 방출 명단에 올린 걸 알고있을테니 올만한 구단에선 다 왔다고 봐도 돼.”
그래도 2부 리그의 활약이 인상적이긴 했는지 유럽 주요 리그에서 온 제의가 꽤 많았다.
“많네. 프랑크푸르트랑 협살할 때 이걸로 조건을 좋게 협상해봐.”
“이미 마음 정한거야?”
“응. 프랑크푸르트로.”
곧장 대답하는 내 모습에 오하린의 눈이 가늘어졌다.
“생각하고 말하는거지?”
“그럼~”
“그럼 말해봐. 왜 프랑크푸르트야?”
심사하겠다는 듯 팔짱을 끼고 의자에 등을 기댄 오하린과 기대없다는 듯 턱을 괴고 지켜보는 윤다예의 모습에 깨달았다.
이것들… 날 안 믿는구나.
설마 내가 아무 생각없이 프랑크푸르트를 선택했다고 여기는건가.
“일단 첫번째.”
“첫번째? 이유가 여러가지야?”
“당연하지. 그럼 내가 시덥잖은 이유로 결정한 줄 알아?”
…뭐냐.
방금 둘이 슬쩍 시선을 맞추는 걸 봤는데.
“그래. 첫번째?”
“일단 스토리가 되잖아.”
프랑크푸르트는 한국인과 인연이 깊은 구단이다.
그 차범근 선수가 뛰던 구단이자, 차범근으로 인해 구단의 황금기를 보냈으니까.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프랑크푸르트의 역대 베스트 11에 차범근이 들어가는게 괜히 들어가는게 아니다.
“2부 리그에서 빌빌거리던 구단을 1부로 승격시키고, 포칼 우승으로 유로파에 진출시켰어. 여기에 1부 우승과 유로파 우승으로 이끌면 어떨 것 같아?”
왜 메시가 바르샤빨, 세얼간이빨이란 조롱을 받는가?
다 약팀에서 캐리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 아닌가.
상태창이 있는 내 사정상 한 번 강팀에 가고나면 다신 약팀으로 내려올 일이 없다. 있다면 뭐… 뭔가 큰일이 있다는거니 은퇴할 상황이겠지.
역대 최고 선수를 꿈꾸는 내가 ‘강팀빨’ 소릴 들을 순 없지.
물론 이런 이유만으로 프랑크푸르트로 이적하겠다는 건 당연히 아니다.
“구단이랑 팬들은 좋아하겠네. 그래서. 그게 다라면 좀 실망스러운데.”
“두번째. 알다시피 내가 좀 장단점이 극명한 스타일이잖아? 내 위주인 전술에서 활약이 극대화되는 스타일상, 전술을 나에게 맞춰줄 수 있는 팀은 여기뿐이야.”
현대 축구는 모든 포지션이 함께한다.
공격수도 수비를 하고, 수비수도 공격을 하고.
공격수라고 패널티 부근만 어슬렁거리거나, 수비수라고 수비만 한다?
뭐, 그런 클래식 한 선수도 실력만 있으면 쓰긴 쓰겠지. 그러나 절대 1류 선수가 되지 못한다.
지금의 축구는 공격수도 전방 압박을 하고, 수비수도 중원 싸움에 참여하는게 당연시되는 시대니까.
반면 나는 공격, 그것도 드리블 돌파에 특화된 기형적인 상황이다.
수비 가담도 부족하고, 연계도 썩 좋지 않고.
이를테면… 패스 능력이 확 줄어든 메시를 떠올리면 비슷하려나.
한 마디로, 내가 활약하려면 내 대신 더 많이 뛰어주고, 수비 가담을 해주고, 볼 운반과 패스를 넣어주는 동료들의 희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뜻.
물론 시키면 할 수 있다.
수비 가담이나 연계나. 다만, 효율이 나쁠뿐이지.
일반적인 감독이나 팀이라면 효율이 나쁘더라도 팀의 전술적 움직임을 요구할거다. 그게 당연한거고.
하지만 프랑크푸르트에선 달랐다.
프란츠 발더 감독님은 내 수비 가담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오로지 공격에 전념하도록 배려해주었다.
그만큼 공격에서 활약하며 보답했지만 그렇다고 팀원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길 순 없지.
그래서 더 독일어를 공부하고, 팀원들과 친분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거다.
“세상에 어느 팀이 영입생에 맞춰 팀을 재편하겠어. 프랑크푸르트가 아니면 어림도 없지.”
만약 내가 세계 최고라 평가받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위치의 선수였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난 아직 그런 선수가 아니다.
날 영입하는 그 어떤 팀도 프랑크푸르트만큼 내 위주로 팀을 굴리지 않을거다.
혹시 몰라 포인트를 모아두었으니 그런 경우가 생겨도 활약할 수 있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난 내가 주인공인 팀이 좋다.
내가 돋보이고,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날 중심으로 돌아가는 팀이 좋다.
그리고 지금 당장 이걸 해줄 수 있는 건 프랑크푸르트 뿐.
“만약 프랑크푸르트가 1부 승격에 실패했으면 나도 다른 팀을 찾아봤겠지. 근데 1부 승격도 성공하고, 포칼 우승으로 유로파 출전권도 획득했잖아. 1부 경험에 유럽 대항전까지. 그것도 나를 중심으로 하는 팀에서. 거기에 대우도 좋고. 충분한 이유 아냐?”
오하린과 윤다예가 동그래진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무섭게 왜 이런 반응이지?
“…놀랐어. 네가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너도 철이 드는구나….”
…어이가없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년에 월드컵이 있잖아. 최대한 많이 뛰고, 활약할 수 있는 팀에 있어야지 리스크를 감수할 순 없어.”
올해 프랑크푸르트에서 분데스리가와 유로파에서 활약한 후, 월드컵에서 최대한 몸값을 끌어올린다. 그리고 이적하는거지.
“어때, 내 계획이?”
“…….”
“…….”
서로를 돌아본 두 사람은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최우선적으로 협상해볼게.”
* * *
『홍민준, 프랑크푸르트로 전격 이적!』
『임대 신화를 썼던 홍민준, 완전 이적 조항으로 프랑크푸르트에!』
『알려진 이적료는 400만 유로 상당! 현지팬, 이구동성으로 홍민준을 환영 중!』
『레알 마드리드 호르헤 가르시아, “홍민준이 스페인에서 떠나는 것이 슬퍼. 그는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선수”』
『키커가 공개한 홍민준의 계약 조건! 계약 기간 4년에 연봉 20억 상당에 어마어마한 보너스 옵션이 있다고 밝혀!』
『프리 시즌을 3주 앞두고 미리 출국하는 홍민준.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시즌을 준비할 것. 팬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활약을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