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18)
118
33/34 시즌을 앞두고 프리 시즌이 시작됐다.
유럽을 기준으로 축구 선수는 8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시즌을 치룬다. 무려 9개월 간 반복되는 훈련과 경기 사이클은 마라톤과 같아 꾸준함이 필요하지만 컵 대회나 유럽 대항전 같은 토너먼트에선 폭발력 또한 필요하니, 이를 두루 갖추어야 진정 윌드 클래스로 평가받을 수 있다.
많이 뛰는 선수를 기준으로 90분 동안 12~13KM를 뛰며 경기가 끝나면 3~4kg의 살이 빠지기도 하고, 온 몸이 멍투성이가 되는 격렬한 경기가 적으면 일주일에 1경기, 많으면 2~3경기씩 이어지는 가혹한 일정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프리 시즌 몸을 만들어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당연히 감독과 구단 입장에서는 프리 시즌 훈련 기간을 최대한 길게 잡고 싶어하고, 반면 선수는 1년 중 3개월도 채 되지 않는 휴가 기간이 줄어드는 걸 싫어하기 마련.
그렇기에 프리 시즌 일정은 보통 5~6주로 잡히는데, 선수 입장에선 이것만으로도 실질적인 휴가 기간이 2개월로 줄어드는 셈이다. 당연히 훈련 시작전까지 최대한 즐기자는 마인드로 펑펑 놀다가 복귀하면 몸무게가 확 늘어있는 건 기본이요, 그간 운동이라곤 숨쉬기랑 섹스밖에 하지 않았는지 연습 경기 뛰는것조차 힘들어하는 이들이 부지기수.
그러나 이번 시즌, 1부 리그 복귀에 성공에 유로파 리그 진출까지 이룬 프랑크푸르트 선수들은 각오가 남달랐다.
축구 선수라면 저마다 야심이 있기 마련. 그것이 돈에 대한 욕심이든, 커리어나 명예에 대한 욕심이든 어린 선수일수록 저 좋은 무대에서 활약하고 싶어하는게 당연하다.
하물며 프랑크푸르트는 그간 프란츠 발더 감독이 이끌며 젊은 선수 위주로 리빌딩되던 구단답게 전반적으로 선수들이 젊었다. 베테랑 역할을 하는 몇 몇 고참을 제외하면 대체로 20대 중반의 영건들.
그래서인지 구단에서 이번 프리 시즌 훈련 일정을 6주가 조금 넘게 잡았음에도 일말의 불평도 없이 열성적으로 훈련에 참가하고 있었다.
“홍! 오랜만이야!”
“우리 구단으로 완전 이적했다면서? 이제 진짜 팀원이 된거잖아!”
일찌감치 훈련장에 나와 혼자 콘 사이를 이리저리 통과하며 훈련하고 있는데 치차로와 브루노가 어슬렁어슬렁 나타났다. 휴가 기간 얼마나 잘 놀았는지 도톰하게 살이 오른 볼살이 참… 대체 얼마나 놀고먹은거냐.
“너네 둘 다 몇 kg나 쪘냐?”
“글쎄. 난 6kg쯤 쪘나?”
“난 몰라. 그걸 누가 일일이 재봐.”
이것들 훈련 받을 때 토하고 난리나겠네.
이적을 확정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휴가 기간 내내 개인 훈련하겠다고 구장을 뻔질나게 드나들다보니 밤낮없이 감독실에 들어앉아 다음 시즌 구상에 전념하던 감독님과 자주 마주할 수 있었다.
한 두마디 나누던 것이 며칠이 지나자 다음 시즌 주로 사용할 전술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고, 또 며칠이 지나자 전술에서 내 움직임에 대한 토론으로 넘어가고, 또 며칠이 지나자 어느 포지션을 보강하고, 어떤 훈련 구상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누게 됐다.
본의 아니게 구단 돌아가는 사정을 빠삭하게 알게되었는데… 어쨌든, 중요한 건 다음 시즌 팀의 1부 복귀와 유로파 진출 사실에 의욕이 넘치는 감독님이 이번 프리 시즌 체력 훈련을 아주 빡쎄게 준비했다는 건 확실하다. 왜냐하면 훈련 메뉴얼에 내 의견도 들어가 있으니까.
“좋아!! 오랜만에 홍이랑 만났으니 오늘 저녁은 파티다!!”
“오우, 브로, 너무 멋진 생각인데? 어때 홍. 너도 당연히 참석이지?”
쯧쯧, 아둔한 녀석들.
파티는 무슨 놈의 파티냐.
“글쎄다. 너네가 훈련 받고 나서도 파티 할 체력이 남아있다면 참석할게.”
“좋았어!! 에바가 널 보고싶다고 얼마나 징징거렸는데! 오늘 에바랑 좀 놀아줘.”
에바라.
그러고보니 에바랑 한지도 오래됐네.
일전, 에바랑 섹스하던 중 오하린의 전화에 애인이라 했더니 삐져서 가버렸지.
웃긴 건 그러고나서 며칠 뒤 슬그머니 다가왔다. 나만한 남자는 찾을 수 없다나 뭐라나. 그뒤로 섹스 프렌드가 되어 잘 지내고 있다. 덤으로 에바의 친구들과도.
“다들 오랜만이네, 꼬맹이들.”
주장 알렉산더 마이어,
“좋아좋아. 모처럼 1부에서 내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왔군. 다들 분발하라고!!”
팀의 퍼스트 키퍼이자 부주장 게롤트 노아크의 잔뜩 기합이 들어간 외침이나, 퍽 익숙한 인물들이 하나 둘 얼굴을 비췄다.
그리고 익숙한 몇 몇 얼굴이 사라진 자리를 새로운 얼굴이 대신하고 있기도 했고.
“다들 휴가는 잘 즐겼나? 얼굴을 보아하니 모두 재밌게 즐긴 모양이야. 시작하기 앞서 신입생들을 소개하지.”
감독님의 말에 몇 몇 선수가 앞으로 나선다.
가장 선두의 꺽다리 흑인은 도날드 쿡. 미국 출신의 193cm의 장신 공격수로 압도적인 체격을 바탕으로 한 포스트 플레이가 장기인 공격수였다.
새까만 얼굴에 새하얀 건치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 꺽다리 흑인은 이번에 2부로 강등된 퓌르트에서 프랑크푸르트로 영입된 선수.
경합을 싫어하는 내 성향상 전방에서 떡대들과 몸을 비벼줄 선수가 필요했으니 좋은 영입이다. 더군다나 분데스리가에서 상대적 약체일 우리팀처럼 약체인 퓌르트에서 뛰며 9골을 기록한만큼 적응도 되있을테고.
그 다음은 제법 잘 생긴 날렵한 선수로 알베르토 몬디라는 이탈리아 선수였다.
내 반대쪽인 오른쪽 측면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로 세리에의 명문 유벤투스에서 뛰던 선수란다.
물론 주전 경쟁에 실패했으니 여기까지 흘러왔지만, 그래도 유벤투스에서 주전 경쟁을 할 정도면 더 좋은 팀으로 갈 수 있었을텐데 우리 구단에 왔다? 구단이 통 크게 돈지랄을 했다는거지.
“반갑다.”
무뚝뚝한 인사를 끝으로 멀뚱히 서있는 선수는 헤르타 베를린에서 영입된 오른쪽 수비수 파비안 피들러. 키는 크지 않지만 떡 벌어진 어깨와 사각턱이 강인한 인상의 독일 선수다.
그외에도 2명의 선수가 더 있었지만 주전급 뉴페이스는 이 3명.
도날드 쿡이야 강등된 팀에서 영입해왔다지만 알레르토 몬디나 파비안 피들러는 명백히 우리 구단보다 상위 구단에서 영입한 선수들.
이적료도 제법 비쌌을테고, 연봉 지출도 꽤 클텐데도 과감히 영입했다는 건 이번 시즌에 대한 구단의 기대감이 어떤지 보여주는 것 같아 압박감…은 개뿔.
‘내가 캐리한다.’
부디 이적생들이 열심히 버스를 모는데 승차거부하는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 * *
의욕에 가득 찬 구단이 다른 팀보다 일찍 소집해 시작된 프리 시즌 일정은 체력 훈련으로 시작했다.
본래 어느 팀이나 프리 시즌에 체력 훈련은 빠질 수 없는 요소라지만 할때마다 힘들다. 사람의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훈련을 받다보면 토하는 선수도 부지기수에, 하루하루가 지옥같은 나날.
얼추 기초 체력을 만들고 나서는 전술 훈련이 시작된다.
이번 시즌 우리팀의 컨셉은 선 수비 후 역습. 진부하지만 상대적 약팀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무난한 선택답게 다들 예상한 분위기.
다만,
“보스. 이건 합리적이지 않아요.”
전술 훈련 중 이탈리아 신입생이 불만을 표하고 나섰다.
말인즉슨, 내 위주로 돌아가는 전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 자기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데 왜 날 위해 자신이 희생하냐는 거다.
“좋아. 연습 경기를 해보지.”
그렇게 성사된 연습 경기에 파스타 녀석을 압살하며 증명하고 나서야 내 위주 역습 훈련을 진행할 수 있었다.
4주 간의 훈련 이후엔 친선 경기가 이어졌다.
약 12일 간 4경기를 치루며 2선발 1교체로 3경기를 뛴 내 스탯은 4골 2도움.
컨디션 점검 차원인만큼 전력을 다한 건 아니지만 꽤 괜찮은 활약을 보이며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던 중 개막전 상대인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수의 인터뷰 기사가 떴다.
『뮌헨의 철벽 막심 마이어 “개막전 상대에 신경쓰지 않는다.”』
뮌헨에서 7시즌 동안 주전 왼쪽 수비수으로 뛴 막심 마이어는 베테랑답게 전반적으로 평이한 인터뷰를 했지만,
“어라? 홍. 이 자식이 널 무시하는데?”
“그러게. 이거봐. 네 이름을 들어본 적 없대!”
놀리는 것이 분명한 치차로와 브루노의 말대로 날 향해 도발을 날렸다.
뭐? 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어? 이 나를?
“근데 그럴 수 있어. 막심 마이어는 축구에 관심 없기로 유명하잖아. 경기에 뛰는 것도 그냥 일이라고 하는 사람이니까, 홍을 모르는 것도 그럴듯해.”
그런가…?
그럼 조롱이 아닌가?
아리까리 한 기분으로 개막전 상대 바이에른 뮌헨전을 준비하며, 마침내 경기 당일.
경기 시작 전 뮌헨 선수들과 나란히 통로에 서있는데 마침 내 옆에 서있던 막심 마이어가 나지막하게 속삭여왔다.
“어이, 뉴비.”
“나?”
“그래 너. 독일어 좀 할 줄 아나?”
“조금.”
“다행이군. 내 인터뷰는 봤나?”
고개를 끄덕여주자 녀석이 씨익 웃는다.
“사실 거짓말이야. 난 널 알고 있었거든.”
오.
뭐야, 의외로 좋은 녀석이었잖아.
사람좋게 웃는 게르만 형님의 모습에 나도 웃어주는데,
“작년 바르셀로나 워스트 영입이라지?”
“뭐?”
“라 리가에서 빌빌거리다가 도망쳐온게 여기라니. 분데스리가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뉴비? 착각하지 말라고. 여긴 라 리가의 실패작이 도망쳐 올 정도로 만만한 곳이 아니니까.”
음… 그렇군.
“헤이.”
돌아보는 녀석을 향해 웃어줬다.
“시발럼아. 넌 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