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19)
119
막심 마이어는 축구를 사랑하지 않는다. 즐기지도 않는다.
그에게 축구는 그저 ‘일’에 불과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맥. 축구가 재밌지 않다고? 생각하던대로 플레이가 되고, 경기에서 이기면 즐겁지 않아?”
“성공적으로 일을 마치면 성취감이 들기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일이 즐겁다는 사람은 없잖아. 마찬가지야. 이기면 일을 잘 마무리한 것에 대한 즐거움이 생길 뿐, 일 자체가 즐겁진 않아.”
“일이라니. 이봐, 친구. 축구는 일이 아니라. 내 삶, 내 영혼 그 자체지.”
“그건 자네 개인의 의견인가 브라질리언을 대표하는 의견인가?”
“어? 어, 음… 그야 브라질인이라면 다 그럴걸?”
“그렇군. 나에겐 축구는 그저 직업일 뿐이야.”
뮌헨의 선수들은 축구를 사랑하거나 축구 자체를 즐긴다.
바이에른 뮌헨이란 축구계의 손꼽히는 명문팀 선수들답게 모두가 정점에 이른 재능의 소유자들.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보이고, 또래를 압도하는게 당연하던 이들은 쉽게말해 그냥 ‘축구를 잘했다’.
뛰어난 재능으로 또래보다 축구를 잘하는데 즐겁지 않을리가 있나.
그게 무엇이든 남들보다 잘하고 뛰어나면 즐겁고 신나기 마련인데 하물며 그것이 스포츠같은 경쟁이어서야 말할 것도 없다.
어릴적부터 타고난 재능으로 쉽게 또래를 압살하던 선수들은 당연히 축구가 재밌고 즐겁게 느껴지고, 그것은 성인된 지금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항상 또래를 압도했으니까.
항상 이겨왔으니까.
그러니 즐겁고 재밌을 수 밖에.
“맥! 경기를 즐기라고! 축구는 단순한 직업이 아니야. 선수와 팬이 어우러지는 낭만적인 공간이라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하부 리그 선수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어휴, 꼴통.”
이런 막심 마이어의 특이한 지론은 독일에서 유명했다.
뮌헨의 팬들조차 축구를 단순한 직업으로 치부하는 그의 태도에 대해 ‘열의가 없다’, ‘축구를 단순히 돈으로 보는 속물’, ‘낭만이 없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곤 했다.
홈팬들의 부정적인 반응과 동료들에게 별종 취급을 받으면서도 막심 마이어가 프로로 10년을 훌쩍 넘긴 13년, 뮌헨에서만 7년을 뛸 수 있던 이유는 그의 프로페셔널한 태도 때문.
‘일을 할때는 최선을 다해야지.’
축구를 사랑하지도, 즐기지도 않는 그지만 일을 대하는 자세만큼은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했다.
그랬기에 그가 오래도록 뮌헨의 주전 수비수로 뛸 수 있었고, 이런 모습은 부정적인 팬덤마저 긍정적으로 돌아서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이번에도 분석 자료가 필요한가?”
“물론입니다.”
“허허. 남들은 자네가 축구를 사랑하지 않고 돈으로만 본다고 말하지만 자네야 말로 그 누구보다 축구에 진심인 남자야. 입으로만 축구를 사랑한다고 떠들어대는 애송이들보다 말이야.”
흰머리가 가득한 전력 분석관의 칭찬에도 막심 마이어는 별일 아니라는 듯 대꾸했다.
“그저 일을 할 뿐입니다. 최선을 다할 뿐이죠.”
“다른 선수들도 자네를 본 받았으면 좋겠구만. 그래, 오늘은 개막전 상대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지?”
“네. 프랑크푸르트 영상 분석 자료와 분석 보고서가 필요합니다.”
“그럴 줄 알고 미리 준비해놨지.”
뮌헨에 입단하고 7년.
매번 상대할 팀과 선수를 자체적으로 분석하는 막심 마이어를 잘 알고 있는 분석관은 미리 준비를 끝내두었다.
“이봐 맥.”
“……?”
“이번에 자네가 상대할 선수말일세.”
늙은 분석관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자네라면 분명 스스로 알아낼테지만 늙은이의 노파심으로 코멘트를 남겼네. 보고서의 마지막장에 그 선수의 약점을 써놨으니, 자네의 생각과 비교해보게나.”
약점이라.
프랑크푸르트의 영상 분석을 돌려보며 막심 마이어는 분석관의 말을 떠올렸다.
확실히 저번 시즌 프랑크푸르트의 전술은 약점을 찾는데 어려운 편은 아니었다.
‘공격 패턴이 단조롭군. 세밀한 부분 전술이 부족해. 수비 조직력이 나쁜 건 아니지만 수비 전술도 특색이 없어.’
전체적으로 평이하다.
그것도 2부 리그 기준으로. 1부 리그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강등을 피할 수 없을터.
‘전술적으론 걱정할 필요없겠어. 남은 건… 이 선수인가.’
프랑크푸르트의 공격을 전담하는 핵심 선수.
사실상 에이스에게 팀 공격을 맡긴 단조로운 전술임에도 프랑크푸르트가 잘 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
“홍민준이라.”
잘생긴 동양인 선수의 눈부신 활약이 이어진다.
마치 이 선수의 하이라이트 편집본을 감상하는 듯 한 쇼케이스 무대.
감탄이 나오는 화려한 드리블 돌파와 골 세례를 보는 막심 마이어의 눈빛이 깊게 침잠했다.
‘화려하군. 테크닉이 좋아. 나와 비교하면?’
뮌헨의 주전 풀백답게 출중한 발기술을 자랑하는 막심 마이어지만 이 동양인 선수와 비교하면 부족하다.
막심 마이어는 스스로를 냉정히 평가했다.
‘기술적으론 완성된 선수군. 최고를 논하기엔 부족하지만 위협적이야.’
자신보단 뛰어나지만 뮌헨의 테크니션들만 못하다. 조금 부족하다.
그럼에도 위협적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아주 도전적이군. 모험적인 플레이를 즐기며, 대담한 플레이에 거리낌없어.’
최상위 프로 무대에서 뛰는 선수라면 과감할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항상 실수를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선수에겐 실수의 염려 따윈 존재하지 않는 듯, 선택지가 주어질때마다 높은 확률로 모험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곤 했다.
놀라운 건 그 모험이 성공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
‘과연.’
막심 마이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1:1 대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는 동양인의 영상을 몇 번이고 반복 재생하며 알아낸 사실.
‘반사신경이 말도 안 되게 좋아.’
기본적으로 이 동양인 공격수의 플레이는 압도적인 반사신경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1:1 돌파에 적극적인 것도, 모험적인 플레이를 번번히 성공시키는 것도 모두 믿을 수 없는 반응속도를 기반으로 한 것.
일정 수준의 반응속도를 갖추지 못 한 선수를 상대로 압도적인 활약을 펼칠 수 있던 이유.
‘테크닉과 반응속도를 이용해 알고도 막을 수 없는 플레이를 펼치는군.’
홍민준의 플레이 스타일은 그야말로 강약약강.
타고난 반사신경을 적극 활용한 드리블 돌파는 알아도 못막는 홍민준의 전매특허 플레이.
이는 상대보다 빠른 반응속도를 믿고 상대의 움직임에 맞춰 대응하는 것이기에 반응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선수를 상대로 무적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특히 1:1 상황에서, 특유의 테크닉과 반응속도를 이용해 상대를 돌파하는 것은 2부 리그에서 누구도 막지 못하던 파괴적인 패턴으로 유명했다.
무시무시한 반응속도를 이용한 원패턴의 단조로운 플레이에도 번번히 수비가 뚫리는 것은 바로 이러한 ‘알고도 막을 수 없는’ 엄청난 반응속도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뿐이다.
‘애송이였군.’
막심 마이어는 냉소했다.
홍민준의 패턴은 오로지 반사신경을 기반으로 한 원패턴 플레이.
만약 그 반응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선수라면, 홍민준의 플레이는 그대로 무력화된다.
그리고 세상에는 타고난 빠른 반사신경을 지닌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축구계 재능의 정점이 몰린 유럽 4대 리그, 그것도 손가락에 꼽히는 명문 바이에른 뮌헨이라면야 되려 반응속도가 느린 선수를 찾는게 빠를 지경.
게다가 막심 마이어가 본 홍민준의 약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돌파 원툴답게 돌파가 막히면 그를 대체할 수 있는 플레이가 없다.
공을 받을때면 언제나 드리블하기 쉬운 곳으로 트래핑을 해놓고, 곧장 드리블 할 수 있는 자세를 취한다.
드리블이 막히면?
그때서야 다른 선택지를 떠올리지만 기본적으로 판단력이 느리다.
절대적인 기준에서 느린 건 아니지만, 1류 선수의 시선에선 너무나 느리다.
게다가 패스 실력도, 오프 더 볼 움직임도 기대 이하.
그 놀라운 활약에 비해 너무나 실망스러울 정도.
‘무엇보다 화려한 플레이에 가려졌을 뿐, 속도도 느려.’
굳이 따지면 빠르다는 기준에 속하겠지만, 가장 빠른 선수들이 모이는 측면 선수치고는 아쉬운 속도.
‘몸의 빠르기, 생각의 빠르기 모두 나보다 못하군. 심지어 경합을 피하는 경향까지. 이번 경기는 쉽겠군.’
개막전을 준비하며 막심 마이어가 걱정한 단 하나는 홍민준이 가끔 보여주는 믿을 수 없는 슈퍼 플레이. 분명 고점이 이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가끔 보여주는 플레이의 고점은 생각한 한계를 아득히 벗어난다.
그것만 주의하면 애송이에 불과할터.
그래서 막심 마이어는 애송이를 도발했다. 냉정하고 침착한 플레이를 하지 못하도록.
분노를 연료로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친다?
열받아서 각성하는 건 만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지, 현실이 아니다.
무슨 말인지 몰라도 욕설이 분명할 한국어에 막심 마이어는 빙긋 웃었다.
‘끝났다.’
* * *
분명 그럴터인데.
그래야하는데.
경기 시작 직후, 주심의 휘슬이 울리진 1분도 지나지 않았을 때.
‘온다.’
곧장 뮌헨의 진영으로 파고들어가던 홍민준을 향한 로빙 패스.
약속된 플레이의 일환인지 물밀듯 동시에 쏟아져 들어오는 프랑크푸르트 선수진의 쇄도에 뮌헨의 선수들이 일순 당황한 그 순간, 홍민준을 향한 절묘한 로빙 패스.
그러나 노련한 막심 마이어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저 몇 발자국 앞으로 나섰을 뿐.
그 몇 발자국으로 홍민준은 공을 트래핑할 수 없게 됐다.
막심 마이어가 선점한 자리. 바로 그곳이 패스가 떨어지는 곳이었으니까.
패스를 받기 위해선 막심을 밀쳐내거나, 그 앞에서 받아야할터.
하지만 먼저 자리를 선점하고 있는 막심을 미치면 파울이 될테고, 앞에서 받는다면 높은 위치에서 공을 받아야 한다. 그것도 막심을 등지고.
‘1:1을 막지 못할 건 아니지만, 괜한 위험을 자초할 필요는 없지.’
고작 몇 걸음 앞으로 나선것만으로 편하게 공을 받을 수 없게 만든 막심 마이어를 향해 홍민준이 맷돼지처럼 달려들었다.
여기서 자신을 등지고 공을 받아봐야 연계할 선수가 없으니 소유권을 뺏겨 역습 당할바에야 파울로 시간을 벌겠다는 속셈이군.
막심은 내심 홍민준의 평가를 상향했다.
생각보다 재빠른 판단력에 지난 시즌까지 회피하는 성향이 짙던 터프한 경합까지. 과연 어린 선수답게 성장이 빠른걸.
그러나 상황은 막심의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바로 앞까지 달려온 홍민준이 속도를 줄이지 않은 것.
‘작정하고 차징을? 시작부터 경고를 받을 셈인가.’
아까의 도발이 너무 잘 먹힌걸까.
미식축구 선수처럼 전력으로 달려드는 상대의 모습에 막심은 반사적으로 자세를 낮췄다. 무게 중심을 내리고, 디딤발을 박고, 잔뜩 몸에 힘을 주며 충돌에 대비하던 막심은 코앞에서—
‘피, 피해?’
몸을 비튼 홍민준이 절묘하게 스쳐지나갔다.
‘공은!?’
통!
그리고 막심의 귀에 들려온 작은 트래핑 소리.
공이 튕기는 소리에 본능적으로 돌아본 막심은 볼 수 있었다.
몸을 비틀어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홍민준의 뒷꿈치에 맞은 공이 절묘하게 자신의 머리 위를 스쳐지나가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