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2)
012
감독님은 전술판을 내리쳤다.
“홍민준이! 제대로 안 해!! 경기뛰기 싫어!?”
“아닙니다!”
“그럼 뭐야! 컨디션 난조야!?”
“아닙니다!”
“그럼 뭐냐고! 말을 해, 말을!”
“체력 분배 중이었습니다.”
내 대답에 감독님이 한숨부터 내쉰다.
“야. 홍민준이.”
“네.”
“내가 그거 신경쓰랬나?”
“…아닙니다.”
“니 체력 조룬거 누가 모르나. 근데 내가 뭐랬냐.”
“최선을 다해 뛰라고…”
“오늘 리그 개막전이야. 넌 이번에 고등학교에서 올라온 신입부원이고. 이게 뭔 말이겠어.”
뭔 말이긴 1학년부터 주전으로 뛰는 재능충이란거겠지.
뚱하니 생각하는데 감독이 설명했다.
“네 정보가 없다고!! 상대팀은 널 몰라! 알겠어? 초반부터 상대를 흔들어두면 후반이 쉬워진다고!”
아. 그런가?
곰곰히 생각해봤다.
역시 모르겠는데.
그렇게 따지면 전반에 힘숨찐하다 후반에 전력발휘하면 더 놀라지 않나?
“야이새꺄! 내가 그걸 몰라!? 어후, 이 꼴통. 넌 인마… 그냥 생각하지마. 생각하지말고 시키는대로만 해. 알겠어? 넌 새꺄 테크닉 원툴이야!”
솔직히 울컥했다.
이거 머리나쁘다는 거 아냐. 내가 전술 이해도가 좀 낮다는 건 인정하는데 테크닉 원툴이라니!! …물론 이것도 맞말이긴 하지만.
그렇게 하프타임 내내 털리다가 후반전을 위해 경기장으로 나서야했다.
“야. 괜찮냐?”
“괜찮죠 뭐.”
“그래. 힘내라.”
나란히 걸어가던 선배의 위로가 와닿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선배가 위로해주는데 무시할수도 없어 고개만 끄덕이고 있자니,
“저기봐봐.”
“……??”
어깨동무를 한 선배가 턱짓을 한다.
뭔가싶어 보니 스탠드에 여자 두 명이 앉아있다.
“딱 봐도 예뻐보이지?”
“한 명은 예뻐보이는데 다른애는 나무에 가려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요?”
“아냐, 예뻐. 내 감은 틀린적이 없거든.”
그 감 믿지 말아야하지 않나.
매 경기 결정적인 실수 한 번씩 저지르는 분이….
“캬~ 홍민준이. 벌써 여자팬 생겼네?”
“제 팬이요?”
“그럼 네 팬이지. 여기 누굴 보러 왔겠냐.”
“아…!”
“새꺄. 힘내서 뛰어봐. 여자팬들 앞에서 무기력하게 교체당하고 싶어?”
“아닙니다!!”
캬~ 이게 진심이 담긴 위로라는 건가.
벌써부터 힘이난다.
선수들이 빠져나가고 난 홈팀룸.
주섬주섬 나갈 준비하던 수석코치가 물었다.
“근데 감독님.”
“뭐 임마.”
“홍민준이 말이 맞지 않습니까? 차라리 후반전에 폭발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
“…나도 알아 임마.”
“근데 왜…?”
“…….”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법이다.
* * *
‘감독님 말이 맞아. 내 장점은 한 두명쯤 돌파할 수 있는 개인 전술인데… 너무 소극적이었어.’
뒤늦게 감독님의 빅픽쳐를 이해했다.
결코 스탠드의 여자팬 때문에 불타오른 건 아니고.
“선배님들. 시작부터 공 몰아주세요. 이번엔 어떻게든 결정적 찬스로 연결해드릴게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선배들.
스타팅 맴버 11명 중 1학년은 오직 나뿐이다.
2학년조차 한 명뿐인, 3,4학년으로 이루어진 맴버들은 처음엔 날 무척 꺼려했다.
프로가 되기 위한 마지막 기회인 대학 리그.
그중에서도 4학년에겐 이제 1년도 채 시간이 남지 않았다.
고만고만 한 재능이 모인 대학 리그에선 실력순이 곧 나이순인 경우가 많다. 당연히 실력순으로 뽑은 스타팅 맴버 역시 3,4학년이 주축이고.
나이를 뛰어넘는 재능? 물론 있지.
다만 그런 애들은 일찌감치 유럽으로 나가거나 K리그에 직행하니, 그런 재능의 선수가 대학 리그까지 오는 경우는 드물다. 혹 온다해도 축구로 유명한 명문으로 갈뿐이지 호진대 같은 중위권 전력의 대학으로 오는 경우는 없다.
결국 대부분의 대학 축구부는 비슷한 재능의 선수끼리 모이기 마련이라는 거다.
뛰어난 재능은 유럽이나 K리그, 그것도 아니면 명문 대학으로 가고 부족한 재능은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며 떨어져 나간, 그야말로 고만고만한 수준의 재능들.
비슷한 재능에선 더욱 노력한 이들이 뛰어나지만 대학 리그까지 온 선수가 남들보다 노력이 부족한 경우는 드물고.
결국 비슷한 재능, 비슷한 노력이라면 이제 시간에 의해 실력 고하가 나뉘기 마련.
3,4학년 선수들이 주축이 될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나같은 이레귤러가 끼어드니 선배들이 떨떠름할 수밖에.
상태창이 없었다면 나 역시 선배들과 똑같았을거다.
물론 자신은 있다.
K리그에 직행하지 못했을 뿐, 축구 명문으로 유명한 대학에서도 입부 제의가 왔었으니까.
고만고만 한 재능의 호진대 선수중에서는 내 재능이 가장 뛰어나다고 감히 자신할 수 있다. 그러니 상태창이 없었어도 2학년 쯤에는 주전으로 뛰고있었겠지.
하지만 그것으로 프로가 될 수 있냐고 물으면 확신하지 못 할거다.
유럽? 그건 언감생심이고.
그러나 이제는 K리그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상태창까지 있는데 고작 국내 리그에서 만족할까보냐.
최대한 빨리 대학 리그를 씹어먹고, 국내 리그를 평정한 뒤 유럽으로 나아갈거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라면 동료들의 신뢰가 필요하다.
아직 스탯이 부족한 지금.
동료들의 도움없이 혼자 3~4명씩 드리블로 돌파해서 골을 넣을 수 있는게 아니라면, 동료와의 연계는 필수다.
그것이 패스든, 오프 더 볼이든, 전술적 움직임이든.
그러니 지금, 개막전에서 동료들에게 신뢰를 주어야했다.
오래 같이 한 동료보다 나를 택하게끔.
결국 이들 역시 프로를 꿈꾸는 사람들 아닌가. 자기 성적이 최우선일 수밖에 없다.
동료?
물론 이왕이면 동료와 함께 하면 좋겠지.
하지만 동료보다 성적 잘 내는 후배라면? 후배를 선택할 걸?
‘그러니까… 내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고.’
후반 시작 직후.
전반을 치루며 서로의 실력을 파악했다는 느슨함이 가시지 않은 시간.
우리팀이 공을 돌리는 사이 나는 조금씩 상대 진영을 파고들었다.
약속된 플레이의 일환으로 우리팀 주전 공격수 2명이 반대쪽을 파고들며 적을 끌어들이고, 내 주변에 마크하는 선수가 1명만 남은 순간.
“패스!”
번쩍 손을 치켜들며 콜을 하자마자 공이 길게 넘어온다.
공을 받기 전 재빨리 주변을 훑는다.
날 마크하러 오는 상대 선수 한 명. 그 뒤로는 수비수가 있는 곳까지 뻥 뚫려있다.
‘기회!’
내가 1학년이라 그런지, 아니면 전반전에 얌전해서 그런지 몰라도 고작 한 명으로 날 막으려 해?
날아온 공을 발 안쪽으로 가볍게 받으려 했지만 생각보다 멀리 튀어나간다.
실수였지만 덕분에 달려오던 상대방도 예상못한 듯 급정지하느라 주춤한 사이, 재빨리 공의 소유권을 확보하고 치고나간다.
툭, 툭, 속도를 살려 발 앞쪽으로 가볍게 공을 밀며 나아가니 성큼 다가오는 상대 센터백.
좌측에선 상대팀 측면 수비수가, 뒤에선 방금 지나친 마크맨이, 그리고 앞에선 상대 센터백이. 유일한 우측엔 이미 자리를 잡은 상대 선수들이 패스 경로를 막아선다.
사방이 막힌 고립무원의 상황.
그러나 고민은 없었다.
툭.
성큼성큼 다가오는 상대 센터백의 다리 사이를 아웃 프런트로 밀어낸 패스가 지나가고 있었으니까.
나는 판단이 빠르거나 패스가 좋은 선수가 아니다.
보통이라면 이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 볼을 뺏겨 턴오버를 저지르거나 볼키핑한다고 질질 끌어 볼호그를 유발하는 유형.
그러나 약속된 플레이의 일환이라면.
준비된 전술의 하나라면 내 부족한 판단력과 패스로도 충분하다.
상대팀 모든 선수가 나에게 몰린 사이, 일찍부터 상대팀 진영에 파고들어 귀신처럼 숨어있던 우리팀 공격수가 나타난다.
“진호 선배! 슛!!”
주전 공격수 4학년 나진호.
파고드는 움직임과 결정력이 장점인 진호 선배는 정확히 공을 받아내어 골키퍼와 1:1 상황에 돌입했다. 스프링마냥 튀어나오는 골키퍼.
한 번 더 치고들어가 골키퍼를 제칠지, 그대로 슛팅을 때릴지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는 순간. 진호 선배가 드리블 할 듯 좁은 보폭을 내딛는다.
‘아 안 되는데!’
거기서 드리블치면 골키퍼한테 걸리는….
펑!
골키퍼마저 드리블임을 확신하고 몸을 날리기보다 접근하길 선택하는 그 순간을 노려 진호 선배가 한 박자 빠르게 슛팅으로 연결한다.
제대로 힘이 실린 슛팅이 아니라 빠르진 않았지만 타이밍을 뺏긴 골키퍼는 엉거주춤 그대로 선 채 옆을 지나가는 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삑, 삐삐익—!
“우와아! 이새끼 개막전부터 골이냐!!”
“골! 골이다!!”
양 팔을 쫙 펼치고 그라운드를 역주행하는 나진호 선배와 환호하며 그뒤를 쫓는 선배들.
나 역시 그 대열에 합류하려다가—
‘…관객이 없네.’
텅 빈 객석을 보고 입맛을 다시며 멈췄다.
“15번! 잘한다! 화이팅!”
“응?”
뜬금없이 내 번호를 부르는 여자 목소리.
돌아보니 2명 있던 여자 중 한 명이 날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얼결에 마주 흔들어주긴했는데 누구지?
‘어? 하연 누나네.’
일전 첫번째 친선 경기인 지장대와의 경기에서 응원단으로 왔던 맴버 중 한 명.
얼굴이 제일 예뻤던 하연 누나였다.
‘그러고보니 지경 누나가 혼자론 안 되겠다고 했는데. …에이 설마. 아니겠지.’
아무리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지만 자기 남자에게 다른 여자를 붙여줄리가 있나. 지경 누나도 말로는 죽겠다, 죽겠다하지만 막상 시작하면 좋아 죽던데 뭘.
하루나 이틀 쉬면 괜찮아지겠지.
근데 하연 누나는 왜 왔지.
설마 내 매력에 빠져서… 흐흐, 경기끝나고 하연 누나랑 놀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