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20)
120
2033. 08. 09. 독일 바이에른 오버바이에른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
분데스리가 1라운드.
프랑크푸르트(4-3-3) vs 바이에른 뮌헨(4-2-3-1).
GK 게롤트 노아크 / GK 베른트 횔첸바인(C)
RB 파비안 피들러 / RB 막심 마이어
CB 알렉산더 마이어(C) / CB 야코프 벤더
CB 카를 하이츠만 / CB 에른스트 알브레흐트
LB 브루노 / LB 파울 야네스
DM 할리드 불라루즈 / CM 미하엘 크루스
CM 치차로 / CM 안드레 호프만
CM 세르게이 바르비레즈 / AM 레오나르두 쿠트리스
RM 알베르토 몬디 / RM 니콜라 가보리
LW 홍민준 / LW 요르디 더베이스
CF 도날드 쿡 / CF 루벤 보크
우리팀에는 1부에서 경쟁력있는 몇 몇 선수가 있다.
대표적으로 주장 알렉산더 마이어나 치차로 같은 선수.
주장이야 프랑크푸르트가 1부 시절부터 주전으로 뛰며 실력을 증명했고, 치차로도 팀이 1부에 있던 시절 영입해 퀼리티를 보여주었다. 이 두 선수는 당장 1부 중위권에서도 주전을 뛸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자원으로 팀이 강등당하고 승격에 실패했음에도 잔류한 몇 안 되는 1부 리그급 선수다.
또한 이번에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린 3명의 영입생들도 충분히 1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들.
여기에 나까지 포함하면 갓 승격된 팀치곤 꽤나 육중한 체급의 스쿼드가 된다.
하지만 착각하면 안 되는게, 어디까지나 ‘승격한 클럽치곤’이란 전제가 바탕이 된 평가인만큼 이것이 결코 1부 클럽과 비교해서 강한 스쿼드라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의 평가에 따르자면 1부 리그에서 우리팀의 위치는 어디까지나 최약체.
반면 우리가 상대할 바이에른 뮌헨은? 말할 것도 없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축구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이에른 뮌헨’의 체급을 알 수 있다.
분데스리가 최고, 최강의 공룡.
아니, 리그를 넘어 전 유럽, 전 세계로 봐도 압도적인 1티어 위치한 체급을 자랑하는 팀이 바이에른 뮌헨이다.
근데 1라운드, 시즌 첫경기 상대가 바로 뮌헨이네?
시작부터 최약체vs최강의 승부라니. 마치 이제 갓 각성한 용사 앞에 끝판왕 마왕이 나타난 격 아닌가.
게다가 장소도 홈구장이 아닌 원정, 뮌헨의 홈구장 알리안츠 아레나.
‘이거 이길 수 있나?’
언제나 자신만만하던 나조차 이런 생각이 들 정돈데, 코칭 스탭이나 팀원들은 어떻겠나.
하물며 독일 출신 선수들의 좌절감은 대단했다.
“뮌헨이라니… 도이체마이스터라니. 우린 망했어.”
“게다가 알리안츠 아레나 원정이잖아. 시작부터 안 좋네.”
도이체마이스터Deutschermeister.
본래는 분데스리가 우승팀을 뜻하는 칭호이지만 지금은 바이에른 뮌헨의 무수한 별명 중 하나가 되었다.
작년도 분데스리가 우승팀이라서?
물론 그것도 맞지.
하지만 뮌헨이 한창 리빌딩으로 번번히 우승을 놓치던 2년 전, 3년 전, 4년 전에도 도이체마이스터란 칭호는 뮌헨의 별명이었다.
우승팀을 뜻하는 칭호가, 당연하다는 듯 3년 연속 우승을 놓친 팀의 별명으로 불린다는 것만 봐도 뮌헨의 위상을 알 수 있다.
21/22 시즌 10연속 리그 우승을 달성한, 그야말로 정신나간 기록을 세운 순간부터 뮌헨은 독일의 왕으로 우뚝 선 것이다.
남부의 별Stern des Südens이란 또다른 애칭을 넘어서, 그야말로 독일을 평정한 분데스리가의 왕.
독일에 연고가 없는 나조차 이럴진데, 하물며 뮌헨의 위상을 온 몸으로 느끼며 성장해온 독일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지.
의욕적으로 달려들어도 모자랄 판에 분위기가 이따위니, 안 그래도 희박한 승산이 0에 수렴하는 듯 했다.
그래서였다.
승산이 희박한… 아니, 지는 것이 당연한 경기. 그것도 원정, 상대의 홈구장에서 치루는, 져도 잃은게 없는, 어찌보면 당연한 경기이기에 할 수 있는 기책을 준비한 것은.
만약 상대가 뮌헨, 그것도 원정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거다. 아니, 시즌중이라 훈련 기간이 짧기라도 했으면 힘들었겠지.
잃을게 없기에 우리팀은 지더라도 한 방 먹여주고 지자는, 어찌보면 만용에 가까운 기책을 준비할 수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우리팀의 선축으로 시작된 경기. 주심이 휘슬을 불기 무섭게 거구의 흑인, 도날드 쿡이 우리 진영을 향해 강하게 패스를 보낸다.
시작부터 바짝 끌어올린 수비 라인, 그중에서도 앞에 나와있는 주장 알렉산더 마이어를 향하는 패스. 그리고 동시에 2~3선의 선수들이 상대 진영을 향해 일제히 쇄도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시작과 동시에 물밀듯 쏟아져 들어오는 아군 선수들의 모습에 아무리 뮌헨 선수들이라도 당황하기 마련.
그러나 당황한 와중에도 뮌헨 선수들은 수비 전환은 재빨랐다.
진영을 파고드는 아군 선수를 마크하며, 공간을 줄여나가는 일련의 모습은 그야말로 기계.
반사적인 움직임이 분명함에도 우리 수준에서 결코 뚫을 수 없는 단단한 수비 진영을 구축하는 것은 확실히 뮌헨의 클래스를 보여주지만… 반대쪽이라면 어떨까?
아무리 뮌헨 선수들의 수비 조직력이 탄탄해도 결국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는 11명.
광활한 필드를 모두 커버할 순 없다. 그건 뮌헨이 아니라 그 어떤 팀도 불가능하니까.
얼핏보면 무질서하게 쏟아져 들어가는 것 같지만, 공중에서 보면 아군 선수들이 우측으로 쏠려있는 것이 보일거다.
그 말은 즉, 아군 선수를 마크하는 뮌헨 선수들도 자연스레 우측으로 쏠렸다는 것.
그리고 이 순간, 내가 반 박자 늦게 달리기 시작했다.
“반대다!!”
우리의 계획을 가장 먼저 눈치챈 건 최후방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뮌헨의 골키퍼 베른트 횔첸바인.
‘늦었어.’
아군이 뮌헨 진영을 파고들 때, 자리를 지키다가 반 박자 늦게 움직인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뮌헨 선수들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함이 아니었나.
아무리 주시하고 있다한들 바로 앞에서 상대 선수가 전력으로 달려들면 돌아보기 마련. 하물며 질주해오는 선수들과 달리 천천히 걷고 있다면 상대의 주의가 흩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물론 길지 않다.
뮌헨의 선수 정도라면 아주 짧은, 그야말로 1~2초에 불과한 시간이지만 그것만으로 괜찮다.
그 짧은 시간.
상대의 시선이 내게서 떨어진 그 1~2초는 걷고 있던 다리가 전력질주로 바뀌기에 충분한 시간이니까.
그러나 역시 뮌헨의 반응은 빨랐다.
나와 가장 가까이 있던 뮌헨의 미드필더 미하엘 크루스가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꿔 나에게 달려온다.
“쿡!”
물론 우리도 이미 예상했지.
거구의 흑인 선수, 도날드 쿡이 미하엘 크루스를 막아선다.
최후방으로 패스를 보내고 아군 선수들이 뮌헨 진영으로 쇄도하는 사이, 193cm/92kg의 도날드 쿡은 그 거구만큼이나 둔하고 느린 탓에 뒤늦게 움직이고 있었다.
반 박자 늦게 출발한 나와 비슷할 정도로.
쿡의 뒤늦은 스타트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지만 계획의 일부기도 했다.
혹시 날 마크하러 오는 상대가 있으면 진로를 막아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역할.
계획대로 빠르게 반응하던 뮌헨의 미드필더 미하엘 크루스를 막아서긴 했는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가볍게 부딪친 미하엘 크루스가 뒤로 나자빠진다.
파울을 걱정했지만 주심의 휘슬은 들려오지 않았고, 수많은 연습의 성과대로 주장의 롱패스는 알맞은 위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뮌헨을 상대로 기책을 펼친 건 모두 지금을 위해서다.
바로 나에게 1:1 상황을 조성해주기 위해서.
이제 남은 건 저 앞의 막심 마이어 뿐.
저 녀석을 돌파하고 슛을 때릴 수 있다면 우리의 승리다.
‘왜 달려들지 않지?’
그러나 주춤, 몇 걸음 앞으로 나온 막심 마이어는 자리를 지킬 뿐 달려들지 않았다.
분명 경합에 약한 내 약점을 이용할거란 예상과는 다른 움직임.
처음엔 당황한거라 생각했다.
주춤주춤 몇 걸음 나오고 멈췄으니까.
그러나 달려가면서, 허공에 떠올랐던 공이 조금씩 아래로 내려오면서 깨달을 수 있었다.
‘위치가…!’
정확히 공을 받기 좋은 위치.
바로 그곳을 선점했다는 것을.
‘이래서는…’
받을 수 없다.
나보다 경합 능력이 뛰어난 막심 마이어와 뒤얽히면 내가 밀릴터.
그렇다고 그 앞에서 공을 받는다면, 공이 너무 높아 머리나 가슴으로 트래핑해야 된다. 녀석을 등지고 불안정하게 트래핑을 했다간 빼앗기거나, 빼앗기지 않더라도 시간이 끌릴터.
실패다.
녀석의 소름돋는 빠르고 냉철한 판단력에 좌절감이 들었다.
이게 월드 클래스의 실력인가.
제대로 붙어보지도 않았는데 낭패감을 느끼게 만드는, 진짜 월드 클래스 수비수란 이런건가.
다리에서 힘이 빠질 뻔 했지만, 달려나갔다.
질 수 없다.
제대로 붙어보지도 않고 포기할 순 없다. 실패하더라도, 몇 번이고 부딪쳐봐야 내 한계를, 상대의 실력을 알 수 있으니까.
이를 악물고 다리를 뻗는 순간, 세상이 느려졌다.
그리고 일순 떠오르는 영감.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전력으로 달리다 녀석을 바로 앞에 두고 힘껏 몸을 비튼다. 본능적으로 움직인 다리가 뒷꿈치로 떨어지던 공을 차올리고, 무표정하던 녀석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 때.
내 발 앞에 공이 놓여있었다.
다급히 뛰쳐나오는 골키퍼를 보는 마음이 이상할 정도로 담담했다.
툭, 툭, 두어 번 공을 밀고나가다가.
톡.
황급히 손을 뻗는 골키퍼의 손끝을 아득히 벗어난 곳을 너풀너풀 넘어간 공이 부드럽게 골라인을 넘어간다.
골.
선제골이었다.
후우.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력으로 뛰느라 참았던 숨을 내뱉으며 덤덤하게 골대를 지나친다.
개막전을 맞이하여 75,000석을 가득 채운 만석의 알리안츠 아레나.
방금까지 귀를 아프게 만들던 시끄러운 응원소리가 거짓말처럼 사라진, 무서울 정도의 침묵이 흐르는 알리안츠 아레나를 천천히 뛰며 관중석을 쳐다본다.
그리고 툭,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이게 바로 나다.’
독일의 왕?
아니.
이제 내가 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