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21)
121
“네, 경기 시작합, 어, 어? 프랑크푸르트 선수들, 갑자기 달려듭니다! 시작하자마자 달려드는 프랑크푸르트! 알렉산더 마이어! 좋은 롱패스!”
주심의 휘슬이 울리기 무섭게 달려나가는 선수들의 모습에 캐스터가 빠르게 말을 내뱉는다.
얼떨떨하게 지켜보던 해설위원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홍민준 달립니다! 아, 이거 계획된 패턴 플레이의 일환인 것 같은데요! 홍민준, 홍민준, 아 막심 마이어가 먼저 자리를 선점했습니다! 절묘한 위치선정 때문… 맙소사!”
“뚫어냅니다!! 홍민준이 막심 마이어를 무력화시켰어요!”
“기회죠! 때려야죠!! 홍민준 슛팅!! 이야~ 아름다운 슛이 나왔습니다!! 멋진 칩슛으로 선제골을 만드는 홍민준!!”
애타게 손을 뻗는 골키퍼의 손을 유유히 지나 포물선을 그리며 골라인을 통과하는 칩슛에 열광하던 해설진 중 한 명이 문득 목소리를 높였다.
“잠깐, 지금, 지금 몇 분이나 지났죠? 리플레이가… 아, 6초! 6초입니다!! 경기 시작 6초만에 선제골이 터졌습니다!!”
“최단 기록을 찾아봐야 알겠지만, 홍민준 선수! 기록적인 골입니다!!”
—미쳤다 ㅅㅂ
—팬티벗고소리질러!!
—방금 질질쌌다;; 홍민준 진짜 미친거냐
—와… 씨발 보면서 감탄밖에안나오네
채팅창이 미친듯이 올라가는걸 지켜보던 해설진의 시선이 카메라 밖, 작가진을 향했다.
마침 기록을 찾아냈는지 황급히 휘갈겨 쓴 글자가 화이트 보드에 적혀있었다.
“홍민준 선수! 또다른 기록을 세웁니다! 경기 시작 5.9초만에 골을 기록하며 유럽 리그 최단 기록인 6.2초를 뛰어넘었습니다!!”
* * *
“이런 미친놈! 진짜 성공시키냐!!”
“으아아아!! 뮌헨을 상대로 골이라니!! 미쳤다!!”
도서관이 된 알리안츠 아레나의 관중석을 응시하며 조깅하던 나를 막아선 것은 동료들이었다.
괴성을 내지르며 온 몸을 덮친 동료들이 진정한 것은 곧이어 울리기 시작한 야유 소리가 알리안츠 아레나를 뒤흔들 무렵.
수만의 관중들이 일제히 야유하는 압박감에 주심마저 어서 제자리로 돌아가란 신호를 보내온다.
“선제골 넣었으니까 지키자. 뮌헨을 상대로 이겨야지.”
“좋아. 우리가 최강팀을 무너뜨리는거야!”
다행히 선제골의 흥분에 취한 동료들은 관중의 야유에도 불구하고 전의가 불타오르는 듯 했다.
불과 몇 분 만에 다시 중앙선에 놓인 공.
이번에 선축을 가져가는 것은 뮌헨이었다.
고요하게 가라앉은 뮌헨 선수들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
‘…힘들겠는데.’
그리고 다시 시작된 경기는 분노한 뮌헨의 독무대였다.
수만 관중의 응원을 업은 뮌헨 선수들은 거세게 우리 팀을 몰아붙였다.
뮌헨전을 대비해 주구장창 연습했던 수비 진영을 갖춘 우리 팀은 사실상 5-4-1 진영이 되어 맹렬하게 몰아붙이는 뮌헨에 맞섰다.
평소 수비 가담을 거의 하지 않는 나조차 라인을 끌어올려 후방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하는 상대 센터백들을 압박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닐 정도로.
뮌헨은 뮌헨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압도적인 개인 능력과 수준 높은 부분 전술로 끊임없이 골문을 노리는 뮌헨의 공격에 몇 번이고 골과 다름없는 장면이 지나간다.
골대를 때리거나 미세하게 스쳐지나간 것만 5번.
수비진의 헌신적인 허슬 플레이에 아슬아슬한 순간이 연이어 지나가고, 들어갈 것 같으면서 들어가지 않는 상황에 뮌헨 선수들의 움직임이 조급해졌다.
전반 37분.
격렬한 공세만큼 격정적으로 움직인 뮌헨 선수들조차 체력적으로 지쳐 집중력이 떨어졌을 때 쯤.
다시 한 번 결정적인 찬스가 발생했다.
진즉에 하프 라인을 넘어 우리 진영으로 들어온 뮌헨 센터백이 툭툭 공을 밀며 안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무너질 것 같으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우리 팀의 수비에 답답함을 느낀 듯 더욱 전진하려는 움직임.
아무리 웅크리고 있다지만 뮌헨 센터백이 하프 라인을 훌쩍 넘어 드리블을 치고 오는 건 선 넘었지.
재빨리 압박에 들어갔지만 가벼운 턴으로 나를 벗겨낸 녀석이 순식간에 치고 나간다.
‘젠장!’
이를 악물고 뒤를 쫓았지만, 한 번 치고 나갔던 녀석은 이미 날카롭게 측면을 파고드는 막심 마이어를 향해 쓰루 패스를 뿌린 직후.
공을 이어받은 막심 마이어는 앞을 막아서는 2명의 아군 선수를 가벼운 2:1 패스로 벗겨냈다. 위기감을 느낀 주장 알렉산더 마이어가 재빨리 붙으려고 하자 곧장 크로스를 자세를 취하는 녀석.
주장이 태클을 걸었지만 막심 마이어의 페이크였다.
연이은 압박이 실패하자 패널티 박스 좌측면이 순간적으로 텅 비었고, 뮌헨의 미드필더 안드레 호프만이 적절하게 파고드는 곳을 향해 그대로 패스, 달려오던 안드레 호프만이 그대로 슛팅으로 연결한다.
뻥!!
가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강렬한 슛팅이 터진 순간, 태클 후 균형을 잃었던 주장이 엉금엉금 기어 얼굴로 슛팅을 막아냈다.
퍽!
공에 맞은 얼굴이 젖혀지며 피가 터지고, 일순 모든 선수가 움찔하는 그 순간.
‘기회다!’
얼마나 강렬한 슛이었던지 주장의 얼굴을 맞아 굴절된 공이 하프 라인 너머로 향한다.
주장이 걱정되지만 주심이 휘슬을 불지 않은 한 인 플레이 상황. 전력으로 그라운드를 박찼다.
슛팅에 얼굴을 맞아 피가 터진 강렬한 시각적 효과에 모두가 정신이 팔린 그 짧은 순간, 날 마크하는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상황을 눈치챈 뮌헨의 골키퍼가 패널티 박스를 벗어나 달려오고, 하프 라인 너머 뮌헨 진영에 떨어진 공이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최종 수비 라인마저 하프 라인을 넘어 뒤가 텅 빈 만큼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패널티 근처까지 나와있던 뮌헨 골키퍼의 날카로운 판단이었지만,
“안 돼!!”
내가 더 빨랐다.
뒤늦게 몸을 돌려 골대를 향해 전력질주하는 뮌헨의 골키퍼를 보며 그대로 슛팅으로 연결했다.
35~40M의 장거리 슛팅은 필사적으로 달려가는 뮌헨 골키퍼를 지나쳐 그대로 골망을 뒤흔들었다.
2번째 골이었다.
“…프랑크푸르트의 골입니다.”
정적에 휩쌓인 알리안츠 아레나, 소수의 원정팬들이 광분하는 사이로 장내 아내운서의 떨리는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라운드를 가로지르며 포효하는 내 뒤로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흔들리는 골문을 바라보는 뮌헨 선수들이 보인다.
* * *
“골!! 또다시 골입니다!! 홍민준 선수, 대체 얼마나 무시무시해진건가요!! 뮌헨을 상대로 2골을 기록하는 홍민준입니다!!”
“이야! 아주 침착하고 기술적인 골입니다. 2골 모두 너무나 아름다운 골이었습니다!!”
—키야ㅑㅑㅑㅑ
—주모 쌰따내려!!
ㄴ주모 행복사ㅋㅋㅋ
—엄마난커서홍민준이될래요!!엄마난커서홍민준이될래요!!엄마난커서홍민준이될래요!!
—와 ㄹㅇ미친놈인데? 뮌헨 상대로 전반전에 2골을 박네;;
ㄴ이새끼는 진짜다… ㄹㅇ개잘해
—님들그거암?지금홍민준득점1위임ㅋ
ㄴ득점왕가나!?
ㄴ미친넘들;; 아직 첫경기도 안한 팀이 수두룩하다;;
미친듯이 폭주하는 한국의 반응과 달리, 수도없이 공격하다 한 번의 실수로 골을 먹힌 충격이 컸는지 전반 남은 시간 뮌헨 선수들은 무기력했다.
그리고 시작된 후반전.
예상대로 시작부터 거세게 몰아치는 뮌헨의 공세.
그리고 아주 가끔 찾아오는 역습 기회마다 막심 마이어와 맞붙었다. 때로는 녀석을 이겨내고 위협적인 기회를 만들기도 했고, 더러는 녀석에게 막혀 애꿎은 그라운드를만 걷어차길 반복하다보니 월드 클래스 수비수의 수준을 여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역시 힘들다.’
신체 능력을 올렸음에도 막심 마이어는 나보다 살짝 더 빠르고, 훨씬 몸싸움을 잘하며, 제공권을 압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각의 속도가 달랐다.
매 순간 선수가 접하는 무수한 선택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골라내는 막심 마이어는 내가 상대한 수비 중 가장 까다롭고, 귀찮고, 힘든 상대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할만해.’
신체 능력도, 판단력도 밀린다.
내가 녀석보다 뛰어난건 테크닉 부분뿐이지만 그럼에도 할만하다.
전후반을 합쳐 막심 마이어와 몇 번을 대결했는지 모르겠다. 6번? 7번? 어쩌면 10번은 될수도.
녀석과의 대결에서 승률은 3~4할.
그러나 공격수와 수비수는 계산이 다른 법.
10번 중 3~4번의 공격을 성공시켰다는건, 심지어 동료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롯이 개인 능력만으로 뮌헨의 주전 풀백을 뚫어내며 위협적인 기회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내 성장을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엄청나게 성장했군.”
후반 30분이 지나 모두가 지쳐 소강 상태가 됐을 무렵.
저 멀리 뮌헨 선수들이 천천히 공을 돌리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내 곁을 서성이던 막심 마이어가 툭 말을 걸어왔다.
“물론. 더 성장. 앞으로.”
그간의 노력으로 듣고 해석하는건 유창해졌지만 아직 말하는건 어설펐다.
그래도 영 이해못할 수준은 아니니 일상회화 정도는 문제없지만.
“작년과 너무 달라. 유망주니 성장했을거라 가정하고 대비했는데, 내 예상보다 훨씬 뛰어나군.”
“감사.”
“독일어도 꽤 잘하고.”
뜬금없는 칭찬에 왜 이러나 싶었는데 막심 마이어가 씩 웃는다.
“곧 같이 뛰겠군.”
“……??”
나까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며 안티 풋볼 수준의 방어전을 펼쳤지만 뮌헨의 저력은 놀라웠고, 끝내 만회골을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결과는 2:1.
기적이 일어났다.
2033시즌 분데스리가 1라운드.
뮌헨은 개막전 홈에서 승격팀을 맞아 패배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