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23)
123
뮌헨전의 승리는 팀의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열의는 있되 자신감은 부족하던 팀이 단 한 번의 승리로 자신감마저 채워버린 것.
경기 이후 감독님부터 선수단, 심지어 구단 직원까지 모두가 자신감 뿜뿜인 상태였지만… 솔직히 난 뮌헨과의 경기 후 약간 충격을 받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한 것이 착각이었으니까.
역시 월클의 벽은 높았으니… 경기 결과는 2:1 승리였지만 뮌헨 선수들과 맞부딪히며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특히 막심 마이어.
포지션 상 끊임없이 맞붙었던 그 녀석과의 대결은 진정 세계적인 수비수가 얼마나 뛰어난지 일깨워줬다.
겉으로만 보면 내 승리처럼 보인다.
팀의 승리를 이끈 2골을 모두 넣었으며, 첫 골은 무려 막심 마이어를 농락하며 골을 기록하지 않았나.
그러나 녀석과 몇 번이고 붙어본 나는 알 수 있다.
내가 자신하던 테크닉을 제외하면 모든 게 녀석보다 부족했음을.
테크닉은 확실히 내가 더 뛰어나다.
하지만 그것조차 엄청난 격차라고 말할 순 없다. 어림짐작으로 4~6스탯 차이?
그나마 테크닉을 제외하면 다 열세다.
신세 능력?
경기 초반.
한 골을 먹혔음에도 뮌헨은 주눅들지 않고 적극적으로 라인을 높여 공격에 임했다.
어떻게든 만회골을 넣기 위해 공격에 급급했을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막심 마이어의 커버력을 믿었던 것 같다.
실제로 막심 마이어는 성공적으로 날 막으며 그 믿음을 증명해냈다.
뻥 뚫려있던 뮌헨의 뒷공간으로 기적처럼 날아온 아군의 패스.
기다리던 상황에 전력 질주를 시작하니 막심 마이어가 곧장 붙어오며 속도 경쟁이 시작됐다.
속도에는 자신이 있던터라 그대로 달리는데… 밀렸다.
남들기 보기엔 어깨 싸움에서 밀려 넘어진걸로 보였을거다.
내 몸싸움 능력이 부족한 건 널리 알려진 약점이고, 이전부터 종종 부족한 경합 능력을 만회하기 위해 파울을 유도하려고 부러 맛깔나게 자빠지곤 했으니까.
하지만 그땐 달랐다.
그땐 정말 파울 유도를 위해 자빠진게 아니라, 속도 경쟁에서 밀린다는 걸 깨닫고 어쩔 수 없이 파울 유도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넘어진거였다.
아마 막심 마이어도 느꼈을거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어깨를 나란히 하고 속도 경쟁을 하던 우리는 알 수 있었다.
대등하게 달리는 것 같아도 녀석이 더 빠르다는걸.
결국 끝까지 속도 경쟁을 했다면 녀석이 공을 잡았을 거라는걸.
그나마 속도는 조금이지, 몸싸움이나 제공권으로 가면… 여기서부턴 명백하게 밀린다.
하지만 무엇보다 녀석에게 밀렸던 건… 판단력.
생각의 속도, 정확성, 축구 지능… 무엇이라 부르던 선택의 순간마다 빠르게 최선의 선택을 내리던 막심 마이어의 플레이는 그야말로 벽이었다.
지금까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공격수는 무수한 기회 중 1~2번만 성공해도 된다. 수비수가 8~9번 잘하다 1~2번 실수해도 욕먹는것과는 다른, 포지션의 차이.
하지만 단 한 경기지만 1부 리그에서 뛰며 느꼈다.
앞으로 나에게 많은 기회가 오지 않음을.
10번 시도해서 1~2번 성공하면 된다?
과연 우리팀이 10번이나 되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한 경기에서 기껏해야 3~4번… 많아도 6~7번의 기회를 만들어주면 다행이다.
10번 중 1~2번의 성공이란 건, 결국 10번의 시도가 있음에 성공하는 것인데 기회가 5~6번이면?
이제 나는 보다 적은 기회에서 공격을 성공시켜야 한다.
약팀에서 뛰는 이상 어쩔 수 없는 부분.
상대가 뮌헨이니까 더더욱 크게 느껴졌을 뿐, 다른 팀과의 경기에서도 이렇진 않겠지.
중위권 팀을 상대로는 여전히 10번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뮌헨을 상대한 이상, 내 기준의 한계는 뮌헨에 맞춰져버렸다.
중위권 팀을 기준으로 해봐야 성이 안 찬다.
내 목표는 축구계 정점.
중위권 팀 따위를 기준으로 삼을 수 없으니까.
그나마 천재성 덕분인지 이번 뮌헨전 엄청난 활약을 펼쳤지만 다음에 다시 붙는다면… 솔직히 막심 마이어를 뚫어낼 자신이 없다.
적어도 지금은.
서로 팀이 바뀐 상황이라면 동료들의 도움과 무수한 기회를 살려 이길 수 있겠지만, 그것도 아니잖은가.
‘월드컵을 대비해서 포인트를 모아야 하지만… 모으기만 하기엔 아직 부족해.’
반은 모으되, 나머지 반은 신체 능력 위주로 투자하면서 정신 스탯을 올리자.
신체 능력은 한 번에 올리기 힘들다. 어제까진 이 정도 속도로 뛰던, 혹은 이 정도 몸싸움, 점프력이던 선수가 다음날 확 달라지면 얼마나 이상할까.
그러니 신체 능력은 평소에 조금씩, 시간을 들여가며 천천히 올려야한다.
마침 갑작스레 키가 크고 난 후, 신체에 적응되면서 기록이 좋아졌다는 변명을 하기에도 적합하니까.
그리고 정신적인 부분은 이번엔 월클 선수와 붙으면서 깨달았다.
1류 선수, 월드 클래스 선수가 되기 위해선 필수다.
아무리 테크닉이 좋고, 아무리 빠르고 강해도 소프트웨어가 3류면 될 것도 안 된다.
이번 시즌 포인트 분배 계획을 세웠으니 남은 건 실행 뿐.
포인트 잔뜩 모아야지.
* * *
33/34 시즌은 월드컵을 대비하여 평소보다 일찍 시작했다.
올해 분데스리가의 개막일은 8월 9일. 약 2~3주 빠른 개막 일정이었음에도 6월 중순에 열리는 월드컵을 대비해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8월 9일 뮌헨전을 시작으로 약 20일 간 리그 4경기, 포칼컵 64강을 치뤄야 했으니까.
평균 5일 간격으로 치뤄진다 생각하면 견딜만한 것 같지만 일정이란 게 그렇게 딱딱 평균치로 끊어지는게 아니다보니, 어떤 경기는 3~4일 쉬고 뛰어야하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리그 2라운드와 3라운드 사이 포칼컵 64강이 끼어있을 땐 11일 사이 3경기가 몰려있어서 감독님이 로테이션 고민 좀 하셨지.
그나마 포칼 64강 상대가 3부 리그 만하임이었기에 로테이션이 용이해서 망정이지, 1~2부 팀이 상대였으면 난감했을거다.
당장 작년에 우승한 대회를 시작부터 포기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리그를 포기하는건 더더욱 안 될 말이고.
다행히 내 활약과 열의에 불타는 선수들의 선전으로 8월 우리팀의 전적은 리그 5경기 3승 1무 1패에 포칼 32강 진출.
나는 리그 5경기 모두 선발 출장하여 8골 1어시로 훌륭한 활약을 이어갔다.
뮌헨전의 2골을 시작으로 그 다음 상대인 마인츠전 1골 1어시, 3라운드 상대인 SC 프라이부르크 상대로 1골, 5라운드 상대인 VfL 볼프스부르크를 상대로 2골을 기록하며 꾸준한 활약을 보여줬다.
한 번 폭발적으로 반짝했다 잠수타고, 다시 반짝하는 기복있는 플레이가 아니라는 건 고무적이지만 동시에 역시 1부는 1부구나 하는 것도 느꼈다.
‘포인트 팍팍 쓰고 싶다…’
월드컵을 대비하기 위해 모으는 포인트… 이거 그냥 써버릴까 하는 고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온다.
역시 절대적인 획득량이 부족해. 어디 좋은 여자 좀 없나.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주목도가 올라가서 아무 여자가 건드릴수가 없게 됐다.
유명해지니 이게 또 문제네.
어떻게해야 (예쁘고, 입 무겁고, 포인트 많이주는)여자를 따먹을 수 있을까.
일단, 그런 여자를 찾는것부터 문제다. 여자가 있어야 작업을 거는데, 이건 뭐 여자를 만날 시간도, 기회도 없으니.
근데 포인트 많이 주는 여자의 조건은 뭘까…?
심오한 고찰을 하고 있을 때,
“시작한다!!”
“홍, 홍! 뭐하고 있어! 추첨 시작했어!!”
양 옆의 호들갑에 모처럼의 진리탐구를 방해받았다.
치차로와 브루노의 호들갑이 전염됐는지 옹기종기 모여있던 선수단이 떠들썩해진다.
평소엔 영상 분석실로 쓰는 커다란 빔프로젝트가 있는 방.
선수단은 물론이고 코칭 스탭에 일부 구단 임원까지 모여 보고있는 것은,
“B조에 포트1의 리옹이 들어갑니다.”
바로 유로파 리그 본선 조별리그 추첨식.
챔피언스 리그 다음으로 저명한, 진정한 유럽 대항전 대회답게 축구 좀 본 사람이라면 알만한 쟁쟁한 이름의 구단이 즐비했다.
“근데 왜 조별리그에도 본선이 있어?”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감독님이 대답해주었다.
“워낙 참가팀이 많으니 그렇지.”
유로파 리그는 참가팀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유럽의 국가가 몇 개고, 리그가 몇 갠가.
나름 유럽 대항전인데 주요 리그로 꼽히는 5대 리그, 혹은 상위권 리그만 참여할 순 없는 노릇아닌가.
당연히 라이트한 축구팬이라면 들어본 적도 없는 군소 리그마저 참가하니, 정말 엄청나게 참가 팀이 많을 수밖에.
무시하자니 유럽의 일원이자 군소 리그 우승팀들이고, 주요 리그팀들과 붙이자니 대중에게 어필이 안 된다.
당장 면면을 보자.
프로타트리마 A 카티고리아스의 우승팀 AC 오모니아, 메이스트릴리가Meistriliiga의 우승팀 FC 플로라, 아르메니아 프리미어 리그Armenian Premier League의 우승팀 FC 알라슈케르트, 지브롤터 내셔널리그의 우승팀 링컨 레드 임프스 FC.
각자 키프로스, 에스토니아, 아르메니아, 지브롤터 리그의 우승팀이지만 누구도 관심이 없다.
평생 들어본적도 없는 팀들인데, 이들과 경기한다고 누가 관심을 가지겠는가.
유로파 리그의 주요 시청자, 주요 스폰서, 주요 마케팅 층인 잘 사는 유럽인들과 아시아인들에게 그야말로 듣보잡에다 경기력도 주요 리그에 비해 너무너무 부족하니 본선에 진출해봐야 경기력으로도, 마케팅으로도 쓸모가 없다.
그래서 유로파 리그에 진출한 군소 리그 팀들은, 자국 리그에서 우승했음에도 남들은 아직 여름 휴가를 즐기거나 이제 막 프리 시즌 훈련에 소집중인 7월 말에서 8월 중순에 예선전을 치룬다.
특이하게 1~2차 예선없이 곧바로 3차 예선으로 시작하는 유로파 리그 구조상, 이렇게 군소 리그 팀들끼리 3차 예선과 플레이오프를 거쳐 진정한 ‘본선’ 조별예선에 진출하는거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3차 예선은 챔피언스 루트와 메인 루트, 플레이오프로 나누어진다.
여기에 주요 리그의 5~7위 팀들, 혹은 빅리그와 군소 리그의 가운데 위치한 어정쩡한 리그의 팀들, 이를테면 터키나 그리스, 스코틀랜드나 동유럽 리그 팀들이 합류해서 예선전을 치룬다고 하니… 정말 쓸데없이 복잡한게 유로파 리그다.
유럽의 그 많은 나라, 리그 모두를 참가시키려다 발생한 폐해라고 할까.
다행히 우리 팀은 UEFA가 평가하는 리그 협회 순위 5위 안에 드는 빅리그의 국내 컵대회 우승팀 자격으로 곧바로 본선 조별리그에 합류해서 이런 일정을 거치지 않았다.
‘다행이다 진짜. 쓸데없이 일찍 소집되서 어디 라트비아 리그 우승팀이랑 경기해봐야 4골을 넣든 5골을 넣든 누가 알아주겠어.’
그쪽 팀에겐 야속한 말이지만 제대로 된 프로 수준도 아닌 세미 프로 수준의 팀을 상대로 골 폭격을 한들 그게 무슨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된다고.
괜히 남들보다 일찍 시즌을 시작해서 중간에 퍼지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역시… 이래서 사람은 큰 물에서 놀아야 돼. 내년엔 꼭 챔스에서 뛰어야지.’
잡생각을 하며 멍하니 추첨을 지켜보고 있는데 드디어 우리팀 로고가 등장했다.
붉은 독수리가 속한 곳은 D조.
‘D라… 우리 엘레나랑 희연 누나 사이즈잖아. 운이 좋군.’
참고로 하린이는 E다.
역시 대단해.
“프랑크푸르트! D조에 속합니다!”
붉은 독수리 로고의 위아래로 낯익은 로고가 자리를 선점하고 있었다.
‘왕관에 붉은 방패네. 뭐지? 어디서 많이 본 로곤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