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24)
124
D조를 비추는 화면이 확대된다.
1포트에서 D조 최상단으로 넘어온 노란 왕관에 붉은 방패 문양의 로고.
“젠장! 모나코잖아!”
어째 낯이 익다 싶었는데… 프랑스 출신 체력 코치의 탄식에 그제야 떠올랐다.
프랑스 남부의 작은 공국 모나코를 연고지로 하지만 정작 프로 리그는 프랑스의 리그1에 참여하는, 명목상 다른 나라 리그에 참가하는 독특한 정체성의 구단.
AS 모나코였다.
“이런… 하필 모나코라니.”
포트1의 많은 팀들 중 상대하기 껄끄럽기로 3손가락 안에 꼽히는 팀이 모나코다.
연고지인 모나코 공국 특유의 세제 혜택과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선수를 다수 보유한 강팀.
만나도 상위 라운드에서 만났으면 했는데, 까다로운 팀이 걸렸네.
만만찮은 상대에 애써 분위기를 추스르고 있는데,
“어, 어어?”
D조에 또 한팀이 추가됐다.
“갈라타사이!”
이쪽의 분위기 따윈 모른 채 화면 너머 진행자가 경쾌하게 외친다.
D조의 빈 공간에 추가되는 로고.
“…망할. 튀르크 원정이냐.”
터키의 갈라타사이가 추가됐다.
그리고 마지막, 포트4 노르웨이의 로센보르그가 추가되며 D조 조 추첨이 마무리됐다.
—D조—
AS 모나코
프랑크푸르트
갈라타사이
로센보르그
즐겁게 시작했던 추첨식 관람은 그렇게 우중충한 분위기로 끝났다.
* * *
『막을 올린 유로파 리그 본선!』
「8월 29일 진행된 유로파 리그 본선 조별예선 조 추첨식. 포트1에서 포트4까지, 32개 팀이 참가한 조 추첨식이 성황리에 끝났다.
A조 라치오, 마르세유, 스탕다르 리에쥬, 앤트워프
.
.
.
D조 AS 모나코, 프랑크푸르트, 갈라타사이, 로센보르그
.
.
.」
『AS 모나코를 상대하게 된 프랑크푸르트』
「홍민준(21)이 뛰는 프랑크푸르트가 AS모나코, 갈라타사이, 로센보르그와 한 조가 됐다. 일각에선 죽음의 조라는 평가를 받는 D조. 과연 정말 죽음의 조일까?
한 때 공격적인 투자를 보여주던 AS 모나코는 주춤한 모양새다.
리그1의 절대 강자로 등극한 PSG에 밀리고, 전통의 명문 릴과 마르세유에 치이는 신세로 전락한 모나코.
그러나 여전히 연고지 모나코 공국의 세법이 적용되는 AS 모나코는 강력한 세제 혜택으로 실질 세율이 낮아 좋은 선수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무시못할 강팀이다.
AS 모나코의 대표적인 선수라면 첼시에서 뛰었던 베테랑 미드필더 알렉스 리차드와 레알 마드리드 출신의 ‘철벽’ 몬티나 알바로.
각각 중원과 수비를 대표하는 뛰어난 커리어의 선수들로 30대 중반의 나이가 무색하게 맹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반면, AS 모나코의 약점은 출중한 아래 라인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공격진.
그러나 ‘알렉스 리차드’와 ‘몬티나 알바로’의 네임벨류가 워낙 높을 뿐, 모나코의 공격진은 실속있는 선수들로 채워져있다.
홍민준이라는 강력한 창을 가진 프랑크푸르트와 알렉스 리차드, 몬티나 알바로라는 철벽을 보유한 모나코의 경기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 될 전망이다.
과연 홍민준이 모나코의 수비를 뚫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한편, 터키의 명문 갈라타사이와 노르웨이의 복병 로센보르그도 D조에 속하며 프랑크푸르트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유로파 리그 조 추첨식 직후 대대적으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한국에서 엄청나게 기사가 쏟아졌는데, 올해 유럽 대항전에 진출한 한국 선수가 나와 윤혁 선배밖에 없어서 그런 듯 싶다.
윤혁 선배가 뛰는 함부르크가 간신히 유로파에 합류하는데 성공한 반면, EPL에서 뛰는 두 선배의 팀은 모두 유럽 대항전 진출에 실패하며 언론의 관심이 이쪽으로 쏠린 것도 있다.
추첨식이 끝난 직후부터 지구 반대편에서 홍민준이 죽음의 조네, 윤혁네 조가 더 어렵네 갑론을박을 벌이던 사람들의 난상토론을 끝낸 것은,
“홍민준 이어받습니다! 치차로의 결정적인 패스!!”
“마르틴 포사가 가로막, 뚫렸습니다! 홍민준 슈우우웃!! 골!! 골입니다!!!”
유로파 리그 추첨식 바로 다음날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경기.
한때 게겐프레싱이란 전술 트렌드를 유행시킨 명장 위르겐 클롭 감독의 지도 아래 분데스리가의 절대강자 뮌헨을 위협하는 2인자로 우뚝 올라섰던 도르트문트는 많은 부침을 겪었다.
아무리 뮌헨을 위협한다지만 결국 2인자에 불과하니, 네임벨류는 물론이고 자금력에서도 밀리는 도르트문트는 끊임없이 뛰어난 선수를 빼앗겨왔다.
새롭게 떠오르는 분데스리가의 강자 라이프치히와 전통의 라이벌 샬케 같은 팀들이 치고 올라오며 이제는 2인자 자리도 흔들리는 도르트문트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분데스리가의 강팀.
작년에도 리그 2위를 기록한 강팀답게 이번 프랑크푸르트와의 경기 예측은 도르트문트의 우세로 점쳐졌고, 실제로 경기 시작 11분 만에 선제골을 넣으며 압도적인 승리로 끝날 것 같았던 순간.
겨우 선제골이 터진 2분 후, 공을 잡은 프랑크푸르트 미드필더 치차로의 도르트문트 진영을 꿰뚫는 예술적인 쓰루 패스를 받은 홍민준이 곧바로 만회골을 터뜨렸다.
“아~ 치차로 선수의 뒷공간을 뚫는 패스가 예술이었네요.”
“순간적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홍민준 선수를 잘 봤죠. 아무 좋은 호흡이었습니다.”
“마치 예전 손흥민 선수를 보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습니다.”
리플레이를 보며 해설진이 연신 감탄을 터뜨렸다.
그 시절, 손흥민이 양봉업자로 불리며 ‘노란 유니폼’팀을 양학하던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뒷공간을 텅텅 비워놨기 때문이 아닌가.
위르겐 클롭 감독이 떠난지 벌써 10여 년.
그간 많은 감독이 도르트문트를 거쳐가며 ‘게겐프레싱’의 색체는 옅어졌지만 여전히 도르트문트는 강력한 전방 압박과 높은 수비 라인으로 유명한 팀이었고, 이를 통해 프랑크푸르트 수비진의 패스를 가로채 선제골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높은 라인이 이번엔 독으로 작용, 넓은 뒷공간을 파고든 치차로의 멋진 패스와 홍민준의 침투에 실점을 하고 말았다.
“게다가 홍민준 선수를 막아서던 마르틴 포사 선수가 너무 성급했습니다. 홍민준 선수의 발재간은 정평이 나있거든요? 동료의 지원을 기다리며 시간을 끌어야 했는데, 섣불리 발을 뻗고 말았습니다.”
“치차로 선수의 패스와 홍민준 선수의 순간 침투, 돌파력이 돋보인 합작 골이네요. 두 선수, 점점 호흡이 맞아들어가는 것 같죠.”
“벌써 리그 9호골입니다. 리그 득점 선두를 공고히 하는 멋진 만회골!”
유럽 주요 리그의 득점왕이라니.
이 얼마나 달콤한 말인가.
해설진들이 싱글벙글 웃으며 칭찬을 이어갔다.
“홍민준 선수 기세가 심상치 않아요. 작년에도 2부 리그지만 고작 반 시즌을 뛰고 득점왕에 오르지 않았습니까? 올해도 시작부터 뮌헨을 상대로 2골을 기록하며 발끝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는데요, 오늘 도르트문트전을 마치고 바로 유로파 리그 조별예선 1차전 모나코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홍민준 선수 커리어 첫 유럽 대항전 무대죠. 모나코의 수비진이 탄탄하다지만 뮌헨과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골을 넣은 홍민준 선수라면 기대할만 하지 않겠어요? 하하.”
넓은 뒷공간을 공략한 프랑크푸르트에 의해 실점했음에도 도르트문트는 결코 라인을 내리지 않았다.
강렬한 전방 압박으로 후방 빌드업 자체를 봉쇄하고 연신 프랑크푸르트를 두드리며 전반이 끝났고, 후반전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즈음.
“아… 잘 막아내던 프랑크푸르트였는데, 결국 실점하고 맙니다.”
“도르트문트의 화력이 강하네요. 지치지 않고 끊임없는 전방 압박으로 프랑크푸르트의 빌드업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있어요.”
어정쩡하게 공을 돌리던 프랑크푸르트 선수의 패스를 중간 차단, 곧바로 재역습으로 골을 기록한 도르트문트.
그러나 이번에도 똑같이,
“게오르그 슈테판, 홍민준을 놓쳤습니다! 빨라요, 빠릅니다!!”
“달립니다 홍민준!!! 슛팅!! 아, 골키퍼의 펀칭… 알베르토 몬디!!”
“골!! 펀칭에 의해 튀어나온 홍민준의 슛을 알베르토 몬디가 결정짓습니다!!”
* * *
“다들 잘 봤나?”
어두운 실내, 유일하게 빛을 발하는 대형 TV에서 편집된 경기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프랑크푸르트는 아마 우릴 상대로 뮌헨이나 이번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보여준 전술을 들고 나올거다. 전력상 확연한 열세일 때 이들이 취하는 방식은 극단적인 수비에 이은 역습.”
모나코의 감독 칼 헤센은 영상을 조작해 몇 가지 장면을 화면에 띄웠다.
“시작시 포메이션은 4-3-3이지만 수비시 5-3-2 혹은 5-4-1 형태를 취하며, 공을 탈취하면 곧장 측면의 빈 공간으로 롱패스를 뿌리지.”
이어 재생되는 화면은 뮌헨과 도르트문트의 실점 장면들.
“이는 전적으로 이 선수, 홍민준을 활용한 카운터 어택이다. 보다시피 빠르고, 테크니컬하지. 위협적인 선수야.”
화면에서 뿜어지는 빛으로 얼굴에 짙은 음영이 진 모나코의 핵심, 알렉스 리차드가 씩 웃었다.
험상궂은 인상에 빡빡머리, 덥수룩한 수염을 한 음영진 얼굴에 어린 웃음에 감독조차 흠칫할 정도.
“제가 막죠.”
“빌드업에 참여하면서 마크까지 할 수 있겠나?”
“당연하죠.”
덥수룩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알렉스 리차드는 말했다.
“이런 놈은 제 전문아닙니까. 걸어서 나가지 못하게 아주 담가버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