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25)
125
2033. 09. 04. 일요일.
모나코Monaco 스타드 루이 2세Stade Louis II.
유로파 리그 본선 조별예선 1차전
프랑크푸르트(4-3-3) vs AS 모나코 FC(4-4-2)
GK 게롤트 노아크 / GK 알렉스 소자
RB 파비안 피들러 / RB 호세바 이야라멘디
CB 알렉산더 마이어(C) / CB 아시에르 살두바
CB 카를 하이츠만 / CB 몬타나 알바로(C)
LB 브루노 / LB 크리스티안 메르노
DM 할리드 불라루즈 / RM 카를로스 페어만
CM 치차로 / CM 알렉스 리차드
CM 세르게이 바르비레즈 / CM 아이헨 메뇨즈
RW 알베르토 몬디 / LM 존 스톤스
WLF 홍민준 / SS 안데르 게레라
CF 도날드 쿡 / CF 로빈 노반
“프랑크푸르트 대 AS모나코, 유로파 리그 조별예선 1차전이 진행되는 이곳은 모나코의 홈구장 스타드 루이입니다.”
“양 팀 모두 전력의 누수없이 전력으로 나왔는데요. 사전 인터뷰에서 칼 헤센 감독이 홍민준 선수를 콕 지목했죠?”
“네, 그렇습니다. 홍민준 선수를 프랑크푸르트 공격의 핵심이라 말한게 화제가 되었는데요. 중요한 건, 홍민준 선수를 추켜세우면서도 막을 수 있다 자신감을 피력했습니다.”
캐스터와 해설위원이 말을 주고받는 사이 오프닝이 끝났다.
분분히 자리로 돌아가는 양 팀 선수들.
이윽고 시간을 확인하던 주심이 휘슬을 입에 문다.
“네, 경기 시작합니다!”
“왼쪽이 프랑크푸르트, 오른쪽이 AS 모나코입니다. AS 모나코의 선축으로 시작된 경기, 모나코 차분히 후방에서 볼을 돌립니다.”
4-4-2 진영으로 나선 모나코의 중앙 공격수 로빈 노반의 패스를 받은 안데르 게레라가 뒤로 패스를 보낸다.
공을 받은 레알 마드리드 출신의 ‘철벽’ 몬타나 알바로가 멈춰서서 주변을 둘러보다 오버래핑에 나선 좌측 풀백 크리스티안 메르노에게 공을 연결하고, 그대로 치고 나간 메르노가 얼리 크로스를 올린다.
“한 박자 빠른 크로스! 정확히 패널티 박스를 향합니다!”
“로빈 노반과 알렉산더 마이어의 헤딩 경합!”
나란히 뛰어오른 두 사람의 머리에 빗겨맞은 공이 튕겨나오고, 바닥을 구르는 세컨볼을 잡은 건 프랑크푸르트의 수비형 미드필드 할리드 불라루즈였다.
아군이 공을 잡자마자 프랑크푸르트의 공격진 삼인방이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상대 진영을 향해 튀어나가고,
“홍!”
할리드 불라루즈는 약속된 패턴 플레이에 맞춰 그대로 좌측 측면을 향해 길게 패스를 보냈다.
때마침 좌측 풀백이 오버래핑하며 공간이 생긴 모나코의 좌측면을 파고드는 홍민준을 향해.
“어! 좋은 기회입니다!! 오버래핑 한 모나코의 왼쪽 수비수가 아직 복귀하지 못 한 가운데, 홍민준을 향한 좋은 패스!”
“이거죠! 이게 무섭다고 정평이 난 프랑크푸르트의 역습이죠!!”
“아… 빈 공간을 왼쪽 미드필더로 출장한 존 스톤스가 막고 있습니다.”
라인을 타고 파고들려던 홍민준이 존 스톤스를 등지고 공을 받았다.
이어지는 몸싸움. 신장은 비슷해도 몸 두께부터 다른 존 스톤스의 강한 압박에 홍민준이 휘청였다.
“경합은 안 되죠! 빠져나와야 합니다!”
“아, 프랑크푸르트 선수들 움직임이 둔해요. 빨리 공을 받아주러 가야지 뭐하나요!”
존 스톤스의 강한 압박에 위태롭게 휘청이면서도 결코 공을 빼앗기지 않던 홍민준이 순간적으로 빙글, 턴 동작으로 압박에서 벗어났다.
힘껏 밀던 상대가 사라진 존 스톤스가 휘청거리고, 홍민준의 앞에 탁 트인 공간이 드러났다.
“환상적인 탈압박!!”
“이거죠! 이거에요!! 달리나요 홍민— 어, 어어?”
홍민준이 그대로 달려나가려던 순간, 벼락같이 나타난 알렉스 리차드가 강력한 차징을 가해왔다.
달려오던 기세 그대로 몸을 부딪친 충격에 넘어지는 홍민준의 모습에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였다.
“파울! 이건 반칙이죠!!”
“그렇죠! 심판이 휘슬을 붑니다! 카드가 나오나요… 어? 뭐죠? 그냥 넘어가는 것 같은데요?”
바닥에 넘어진 홍민준이 억울한 표정으로 양 손을 벌리지만 주심은 무심한 표정으로 일어나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ㅅㅂ 저새끼 뭐냐
—축구개더럽게하노;
—와꾸도 깡패같은게 하는짓도 깡패네ㅋㅋㅋㅋ
ㄴ진짜 인상 개더러움ㅋㅋㅋㅋ
—아니 저거 진짜 카드아님? 달려와서 걍 갖다박는데??
화르륵 불타오르는 채팅창.
그때 차징을 가했던 알렉스 리차드가 미안한 표정으로 홍민준에게 손을 내밀었다.
—양심은있네
ㄴ저 지랄하고도 미안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지
—진짜 미안한가보네 표정이 “진짜”인걸?
ㄴ니 말투가 “진짜”다 씨발아
—근데 홍민준 표정 왜 저렇게 썩었냐
ㄴ개열받은듯ㅋㅋㅋㅋ
* * *
경기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긴 좋은 기회.
무식하게 몸으로만 밀어대는 상대팀의 플레이에 기회를 노리다 재빨리 녀석을 제쳤다. 유연한 턴 동작에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상대 선수.
이대로 치고나가면— 일순, 숨이 턱 막혔다.
몸이 붕 뜨는 기분과 함께 시야가 빠르게 돌아가다 털썩, 온 몸이 부서질 것 같은 충격이 엄습해왔다.
“끄으…”
씨발 뭐야….
아주 잠깐 멍했던 정신이 돌아오자 그제야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존나 무식한…’
그라운드에 누워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심판을 힐끔거렸다.
부러 아픈 척 할 필요도 없었다. 진짜로 옆구리에 피멍이 든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통증이 밀려왔으니까.
삐익!!
달려오는 주심의 모습에 옐로 카드는 나오겠구나 싶었는데,
“뭐? 그냥 파울이라고? 이게 어딜 봐서!”
주심이 간단힌 파울 선언을 하고 물러나는게 아닌가.
심지어 구두 경고조차 없는 모습에 열이 뻗쳤다.
“레프리!! 헤이, 레프리!!”
내 억울한 외침에도 무심히 쳐다보던 주심이 어서 일어나라는 손짓을 보내온다.
‘씨발.’
뒤늦게 달려온 팀원들이 심판을 둘러싸고 항의를 하고, 상대팀 역시 득달같이 달려와 아군과 대거리를 하는 와중 차징을 했던 인상 더러운 녀석이 미안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levantarse, el mona.”
한껏 미안한 표정으로 지껄이는 스페인어.
나는 이 단어를, 그리고 뜻을 안다.
스페인어를 얼마 배우지 않았기에 아는 단어는 적어도, 이건 안다.
왜냐하면 타국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단어가 욕설이라는 말처럼, 부진했던 시기 날 향해 외치던 많은 단어 중 하나였으니까.
인종차별하던 새끼들이 매번 외치던 단어.
원숭이el mona.
그것도 남성형 el mono가 아니라 여성형 el mona.
녀석이 내민 손을 잡다 나도 모르게 녀석을 올려다보며 반문했다.
“뭐?”
반사적으로 나온 한국어였지만 의문사 특유의 어조 때문인지 녀석은 친절하게 다시 한 번 말해준다.
“el mona.”
얼굴 가득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하.”
이런 씨발놈이.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아직까지 뻐근한 옆구리의 통증.
“헤이, 홍! 괜찮아? 의료진 부를까?”
“아냐 괜찮아. 뛸 수 있어.”
몇 걸음 걸어보고, 허리를 움직여보니 큰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대론 억울해서 못살지.
미안한 표정으로 심판에게 사과를 건네고 있는 녀석을 보니 분노가 치민다.
기필코 이기고 만다.
모나코의 파울로 재개된 경기.
직접 프리킥을 차기엔 너무 먼 거리였기에 치차로의 간접 프리킥은 패널티 박스 근방에 우글우글 몰린 선수들의 머리를 향해 휘어져 날아왔다.
183cm으로 나름 신장은 나쁘지 않지만 제공권은 바닥은 나는 경합에서 벗어나 세컨볼을 노리고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상황.
제발 내 앞으로 공이 떨어져라 기원하며 공의 궤적을 지켜보고 있으니, 동시다발적으로 높게 뛰어오른 선수 누구의 머리를 맞았는지 굴절된 공이 내 앞으로 떨어졌다.
‘기회!’
곧바로 슈팅으로 연결하려 했지만 앞을 막아서는 선수가 너무 많다.
어쩔 수 없이 공을 잡아 두어번 드리블 친 뒤 슛을 하려고 했지만 재빨리 앞을 막아서는 모나코의 선수.
힐끔보니 분석 때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던 선수, 레알 마드리드 출신으로 유명한 ‘철벽’ 몬타나 알바로였다.
이대로 슛을 해봐야 앞을 막은 녀석에게 막힐테고, 녀석을 뚫는다고 드리블을 치다 시간이 끌리면 모나코 선수들에게 둘러쌓일터.
순간적으로 슛을 할것처럼 페이크를 걸었지만 몬타나 알바로는 넘어가지 않았다.
더 이상 지체했다간 슛도 때리지 못할거란 직감에 그대로 슛팅을 때렸지만,
“클리어!”
“어…! 막아! 빨리 복귀해!!”
역시나 녀석의 다리에 막힌 공이 그대로 튕겨나갔다.
하필 모나코의 공격수에게.
* * *
“홍민준 슛!!”
“아~ 아쉽게 몬타나 알바로에게 걸리는 슛팅. 어? 튕긴 공을 모나코의 안데르 게레라가 잡습니다! 위험하죠! 프랑크푸르트 선수들 빨리 수비로 복귀해야 되요!!”
“빠르게 달려나가는 안데르 게레라! 공격과 수비 3:3 상황! 시간을 끌어야 하는데… 아, 안데르 게레라의 패스가 카를로스 페어만에게 연결됩니다. 골키퍼와 마주하는… 골. 카를로스 페어만의 선제골입니다.”
* * *
내 실수라고 할 순 없다.
그 상황에서 시간을 끌다 공을 뺏길 위험을 감수하기보단 공격을 마무리짓는게 나았으니까.
단지, 하필 내 슛팅이 몬타나 알바로에게 막혔고, 그게 하필 상대 선수에게 연결되며 실점의 빌미가 되었다는게 아쉬울 뿐.
그래. 아쉬움.
딱 그 정도여야 하는데…
“고맙다, 원숭이.”
날 스쳐지나가며 중얼거리는 알렉스 리차드의 목소리에 빠득 이가 갈렸다.
젠장.
이어진 경기.
우리팀의 선전으로 몇 번이고 좋은 공격 찬스를 얻었지만,
퍽!
“큭! 레프리!”
쿠당탕!
“씨발, 레프리!!”
몇 번이고 알렉스 리차드의 거친 플레이에 그라운드를 뒹굴어야 했다.
그때마다 이를 악물고 오뚝이처럼 일어나 팀원에게 공을 요구하고, 다시 돌파를 시도했고, 번번히 파울에 막히길 한참.
어느덧 전반전이 끝나있었다.
“재밌었어, 원숭이.”
전반을 끝내는 주심의 휘슬을 들으며 멍하니 서있는 내 옆을 스쳐지나가며, 녀석은 빙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