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3)
013
역시 저렇게 잘생긴 애도 나한테 안 된다니까.
흐뭇해진 하연은 흔들던 손을 내리며 괜히 우아한 척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흥흥, 만족의 콧노래를 부르며 지경에게 톡을 보내기 위해 폰을 찾던 하연은 문뜩 옆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힉!”
선글라스 너머로 느껴지는 무시무시 한 시선.
부럽— 아니, 짜증나는 년이 뜬금없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게 아닌가.
“왜, 왜요?”
어디에서나 당당하고 도도한 하연이었지만 자신보다 우월한 포식자 앞에서마저 도도할 순 없는 노릇.
이건 이성적인 판단이 아닌 같은 포식자… 그러니까, 남자에게 인기 많은 여자들 특유의 아우라에서 비롯된 육감이었다.
“야.”
“히끕! 네, 네?”
“너 뭐야.”
“뭐, 뭐가요?”
“너 뭔데 다정하게 인사해.”
“인사?”
눈을 껌뻑이던 하연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아. 쟤랑… 15번이랑 사귀는 사이…세요?”
아씨.
설마 이런 년이 붙어있을 줄이야.
지경이년은 무슨 억하심정이 있길래 자신을 여기로 내몰았단 말인가. 하연은 억울함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누가? 내가? 하. 아닌데? 전혀 아닌데? 사귄다니. 저런 원숭이랑 누가….”
그러나 여자는 입술을 비틀며 연신 크게 숨을 내뱉었다.
“아. 그럼 쟤… 아니, 15번, 저 분 좋아하시는구나.”
“하! 좋아해? 내가? 쟬?”
연이어 한숨을 내쉰 여자는,
“야. 내가 쟬 좋아한다고?”
“아, 아닌가요.”
“아닌데.”
누가봐도 거짓말이 분명한 말을 내뱉는다.
선글라스로도 가려지지 않는 찌푸려진 미간과 노려보는 뜨거운 시선. 하연은 억울했다.
‘씨이… 무슨 초딩도 아니고, 좋으면 좋다하지. 왜 사람 억울하게 이러는건데!’
한참을 노려보던 선글라스 여자는 안절부절하는 하연의 모습에 그제야 만족한 듯 표정을 풀고는 팔짱을 꼈다.
“야.”
“네, 네!”
“너 쟤랑 잘 알아?”
“아뇨… 잘은 몰라요….”
“응? 몰라? 왜?”
“왜라하시면… 그냥 일주일 전에 한 번, 그것도 잠깐, 아주 잠깐 만났던 것뿐이라….”
혹여 오해할까 조심스레 말하는 하연을 보며 여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왜 그렇게 친해?”
“딱히 친하지는…”
“인사했잖아. 반갑게. 막 손 흔들어주고.”
“그건 별거 아니잖아요.”
시비거는건가.
아무리 비꼬고 싶다지만 뭐 이런걸로 비꼬지? 억울한 하연이 하소연하듯 말하자 선글라스 여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넌 저 원숭이랑 고작 한 번, 그것도 아주 잠깐 만났는데도 그렇게 반갑게 인사한다는거지?”
“딱히 반갑게는 아닌데…”
맞긴 맞는데 그렇게 들으니 뭔가 있어보이잖아.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던 여자는 팔짱을 풀더니 선글라스를 내렸다.
콧등에 살짝 걸친 선글라스 너머, 드러난 눈매.
하연은 상황도 잊고 중얼거렸다.
“대박.”
뒷트임, 옆트임을 했음에도 살짝 불만족스러운 눈매였다.
남들은 다 예쁘다, 자연스럽게 됐다, 완벽하다 칭찬했지만 묘한 부족함을 느끼면서도 정작 뭐가 부족한지는 모르는 답답한 상태였는데 왜 그런지 이제야 알겠다. 하연이 그토록 꿈꾸던 완벽한 눈매가 눈앞에 있었으니까.
“야. 너 이름이 뭐라고?”
“하연이요… 김하연.”
“응. 그래.”
빠져들 것 같은 갈색 동공으로 하연을 빤히 관찰하던 여자가 말했다.
“너 내 강아지해라.”
“네헤… 네??”
응? 뭐?
* * *
삑, 삑, 삐이익—
경기가 끝났다.
1:0 승리.
후반 초반, 내 드리블 돌파를 통한 결정적 찬스가 이 경기의 유일한 골이 되었다.
그 이후로도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상대 측면을 위협했지만 아쉽게 골로 연결된 것이 없어 스탯 자체는 1어시스트. 그래도 활약만보면 오늘 MOM은 단연 나지.
하이라이트를 편집하면 아마 대부분의 장면에서 날 볼 수 있을거다.
물론 대학 리그 띠위를 하이라이트 편집해주는 사람은 없지만.
거봐, 하면 되잖아! 하는 감독님의 칭찬도 받고 실력을 인정하는 듯 한 선배들의 말도 그렇고 개막전은 충분히 성공적인 것 같다.
마무리 스트레칭 이후 샤워하고 나오니 어느덧 어둑어둑 한 하늘.
아무리 스타팅 맴버라도 막내 라인답게 뒷정리에서 빠질 순 없었고, 그렇게 뒷정리하고 축구부원들 다 나갈동안 기다리다보니 결국 마지막으로 나왔다.
자지커진 건 좋은데 아무래도 같이 샤워하다보면 너무 쳐다본단 말이지.
요즘은 민망해서라도 일부러 사람들 다 하고 마지막에 씻는 편이다. 이건 좀 불편하네.
“늦었네?”
탈의실을 나오자마자 불쑥 나타난 여자가 대뜸 팔짱을 껴온다.
“누구… 하연 누나?”
“응. 기억하는구나.”
“당연하죠. 누나처럼 예쁜 여자를 어떻게 까먹어요.”
“아이고 말도 잘하고. 그러면서 그간 연락 한 통 없었어?”
“연락이요? 누나 번호를 알아야— 아!”
맞다.
응원단 왔을 때 하연 누나랑 번호 교환했었지.
뒤늦은 깨달음에 입만 벙긋거리고 있으니 하연 누나가 웃는다.
“뭐야아~ 서운해. 나처럼 예쁜 여자는 안 잊는다더니 벌써 잊고 있었네.”
“아니. 그게 아니라… 진짜 연락처 교환한 걸 까먹고 있던건데… 그래도 누나를 잊은 건 아니거든요.”
“몰라. 나 서운해.”
억… 이거 그거지?
자기 삐진거 풀어달라는 여자 특유의 패시브 스킬.
다행히 하연 누나는 방긋 웃으며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대신 나 술사줘. 괜찮지?”
“다, 당연… 아. 근데 술은 좀…”
“왜? 싫어? 민성이 나 술사주기 싫구나.”
“아니 그게 아니라… 그리고 제 이름 민성이 아닌데요.”
“…응? 아, 실수, 실수. 민선이.”
“…민준인데요.”
“…….”
“…….”
슬그머니 팔을 풀어냈다.
민망한 웃음을 짓고 있던 하연 누나가 다시금 찰싹 달라붙어 팔뚝에 가슴을 비비적거리며 애교를 떤다.
“미안~ 나도 민준이 얼굴은 기억하지. 이렇게 잘생겼는데~”
잘생… 크흠.
그건 인정이지.
“그럼 누나가 밥사요.”
“내가?”
“네. 누나가요.”
“어… 난 남자한테 사준 적 없는데.”
…이 누나도 지경 누나과네.
하긴. 지경 누나도 응원단이었지. 참… 끼리끼리라 해야할지.
전이었다면 쉬운 여자든 걸레든 이렇게 예쁜 여자가 접근하면 좋다고 간이고 쓸개고 빼줬겠지. 하지만 난 무려 매력 95의 남자아닌가.
“그럼 처음으로 사봐요.”
“그…럴까?”
“왜요. 싫어요? 그럼 관두고.”
“아니아니아니. 좋지이~”
음.
확실히 가슴은 지경 누나가 더….
팔뚝에 와닿는 감촉을 음미하며 하연 누나와 대학로로 향했다.
“아 누나. 술은 안 마시니까 술집은 말고요.”
“뭐!? 왜!?”
“운동선수한테 무슨 술이에요. 그것도 방금 경기하고 왔구만.”
“그게 어때서??”
떽떽거리는 하연 누나를 무시하며 단골 고기집으로 들어갔다.
하연 누나는 뚱한 표정으로 불판을 노려보기만 할 뿐, 식기 세팅도 안 해, 물도 안 따라, 고기도 안 구워. 이건 뭐 공주님도 아니고.
“누나. 빨리 고기 구워요.”
“뭐!? 내가 왜!?”
“나 경기하고 왔잖아.”
“아니 내가 사는거잖아!”
…그렇네?
그럼 고기는 내가 굽지 뭐.
그렇게 고기를 구워 쌈 한 점 싸주니 또 좋다고 헤헤 웃는다.
“우응 마잇쪄~ 역시 잘생긴 남자가 구워주는 고기가 젤 맛있어.”
“근데 누나.”
“으웅?”
“아까부터 묻고 싶었는데… 그 선글라스는 뭐에요?”
“어?”
“선글라스요, 선글라스.”
캐쥬얼 한 차림새에 어울리지 않게 고급진 느낌을 주는 선글라스.
아까 경기할때만해도 없더니 어디서 얻었는지 대뜸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나서 깜짝 놀랐다.
“아… 그… 주인… 아니, 아는 언니가 줬어. 어때, 예쁘지?”
“예쁘긴한데 그만 좀 벗어요.”
“왜~ 이게 얼마짜린데~ 싫어~”
“꼭 남편한테 맞아서 눈탱이 밤탱이 된 거 숨기려는 것 같아서 그래.”
“…말을해도 꼭.”
그러면서도 슬쩍 선글라스를 벗고는 고이 포장해 백에 넣는다.
어이고 무슨 보석도 아니고, 선글라스 하나에 유난이네.
“근데 민준아.”
“응.”
“진짜 술 안 마셔?”
“어 안 마셔요.”
“따악~ 한 잔만. 응? 한 잔도 안 돼?”
“응 안 돼~ 돌아가.”
“아 씨.”
고기를 싸주니 우물우물거리곤.
“그럼 있잖아.”
“응 없어.”
“아 진짜! 으웅… 우물우물, 그니까아~”
이 누나가 왜 이러지싶어 쳐다보니 요묘한 표정으로 말한다.
“나 궁금한 거 있어.”
“편히 물어요. 뭘 그리 눈치를 봐.”
“으응. 그게… 민준이는 이상형이 어떻게 돼?”
“응? 내 이상형?”
뭔가했더니 별것도 아니구만.
내 이상형이라.
“얼굴 하얗고. 눈 크고 코 오똑하고 입술은 붉은?”
“아~ 뭐야~ 그런 거 말구우~”
“사실 딱히 없어요. 이상형이 딱 정해진 스타일이 아니라서.”
가볍게 웃으며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오히려 반대다. 난 이상형이 명확한 편이다.
다만, 그 이상형이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니까.
‘그 썅년, 잘 지내려나.’
예전 추억을 회상하고 있는데 하연 누나가 앙칼진 목소리로 묻는다.
“그럼 다음! 최근에 만났던 여자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사람은?”
“음… 최근이라면 언제까지?”
“그러니까아~”
뭐하는거지?
힐끔 핸드폰을 내려다본 누나가 대답한다.
“한, 일주일?”
“그거라면…”
일주일 사이 만난 매력적인 여자들이라.
지경 누나, 하연 누나… 그리고 그 미친년.
솔직히 성격만 아니면 그 미친년이 이쁘긴 이쁘지.
“당연히 하연 누—”
“아니! 아닐거야! 잘 생각해봐.”
역시 이건 너무 진부하지.
“음 그럼… 좀 이상한 여자가 있었는데. 성격은 완전 이상한데 얼굴은 엄청 예뻤지?”
“그, 그래! 그러면…”
다시 힐끔 폰을 내려보고는,
“근데 왜 그 예쁜 여자랑은 안 사겨?”
“……??”
무슨 질문이 이래.
“예쁘면 다 사겨야하나?”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사귈 기회가 있었을거아냐!”
아, 귀찮네.
적당히 배도 부르겠다, 슬슬 여자가 고파져 대충 대답했다.
“일단 속궁합을 봐야지.”
“힉! 지, 진짜 그렇게 보, 아니, 생각해?”
“어. 근데 누나. 이제 슬슬 일어나자.”
여자들은 손에서 핸드폰을 놓질 않네.
뭔 할 얘기가 그리 많은지 연신 토독토독토도도독— 톡을 보내던 누나가 기괴한 소리를 낸다.
“엑!!”
“아 뭔데 또.”
“그게…”
하. 이 여자도 좀 이상한데.
예쁜 여자는 다 이런가?
“음. 민준아. 우리 저기… 저어기 좀 들렸다갈래?”
누나가 가리키는 곳.
그곳은 이 근방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