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31)
131
리그 7라운드가 끝난 직후 나는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대한민국, 서울.
시즌 중 귀국하는 이유는 드디어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차출되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상비군 명단에는 항상 이름을 올렸지만 25인 소집명단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 그간의 활약을 고려하면 꽤나 늦은 데뷔였다.
올림픽에서 처음 이름을 떨친 후, 바르셀로나부터 프랑크푸르트에 이르기까지 유럽 무대에서 혁혁한 활약을 하지 않았던가. 비록 2부 리그지만 고작 반 시즌 뛰고 득점왕을 비롯해 리그 MVP, 베스트11 등을 수상하기도 하고.
일반적이라면 이정도 했으면 진작에 국가대표로 데뷔했겠지만, 나는 여러가지 사정이 겹치며 데뷔가 계속 미뤄졌다.
무슨 파벌이나 인맥 같은 ‘어른들의 사정’은 아니고… 사실 축협과는 국가대표 차출 문제로 일찍부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첫 접촉은 올림픽이 끝난 직후.
축협은 올림픽 스타로 거듭난 내 인기가 그대로 성인대표팀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며 차출을 원했으나, 당시 나는 이적으로 정신이 없었다.
이적 기간의 끝은 다가오지, 제의는 쏟아지지, 정보는 별로 없지.
계약하고 싶은 팀을 정하고도 세부적인 계약 조건 조정이나 메디컬 테스트 같은 일정이 빡빡한터라 차출을 거절했고, 축협도 사정을 이해해줬다.
그리고 다음 A매치 기간은 내가 한창 바르셀로나에서 똥을 싸고 있던 시기.
갑자기 키가 크며 아예 밸런스가 무너져 허우적거리는데 A매치에 데뷔시킨다?
한국 축구의 미래라는 20살의 어린 선수를 그렇게 데뷔시켰다간 한국 역대 최악의 국가대표 데뷔전으로 기록되어 나는 물론이고 축협도 욕이란 욕은 죄다 얻어먹을텐데 미쳤다고 차출하겠는가.
그렇게 또 한 번 국가대표 데뷔가 연기됐다.
이후 내가 임대로 프랑크푸르트에 합류하며 폼을 회복하고 맹활약을 하기 시작한 후반기엔 EAFF E-1 풋볼 챔피언십으로 또 데뷔가 무산됐다.
EAFF E-1 풋볼 챔피언십(EAFF E-1 Football Championship), 일명 동아시안컵은 명칭처럼 동아시아 축구 연맹EAFF 10개 회원국이 참가하는 소규모 국제대회.
보통 7월에 개최되던 대회였지만 주최측 사정으로 연말로 일정이 미뤄진 이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후반기 대표팀은 ‘국내파’ 위주로 운영되며 ‘해외파’인 나는 소집되지 못했다.
활약으로만 보면 당시 프랑크푸르트에 임대되어 독일 2부 리그를 폭격중인 내가 차출되는게 당연했다.
마침 상대도 데뷔전 쇼케이스 무대로 적절한 일본이나 중국.
그러나 이 대회는 FIFA가 ‘강제 차출 의무’를 규정한 A매치 데이International match day가 아니었다.
A매치 데이가 아니라면 강제 차출 규정이 없고, 그말은 즉 구단이 차출을 거부 할 수 있다는 뜻. 그렇기에 동아시안컵은 애초부터 ‘해외파’없이 ‘국내파’ 위주로 돌아가는 대회였다.
FIFA에서 인정한 대회면서 강제 차출 의무가 없다는 것도 웃기지만, 어쨌든 그렇게 운영되는 대회다보니 축협은 애초부터 ‘해외파’에 차출 요청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독일에서 뛰던 나에게도 차출 요청이 오지 않았고.
뭐, 축협이 차출을 요청했어도 어차피 구단이 거절했을거다.
당시 나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임대 신화를 쓰고 있었으니까.
치열하게 1부 승격과 포칼 우승 경쟁 중인 팀의 핵심 선수를 강제 규정도 없는데 구단이 미쳤다고 국대로 차출해주겠는가.
우리나라 구단이나 동아시안컵에 참가하는 아시아 국가라면 모를까, 프랑크푸르트 입장에선 당장 우리팀 승격 경쟁, 포칼 우승 경쟁이 중요하지 저 먼 나라 대회가 중요할까.
혹 프랑크푸르트가 내 소속팀이었다면 또 모른다.
A매치는 선수의 몸값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국가대표로 활약해서 더 높은 가격에 이적시킬 수 있을테니까.
그러나 나는 ‘임대’ 신분이었고, 내 몸값이 올라봐야 원 소속팀만 좋을 뿐이니 프랑크푸르트 입장에선 국대 차출에 아무런 매력도 느끼지 못할수밖에.
심지어 A매치 데이가 아니라 리그와 포칼 일정이 계속 이어지기까지 하니, 차출에 동의하면 구단 수뇌부가 미친거지.
그렇게 그 해 후반기, 독일 2부 리그를 폭격하는 활약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안컵을 대비하기 위한 ‘국내파’ 위주의 소집으로 국가대표 데뷔는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리고 올해 초.
A매치 친선 경기 일정이 잡히며 드디어 국가대표에 데뷔하나 싶었다.
축협에서도 하루빨리 차출하고 싶어하고, 나도 국가대표 데뷔하고 싶었으니 무난하게 소집되나 싶었는데… 이번엔 여론에서 난리가 났다.
작년 바르셀로나 이적도 ‘적응’ 문제로 부진했는데, 어린 선수가 새로운 팀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한다고.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불리며 화려하게 바르셀로나에 입성했다가 곧바로 부진에 빠지며 수많은 한국 축구팬이 경악했다.
그때 부진의 이유라며 온갖 기사가 나돌았는데, 그 중 ‘첫 프로 계약을 한 어린 선수의 해외 적응에 실패’라는 논조의 기사가 가장 많았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한국 축구팬들이 과한 걱정을 하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망치지 말라는 여론을 만들어버리면서 축협을 압박하니 차출이 흐지부지됐다.
…내 삽질이 이런 나비효과로 돌아올 줄이야.
어쨌든, 그렇게 연달아 물먹으며 번번히 미뤄지던 고대하고 고대하던 국가대표 데뷔전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라니.
아시아 최종예선은 예선을 뚫고 올라온 12개 국가가 다시 A, B 2개 조로 나뉘어 배정된 4.5장의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두고 겨루는 승점제 경기로, 현재 한국은 5승 1무 2패 승점 16점으로 B조 2위에 올라있다.
마지막 경기인 최종예선 10차전 상대가 5승 2무 1패, 승점 1점 차이로 조 1위를 기록중인 이란이니 경기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조 1위를 노릴 수 있는 상황.
문제는 최종예선 9차전 상대인 중국이 3승 3무 2패 승점 12점으로 호시탐탐 조 2위를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1위 이란 — 5승 2무 1패 승점 172위 한국 — 5승 1무 2패 승점 163위 중국 — 3승 3무 2패 승점 12
보기좋게 테블릿에 정리해놓고 보니…
‘뭐야. 사실상 본선 진출했네.’
역시 아시아 한정 깡패국가 한국.
각 조 2위까지 본선행 티켓이 주어지니, 9차전 중국 상대로 똥만 싸지 않으면 무난히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왕이면 본선 진출이 걸린 단두대 매치에서 활약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9차전 중국전과 10차전 이란전이 남았지만, 9차전에서 대패하지만 않으면 2위는 확정이니 김이 빠진 경기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홍민준 선수!! 이번 중국전, 출전을 자신하십니까!?”
“중국에서 승리를 장담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 좀 해주세요!”
“지난 중국전 패배에 대한 감상을 듣고 싶습니다!”
“공한증을 극복했다는 중국에게 복수할 수 있다고 보십나요?”
인천국제공항에 내리자마자 기자들이 미친들이 들러붙는다.
…뭐? 중국이 어쩌고 저째?
중국 주제에 한국을 이기겠다 자신한다고? 게다가 뭐? 졌어? 언제!?
반사적으로 ‘중국한테 졌다구요?’ 따위의 말을 할 뻔 했다. 좆될뻔했네.
논란이 되지 않도록 적당히 ‘감사합니다’만 연발하며 오하린이 준비해둔 차에 타고 나서 검색해봤다.
‘…맙소사. 이게 뭔 일이래.’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다.
최종예선 한국의 5승 1무 2패 중 2패가 이란과 중국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어이가없네. 이란은… 그렇다 쳐. 중국? 지금 중국한테 졌다고?’
독일에선 한국의 경기 결과 따위 방송이나 신문에 보도해주지 않는다.
알아보려면 경기를 관전하거나 개인적으로 검색해봐야 하는데, 당연히 아시아 예선쯤은 패왕색 패기를 뿜어내며 박살낼 줄 알고 찾아보지 않았다.
근데 결과가 뭔… 순위는 나쁘지 않은데, 중국한테 졌네.
더 환장하는건,
“중국이 기고만장했네.”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행 티켓.
그러나 조 3위부턴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그것도 타 대륙 국가와.
월드컵 예선중에서 가장 쉽다는 아시아 국가도 아니고 타 대륙 국가와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니… 딱봐도 험난한 일정이니 다들 조 3위를 피하려고 발버둥치는 건 당연했다.
근데 하필 중국이 조 3위네?
어라? 2위가 우리가 이겼던 한국? 게다가 한국의 마지막 상대는 이란?
중국애들이 한국 한 번 이겼다고, 이번에도 한국잡고 조 2위로 월드컵 직행한다고 난리랜다.
‘와 씨… 존심 개상하네. 공한증, 공한증하던 애들이 한국을 좆으로 아나.’
이란은 그럴 수 있다.
원래 이란이 한국을 좀 잘 잡아서 한국킬러 이미지가 있기도 하고, 한국이 이란 상대로 고전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근데 중국?
중국~?
‘얘들은 9차전에서 한국 이기면 이란이 또 한국 잡아줄거라고 기대하는 모양인데… 어림없지 씨발.’
그래, 차라리 잘 됐다.
무난히 본선 진출할 것 같아 아쉬웠는데, 이런 참교육 무대가 마련됐네.
마침 상대도 한국에 2패를 안겨준 이란과 중국.
한방에 국대 에이스로 올라간다.
한방에 국대 에이스로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