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34)
134
중국 대표팀 감독 귀징징은 한국전을 준비하며 현실적인 목표를 무승부로 잡았다.
뭐… 지난 한국전처럼 운좋게 이기면 더 좋고.
지난번 한국을 상대로 승리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운이 따른 결과였다.
세상 어떤 사람이 골키퍼를 향한 수비수의 백패스가 거친 그라운드에 맞고 불규칙 바운드를 일으킬거라 예상하겠는가.
과정이 어쨌든 승리는 승리.
중국 언론은 한국전 승리에 열광했고, 이번 경기 역시 조 3위 중국이 한국을 제치고 조 2위로 올라갈 절호의 기회라고 떠들어댔다.
‘망할… 한국을 이기고 조 2위로 월드컵에 진출하자고? 장난해?’
귀징징은 현실적인 감독이다.
지난 승리는 어디까지나 운에 불과했고, 실제 전력으로 맞서면 무참히 깨질 것이란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언론이 불붙인 한국을 이기고 조 2위로 진출하자는 구호는 전 중국을 강타했고, 귀징징은 여론에 떠밀려 자신감 넘치는 인터뷰를 해야했다.
‘현실도 모르는 멍청한 녀석들!’
지난 경기에 이어 이번에도 한국을 이기겠단 자신만만한 인터뷰와는 다르게 귀징징은 이번 한국전을 대비하여 수비적인 전술을 준비했다.
“한국은 지난 경기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초반부터 거칠게 달려들거다. 이번 경기,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무실점. 최소 무승부다.”
이번 한국전, 귀징징의 현실적인 목표는 무승부.
언론에 승리를 호언장담했으니 최소한 패배는 면해야한다.
“전반전 우리는 5-4-1로 나선다. 5명의 수비수 앞에 4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하여 중앙의 공간을 지운다. 이때 가장 큰 위협이 될 선수는… 바로 이 선수다.”
우주방어로 무승부를 거두려는 귀징징의 계획에 있어 가장 방해되는 선수, 홍민준.
이번이 첫 국가대표 소집이지만 궈징징은 이 선수를 잘 알고 있었다.
그야 타고난 매력적인 외모에 역대 2번째 아시아 올림픽 득점왕을 기록하며 중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일으킨 선수아닌가.
게다가 분데스리가에서의 활약만봐도 왜 진작 국대가 되지 않았는지 의아할 정도로 시기가 문제일 뿐, 언제든 국대 데뷔가 이상하지 않을 선수였다.
“국가대표 첫 선발이지만 이번 경기 선발 출전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선수지. 유수의 유럽 수비조차 손쉽게 뚫어내는 드리블러로 1:1로는 결코 막을 수 없다.”
몇 번이고 영상을 분석하며 귀징징은 결론을 내렸다.
못 막는다.
월클 수비수를 데려다놓지 않는 이상, 중국 수비진으로는 결코 막을 수 없다.
“그러면 어쩌죠 감독님?”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는 노릇.
고민하던 귀징징은 방법을 찾아냈다.
“온 더 볼에 비해 오프 더 볼이 약한 선수인만큼 가장 좋은 건 역시 공을 잡을 수 없도록 고립시키는 것이겠지.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간이 많이 나는 측면에 서는 선수라 고립시키는 건 어렵다.”
아무리 수비를 많이 배치해도 넓은 그라운드를 모두 커버할 순 없다.
그나마 중앙은 몰라도 측면은 더더욱.
“그렇기에 측면을 내준다. 공을 잡는것까진 허용해라. 섣불리 달려들지말고, 자리만지켜.”
“자유롭게 놔두라고요?”
“측면에서만 말이다. 이 녀석, 득점 기록에 가려졌지만 슛팅의 정교함이 떨어진다. 쉽게말해 난사하는 스타일이야. 게다가 득점 기록의 대부분이 패널티 박스 내부였다.”
올림픽 득점왕, 2분데스리가 득점왕 등의 화려한 기록에 가려져 있을 뿐, 홍민준의 경기당 슛팅 개수는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화려한 껕데기에 가려져 있어 다들 속았지만, 나는 아니지. 홍민준은 슛팅의 정확도와 중거리가 약점이다. 그러니 패널티 박스로 진입하는 것만 막아! 결코 중앙에서 슛팅할 수 없게만 해! 녀석이 근거리에서 슛하는것만 방해하면 한국은 우리 수비를 뚫지 못해! 지난 경기처럼!!”
분명 그렇게 확신했다.
분명 그렇게 자신했다.
자신했는데… 분명 그랬는데…
“제, 젠장!! 이게 어떻게 된거야!!”
한국의 스타팅 라인업을 본 순간부터 뭉클뭉클 샘솟던 불안감이 터져나온다.
궈징징은 아슬아슬 골대에 맞고 튕겨나가는 공을 보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벌써 2번째… 2번째 골대다! 전반 5분밖에 안 됐는데!!’
예상치못한 쓰리백.
숙련도가 낮아 초반은 버벅일거란 예상과는 달리 한국은 홍민준을 중심으로 화려한 공격 축구를 선보이고 있었다.
“리웨이!! 중앙! 중앙이다! 끌려나가지마! 맡은 지역을 지키면서 공간을 없애!!”
* * *
생각보다 멍청하게 움직인 중국애들 덕분에 시작하자마자 좋은 공격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아군 센터백 사이, 쓰리백의 중앙에서 공을 잡은 윤혁 선배가 순간적으로 전진한다.
거의 미드필더처럼 훌쩍 중원으로 올라오는 센터백을 가만히 놔둘 순 없으니 중국 선수 하나가 이를 마크하기 위해 끌려나가고, 그 빈 자리를 커버하기 위해 다른 선수가 움직인다.
그러면 그 빈 공간으로 다른 아군 선수가 침투해들어가고, 또 이를 막기 위해 중국 선수가 움직이고, 빈 공간을 막는다고 또 다른 중국 선수가 움직이면 또 공간이 생기고…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악순환의 끝은 투톱으로 출전한 두 공격수가 각각 좌우 측면으로 빠지면서 절정에 이른다.
반사적으로 두 공격수를 따라 좌우로 갈라지는 중국의 센터백.
그리고 그 사이로 혼자 남은 센터백의 당황한 모습이 보인다.
약속된 패턴에 맞춰 재빠르게 빈 공간을 파고들자 시기적절하게 윤혁 선배가 보낸 패스가 도착한다.
내 순간적인 오프 더 볼을 놓친 마크맨이 뒤늦게 압박을 들어오지만 간단한 턴 동작으로 녀석의 압박을 무효화하니 남은 건 센터백 뿐.
‘어쭈? 이래서 안 달려들어?’
예상과는 달리 굳게 자리를 지키는 모습에 그대로 슛팅 페이크를 걸었지만,
‘어라? 이것도 안 막아?’
제자리를 굳게 지키는 센터백의 모습에 냅다 슛팅을 갈겼다.
그러나 아쉽게 공은 골대를 맞고 그대로 골라인 아웃이 됐다.
페인팅하려다 뒤늦게 슛팅으로 바꾸는 와중 미세하게 자세가 틀어졌나보네.
“잘했어!”
“굿굿! 조금만 침착하자!”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거나 어깨나 등을 치고가는 선배들의 표정이 밝은것이 첫 공격만으로 좋은 예감을 느낀 듯 하다.
그리고 그 예감대로 우리의 공격은 맹렬히 전개됐다.
공격할 생각이 없다는 듯 한껏 웅크린 중국을 상대로 센터백 중앙의 윤혁 선배가 마치 미드필더처럼 수시로 튀어나와 플레이 메이킹을 주도하고, 수비 따윈 신경쓰지 않겠다는 듯 좌우 윙백이 측면 공격수마냥 상대 측면을 파고든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광경이지만 이는 지난 중국전도 똑같았다.
전반 초반, 불운의 자책골을 먹힌 이후 지금처럼 맹렬히 중국을 몰아붙였다. 그러나 그때는 중앙에 두텁게 쌓인 중국의 수비벽을 끝내 넘지 못하고 0:1 석패를 당해야 했지만…
“마, 막아!!”
이번엔 다르지.
아무리 중앙에 두터운 벽을 쌓았다고 해도, 한 두 명의 압박 따윈 손쉽게 벗겨내며 스스로 공간을 만들어내는 나같은 선수가 있다면.
활발한 오프 더 볼 움직임으로 중국 선수들을 현혹해주는 선배들의 노력에 두텁던 수비 진영 곳곳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좁은 공간.
볼키핑에 어지간한 자신감이 없는 선수라면 패스를 선택했을 순간, 나는 과감하게 좁은 공간을 파고든다.
비집고 들어간다해도 과장이 아닐 좁은 공간을 섬세한 볼터치만으로 뚫어낸다.
아무리 자리를 지키고 싶어도 드리블 돌파를 하는데 멀뚱히 서있을 순 없는 노릇. 반사적으로 발을 뻗는 중국 선수의 가랑이 사이로 가볍게 공을 흘려보낸다.
아주 간결해보이는 넛메그nutmeg가 연이어 2번이나 이어지자 앞을 가로막고 있던 중국 선수가 사라지고 새하얀 줄무늬가 나타난다.
패널티 박스를 나타내는 라인.
이대로 슛팅을 가져가면—
순간적으로 방금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방식은 달라도 지금처럼 중국 선수를 연이어 제치며 패널티 박스 정면에서 슛을 날렸을 때. 교묘하게 유니폼을 끌어 자세를 무너뜨리던 플레이에 골대를 맞췄던 것을.
‘패스?’
반사적으로 패스가 떠올랐지만.
‘내가 찬다.’
국가대표 첫 경기.
데뷔전, 데뷔골 기회를 놓치라고? 그럴 순 없지.
반박자 빠르게 이어간 슛팅은—
탱!
이번에도 골대를 맞고 튀어나왔다.
“아악! 이런 씨—?”
오버래핑으로도 부족했는지 패널티 박스 안으로 파고들던 설요한 선배의 머리를 향해.
퍽.
슛의 기세만큼 골대에 맞고 튕겨나가는 기세도 맹렬했던 공이 설요한 선배의 머리를 맞고 골문을 갈랐다.
“고, 골?”
“골이다!”
“이야!! 골!!”
아… 내 데뷔전 데뷔골이…
좋으면서 아쉬운 기분으로 얼떨떨한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져있는 설요한 선배에게 다가갔다. 뒤늦게 골을 인지하고 광분해서 그라운드를 달리는 뒷모습을 보고 있는데 윤혁 선배가 다가왔다.
“표정이 왜 그래?”
“제 표정이 왜요?”
“왜긴. 과자뺏긴 어린애 표정이구만.”
“데뷔골인줄 알았는데… 기록 하나가 날아가서요.”
“응?”
이상한 표정을 한 윤혁 선배가 말했다.
“데뷔전 어시도 기록아냐?”
“…!?”
…그렇네?
“그리고 아직 경기 많이 남았어 새꺄. 뭘 다 끝난것처럼 굴어.”
…그렇네!
* * *
“골~!! 또 다시 골입니다!!”
“이야!! 후반 33분!! 5번째 골을 기록하는 대한민국!! 이번에도 홍민준입니다!! 홍민준 선수, 오늘 아주 폭주하는데요!!”
“후반 33분, 2골 2도움을 기록하는 홍민준! 대단합니다!”
골을 넣은 홍민준이 함박웃음을 짓다 돌연 우다다 골문을 향해 달린다.
망연자실 넘어져있던 중국 골키퍼가 의아하게 올려다보고, 홍민준은 골대 안에서 구르는 공을 냅다 잡아 중앙선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어? 지금 무슨 상황이죠?”
“홍민준 선수, 공을 가지고 중앙선으로 향합니다. 뭐죠? 빨리 시작하라는 건가요??”
세레모니도 없이 경기를 재촉하는 홍민준의 모습에 주심이 얼떨떨하게 휘슬을 입에 문다.
“허, 허허.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요.”
“이건 경기에서 지고 있는 팀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인데… 지금 우리 한국은 5:0으로 이기고 있거든요? 홍민준 선수, 오늘 아주 작정하고 나왔습니다!!”
“아… 그렇군요! 홍민준 선수는 오늘이 국가대표 데뷔전이에요. 게다가 직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졌으니, 얼마나 분했겠습니다!! 내가 뛰었어야 했는데! 내가 뛰었으면 다르다!!”
“복수심에 불타는 홍민준 선수는 이렇게나 무섭군요!”
캐스터와 해설위원은 몰랐다.
홍민준이 국가대표 데뷔전 데뷔골, 데뷔어시에, 데뷔전 헤트트릭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어? 어어? 중국 선수들,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되죠! 뭐하나요, 빨리 뛰어야… 고, 골! 1분만에 또다시 골을 기록하는 홍민준!!”
그제야 해맑게 웃으며 그라운드를 역주행하는 홍민준의 모습이 전광판으로 비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