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37)
137
이란과의 경기 결과는 3:0으로 완승이었지만 정작 경기보다 경기 이후가 더 힘들었다.
“와… 고지대 경기장 진짜 장난아니네.”
다행히 전반 초반부터 선제골을 넣고, 전반 중반까지 2골을 넣으며 앞서가서 망정이지 득점이 없었다면 진짜 어려워졌을거다. 적응 훈련을 했음에도 미묘하게 둔한 감각과 평소보다 숨이 찬 환경에서 뛰는건 정말이지 다신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으니까.
실제로 전반전 끝날 무렵엔 체력 좋기로 소문난 선배까지 지쳐서 허덕일 정도였다.
나는 뭐… 2번째 골 이후 움직임을 확 줄여버렸고.
그나마 연이은 실점에 당황한 이란이 수비적인 스탠스로 전환해서 다행이지, 그때 밀어붙였으면 실점했을지도 모르겠다. 이후 후반전엔 점유율 플레이로 이란을 농락했다.
EPL에서 잔뼈가 굵은 배찬식, 유만기 선배와 재작년까지 분데스리가에서 뛰었던 설요한 선배, 윤혁 선배는 모두 오프 더 볼에 능하며 기본기도 탄탄한 선수들.
적어도 이란 수준의 압박에 아군 진영에서 볼을 돌리는 것을 어려워할 선수들이 아니다.
무엇보다 탈압박과 볼키핑이라면 월클 수준인 내가 있는데.
아무리 아자디 스타디움이라지만 2골을 넣고 우리 진영에서 볼을 돌리는데 이란 선수들이 어쩔 수 있나. 만회골을 넣겠다고 괜히 무리하게 라인을 끌어올렸다가 볼을 돌리며 체력을 비축한 우리팀의 역습에 얻어맞고 3:0이 되고 나서는 20분 정도를 가비지 타임으로 보냈다.
멘탈이 나간 이란은 공격도 수비도 어정쩡하게 나뉘어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고, 우리팀도 힘들어서 그냥 후방에서 안전하게 볼만 돌리며 시간을 보내는 재미없고 지루한 후반전이었지만 뭐… 어쨌든 결과는 3:0 완승 아니겠어.
거기에 1골 1어시로 이란 원정의 여러가지 안 좋은 기록까지 부쉈으니 결국 내 승리로군.
경기가 끝나고 현지에서 곧장 해단식이 이루어졌다.
워낙 해외 각지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다보니 한국에서 했다간 이동거리만 더 늘어날 뿐이니까.
해단식을 마치고 응원을 와준 5명과 힘겨운… 아니, 즐거운 하루를 보낸 뒤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
“어? 저기 봐봐. 저거 홍민준 아냐?”
“진짜네? 야, 야야! 홍민준홍민준!”
“와… 존나 잘생겼어…”
“아자디 원정이 힘들긴 진짜 힘들었나봐. 어쩜 좋아, 세상에 얼굴이 아주 반쪽이 됐네.”
“안색 엄청 퀭하다.”
아자디까지 따라온 한국팬들에게 적당히 팬서비스를 해준 뒤 라운지에서 쉬고 있으려니 잠이 쏟아진다.
‘아… 너무 피곤하다.’
지금 자면 수면 패턴이 깨져서 안 되는데… 열심히 졸음을 쫓고 있던 중,
부르르—
진동으로 설정해둔 폰이 떨리기 시작했다.
반사적으로 액정을 보니 오랜만에 보는 이름이 떠있다.
‘응?’
올림픽 국가대표 수석 코치 한지훈의 딸이자 유튜브 채널 풋볼인러브의 운영자.
그리고 나를 올림픽 국대와 연결시켜준 은인이라면 은인 한소영이었다.
* * *
“여러분 안녕안녕~”
—쏘하~
—쏘하!!
—ㅆㅎㅆㅎ
이란과의 경기가 끝난지 하루였지만 축구팬들의 흥분은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무려 거의 60년 만의 승리아닌가.
반 세기가 훌쩍 넘는 오랜 세월, 아자디 원정은 대표팀의 무덤이었다.
패배만 면해도 다행이라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무려 3:0 완승.
FC 코리아의 흥분이 어찌나 뜨거운지 이란전, 아자디 원정, 홍민준이란 3가지 키워드만 들어가면 내용에 관계없이 조회수가 폭등하는 마법이 벌어질 정도.
온갖 기사가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던 지금, 알만한 네티즌이 가장 기대하고 있던 컨텐츠가 시작됐다.
바로 ‘풋볼인러브’의 생방송.
예쁘장한 얼굴에 찐축덕 스멜이 가득한 축구 열정, 거기에 전문가 뺨치는 해박한 축구 지식에 실제로 아버지가 올림픽 대표팀 수석 코치에 오빠는 현역 축구 선수라는 축구 집안 내력까지.
축구를 좋아하는 남자들이라면 빠져들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소문듣고왔씁니다! 여기가 홍민준 발굴해낸 맛집이라던데 맞나요?
현 한국 축구 최고의 아이돌 홍민준을 발굴해낸 이력까지!
소소한 규모였던 ‘풋볼인러브’는 지금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대기업이 되어 있었다.
“아하하… 발굴까지는 아니고… 홍민준 선수가 무명일 때부터 주목하긴 했어요.”
—???
—쏘영이 오늘 왜 이리 겸손모드임?ㅋㅋ
—쏘영아 평소대로해라
—ㅋㅋㅋㅋㅋㅋ ‘홍민준 내가 발굴했다!’ 선언 어디감?
그리고 지금.
‘풋볼인러브’의 운영자 한소영은 어마어마한 시청자 숫자를 보며 동공지진을 일으키고 있었다.
대기업으로 성장한 이후 꽤 많은 시청자가 붙긴 했으나 오늘은 평소의 몇 배… 아니 수십 배다.
예상을 아득히 초월한 시청자 숫자에 놀란 한소영이 평소의 뻔뻔함과는 다르게 겸손한 대답을 하자 시청자들이 곧장 영상 도네이션을 보내왔다.
「아~ 홍민준 선수? 요즘 올림픽에서 잘 나가잖아. 그럼~ 내가 발굴했지! 무명의 대학 리거 시절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 나, 한소영이 딱! 알아봤단 말이야.」
올림픽이 막 시작했을 무렵.
홍민준의 활약에 들뜬 나머지 거하게 지르고 말았다. 그걸 클립으로 따서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다니… 말을 잇지 못하는 한소영을 대신해 채팅창이 불티나게 올라간다.
—아ㅋㅋ ‘스카우터’ 한소영느님
—무명의 홍민준을 발굴한 ‘나’
—캬~ 역시 진정한 축덕녀 한소영느님입니다
“아 놀리지 말고요. 근데 사실이잖아. 팩트.”
당황도 잠시.
대기업 유튜버답게 금방 정신을 차린 한소영이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
“자자. 어차피 오늘 주제가 홍민준 선수니까 처음부터 너무 그러지마. 그나저나 오늘따라 사람이 많네. 어제 이란전이 그만큼 임팩트가 컸다는거겠지?”
—ㄹㅇ 아자디 원정이라 잘해야 무승부겠거니 했는데 개발랐자너
—진짜 홍민준이 난놈은 난놈이다
—와꾸부터 실력, 태도, 인성까지… 깔게없다…
“맞아. 어제 경기 본 사람이라면 모두 알겠지만 홍민준 선수, 진짜 깔게없는 대단한 선수에요. 그쵸?”
—쌉인정
—그래서 초대 언제하냐고~~
—보니까 이젠 돌파원툴도 아니더라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이었지만 한소영은 용케도 필요한 채팅을 쏙쏙 골라냈다.
“오 역시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네! 맞아요! 홍민준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이 엄청나게 변했죠?”
오늘을 위해 밤새 꼬박 준비한 자료를 화면에 띄웠다.
“어제 이란전 끝나고 너무 흥분해서 준비가 늦었어. 그래서 밤새 작업했거든요? 자~ 이제 내가 설명해줄게요.”
과거 대학 리그에서 활약하던 시절의 영상부터 올림픽, 프랑크푸르트까지.
홍민준의 활약상을 편집한 영상이 흘러갔다.
“다들 보다시피 홍민준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은 빠른발과 압도적인 개인 기량을 앞세운 돌파에요. 그건 대학 시절부터 프랑크푸르트까지 쭉 이어졌죠. 근데 어제 이란전에서 홍민준 선수는 돌파보단 연계에 중점을 둔 플레이를 펼쳤어요.”
—이렇게보니 진짜네
—걍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플레이도 바꼈구나
“이런 변화는 대표팀 합류하기 직전 유로파 경기에서부터 보이는데요.”
그렇게 시작된 홍민준의 플레이 스타일 변화에 대한 설명이 1시간 정도 이어졌다.
어지간한 전문가 못지 않은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국대 경기만 챙겨보는 라이트한 축구팬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 한소영의 설명에 시간이 갈수록 입소문을 타고 시청자가 늘어간다.
—나 이렇게 공부했으면 한국대갔을지도…?
—헤으응… 눈나 너무 귀에 쏙쏙 박혀요
—와 근데 이렇게보니까 홍민준 엄청 발전했네
열심히 떠든 뒤 물을 마시던 한소영이 잽싸게 채팅을 받았다.
“맞아요!! 진짜 홍민준 선수의 발전은 신기할 정도에요. 영상 분석 본 사람들은 알거야. 대학 리그 시절의 홍민준 선수도 분명 뛰어났거든요? 근데 가면 갈수록 엄청나게 성장해. 폭발적으로.”
—생각해보니 커리어도 그렇넼ㅋㅋㅋ
—대학 리거였던 내가 반년만에 바르셀로나 선수?
—바르셀로나는 금지어다ㅅㅂ…
—그럼 프랑크푸르트 선수로 바꾸자ㅋㅋㅋ
“아니 여러분. 진짜 생각을 해보라니까? 홍민준 선수의 성장세가 얼마나 가파른지 모두 보이지? 이게 진짜 말도 안 된다니까? 성장이 말도 안 되게 빨라. 폭발적이야. 근데 더 대단한 건 뭔지 알아? 폭발적이면서도 꾸준하다는거야!!”
흥분한 한소영의 외침에 채팅창이 동조하는 내용으로 가득찼다.
—그건그래
—솔까 홍민준 프로의식 존나 쩌는듯
—그러네?? 스캔들한번없었자너
—ㅅㅂ… 우리팀 새끼들도 홍민준 반의 반만 닮았으면 이 지랄안났을텐데… 제발 훈련좀해 아스날개객기들아!!
—리밥풀도…
—맹구도…
—맹구는 훈련으로도 해결 안되니 나가랔ㅋㅋ
—ㅅㅂ…
논점 이탈하는 채팅창 내용에 한소영이 시기적절하게 끼어든다.
“그만큼 자기 관리도 철저하고, 훈련에도 최선을 다한다는거지. 꾸준히 성장한다는게 얼마나 힘든건데요. 프로 의식이 그만큼 철저하다~ 이 말이죠.”
—전에 동료 선수들 인터뷰하는거보니까 훈련 존나 열심히 한다던데
—예능에서 윤혁이 그랬자너 제일 일찍나와서 제일 늦게 귀가한다고
—캬~~ 그 얼굴에 재능, 노력까지… 홍민준은 ‘진짜’다
—니가 진짜다
“맞아요. 제가 아는 홍민준 선수는 진짜 자기 관리도, 프로 의식도 투철한 선수였어요. 그러니 이렇게 성장한 거겠죠?”
—그러고보면 스캔들 한 번 없었네
—그 와꾸로 어케 스캔들이없음?
—??? ㄹㅇ??
—와… 나 지금 좀 무서워질라고해… 그 와꾸로 여자를 안만난다고…??
—아ㅋㅋ 이건 진짜 인정할수밖에없다ㅋㅋ
잘 나가던 주제가 ‘여자’가 끼어드니 난장판이 됐다.
그나마 그 외모로 스캔들 하나 없는 홍민준의 절제력에 대한 칭찬이라 다행일까.
열심히 떠드느라 칼칼해진 목을 축이며 채팅창을 구경하던 한소영에게 불똥이 튄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근데 쏘영이 홍민준이랑 연락한다고 하지 않았음?
—ㄹㅇ??
—혼또니??
—나니!??
—진짜??
제대로 읽기 힘들 정도로 휙휙 넘어가는 채팅창에서 그걸 또 어떻게 본건지.
한 명의 던진 불꽃이 금방 채팅창을 활활 불태운다.
“아. 뭐. 가끔 연락하긴 하죠.”
사실이다.
실제로 홍민준과는 간간히 연락을 하긴 한다.
뭐… 별달리 대단한 건 아니고 경기에서 활약했을 때 경기 잘봤다, 축하한다 정도?
—전화!!
—통화가능?
—소영아 영통가즈아!!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