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38)
138
한소영은 당황스러웠다.
방송을 하며 종종 홍민준과의 친분을 드러내긴 했다. 은근슬쩍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런 반응이 돌아온 적은 없었다.
농담을 하는 한소영이나 듣는 시청자나 하하호호 넘어갔는데, 증명하라고 채팅창을 도배하다니.
증명하고 말것도 없이 당장 한소영이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풋볼인러브’의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영상은 모두 홍민준에 대한게 아닌가.
대학 리거 시절의 경기 직관 영상, 사인받는 영상, 가벼운 인터뷰 영상 같은.
이렇게 조금만 뒤져봐도 떡하니 나오는데…
—구라아님?ㅋㅋ
—홍민준이 죠스로 보이낰ㅋㅋㅋ 뭔 유튜버가 발ㅋㅋㅋ굴ㅋㅋㅋㅋ
—에이 뭐야 구라였음?
—아ㅋㅋ 어쨌든 홍민준이랑 친하다니까~?
이건 뭐지?
악의와 조롱이 가득한 채팅창에 한소영은 멍해졌다.
‘풋볼인러브’는 그간 청정구역이었다.
대기업으로 성장했다지만 여타 방송에 비하면 악질도 없고, 채팅도 점잖고 온화한 편.
이는 애초 유튜버답게 생방송보다 편집 영상 위주라 굳이 댓글을 찾아보지 않으면 나쁜 말도 없었고, 그나마 있는 악플도 대체로 애청자들의 좋아요 댓글에 밀리다보니 한소영이 볼일이 없었다.
무엇보다 컨텐츠 자체가 가벼운 축구 가십보단 무거운 전술 분석, 리뷰나 칼럼 같은 축덕 위주의 방송이었기에 악질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과연 국가대표의 파급력은 막강했으니, 홍민준을 주제로 생방을 시작하자마자 온갖 분탕이 몰려들어 채팅창을 점령하고 말았다.
한소영은 악질들의 도배로 가득한 채팅창에 덜컥 겁이 났다.
“지, 진짜거든요! 구라아니고, 진짜 홍민준 선수라 친해요!!”
과거엔 나름 친하다… 라고 할만했다.
올림픽 대표팀에 뽑히기 전까진 사적으로 종종 만나기도 했고, 축구에 대한 이야기부터 사적인 이야기나 가벼운 농담까지 자주 연락하곤 했으니까.
그러나 올림픽이 끝나고 홍민준이 라이징 스타가 되며 연락이 줄어들었다.
그야 올림픽 중엔 경기로 바쁘고, 올림픽이 끝나곤 이적으로 정신없고, 이적 후엔 해외로 나간데다 부진이 겹치며 이래저래 연락이 힘들긴 했겠지.
그래도… 그래도 지금도 종종 톡을 주고받곤 한다.
이 정도면 아예 친분이 없는건 아니잖아. 조금… 쪼오금 친하다고 할 수 있지 않나?
그러나 흥분한 한소영의 필사적인 변명은 악질들의 더욱 큰 어그로를 끌었을 뿐이었다.
—홍민준이랑 친하다고 잔뜩 어그로끌어서 시청자 늘렸으니 증명해야지
—ㄹㅇㅋㅋ
—아ㅋㅋ 그래서 얼마나 친하냐고~
—맨날 홍민준홍민준~ 내가 발굴했니 어쩌니 자랑하더니 왜 증명안함?
분명 만류하는, 자제시키는, 응원하는 채팅도 많다.
아니, 더 많다.
그러나 10개의 칭찬보다 1개의 비난이 더 눈에 들어오고 아픈 법이라고, 반쯤 얼이 나간 한소영의 눈에는 온통 조롱과 의심의 채팅만 들어올 뿐이었다.
“즈, 증명할게요! 하면 되잖아요!!”
억울함, 답답함, 분노, 무서움.
온갖 감정에 휩싸여 바락 외치고 통화 버튼을 누른 직후. 한소영은 후회했다.
‘아… 통화는 오랜만인… 아니, 통화가 가능한지부터 먼저 물어봐야 했는데.’
이제라도 끊을까?
통화하는거 보여줬는데 지금 끊으면 시청자들 반응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던 순간.
「여보세요? 소영 누나?」
“미, 민준아!!”
「어어. 뭐야. 목소리가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홍민준의 그 태연한 목소리에 한소영은 목이 메였다.
“아, 아니 그게…”
무슨 일?
있지. 있는데… 방송에서 사람들이 믿어지지 않아 전화했다고 말하려니 차마 입이 안 떨어진다.
「뭔데 그래? 말하기 곤란한 건가?」
“으응… 그게 있지. 나 방송중인데… 사람들이 너랑 친하다니까 안 믿어서…”
「아~ 뭐야 그런거면 진작 말하지. 아, 지금 내 목소리 들리나?」
“지금 스피커폰이야.”
「안녕하세요, 풋볼인러브 시청자 여러분. 축구선수 홍민준입니다.」
—???
—찐임??
—진짜 홍민준이라고??
—ㅋㅋㅋ 이걸속냐 ㅂㅅ들
—ㅈㄹㄴ 안속음ㅋ
—에이~ 너무 티난다~ 전화걸자마자 받네ㅋ 대기타고있었던 넘 티남ㅋ
—근데 목소리는 좋다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잘생김 뭐냐궄ㅋㅋ
—쏘영아 영통가즈아!!
—목소리모야
난처해죽겠는데 계속 무리한 요구만 해대는 시청자들이 오늘따라 야속했다.
* * *
방송이라… 소영 누나의 방송이라면 인방을 말하는거겠지.
안 그래도 졸려서 잠들뻔 했는데 차라리 잘됐네. 이걸로 적당히 인터뷰하면서 시간이나 때우… 잠깐.
문득 기발한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괜찮겠는데?’
고개를 숙여 어깨와 얼굴 사이에 핸드폰을 끼워놓고 영상 분석용으로 가지고 다니던 패드를 꺼내 유튜브 구독 목록에 들어가봤다.
역시나 ‘풋볼인러브’에 들어와 있는 생방송 표시.
들어가보니 소영 누나가 난처한 표정으로 입술을 우물거리고 있는 화면이 뜬다.
‘소영 누나 얼굴도 오랜만이네. 근데 표정이 왜 저래?’
반사적으로 채팅창을 훑으니…
아하.
“아. 누나. 혹시 시청자들이 안 믿어?”
「그게 아니라…」
난처함 가득한 목소리.
실제 화면 너머의 소영 누나의 표정도 난처함 그 자체였다.
“에이. 나 지금 누나 방송 보고있는데 시청자들이 안 믿고 있구만 뭘.”
「어어!? 보고있다고?」
화들짝 놀라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소영 누나의 행동에 채팅창에 무수한 갈고리가 올라온다.
—????
—뭐함??
—얘 뭐임?ㅋㅋ
—귀엽넼ㅋㅋㅋ
흐음.
그래. 차라리 영상 통화가 더 낫겠네. 내 계획에도, 소영 누나한테도.
“누나. 보니까 시청자분들이 나인걸 못 믿나본데 영통하자.”
「그, 그래도… 될까?」
“그럼!”
패드로 보고있는 ‘풋볼인러브’ 화면 한 구석에 내 얼굴이 뜬다.
—오오… 진짜 홍민준이네
—와캬퍄~~ 역시 목소리부터 알아봤다구~~~
—하 목소리부터 느껴지는 이 섹시한 허스키 보이스… 민준아 누나가 격하게 사랑한다
“다시 인사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축구선수 홍민준입니다.”
내가 인방은 안 봐도 어떻게 굴러가는지 대충은 안다.
방제랑 채팅창, 그리고 어제 끝난 이란전을 연결하면…
“호진대 시절에 소영 누나한테 신세 많이졌는데, 생각해보니 게스트 한 번 안 나갔네요. 시즌 끝나고 휴식기에 게스트로 한 번 나가볼게요.”
「미, 민준아!」
깜짝 놀란 소영 누나의 목소리에 이어 채팅창이 폭발했다.
—와… 홍민준 평소에 언론 멀리하기로 유명하지 않나?
—그러게 노출하는거 싫어하는걸로 유명하자너
—예능도 지금까지 1개 나온게 전부고. 광고도 안찍고
—신비주의 홍민준이 쏘영이 방송에…? 이거 귀하군요
—형 왜 방송안나와요?? 형 나오는거 보고싶은데
채팅창이 워낙 빨리 올라가 제대로 읽지도 못하겠네.
뭐, 안 봐도 뻔하다.
읽지않아도 내가 이렇게 말했을 때 나오는 반응이야…
“하하. 제가 언론 매체를 싫어하거나 피하는 건 아니고… 그냥 지금은 축구 선수 본연의 자세에 충실하려고요. 축구 선수가 축구를 잘해야죠. 이제 막 성장하는 유망주니까요.”
—오… 역시 프로의식
—홍민준사랑해!!
—기열찐빠홍병장님 아쎄이 기열 한번해주세요!!
—광고좀찍어라
—아 역시 노잼성격이네;
여전히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
몇 글자 읽지도 않았는데 시야에서 사라지니 내용을 알수가없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누나. 잠깐 인터뷰나 할까?”
「인터뷰? 지금?」
“응. 어차피 지금 비행기 탑승전까지 한가하거든. 내가 누나한테 해줄건 별로 없고… 이런거라면 언제든 해줄 수 있지.”
솔직한 마음이기도 했고, 나름 계산적인 마음도 있었다.
그간 오하린과 윤다예를 비롯해 여자친구들과 언론에 대해 많은 논의를 나눴다.
아무리 잘 숨기고 있다지만 유명세를 얻을수록 내 사생활이 드러날 위험은 높아지고, 언제까지 광고나 협찬, 인터뷰나 방송 출연을 피할수도 없는 일.
뭐, 들킨다해도 범죄도 아니고 축구만 잘하면 어영부영 넘어갈 문제긴 하지만… 이왕이면 실력도 이미지도 같이 잡는게 좋지 않나. 최고의 축구 선수가 되려면 실력은 필수지만 이미지 관리도 필요하니까.
그러니 슬금슬금 본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너무 한번에 드러내서 대중들의 반감을 얻지 않되, 적당히 대중이 관대히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조금씩조금씩 노출시키자고.
본격적인 시작 시기를 가늠하고 있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지금부터 시작해볼까.
그렇게 시작된 즉석 인터뷰.
나는 읽지도 못하는데 소영 누나는 용케도 수많은 채팅 사이에서 질문을 찾아낸다.
“취미요? 제가 노래 듣는걸 좋아해서 음악감상? 걸그룹 노래부터 클래식까지 다양하게 들어요.”
“특기는 노래에요. 제가 또 노래는 자신있거든요.”
“생활 패턴은 되게 단조로워요. 이번처럼 특별한 일정이 없다면 매일 훈련과 집을 오가는 정도? 되게 심심하고 재미없죠?”
“가장 친한 친구는 아무래도 치차로죠. 브루노도 그렇고. 남미 커넥션이라고요? 그러고보니 그렇네요. 아! 요즘은 도날드 쿡 선수랑 친해지고 있어요.”
음… 이건 너무 심심한데.
이것만으로도 지금 내 인기를 생각하면 꽤나 기삿거리가 되겠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과 화제론 부족해.
아무래도 소영 누나가 부담스러워서 그런지 너무 평이한 질문만 골라내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좀 도와줘볼까.
「아아, 여러분 알았어요. 도배는 하지말기. 자 다음 질문은~」
“응? 방금 바르셀로나가 보였는데.”
「헉!」
—헉!
—헉!!!
—허거덩!!!
—허걱스!!
—헐!!
—허러러럴ㄹ!!
—?? 얘들뭐함??
일단은… 물어뜯기 좋은 소재인 바르셀로나 시절부터 시작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