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39)
139
남들이 보기에 내 축구 인생의 위기는 단 두번, 고등학생 시절과 바르셀로나 시절이라 생각할거다.
고등학생 시절이야 무명이었으니 넘어가도, 바르셀로나 시절의 부진은 정말 한국 축구계가 한동안 그 주제로 도배될 정도의 관심을 받았다.
그도 그럴것이 부진의 대상이 바로 나 아닌가.
무명의 대학 리거가 뜬금없이 올림픽 대표팀에 뽑힌 스토리부터 시작해서 한국의 은메달을 이끌고 득점왕까지 먹었다?
한국 역대 최초에 아시아 2번째 득점왕.
거기에 당시 20살이란 어린 나이에 화려한 플레이 스타일과 외모까지.
축구 좀 본다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그 바르셀로나와의 계약이 발표되었을 땐 그야말로 전 국민의 응원이 쏟아질 정도였다.
그렇게 떠오르던 스타가 한 순간 추락하는데 관심을 가지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있나.
「미, 민준아. 말하기 곤란하면 꼭 말할 필요없어.」
착한 소영 누나가 만류해보지만 사실 하나도 곤란할거 없다.
“에이~ 괜찮아. 사실 바르셀로나 시절에 제가 못하긴 못했어요. 그쵸?”
—헉!!
—드러나는 그의 진심
—아니에요 오빠ㅜㅜㅜ 오빠는 진짜 잘했는데 바르실로나?가 못된거에요ㅠㅠㅠㅠ
—근데 바르샤 홍민준은 ㄹㅇ 쉴드못치겠닼ㅋㅋ 진짜 눈썩경기력이었음;
—우리 오빠 그런적없거든요? 왜 날조하고 그래요 기분나쁘게
과연 바르셀로나 어그로 효과는 탁월했다.
검은건 바탕이요 하얀건 글자니… 진짜 무슨 글자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휙휙 올라가는 채팅창을 보니 어그로가 제대로 먹힌 모양이다.
“와… 채팅창 너무 빨라서 못 읽겠다. 근데 못한건 못한거니까요. 돌아보면 아쉽죠. 진짜 아쉬워요. 제가 바르셀로나 팬이었거든요. 아, 물론 열성적인 팬이라기보단 그냥 구단의 역사를 존중하는? 전 레알 마드리드도 좋아해요. 근데 솔직히…”
음. 악마의 아가리… 아니, 주둥이를 좀 털어보자.
뻔뻔하게 얼굴에 철판을 깔고 주둥이를 나불거렸다.
“좀 억울한 면은 있어요. 부진은 부진이고, 실패는 실패라 변명처럼 들릴까봐 지금까지 말한적은 없는데… 사실 제가 바르셀로나 이적 직후에 갑자기 키가 7cm가 넘게 컸거든요.”
일단 내 포지션은 피해자다.
실상은 내 삽질로 부진이 시작된거지만 나를 제외한 사람이 상태창을 아는 것도 아니고, 겉으로만 보면 맞잖아.
“키가 크면 좋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이렇게 단기간에 크면 무게 중심부터 밸런스까지 다 망가지거든요. 특히 저처럼 드리블 돌파가 장점인 선수에겐 더욱 치명적이고요.”
「맞아요. 특히 이런건 훈련으로도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미묘한 감각적인 부분이라 홍민준 선수가 많이 힘들었을게에요.」
아무것도 모르는 착한 소영 누나가 내 아가리질에 열렬히 호응해줬다.
피해자 코스프레는 충분한 것 같으니 적당히 마무리하자.
“구단이 조금만 기다려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렇다고 바르셀로나를 원망하진 않아요. 바르셀로나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는 구단이니, 25인 로스터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죠. 무엇보다 우린 프로구요. 제 사정이 어떻든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으니 구단의 결정을 이해합니다.”
—캬… 대인배네 나라면 존나 서운할텐데
—홍민준!홍민준!홍민준!홍민준!
—내 마음의 빛이요, 내 영혼의 빛이라 홍민준은 전설이다…
—솔직히 이건 바르셀로나가 잘못했다ㅇㅈ?ㅇㅇㅈ
—진짜 조금만 기다려줬어도 홍민준 보유구단되는건데 아까빜ㅋㅋ
가장 예민한 부분을 먼저 말하고나니 그뒤로는 비교적 가벼워진 분위기속에서 여러가지 질문을 받았다.
“목표는 일단 프랑크푸르트에서 최대한 성장하고, 경기력을 올려서 월드컵 본선에 나가는거?”
“에이~ 연봉은 비밀이에요.”
“누구요? 누구? 호르헤 가르시아? 아니, 걔가 왜 나와요. 인터뷰? 걔가 또 인터뷰에서 날 언급했다고? 아~ 미치겠네. 걘 뭐 내 스토커야? 뭐 맨날 내 얘기만해. 아 진짜 그런거 아니고요. 정말로 저 게이아니에요. 절대 아니고… 걔랑 그런 사이 진짜 아니에요!!”
인터뷰를 할수록 대중이 바라보는 내 이미지가 어떤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예상보다 더 프로 의식이 투철하고, 성실하고, 훈련광에 언론 노출 좋아하지 않고, 근면하며 절제력의 화신이란… 이건 뭐 박지성 선배 뺨치는 이미진데.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훨씬 심각했네.
“광고나 방송 출연은 차차 생각해보겠습니다. 아, 이제 비행기 탑승 시간이 다 됐네요.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만 더 받아볼게요.”
「아~ 아쉽다. 그럼 두구두구 마지막 질문은~」
소영 누나가 입을 열기전,
“아. 여자친구요?”
계획했던 마지막 발언을 위해 문득 채팅창에서 발견한 것처럼 연기했다.
「헉!?」
—왔다!!
—드디어 읽었네ㅅㅂ
—오빠 제발 없다고해줘요ㅜㅜㅜ 있어도 없다고해줘 들키지만말고ㅠㅜㅜㅠ
고민하는 척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려니 채팅창이 폭발하듯 올라가는데 재밌네.
“아하하. 여자에 관심이 없다거나 그런건 아니구요. 저, 여자친구 있어요. 아, 이제 진짜 가봐야겠네요. 소영 누나, 또 연락할게~”
「어헉!?」
소영 누나가 너무 놀란것 같은데… 나중에 따로 톡해주지 뭐.
* * *
“끝났어?”
“엉. 아, 계속 떠들었더니 입이 아프네.”
오하린에게 패드를 넘기며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 탑승한다.
“너도 옆에서 들었지? 생각보다 내 이미지가 모범적인 선수더라. 이제와서 실체 밝히면 여론 돌아서는거 아냐?”
“괜찮아. 범죄도 아니고, 호색한 정도로 네 이미지가 나락까지 떨어지진 않을거야. 물론 네가 지금처럼 계속 활약한다면.”
“그건 걱정마. 지금처럼이 아니라 계속 성장할건데?”
“그럼 됐고.”
시크하게 대꾸한 오하린이 머리받이에 뒤통수를 기대며 눈을 감는다.
“나 이제 잘거니까 말걸지마.”
“…아, 예, 예. 당연히 졸리시겠죠.”
어제 침대에서 밤새 말을 탔는데 피곤하지 않으면 그게 사람이냐.
정작 제일 피곤한 건 난데.
“야, 윤다예. 넌 벌써 자냐?”
“시끄러워.”
“넌 뭐했다고 아까부터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고있냐.”
“…몰라도 돼.”
“아이고~ 그러세요?”
하긴.
얘도 밤새 시달리는 날 훔쳐본다고 고생이 많았겠네.
사실 말이 훔쳐보는거지 이쯤되니 모두가 알고 있다. 알지만 내색을 안 하는 것뿐.
‘요 내숭덩이리는 언제 잡아먹을까.’
윤다예도 아마 알고있지 않을까. 자기가 들킨걸?
프랑크푸르트 집에서도 오하린이랑 섹스할 때 매번 문을 1/3쯤 열어두는데, 눈치를 못채면 그게 바보지.
빠꼼이 윤다예가 아직까지 모를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야, 야. 인터뷰한거 어땠냐. 과하진 않았지?”
“몰라.”
“인방에서 밝힌건 좀 그랬나. …아냐. 언론보단 인방이 낫지. 이제 인터뷰할 때 겸손한 척 줄이면 되겠다. 그치?”
“알아서 하라고.”
“여자친구가 한 명이 아니라는 건 언제 밝힐까?”
“아! 쫌!”
“넌 몇 번째 순서가 좋아?”
“…뭐?”
“뭐긴 뭐야. 넌 내 여자친구라고 몇 번째로 밝혀지는게 좋냐고.”
“어, 어… 나?”
눈만 꿈뻑거리는게 귀엽네.
* * *
『인터넷 방송에 나타난 홍민준!! — 스포츠메일』
『인기 축구 유튜버 생방송에 한국의 축구 스타가 등장하다 — 세계일보』
『”바르셀로나에 서운” 드디어 입을 연 홍민준의 작심발언 — 데일리스포츠』
『호르헤 가르시아는 내 스토커, 홍민준과 호르헤 가르시아의 핑크빛 기류? — 우먼파워데일리』
『이런 소탈한 모습은 처음이야! 베일에 쌓여있던 축구 천재의 민낯 — 풋볼데일리』
처음 홍민준이 인터넷 방송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워낙 많은 시청자가 보고있던 방송이라 순식간에 여러 커뮤니티로 입소문이 번져나갔다.
국가대표 데뷔전에서부터 맹활약을 펼치며 여러 기록을 세운 홍민준에 대한 관심이 다시 한 번 폭등하자 이리저리 기웃거리던 기자들이 그 냄새를 못 맡을리 없었고, 어마어마하게 몰린 한소영의 방송에는 수십, 수백의 기자들이 섞여들었다.
그리하야 홍민준이 무슨 말을 할때마다 실시간으로 온갖 어그로성 기사들이 스포츠 뉴스란을 점령하기 시작했고, 마지막에 ‘여자친구’ 발언이 터졌을 땐 그야말로 수십 개의 기사가 몇 초만에 주르륵 올라올 정도의 화제성을 보여주었다.
『여자친구 인정!! 처음으로 밝힌 홍민준의 그녀는? — 스포츠매일』
『”저 게이 아니에요” 호르헤와의 핑크빛 기류에 연막 작전에 나선 홍민준? — 우먼파워데일리』
『축구 스타의 그녀를 찾아라! 홍민준이 언급한 여자친구의 유력한 후보 3인방을 밝힌다! — 데일리싸커』
여자친구를 밝힌 홍민준의 인터뷰 내용에서 시작한 기사는 그 여자친구가 누구인지 찾는걸로 확대되어 유력한 후보라며 몇 명의 여자를 꼽기도 했다.
그렇게 홍민준이 한창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숙면에 빠져있을 때, 한국에서 시작된 홍민준 기사는 한 발 앞서 독일에 상륙했다.
『한국의 인터넷 방송에서 여자친구를 밝힌 독수리 군단의 어린 에이스! —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지금은 열기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한 때 한류 열풍에 휩싸였던 독일.
한류 열풍은 독일에 새로운 문화를 남겼는데, 바로 한국식 팬덤 문화가 그것.
한류에 가장 우호적인 10~20대 여자들은 한국식 ‘팬’ 문화를 흠뻑 흡수하여 아이돌 덕질에 나서곤 했는데, 최근 프랑크푸르트 젊은 여자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아이돌은 K-POP 그룹이 아닌 의외로 축구 선수였다.
바로 홍민준.
홍민준이 국가대표 소집이 끝나고 귀국한다는 소식에 공항에 몰려들던 팬들은 아찔한 기사를 접했다.
“어어? 뭐야! 저기 왜 저렇게 젊은 여자들이 몰려있어?”
“공항에 웬 여자들이… 무슨 시위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