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47)
147
겨울 휴식기를 보내고 복귀한 구단은 활력이 넘쳤다.
성공적인 전반기를 보낸데다 2주 동안 실컷 놀고왔는데 즐겁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이상할터. 확실히 분데스리가가 유럽 대항전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가 있다.
중간에 긴 휴식기가 있으니 선수들이 재충전할 수 있는거지.
…결코 쉬는게 좋아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전문가들도 분데스리가의 가장 큰 경쟁력 중 하나로 긴 겨울 휴식기를 꼽으니까.
평균 1달에 달하는 휴식기를 가진 분데스리가지만 올해는 월드컵으로 1주일 가량이 줄어든 3주의 휴식기가 주어졌다.
그러나 실제 선수단이 즐긴 기간은 2주 남짓.
정말 3주 내내 쉬다오면 푹 퍼진 몸으로 바로 다음날 경기를 치뤄야하는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
후반기 시작을 6일 앞둔 1월 11일.
프랑크푸르트의 공식 일정이 재개됐다. 늘어진 몸을 다시 가열하고 담금질 할 시간.
“헉, 헉…”
역시 체력 훈련만큼은 아무리해도 적응되지 않는다니까.
토할 것 같은 속을 진정시키며 주저앉으니 체력 코치가 득달같이 달려온다.
“헤이, 홍! 일어나! 일어나서 쉬도록!”
“Ja.”
비틀비틀 일어나 허리에 손을 얹고 쉬고 있자니 기자들한테 시달리며 받았던 스트레스가 풀린다. 역시 땀을 확 빼고나니 개운하네.
그나저나 오늘 분위기가 왜 이래?
아무리 막 휴가가 끝나 마음이 붕 떠있다지만 그렇다쳐도 유난히 훈련에 집중하지 못하는 선수단의 모습이 못마땅하다.
내가 주장이라면 한소리하겠는데, 아무리 에이스라도 올해 이적해온데다 막내급이 나서기도 그렇고….
유럽이라고 선후배 문화가 없는게 아니다.
여기도 사람사는 곳인데 아무렴 위계질서가 없을까. 물론 90년대 한국처럼 군대식 위계질서가 있는건 아니지만 그렇다해도 ‘뉴비’가 ‘베테랑’한테 태도 지적하는건 선넘었지.
‘아. 이적 기간이라 그런가?’
그러고보니 지금은 겨울 이적 기간.
2부에서 갓 승격하자마자 분데스리가와 유로파 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프랑크푸르트 선수단이라면 즉시 전력이 필요한 구단이 군침을 흘리만하지.
일단 2부에서 올라왔으니 비교적 선수단 몸값과 연봉이 싸다.
게다가 구단이 승승장구중이니 선수 평가도 비교적 후해질 수 밖에 없고.
내가 다른 선수 입장이라도 이번 기회에 이적으로 한몫 챙기려는 유혹이 생길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세상에 2부에서 올라와 돌풍을 일으킨 팀이 프랑크푸르트만 있는것도 아니고, 승격이든 하위권에서 빌빌대던 팀이든 그간 무수한 팀이 돌풍을 일으키곤 했다.
그런데 왜 돌풍이 돌풍으로 끝났겠는가?
다른 구단의 견제와 분석 같은 요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핵심 선수 유출을 막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승격팀이든 하위권 팀이든 재정적으로 빅클럽과 경쟁할 수 없으니 뛰어난 선수를 잡지 못하는것.
그래서 이렇게 분위기가 어수선하구나.
것 참… 한창 구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이적은 뭔 이적이야. 하려면 시즌 끝나고 할것이지… 하고 생각하고 있을때였다.
“민준민준!”
먼저 훈련을 끝냈던 치차로가 손에 무언갈 움켜쥐고 득달같이 달려왔다. 옆에는 팀의 미드필드 세르게이와 좌측 수비수 브루노까지.
나까지 포함하면 팬들이 독수리 군단의 미래 4인방이라 부르는 맴버가 다 모였군.
가장 어린 내가 21살, 그 다음이 브루노와 세르게이가 23살, 가장 키가 작지만 나이는 제일 많은 치차로가 25살이니 젊다면 젊은 편이지.
“뭐야 갑자기 몰려와서는.”
“알려줘! 누가 맞아!?”
움켜쥔 무언갈 흔들어대며 뜬금없는 소릴하길래 뭔가 했더니…
『홍민준의 그녀는?』
라는 기사의 제목 밑에는 각각 오하린, 윤다예, 희연 누나와 찍은 내 사진이 나란히 인쇄되어 있었다.
“내가 보기엔 미스 오가 민준의 그녀야. 확실해. 저번에 봤는데 민준을 보는 눈빛이 사랑에 빠진 여자였다니까?”
“에이~ 미스 윤이지. 너네 못봤어? 항상 민준을 따라다니는 윤의 시선을?”
“어휴 진짜. 결혼도 안 한 것들이 뭘 안다고. 겉으로 보이는걸 다 믿으면 안 돼. 이 두 사람같지만 실제 민준의 그녀는 이 테니스 선수가 분명해. 그치?”
“…….”
지랄났네 진짜.
여자친구를 밝힌 뒤 집요하게 쫓아다니던 기자나 파파라치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본래 축구 선수의 사생활은 그것이 도덕적, 윤리적, 법적으로 심대한 문제만 없으면 그리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법인데 나는 대체 왜 이럴까.
이러다 말겠지, 휘발성 관심이겠지 하며 버틴 시간이 벌써 4개월.
가라앉기는커녕 점점 더 사람들의 관심이 커졌다.
오하린이나 윤다예는 내가 일반적인 축구 선수와는 다르게 아이돌화 되어 그렇다고 했는데… 하, 진짜 너무 잘생겨도 피곤하구만.
조잘거리는 멍청이 트리오를 무시하며 스트레칭을 이어가는데 분위기가 묘했다.
그러고보면 이상하네. 이 녀석들이 아무리 격의없고 생각없는 애들이라지만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유럽 생활이 1~2년도 아니고, 남의 여자친구 문제를 이렇게 끈질기게 물어볼 놈들이 아닌데.
“너네 왜 그래? 뭔일 있어?”
“어… 그게… 아무일없어. 헤헤.”
어색하게 웃는 세 놈의 표정이 판에 찍은 듯 똑같이 멍청해보인다.
“됐으니까 빨리 말해. 왜 그렇게 난리야?”
“그게 있지… 민준, 혹시 이적해?”
“뭐?”
“이적… 미안, 이런거 물어보면 안 되는건 아는데 그래도 너무 신경쓰여서. 민준 이적하는거 아니지?”
“갑자기 무슨 헛소리야. 내가 왜 이적해?”
“그야 신문에서 네 이적설이 나도니까…”
“새삼스럽게 무슨. 찌라시도는게 한 두번이냐?”
짜증스럽게 말하는데 표정이 이상하다.
“민준. 찌라시가 아니야.”
그러면서 슬그머니 감추고 있던 종이뭉치와 핸드폰 화면을 보여준다.
꽤 잘 맞추기로 유명한 가디언의 크리스토프 테루어 기자가 오늘 아침에 올린 따근따근한 기사는 물론이고 슈포르트 빌트Sport Bild의 편집장 요헨 쾨넨과 프랑크푸르트 소식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까지.
이게 뭐야.
첼시가 비드를 했다고? 그 뒤를 따라 맨유랑 뉴캐슬이 비드를 해?
나도 들어본적 없는 이적설이라지만 더 썬이나 돈발롱같은 찌라시 언론도 아니고 나름 공신력 좋은 언론사, 그것도 편집장이 직접 이름을 내걸고 쓴 기사가 단순 찌라시일리는 없다.
젠장… 어떻게 돌아가는거지?
“민준.”
“진짜 이적하는거 아니지…?”
정작 내가 불안해 죽겠건만 나보다 불안한 표정의 세 바보를 보며 부러 덤덤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신문을 구겨버렸다.
“이적은 무슨. 난 들은적도 없어.”
어쩐지 오늘따라 팀원들이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싶었더니만… 지금도 안 듣는척 귀를 쫑긋거리는 팀원들이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홍! 감독님 호출. 감독실로 가봐.”
아무렇지 않게 스트레칭 하는 척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코치 한 명이 소리친다.
젠장. 저런건 몰래 전해줘야지 지금 상황에서 대놓고 이러면 어쩌자는거야. 저 바보는 분위기도 못읽나.
어리둥절한 표정을 연기하며 감독실로 들어가자 프란츠 발더 감독님이 평소와 같이 허허롭게 웃으며 손짓한다.
“앉게. 뭘 줄까? 커피? 쥬스? 차?”
“생수—”
“아. 참고로 요즘 다도를 배우고 있다네. 동아시아의 전통이라지? 참 마음에 들어. 물의 온도부터 찻잔의 온도까지 섬세하게 다루어야 하지.”
“크흠. 전 생수—”
“내 이번에 마음먹고 유명한 차를 샀다네. 옛날 중국 황제가 마시던 차라던가? 이름이… 그래. 쯔아위신이라나?”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쯔아위신 따위의 차를 들어본 적은 없는데.
설마 메이드 인 차이나 짝퉁에 사기라도 당하신걸까.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달인 차를 내어준 감독님의 손짓에 한 모금 마셔봤다.
음…
“어떤가. 맛있지?”
“…고소하네요.”
…녹차잖아.
“사실 난 2년은 더 자네와 함께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네.”
“쿨럭!”
뜬금없이 훅 들어온 공격에 차를 뿜을뻔했다.
이 영감탱이 기습이냐.
“허나 자네는 내 생각보다 뛰어난 선수더군. 자네가 세계적인 선수가 될거라 확신하던 나조차 이런 성장세를 예상치 못했어.”
설마했더니 정말 이적 제의가 온 걸까.
그럼 왜 오하린은 나에게 연락을 안 한… 아… 그러고보니 훈련할땐 폰을 라커룸에 두는구나.
아마 지금쯤 내 핸드폰엔 오하린의 전화와 문자가 수십개는 쌓여있지 않을까.
“감독님. 죄송하지만 아직 상황을 모르겠습니다.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을까요?”
내 물음에 감독님은 쓰윽 서류를 내밀었다.
“이적 제의일세. 첼시와 맨유, 뉴캐슬에 오늘 아침 경쟁이라도 하듯 보냈더군.”
진짜였구나.
그럴거라 짐작은 했지만 막상 눈앞에 내밀어진 서류를 보니 그제야 현실감이 든다.
첼시랑 맨유, 뉴캐슬이라.
모두 EPL팀이네. 하긴 자금력으로는 어느 리그보다 빵빵한 곳이 EPL이니 겨울 이적 시장에서 턱턱 큰 돈을 쓰는거겠지.
프랑크푸르트가 재정적으로 부유하진 않아도 부족한 구단은 아니다.
게다가 내 계약 기간도 아직 3년이나 남았으니 어지간한 금액으론 이렇게 감독님과 면담까지 하진 않을터.
과연 EPL 트리오가 얼마를 써냈길래 이러나 싶어 서류를 확인해봤다.
가만있어보자. 30M, 32M, 34M면 3000만 유로가 넘잖아. 그러면 한화로… 400억에서 450억?
“헐… 최소가 3000만 유로라니. 확실히 EPL팀들이 부자는 부자네요. 그래도 제 나이와 성장 기대치, 구단에서의 역할과 활약 그리고 무엇보다 겨울 이적 시장임을 감안하면 팔 정도는 아니잖아요.”
“자네. 뭔가 잘못알고 있구만.”
어? 뭐지?
프랑크푸르트가 당장 400억을 위해 날 팔 정도로 재정적으로 쪼달리는 구단이라고…?
아니, 지금 팀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나잖아.
거기에 분데스리가 우승 레이스 중이고 유로파 리그에서도 조 1위로 본선에 진출했고. 400억이 큰 돈이라지만 ‘겨우’ 그걸로 난 판다고??
“일단 기호를 보게. 유로가 아니라 파운드야.”
“그럼 3000만에서 3400만 파운드?”
파운드면… 500억?
“그리고 그건 총액이 아니야. 옵션을 포함하면 훨씬 커지지.”
황급히 뒷장을 넘겨봤다.
옵션 포함 총액이… 50m? 5000만 파운드?
“800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