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48)
148
확실히 800억은 큰 돈이다.
그러나 중요한건 800억이든 1000억이든 이건 어디까지나 이적료라는 것.
800억이 아니라 8000억이라도 구단 간의 거래지 나에게 땡전 한 푼 안 떨어진다. 뭐, 8000억 짜리 선수라면 그 가치 때문이라도 연봉이나 인지도 높아지겠다만 그거야 부차적이고.
그러니까 당장 제시된 금액이 크다고 지나치게 좋아할 필요도, 들뜰 필요다 없다.
어쨌든 난 아직 3년의 계약 기간이 남았고, 내 이적의 키를 쥐고 있는 건 구단이니까.
“구단의 입장은 어떻죠?”
감독님은 단호하게 선언했다.
“NFS!”
Not For Sale이라.
영입과 방출에 있어 상당한 권한을 가진 ‘매니저’의 단호한 선언이니 적어도 구단이 어마어마한 이적료가 아니고선 쉽게 날 팔아넘기지 않겠구나.
“난 보드진에게 분명히 말했네. 자네는 절대 판매 불가인 핵심 선수라고. 다행히 임원진도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라 이적 제의를 거절했네.”
그러더니 슬쩍 내 눈치를 본다.
“그 와중에 정보가 샌 모양이야. 아마 제의를 했던 구단 중 하나가… 아니, 혹은 셋 다 일수도 있겠군. 언론 플레이로 자네를 흔들어 볼 속셈이야.”
구단에 남겠다는 말을 듣고 싶은 모양이지만… 죄송하지만 감독님에게 확답을 해줄 순 없다.
사실 이적하고 싶은 마음이 크진 않다.
아직 프랑크푸르트에서 이룰 것도 많고, 구단 생활에도 만족하고 있으니까. 물론 좋은 조건으로 이적 제의가 온다면 달라질 수 있겠지.
내가 뭐 프랑크푸르트라면 껌뻑 죽는 열성팬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곳에 별다른 연고가 있다거나 유스 시절을 보냈거나, 프랜차이즈 스타인것도 아니잖나.
날 알아봐주고 최대한 편의봐 준 구단과 감독님에게 고마운 건 고마운거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 보답으로 나도 맹활약으로 구단에 보답해주고 있지 않은가.
의리니 충성이니 하며 희생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그렇다고 내 이익만 위해 이적 파동을 일으킬 생각도 없지만.
그러니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에이전트랑 상의해보겠습니다.”
그저 판에 박힌 레파토리 뿐.
감독님은 못내 서운한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으, 으음. 그렇군. 미안하네, 내가 욕심이 앞섰던 모양이야. 지금이야 구단이 제의를 거절했지만 저들의 적극성을 볼 때 쉽게 포기하지 않을텐데… 보드진이 언제까지 단호할 수 있을지 나도 모르겠군.”
하긴. 프랑크푸르트가 재정적으로 안정된 구단이라지만 그렇다고 부유한 구단은 아니지.
이는 비단 프랑크푸르트만 그런게 아니라 분데스리가 구단이 대체로 그렇다.
그 유명한 분데스리가 특유의 로컬룰 50+1 규정은 분데스리가 구단들에게 재정적인 자립성을 가져다 주었지만 반대급부로 부유해질 기회를 앗아갔다.
축구계에서 가장 상업화에 성공하여 돈방석에 앉은 EPL과 비교하면 분데스리가는 얼마나 소박한가.
반대로 라 리가나 세리에의 중하위권 구단의 재정적 불안정성과 비교하면 분데스리가는 얼마나 안정적인가.
50+1의 로컬룰은 장점도 단점도 분명하기에 무엇이 정답이라고 확정할 순 없다.
다만, 이 특유의 규정으로 인해 분데스리가에 ‘빅딜Big Deal’이 드물어진 것은 사실이지.
30년도 더 전에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이 유벤투스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며 열어젖힌 이적료 1000억의 시대 이후, 더 이상 1000억의 이적료는 놀라운 수준이 아니게 됐다.
가장 많은 이적료를 쓰기로 유명한 EPL은 당연하고 돈질로는 누구에게도 지지않는 레알 마드리드가 있는 라 리가 역시 바르셀로나나 AT 마드리드가 막대한 자본력을 자랑했다.
짠돌이 이미지로 유명한 세리에의 유벤투스마저 곤살로 이과인의 9000만 유로를 시작으로 1억 유로가 넘는 호날두와 8500만 유로가 넘는 마테이스 더리흐트를 영입했고, 인테르는 7400만 유로로 로멜루 루카쿠를 SSC 나폴리는 7500만 유로로 빅터 오시멘을 영입했다.
심지어 2017년 PSG는 네이마르 영입을 위해 바르셀로나에 무려 총액 2억 2200만 유로, 한화 약 3000억에 달하는 이적이 이루어졌으니 이적료 1000억은 열 손가락에 들지도 못할 수준까지 왔다.
그러나 분데스리가는 예외다.
2018년 뮌헨이 루카 에르난데스를 영입하며 8000만 유로를 기록한 것이 전부다.
이만큼 재정 자립도는 높지만 부유하진 않은 분데스리가 구단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지표가 또 있을까.
나를 향한 이적료가 높아질수록 프랑크푸르트 보드진은 유혹을 참기 힘들어질거다.
오랜 지도자 생활로 유럽 각지를 경험한 프란츠 발더 감독님은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네에게 남아달라고 말하진 않겠네. 그건 자네의 선택이야. 단지… 결정하기 전에 과연 무엇이 최선인지, 무엇이 자네의 성장과 미래에 도움이 되는지 숙고해주게나. 그게 내 유일한 바람이네.”
* * *
다들 열심히긴 하지만 어딘가 붕 떠있던 오후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오하린과 윤다예가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뜬금없는 말에도 찰떡같이 알아들은 두 사람의 손짓에 따라 의자에 앉으니 테블릿 액정 위에 이런저런 자료를 띄워 보여준다.
“상황이 좀 꼬였어.”
“어떻게 꼬이면 사전 교감도 없이 대뜸 오퍼부터 넣는거야. 넌 알았어?”
오하린이 고개를 젓고는 차근차근 설명을 해줬다.
일의 발단은 맨유의 32살의 측면 공격수 조세 폰타나.
최근 스포츠 과학과 훈련법의 발달로 선수의 생명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32살이란 나이는 축구 선수로서 노장에 속하는 나이.
그럼에도 여전한 경기력으로 맨유 공격의 핵심을 맡던 조세 폰타나는 올 시즌이 계약의 마지막 해였다.
맨유는 이 선수를 잡기 위해 꾸준히 재계약 제의를 했지만 장기 계약을 원하는 선수와는 달리 1~2년 단기 계약만 제시하니 성사될리가 있나.
결국 모든 재계약 제의를 거부하기에 이른 조세 폰타나는 계약 만료 후 유벤투스행을 선언했고, 맨유는 그를 대체할 선수로 나를 찍었다.
여기까진 맨유 임원과 오하린과 교감을 나눈 부분인데 문제는 겨울 이적 시장이 열리자 유벤투스가 100억 가량의 이적료를 제시하며 조세 폰타나 영입에 착수한 것.
계약이 반 년 가량 남은 지금, 조세 폰타나는 보스만 룰로 인해 구단의 간섭이 없이 자유롭게 개인 협상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실제 이적은 계약이 끝난 후가 되겠지만.
그러나 당장 측면 공격수 보강이 절실한 유벤투스가 100억 가량의 이적료와 함께 영입을 추진하니, 맨유는 어차피 공짜로 풀릴 선수 반 년 일찍 보내는 대신 100억을 챙기기로 했다.
그 빈 자리는 조세 폰타나와 주전 경쟁하던 28살의 아담 테일러라는 선수가 대체할 수 있기에 가능했던 선택.
그렇게 조세 폰타나가 유벤투스로 떠나고, 반 시즌 아담 테일러에게 측면을 맡기다가 여름 이적 시장에서 날 영입하려던 맨유의 계획은 좌초하고 말았는데… 바로 아담 테일러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을 당했단다.
분데스리가와는 달리 겨울 휴식기가 짧은 EPL은 이미 후반기 일정이 진행중이었는데, 아담 테일러를 대신해 나온 로테이션 맴버가 하필 그 경기에서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당장 측면 공격수가 급해졌다고.
그래서 부랴부랴 나에게 오퍼를 넣었는데, 맨유의 오퍼 소식을 들은 뉴캐슬이 황급히 따라붙은게 지금 상황이란다.
“뉴캐슬도 다음 시즌 최우선 타겟으로 널 지목한 모양이야. 후반기까진 지켜보려고 했는데 맨유가 움직이니 뺏길 수 없다며 따라붙은거지.”
이 무슨 나비효과.
조세 폰타나의 이적으로 인한 영향력이 돌고돌아 이렇게 오다니….
“아마 이번이나 다음 여름 이적 시장이었으면 훨씬 많은 구단이 널 노렸을텐데 지금은… 글쎄. 여기서 더 움직일 구단은 없을 것 같아.”
그러면 맨유랑 뉴캐슬만 신경쓰면 된다는… 응? 잠깐. 뭔가 빠진 것 같은데.
“아 맞아. 첼시! 첼시는?”
애초에 감독님이 3개 구단이 오퍼했다 하지 않았나.
근데 첼시는 왜 설명이 없지?
“첼시? 아, 첼시… 거긴 찔러보기같아. 너에 대한 관심은 진짜긴 한데 절실한 정도는 아냐. 거긴 2선이 이미 포화 상태라 1~2명을 정리하기 전까진 움직이지 않을거였는데… 아마 페이스 메이커로 따라붙은 걸거야. 이왕 놓칠거면 맨유랑 뉴캐슬의 돈이나 더 쓰게 만들자는 심보지.”
와우. 대단한 인성질이네.
웃긴건 첼시의 그 전략이 꽤 잘 먹혀들었다는 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겨울 휴식기에는 경기가 없다.
더불어 이 시기는 겨울 이적 시장과 시기가 겹친다.
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다는 축덕이 가득한 유럽 축구계인데, 과연 축덕들이 축구 경기가 없다고 축구에서 멀어질까? 절대 아니다.
오히려 경기가 없으니 그 열정을 다른쪽, 그러니까… 이적 시장에 쏟아붓곤 한다.
EPL이나 라 리가처럼 돈지랄 할 수 있는 구단이 많거나 재정이 부실하여 선수를 급하게 팔아야 하는 구단이 즐비한 곳이라면 축구팬들이 심심하지 않게 온갖 기삿거리가 쏟아져 나오겠지.
하지만 분데스리가는 부유한 구단도 거의… 아니, 사실상 뮌헨을 제외하면 없는데다 유일하게 부유한 구단조차 빅 사이닝을 하지 않는 짠돌이 정책을 펼치고, 더군다나 거의 모든 구단이 부유하진 않아도 급하게 선수를 팔 정도로 부실한 곳은 없다보니 분데스리가의 겨울 이적 시장은 대체로 조용하게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괜히 남의 구단 기사에나 기웃거리던 분데스리가의 축구팬들은 오랜만에 터진 분데스리가발 대형 이적설에 잔뜩 몸이 달아올라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누구냐!
과연 누가 심심해 죽겠는데 우릴 즐겁게 해주는거냐!
고기를 본 하이에나처럼 달려든 분데스리가 팬들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바로 나였다.
『첼시 3년 분할로 6200만 유로 제안!』
『프랑크푸르트 “우린 우리의 미래를 팔 생각이 없다!” NFS 선언!』
『맨유, 통 큰 제안을 고려 중?』
『다급해진 뉴캐슬. 부자 구단주의 지갑이 열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