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49)
149
하루가 지날때마다 새로운 소식이 신문을 오르내린다.
어느 EPL 구단이 추가로 관심을 가지니, 새로운 오퍼를 제안했다느니, 구단이 거절했다느니, 포기하지 않고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느니.
가뜩이나 시즌 초에 본의 아니게 신문 1면에 대서특필되며 전 독일의 어그로를 끌었던 나다.
한류붐이 인지 10년이 넘었다지만 대부분의 독일인들에게는 와닿지 않는 스쳐지나가는 바람이었는데 한국산 ‘사생팬 문화’의 매운맛을 보니 어질어질하겠지.
덕분에 신문, 방송, 잡지 가릴 것 없이 한동안 대중매체에 내 얼굴이 뻔질나게 나오며 인지도는 급상승했다.
한가지 의외인 점은 안티팬이 생각보다 늘지 않았다는 점.
아무리 시대가 흘렀어도 인종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나 역시 스페인이나 독일에서 뛰면서 가장 먼저 배운 현지어가 인종차별에 관한 욕설이었을 정도니까.
근데 젊은 독일 여자, 그것도 한두명이 아닌 수백명이나 되는 젊은 여자들이 ‘동양인 남자’ 따위에 홀려 자체적으로 군인마냥 조직적이고 일사불란하게 스토킹을 했다는데 당연히 안티가 급증할거라 예상했거늘… 외려 팬만 늘었다.
EU의 수장격인 독일에서 발생한 황당한 사건, 그것도 전 독일에 화제인 사건이다보니 주변 나라에까지 보도가 됐고, ‘대체 얼마나 잘났길래?’라는 생각으로 날 찾아본 수많은 인종불문 여자애들이 팬클럽에 가입하며 어쩌다보니 인지도가 수직 상승했단다.
국내에서야 뭐, 국뽕 풀충전되서 그렇다치고. 아니, 같은 아시안 남자의 쾌거라며 일본이랑 중국… 그래, 동남아도 어쨌든 아시아니까 그럴 수 있다치는데… 대체 유럽이나 미국, 남미 애들은 왜 좋다고 난리를 치는거지?
역풍을 걱정하던 오하린과 윤다예마저 어안이 벙벙해지는 반응이었다.
그렇게 인지도가 솟은 나를 향한 오퍼에 언론이 반응을 안 할리가. 가뜩이나 유난히 조용한 이번 분데스리가 겨울 이적 시장인지라 관심이 온통 나한테 집중됐다.
그렇게 하루하루 나에 대한 온갖 기사가 범람하며 1월 17일, 분데스리가 후반기 일정이 시작됐다.
하필 또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 후반기 첫 날, 첫 경기의 주인공은 프랑크푸르트와 SC 프라이부르크.
문제는, 경기전 기자회견의 관심이 온통 내 이적에 쏠려있다는 것.
“하….”
후반기 시작을 알리는 첫경기답게 평소와 달리 다같이 라커룸에 모여 경기 전 인터뷰를 지켜보던 내 입에서 절로 한숨이 새어나온다.
인터뷰에 참석한 감독님과 주장의 얼굴이 굳을 정도로 오늘 경기에 대한 질문은 하나도 없고 내 이적에 대한 질문만 들어오니, 내 잘못은 아니라지만 팀원들 보기 민망해질 정도.
“와우. 슈퍼스타는 다르네. 지금 기자들 보여? 저게 다 몇 명이야.”
“역시 민준은 대단하구나.”
치차로와 브루노의 농담에 애써 웃으며 동료들 눈치를 살폈다.
프로답게 이적설을 이해해주던 동료들도 오늘 기자들의 반응에 좀 놀란 모양.
기자 회견이 끝나고 감독님과 주장이 돌아와도 어색한 분위기는 풀리지 않았다.
이래서야 오늘 경기 제대로 치룰 수 있으려나. 아무리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좋고 전술 훈련을 많이 해도 선수들도 결국 사람이다. 당일 기분이나 컨디션에 따른 기복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
껄끄러운 마음에 패스를 주저하는 것만으로 평소보다 삐걱이게 된다.
1초… 아니, 1초도 되지 않는 그 짧은 순간의 주저함이 모여 균열을 만들어내긴 마련.
이적설로 팀 분위기가 무너진 팀이 괜히 미끄러지는게 아니구나 새삼 깨닫는다.
이럴 때 리더십이나 팀워크 능력치가 높았으면 도움이 됐을까.
“다들 뭘 그리 뚱해있어. 이적 한두번 해봐?”
눈치만 살피고 있는데 주장이 벌떡 일어섰다.
“뭐야. 너네들 설마 민준이 언제까지나 함께할거라 생각한 거 아니지?”
“전 생각했는데요.”
주장의 말에 치차로가 냉큼 끼어들었다.
그 솔직하면서 철없는 대답에 와하하 웃음이 터진다
“저 완두콩이라면 그런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지.”
“꼬맹이 녀석다운 생각이네. 머리가 아주 동화속이야.”
“내가 뭘! 나만 민준이랑 뛰는게 재밌나.”
“맞아. 민준이랑 함께 뛰는건 재밌지. 경기가 무척 즐거워지는 기분이야. 모두 알잖아? 민준이 어떤 녀석인지.”
웃음기 어린 주장의 말에 하나둘 왁작지껄하던 목소리가 줄어든다.
“지금까지 많은 선수를 봐왔지만 우리 슈퍼스타님처럼 빛나는 재능의 선수는 본 적이 없어. 이적? 하겠지. 저 녀석이라면 어디든 가능할거야. 어이, 몬디. 네 드림클럽은 어디야?”
“Vecchia Signora.”
“오! 올드 레이디! 이탈리안답게 유벤투스구만. 근데 아쉽게 이적설에 없는 구단이야.”
“당연하지. 나도 아직 오퍼를 못 받았는데 저 녀석이 먼저 받을리가 있나.”
주장의 물음에 이탈리안이 시크하게 대답했다.
“이봐 할리드. 너는?”
“난 맨시티.”
“그 라이벌팀은 이적이 유력한 구단이라는데, 맨유로 바꿔 볼 생각은 없나?”
“없어. 난 하늘색이 좋거든.”
“우리 유쾌한 친구 도날드는?”
“난 역시 레알 마드리드지.”
“위대한 역사를 지닌 구단이지. 레알에서도 관심이 있다고 그러더만. 그럼 우리 완두콩은?”
“당연 바르셀로나지.”
“어… 거긴 이미 갔다왔으니까 통과.”
뭐가 그리 웃기다고 와하하 웃음이 터졌다.
“봤지? 드림클럽으로 거론되는 곳이랑 링크가 뜨는 놈이야, 이놈은. 이제 고작 21살의 애송이 주제에말야. 게다가 모두 알거야. 이 녀석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했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온 주장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적? 하겠지! 이 녀석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을테니!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없어. 왜냐고? 이 녀석, 홍민준이라면 세계적인 선수가 될테니까. 내 눈엔 우리 앞의 슈퍼스타가 호르헤나 멘디, 라울 같은 녀석보다 뛰어나보여. 알겠어? 이 녀석은 역사에 남을 선수가 될거야. 그리고 우린 그 위대한 선수와 함께 뛰었던 아주 소수의 운 좋은 녀석들이 되는거지.”
“메시처럼요?”
“그래 치차로. 메시 같은 선수랑 함께 뛰는게 얼마나 재밌고 뿌듯한 기회겠어.”
“호날두도!”
“음… 난 개인적으로 호날두를 싫어해서.”
포르투칼인 파비안 피들러 혼자 웃지 않았다.
“그러니 다들 경기를 즐겨. 우리는 메시같은 선수의 동료가 된 아주 운 좋은 녀석들이니까. 그리고 우리 슈퍼스타. 알지? 이렇게 말했는데 부진하거나 지면… 내 얼굴에 먹칠하는거다. 믿어도 되냐?”
눈앞에 내밀어진 주장이 큼지막한 손을 마주잡으며 일어났다.
“물론이죠. 오늘 경기 우리가 이깁니다.”
* * *
분데스리가의 후반기 첫경기는 프랑크푸르트vs SC 프라이부르크였다.
승격팀이지만 돌풍을 일으키며 리그 테이블 3위에 올라있는 팀과 강등경 경쟁 중인 하위권 팀의 승부이다보니 전문가들이나 팬들이나 프랑크푸르트의 승리를 점치는게 일반적.
“뎁스가 얇은 프랑크푸르트는 리그에 컵대회, 유럽 대항전까지 치룰 여력이 없습니다. 게다가 핵심 선수 의존도가 너무 크다는 것도 약점이죠.”
“동의합니다. 핵심 선수 의존도가 너무 높아요. 중원에서 유일하게 전진성과 탈압박 능력을 갖춘 치차로하고 수비의 핵심인 주장 알렉산더 마이어가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 난조에 빠지면 경기력이 급감할 겁니다. 무엇보다 프랑크푸르트 공격의 중심인 홍민준 선수는 사실상 이번 시즌이 프로로서 첫 풀타임 시즌인데, 리그에 컵 대회, 유럽 대항전에다 국가대표까지. 그것도 지구 반대편 아시아를 왕복하는 가혹한 일정이니 후반기 갑자기 부진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죠.”
“이미 전반기 말에 그런 기미를 보였어요. 특히 홍민준 선수의 운동 능력 저하가 눈에 띄게 나타났는데요. 마지막 경기 보훔전에서 결정적인 찬스 미스를 3개나 범하면서 전반기 가장 낮은 평점을 기록했거든요.”
후반기 첫경기다보니 리그 재개를 기다리던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던데다, 심지어 요즘 언론에서 가장 핫한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다보니 관심도가 엄청나게 높았다.
당연히 언론이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는 법.
이번 경기에 앞서 리그 전망과 팀별 분석에 나선 패널들은 이번 시즌 가장 주목받는 팀 프랑크푸르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에측을 쏟아냈다.
“하지만 홍민준 선수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후반기 더욱 뛰어난 모습으로 찾아올지도 모르죠.”
“흐음… 그건 동의하기 어렵군요. 그 선수의 성장세가 분명 주목할만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달라진 신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상승세에요. 이미 분석당할대로 당한 루키가 반등하긴 힘들겁니다. 게다가 체력 부족까지 겹쳐서야.”
“오 지미, 제발. 우리 루키에게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지 말자구요. 전 루키의 후반기 대활약을 기대하고 있다구요. 그는 이미 뛰어난 자질을 증명했고, 후반기에도 날 즐겁게 만드는 플레이를 보여줄거에요.”
패널들은 아웅다웅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며 적당히 시간을 끈 뒤,
“아무래도 후반기 첫경기에서 프랑크푸르트와 홍민준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냐에 따라 달라지겠군요.”
자연스레 경기를 향해 관심을 돌렸다.
그리고 이어진 자료 화면에서 SC 프라이부르크 감독의 자신만만 인터뷰가 흘러나온다.
“우리는 프랑크푸르트의 공격력을 막을 수 있을거라 자신합니다. 오늘 경기 승리를 시작으로 우리는 강등권에서 벗어나 후반기 반등을 만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