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5)
015
여자들은 죽을때도 손에서 폰을 놓지 않는다더니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연 누나는 일어나자마자 폰부터 찾더니 토독토독 연신 톡을 보내댄다.
“누구랑 그렇게 톡해?”
“어… 어? 있어.”
“누군데. 설마 남친?”
“남친은 무슨. 여자거든.”
여자라면… 지경 누나는 아니겠지?
둘이 대체 무슨 얘길 할까.
보아하니 나랑있던 얘기는 다 오픈하는 것 같던데.
뭐라고하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뭐… 나쁜 얘기는 아니겠지.
그도 그럴것이,
—만족스럽지 못 한 섹스! 획득량 1/3 감소!
—쉬운 여자 공략! 획득량 1/3 감소!
—남자 경험이 많은 여자를 완벽히 만족시킴! ‘불완전연소’의 디버프 50% 감소!
상태창을 열자마자 이런 이벤트 메시지가 쏟아졌으니까.
셋 다 지경 누나랑 똑같은 메시지다. 다만 지경 누나는 여기에서 ‘매력적이지 않은 여성’이나 ‘지루한 섹스’같은 디버프가 더 추가될 뿐이지.
이렇게보니 지경 누나 취급이 좀 너무한 것 같네.
그치만 원나잇으로 시작된 관계라 그런가 딱히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귀는 것도 아닌다보니 매일하다보면 질리기 마련이다.
지경 누나가 뭐 세기의 미녀거나 명기도 아니고.
아마 누나도 내가 질리지 않았을까?
어? 설마 자꾸 튕기는게 질려서 그런건가.
심오한 고찰에 빠지려는데 하연 누나가 툴툴거리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아으… 밑에 감각이 없어. 진짜 짐승이야.”
“지경 누나도 그러더라. 친구끼리 똑같네.”
“진짜. 지경이 말이 이제야 이해되네. 너무 좋긴한데… 벅차.”
‘불완전연소’란 이벤트 메시지에서 나타나듯 지경 누나나 하연 누나나 중간에 퍼지는 바람에 만족스럽게 섹스를 한 적이 없다.
이거 참… 정력이 너무 강해서 또 이런 문제가 있네. 그렇다고 줄이고 싶진 않지만.
시간을 보니 새벽 5시.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지만 여기서 조금 더 자겠다고 뭉그적거리느니 일어나는게 낫겠다싶어 샤워하러 가는데,
“히익!?”
알림 소리에 폰을 들여다 본 하연 누나가 기겁을 하는게 아닌가.
“왜? 무슨 일있어?”
“아, 아냐. 나, 나 먼저 씻을게! 나 급해!”
황급히 샤워실로 들어가더니 그야말로 순식간에 씻고 나와서는 옷을 차려 입는다.
“민준아 나 먼저 갈게! 다음에 봐!”
“어, 어 그래. 잘가.”
쾅! 닫힌 문을 멍하게 바라보며 서있었다.
…뭐지? 호떡집에 불난 사람마냥 왜 저래.
* * *
【히든】
천재성 046 | 매력 095 | 지능 028
【신장 175cm|63kg】
【보유 포인트】 4P
상태창을 켜보니 4포인트가 늘어나있었다.
‘오~ 개꿀.’
무려 지경 누나의 4배 효율!
점점 인간쓰레기가 되가는 기분이지만 상관없어. 서로 좋아서 하는건데 뭐.
이러다 잘못걸리면 진짜 미투당하는거 아닐까 싶은 걱정도 드는 순간 뇌리를 스치는 여자의 얼굴.
‘조심해야겠다. 그런 미친년 만날수도 있으니.’
탈의실에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뒤, 몇 가지 훈련 물품을 챙겨 운동장 한켠에 펼쳐놓는다.
축구선수에게도 근력 운동은 필요하다.
80년대 즈음까진 아예 웨이트를 하지 않는 축구선수가 많았지만 몸싸움이 격렬해진 현대 축구에선 웨이트가 필수다.
뭐, 지금은 은퇴했지만 한 때 ‘전 웨이트 같은거 안해요ㅎㅎ’라면서 우락부락 한 근육질 몸매로 유명했던 아다마 트레뭐시기라는 선수도 있었지만… 그건 유전자 자체가 타고난거고.
물론 축구선수에게 필요한 근육은 미용 목적상의 근육과는 다르기에 일반인이 생각하는 ‘몸짱’과는 결이 다르다. 이를테면 가슴 근육.
미용 근육에서 가장 큰 부분이 가슴 근육인데, 애초부터 가슴 근육은 운동수행 능력에 거의 무관한 근육군이라 유산소 운동인 축구에 맞지 않다. 역기, 유도 같은 상체 힘이 중요한 종목이 아니면 사실 필요가 없는 부분.
결국 축구선수에게 가장 효율적인 몸은 의외로 가슴 근육 팍! 하는 몸이 아니라는거지.
그러나 사람 심리가 어디 그런가.
이왕 웨이트할거면 보기에도 좋아야지.
‘특히 여자들한테.’
그렇다고 죽자사자 웨이트를 치는 건 아니다.
무턱대로 근육을 늘려봐야 부상 위험성만 높아지고, 체력 소비만 빨라질 뿐.
특히 나같이 테크닉과 속도로 먹고사는 선수라면 단순 근육보단 코어존 위주의 단련이 필요한 법.
요 근래 내가 특별히 신경쓰는 훈련이 바로 코어존 강화와 민첩성 향상이었다. 신체 밸런스와, 무게 중심 이동, 방향 전환 같은 능력 말이다.
아무래도 혼자 진행하는 훈련이다보니 괜히 무리하면 큰일난다.
봐주는 사람이 없다보니 훈련하다 힘들면 자연스레 자세부터 무너지고, 잘못된 자세로 훈련을 하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니까.
이럴땐 간편하게 할 수 있으며 기초 중의 기초라 몸에 익다못해 밴 훈련이 최고지.
바로 사다리 트레이닝, 속칭 스피드 사다리다.
사다리 모양의 기구를 바닥에 놓는 것만으로 준비 완료.
워낙 기초적이고 유명한 코디네이션이다보니 훈련법만 100가지가 넘는다는데, 나는 익숙한 몇 가지를 반복하기로 했다.
외발 점프와 사이드 스탭, 양발모아서 잔발스탭, 프론트 대쉬 후 백코스, 각 공간을 한 발로 최대한 빨리 통과하는 달리기와 각 공간을 점프로 나아가는 점프 훈련, 사다리를 따라 왼쪽 오른쪽 번갈아가며 이동하는 훈련이 이어졌다.
“후, 후, 후.”
모두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는,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하는 기초적인 훈련이지만 그것이 결코 쉽다는 말은 아니다.
기본기를 끊임없이 단련해야 하는 것처럼 이러한 기초훈련 역시 끊임없이 반복하여 신체를 조절해야 하는 기초 중의 기초니까.
땀을 흠뻑 빼고 나니 슬슬 선배들이 올 시간.
반사적으로 스탯창을 열어봤지만 역시 변함이없다.
약간의 실망은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
이러한 훈련이 스탯향상에 영향을 주는지 모르겠지만, 설혹 영향이 없더라도 그만두고 싶진 않다. 평생 해온 루틴이기도 하고 기본적인 훈련마저 하지 않으면 왠지 축구선수란 인식이 사라질 것 같으니까.
“어이, 홍민준이. 오늘도 일찍 왔네.”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그래. 전날 경기했는데 무리하지말고.”
“괜찮습니다!”
“그래그래.”
훈련기구를 정리하고 있으니 슬슬 사람들이 모여든다.
“민준이 하이.”
“안녕하심까, 선배님!”
“옹냐. 아 피곤해.”
아침 8시.
선수들이 다 모인걸 확인한 코칭스탭이 가벼운 조깅을 시작으로 어제 경기를 뛴 선수와 뛰지 않은 선수로 나누어 각자 훈련 세션을 진행시킨다.
어제 풀타임 출전했던 나는 출전조에 끼어 가벼운 회복훈련을 받고 감독의 정신공격… 이 아니라 전술 강론을 들어야했다.
전술판을 앞에둔 감독은 선수를 표시하는 자석을 하나씩 붙이며 포메이션을 묘사한다.
“자 보자. 이게 우리 기본 포메이션인 4-3-3이다.”
골키퍼를 시작으로 그 앞에 4명의 수비수. 그 앞에는 역삼각형으로 3명의 미드필더아 있으며 최전방으론 화살표처럼 3명의 공격수가 표시되어 있다.
“우리 핵심은 뭐라고? 바로 ‘프레사우 알타(Pressao Alta : 강도 높은 압박)’다. 최전방 공격수부터 시작되는 강력한 압박! 농구의 올 코트 프레싱처럼 적군의 진입을 막고 상대를 적진에 가두어놔야 해!”
감독님은 수비수를 표현한 일렬로 놓은 4개의 자석을 가리켰다.
“포백은 골문 30M를 기준으로 오프사이드 라인을 형성하며 미드필드와의 간격을 좁혀 공간을 장악한다. 이때, 측면을 내주더라도 중앙만큼은 사수해야 돼! 알겠어? 결국 축구는 골이 나야 승패가 나뉘는거고, 골은 중앙에서부터 나온다! 중앙! 중앙이 핵심이다! 중앙을 두텁게 쌓아 공간을 없애!”
각 상황에 따른 수비수와 미드필더의 움직임을 설명하던 감독의 손이 양 측면 공격수를 뜻하는 자석을 향한다.
“측면 공격수! 너희도 활발히 움직여야 해! 특히 우측! 수비시에 우측 공격수가 수비가담을 해줘야 공간이 없어진다. 지언학이. 알겠어?”
“넵!”
내 반대편 측면 공격수로 출전하는 지언학 선배의 각진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감독의 손이 이내 좌측 공격수를 뜻하는 자석, 즉 내 자리로 온다.
“좌측! 넌 수비시에도 하프라인을 내려오지 마. 넌 역습의 첨병이야. 공을 탈취했을 시, 최단거리로 좌측 공격수에게 공을 보내고, 좌측 공격수는 공을 받으면 어떻게든 볼을 적 파이널써드까지 운반한다. 홍민준이!”
“네, 감독님.”
“역습은 전적으로 네 발끝에 달려있는 거 알지? 못하겠으면 빨리 말해. 전술 바꿔야하니까.”
과거 한 시기를 풍미하던 명장 조세 무리뉴의 첼시 1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전술. 그러나 공격이 기형적일만큼 한쪽으로 쏠려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인데, 이는 전적으로 내 개인 능력으로 말미암은 감독님의 결단이었다.
한 명의 에이스에게 의존하는 전형적인 에이스빨 전술.
에이스의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경기력이 좌우되는 전술로 90년대와 2000년 대 초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가 각광받던 시절 유행하던 전술적 흐름이다.
에이스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못마땅했겠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에이스임을 말해주는데 빼는 건 내 취향이 아니지.
“아닙니다! 자신 있습니다!!”
“정말 자신있어? 새꺄, 너 대답 잘 해야돼. 만약 중간에 퍼지거나 경기력 썩창나면 이번 시즌 말아먹는거 다 네 책임이다. 잘 생각하고 대답해. 정말 자신있어?”
안 그래도 막중한 부담감이 실린 에이스 자리인데 외려 더욱 압박을 더하는 감독님의 말에 선수들의 시선이 일제히 쏟아진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3,4학년 선배들의 무거운 시선. 그러나 오히려 좋다. 이런 중압감은 오히려 내가 원하던 바.
“자신있습니다. 믿어주십쇼, 감독님.”
“좋아!”
쾅!
전술판을 내리친 감독님이 호쾌하게 외쳤다.
“그럼 이제 공격시 부분 전술간다. 이건 어디까지나 홍민준이가 제대로 볼운반을 성공했을 경우다.”
됐다.
이제 주전 걱정은 없다.
시즌 내내, 에이스 자리는 내 것이나 다름없다는 선언.
그러나 하나의 걱정이 사라지니 다른 걱정이 찾아온다.
이제 팀의 에이스에 걸맞는 활약을 매 경기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