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53)
153
메짤라Mezz’ala.
중앙 미드필더의 한 종류로 반쪽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메쪼Mezzo’와 날개를 뜻하는 ‘알라Ala’의 합성어다.
메짤라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건 1930년대.
당시 유행하던 W-M 포메이션의 최전방 포워드와 윙어를 지원하는 2명의 미드필더를 표현하던 말로 영어로는 ‘하프윙’이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 현대 축구의 ‘메짤라’가 정착된 것은 2000년대 들어서.
3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기용하는 전술의 대두와 함께 이전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중앙 미드필더를 표현할 단어가 필요했고, 카를로 안젤로티의 AC 밀란에서 본격적으로 널리 퍼지게 된다.
이후 조세 무리뉴와 펩 과르디올라의 대두와 함께 메짤라를 활용하는 3미들 전술이 축구계를 휩쓸며 프랭크 램파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토마스 뮐러, 다비드 실바, 앙헬 디 마리아 등의 스타를 탄생시켰다.
“…라고 하네.”
감독님의 포지션 변경 제안에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집에 돌아와 오하린, 윤다예와 머리를 맞댔다.
일단 중앙 미드필더, 그것도 콕 찝어 ‘메짤라’를 업급했으니 정확히 메짤라가 뭔지 검색해봤다.
“선수 명단이 화려하네. 근데… 나랑 스타일이 비슷한 선수는 없잖아.”
메짤라는 보다 공격적인 중앙 미드필더.
공이 없을 땐 활발한 오프 더 볼 움직임으로 중원에 활력을 불어넣고, 적의 수비를 교란하여 공간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상대의 하프 스페이를 공략해야하며 공을 가졌을 땐 템포를 조절하고 볼배급과 볼운반, 치명적인 패스와 크로스를 통해 공격의 물꼬를 터야한다.
그렇다고 공격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많은 활동량에 적극적인 수비 가담 또한 메짤라의… 아니, 현대 미드필더의 필수 덕목.
한 마디로 보다 공격에 치중된, 그러나 수비까지 담당해야 하는 육각형 미드필더 역할.
물론 이론상 그렇다는거고 실제 경기에서 완벽하게 룰을 소화하는 메짤라는 드물다. 완벽한 육각형 미드필드가 흔할리가 없지.
“초반기 메짤라의 대표는 이니에스타였고, 지금 메짤라의 대표는 케빈 데브라위너래.”
“…안 되겠는데.”
난처한 표정의 내 얼굴을 훑어본 윤다예가 물었다.
“감독님이 다른 말은 없었어?”
“음… 아! 난 앙헬 디 마리아의 움직임을 참고하라던데?”
“그걸 먼저 말했어야지!”
윤다예의 구박에 눈만 꿈뻑거렸더니,
“이제 알겠네. 하긴 너한테 이니에스타나 케빈 데브라위너처럼 하라는건 말도 안 되는 고약한 심보지. 앙헬 디 마리아라면… 가능할수도 있겠다.”
이런 망발을 하는게 아닌가.
헐… 내가 이니에스타나 케빈 데브라위너처럼 할 수 없다고? 아 킹받네?
“찾았다. 이거 봐봐. 안젤로티 감독이 지휘하던 레알 마드리드에서 왼쪽 메짤라를 맡은 디 마리아의 움직임이야.”
“이건 또 금방 어디서났어?”
“어디서나긴 요즘 공부하던 자료 중 하나지. 시끄럽고, 이거 봐.”
테블릿 pc를 조작하던 윤다예가 화면 가득 경기 영상을 보여줬다.
“디 마리아의 움직임을 보면 묘하게 중앙 미드필더보다 윙어처럼 움직이는 경향이 짙어. 왼쪽 측면으로 자주 빠지면서 하프 스페이스를 침투하지? 호날두와 벤제마가 투톱처럼 움직이면서 상대의 시선을 끌 때, 디 마리아는 한 발 뒤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패스를 넣어주는거야. 하프윙, 그러니까 센터 포워드와 윙포워드 사이의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거지.”
그러면서 계속 조잘거리는데… 하나도 귀에 안 들어온다.
하. 뭐? 내가 이니에스타나 데브라위너처럼 못 해? 내가? 하… 어이없어.
* * *
평소처럼 아침 일찍 훈련장에 출근하자마자 퀭한 얼굴의 감독님을 만났다.
설마 퇴근도 안 하고 밤을 샜나…?
“오 민준. 여전히 부지런하군. 자네가 첫번째로 도착했구만.”
“습관이되서 그런지 아침에 스트레칭 안 하면 몸이 찌뿌등해서요.”
이제는 원어민 수준으로 능숙해진 독일어다보니 ‘말’에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는 미묘한 느낌도 알 수 있었다.
“감독님. 할 말 있으세요?”
“크흠. 차나 한 잔 하지.”
“아. 녹차는 좀…”
“어허! 중국 황제가 마시던 값비싼 차네. 따라오게.”
이번에도 용정찬지 녹찬지 모를 차를 맛보고 있으려니 내 눈치를 살피던 감독님이 조심스레 물어온다.
“그래. 생각은 해봤나?”
“하겠습니다.”
“아네. 결정하기 어렵…? 뭐?”
“포지션 변경. 하겠다구요. 어차피 치차로 복귀하기 전까지라면서요. 완전히 바꾸라는것도 아니고, 이대로 가봐야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도 않은데 바꿔야죠.”
“…민준!!”
감동했는지 눈물까지 글성이는 노신사의 시선을 외면했다.
사실 팀 성적이 꼬라박든 말든 알바아니다. 뭐… 팀이 잘 나가는게 좋긴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건 내 개인 활약이지.
나만 잘한다면 팀이 우승하든 강등당하든 뭔 상관이야.
우승하면 좋은거고, 성적 꼬라박으면 이적하면되지.
이기적인 마인드라는건 안다.
그러나 내가 언제부터 충성심과 의리가 그리 넘쳤다고, 엄연히 나와 팀은 남남 아닌가. 물론 돈을 받으니 열심히, 최선을 다하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팀이 필요하면 포지션까지 변경해가면서 뛰어야해?
난 팀이 3연패 할 동안에도 꾸준히 골을 넣으며 분투했다.
프로답게 받는만큼 최선을 다하겠지만 ‘희생’할 생각은 전혀, 눈꼽만큼도 없다.
내가 감독님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그저 중미로 한 번 뛰어보고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오하린, 윤다예 그 얄미운 계집애들한테 난 어디서든 잘 한다는걸 보여주고 싶기 때문에.
뭐? 난 데브라위너처럼 못해? 이니에스타처럼 못해?
두고보라지. 나중에 으스거릴 생각을 하며 실실 웃고있으니 감독님이 덥썩 손을 잡고는 연거푸 고맙다고 한다.
“고맙네, 고마워. 내 일찍부터 동양 사람들이 프로 의식이 투철하고 감독의 권위를 존중해주는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무리한 부탁마저 들어주다니. 정말 고맙네.”
“크흠… 진정하시죠 감독님.”
“미안하네. 나이가드니 주책만 느느구만.”
아무리 나라지만 조금은 양심의 가책이 느껴져 재빨리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제가 뭘하면 될까요?”
“그렇지. 내가 밤새 생각했네. 지나치게 자네의 기존 스타일을 해치지 않으면서 팀의 허리로 움직일 방법을!”
허둥지둥 전술보드를 가져온 감독님이 이리저리 자석을 움직인다.
“그렇잖아도 올 시즌들어 자네의 오프 더 볼 움직임이 부쩍 좋아지지 않았나? 연계 플레이도 그렇고. 안 해서 그렇지 패스 센스도 상당하더구만.”
“읏흠. 그야 당연하죠. 매일 연습하고 노력하는데요.”
그치. 내가 얼마나 노력하는데.
매일밤 하린이를 괴롭…이 아니라, 하린이를 위해 봉사하지, 에바랑 에바가 데리고 온 친구들한테도 열심히 허리를 놀리지, 만나기 힘들어서 그렇지 일단 만나면 밤샘은 기본인 엘레나나 희연 누나, 기자 누나를 괴롭, 아니 봉사하지.
어휴, 힘들다 힘들어.
안 그래도 요즘 허리가 뻐근할 정도로 노력하는 나다.
감독님은 내 성장세에 놀란 모양이지만 다 내 노력이 빛을 발하는거지.
“그래그래. 모든 선수가 자네같으면 내 소원이 없겠군. 어쨌든, 골자는 간단하네. 기존보다 중앙에서 플레이하는거지. 기존에는 자네가 공격의 첨병 역할을 맡았다면, 이제는 움직임을—”
휘적휘적 전술보드 위의 자석을 움직이던 감독님을 제지했다.
“감독님.”
“응? 어, 어. 그래 궁금한거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게나.”
“기존의 제 플레이 스타일. 고려할 필요없습니다.”
“…뭐라?”
그래.
난 이제부터 2달 동안 플메 그 자체인 남자가 되는거다.
“연습 경기할때 지켜보십쇼. 한국산 이니에스타 저 홍민준. 메짤라 그 자체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허?”
함부르크와의 포칼 8강전이 끝나고 분데스리가 23라운드 RB 라이프치히Leipzig전까지 4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아무리 경기를 꼬라박았어도 경기 다음날은 회복 훈련이 국롤인바, 첫날은 가벼운 회복 훈련에 영상 분석만 하고 해산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경기를 2일 앞두고 본격적으로 메짤라 역할로 전술 훈련에 돌입했다.
확실히 다르다.
똑같은 훈련장, 똑같은 선수들임에도 측면에 섰을때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
특히 압박감과 시야가 너무나 달랐는데, 맹활약하는 날 견제하는 상대팀들이 아무리 압박을 가해도 본질적으로 공간이 넓을수밖에 없는 측면에서 선수들로 바글거리는 중앙으로 오니 압박의 수준이 달랐다.
게다가 측면에 섰을 땐 기본적으로 등 뒤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라인을 등지고 선만큼 내 시야 앞, 대충 90도에서 180도만 주의하면 됐는데… 중앙은 아니다. 그냥 360도 전부 신경써야 했다.
“공 주고 빠져야지!”
“템포 끊지마! 거기서 볼을 끌면 어떡해!!”
“원터치 아니면 투터치로 처리해!! 앞에 예쁘게 각나왔는데 거기서 드리블 칠거야!?”
“압박! 압박해! 상대 공격수가 프리하잖아!!”
“빠르게 복귀해라! 공수전환에 늦으면 그대로 역습당하는거야!!”
“공을 받기전 최대한 주변 정보를 확인해놔! 공을 받고 생각하면 늦어! 공을 받기전부터 어떻게 움직일지, 공을 받으면 어디로 건네줄지 생각해 놓으란 말이야!!”
“자세!! 또 트래핑할때 드리블치기 좋은 곳에 공을 두잖아! 드리블은 1순위 옵션이 아니야!!”
엑윽… 토할 것 같아….
“음… 안 되겠는데요. 민준이 생각보다 많이 헤매는군요.”
“측면에서의 플레이가 몸에 뱄어요. 하루이틀로 고칠 수 없습니다. 지금도 본능적으로 드리블하기 좋은 자세, 좋은 곳으로 공을 트래핑해놔요. 게다가 측면에 서는 선수 특유의 습관처럼 시야각이 안 좋습니다.”
“그래도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볼키핑 능력과 탈압박 능력이 정신나간 수준이에요. 거기에 의외로 패스 센스가 좋구요.”
“문제는 시간이 부족하다는거죠. 가능성은 보이지만 당장 몸에 벤 플레이 습관을 뜯어고치긴 어려워요. 이거 참… 시간만 충분하면 중앙에서도 두각을 보일거 같은데.”
휴식 시간, 체력적인 부담보다 정신적인 부담에 지쳐 헥헥거리고 있는데 감독님에게 보고하는 코치들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어휴 씨발. 이거 안 되겠다.
‘상태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