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57)
157
MOTD는 EPL 시즌 동안 토요일 저녁 BBC one에서 방영되는 축구 하이라이트 및 분석 프로그램이다.
영국 BBC에서 하는 방송인만큼 당연히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를 다뤘는데 보통 빅매치나 이목이 집중되는 경기,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에 대한 분석이나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엔 색다른 주제를 내세웠는데, 바로 ‘축구 기자들이 뽑은 EPL에서 보고 싶은 5명!’이란 컨텐츠.
EPL을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다른 리그 선수에 주목하는건 드물었다.
물론 어쨌든 ‘EPL에서 보고 싶은’이란 단서가 붙었으니 영 관계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MOTD에서 이런 재밌는 기획을 한 건 리그 전반에 깔린 불안감 때문.
세계에서 가장 상업화에 성공한 리그라는 명성답게 연고지인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팬을 보유한 EPL이지만, 그 성공을 벤치마킹하여 무섭게 따라오는 후발주자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특히 무서운건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라는 양대산맥을 앞세워 턱끝까지 추격해온 스페인 라 리가.
그 기세가 얼마나 거센지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리그 타이틀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EPL을 휩쓸고 있었다.
단순히 인기가 떨어지는 것을 넘어 상업성 저하는 곧 리그 규모 축소와 재정적 열세를 불러오며 이는 질적 하락으로 연결되기 마련.
이것이 MOTD에서 EPL에서 뛰지 않는 선수를 주제로 방송을 하는 이유였다.
그래서인지 공개된 2위부터 5위까지의 선수 중 유럽 국적의 선수는 단 한 명. 그것도 복잡한 가계를 지닌 이민자 출신의 동유럽 국적의 선수로, 본인이 유럽 국적을 선택하였지만 가계를 거슬러 올라가면 북아프리카부터 중동에 걸친 다양한 지역에 연고가 존재하는 선수였다.
나머지는 아프리카, 남미, 북미가 각각 한명씩 선정되며 전 세계의 관심과 이목을 EPL로 끌어오고 싶다는 MOTD의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대망의 1위는— 유럽 축구계가 가장 주목하는 시장이자 EPL의 상업적 성공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아시아 시장을 포기할 수 없으니 당연하게도 아시아 선수 중 가장 잘 나가는 선수인 홍민준.
아시아에서 비교적 작은 시장인 한국 출신이지만 가장 큰손인 중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막대한 인구수와 열광적인 축구 인기로 무시할 수 없는 시장으로 떠오른 동남아에서까지 센세이션한 인기를 얻고 있는 홍민준은 그 상업성만으로도 절대 놓칠 수 없는 선수였다.
게다가 유럽에서의 인기도 대단했다.
시즌 초 독일에서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아시아 시장은 물론이고 유럽에서 축구에 대한 관심이 가장 떨어지는 젊은 여성층까지 끌어올 수 있는 선수라니! 실력이 없어도 탐나는 선순데, 심지어 프랑크푸르트가 홍민준으로 인해 얻는 상업적 이익이 얼마나 막대한지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무엇보다 무서운건 당장의 실력보다 고작 21살이란 어린 나이와 꾸준히, 그리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그 잠재력.
홍민준은 실력과 잠재력, 스타성 모두를 갖춘 그야말로 모든 구단이 탐내는 보물이나 다름없었다.
“아까 농담처럼 이 선수를 영입하면 관련 상품만으로 이적료를 메꿀 수 있다고 했는데 이게 중요한게 아니에요. 이 선수의 인기나 스타성은 물론 대단하지만 정말정말 원더풀한건 실력! 그리고 잠재력이에요!!”
패널로 출연한 해럴드가 그 거대한 몸집만큼 커다한 동작으로 열렬히 손을 흔들어댔다.
“진정해요 해럴드. 이 선수의 실링이 엄청나다는걸 말하고 싶은거죠?”
“그럼요! 물론이에요! 게리, 이걸 봐봐요!”
해럴드의 손짓에 맞춰 사회자 개리 리네커와 해럴드 사이에 놓여있던 커다란 TV 화면에 경기 영상이 재생된다.
“이건 홍민준이 처음으로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분데스리가 23라운드에요. 보세요. 라이프치히의 강한 압박에서도 결코 공을 뺏기지 않아요. 2명이 압박해와도? 여유롭게 빠져나오는걸 봐요!”
“와우. 압박에 대처하는 모습이 무척 능숙하군요. 게다가 경합에서 비틀거리면서도 공을 지키는데 균형 감각도 좋고… 아주 민첩하군요.”
이어진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는 영상을 지켜보던 개리 리네커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개인 역량이 무시무시하다는게 느껴지는군요. 근데 착각인가요? 제 눈엔 이 선수의 플레이가 꽤 독특해 보이는데. 보다 공격적인 롤을 맡은 중앙 미드필더 같은데… 플레이 메이킹이 개인 능력에 기반한 볼 운반이군요.”
“맞아요. 전술적 움직이나 영리한 패스 플레이보단 압도적인 개인 능력을 앞세워 볼을 전진시키는 스타일이죠. 유니크하지 않나요? 마치 아자르나 잭 그릴리쉬 같아요!”
“그야말로 온 더 볼의 스페셜 리스트군요.”
게리 리네커의 요약에 해럴드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봐도 홍민준은 오프 더 볼보다 온 더 볼에 강점을 지닌 선수였으니까.
“더 놀라운게 뭔지 알아요? 이 선수의 오프 더 볼 능력이 갈수록 눈에 띄게 성장했다는거죠! 이 선수는 커리어 내내 측면 공격수로 뛰었고, 아주아주 전술적 움직임이 떨어지는 드리블 원툴 선수였어요. 물론 그것만으로도 무시무시한 드리블러였지만, 지금 모습을 봐요. 훌륭하게 중앙 미드필더로 적응했어요! 알겠어요 게리? 이 선수는 고작 프로 2년차라고요!! 오 쉣! 맙소사!!”
“알겠으니 진정해요, 해럴드. 당신이 이 선수의 팬이라는건 확실하군요.”
“팬? 그냥 팬이 아니라 빅팬이죠!!”
목소리를 높이는 해럴드의 모습에 게리 리네커가 못말리겠다는듯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여기! 이 장면!! 라이프치히와의 경기 전반 추가시간에 보여준 돌파 장면을 좀 보라구요! 와우! 정말 놀랍지 않아요?”
“하프 라인에서부터 패널티 박스 앞까지 드리블 돌파를 성공시켰군요. 멋진데요.”
“이게 이 경기에서만 나온 장면이 아니에요. 이 선수는 원래 측면 공격수라고요! 매 경기 한두번씩 이런 장면을 만들어내는, 타고난 드리블러 말이죠!!”
마지막 순간 아찔한 태클을 당하며 넘어지긴 했지만 라이프치히전 드리블 돌파는 확실히 보는 사람의 이목을 끄는 화려한 플레이였다.
하이라이트 모음집 같은 화려한 드리블 돌파 장면을 지켜보던 게리 리네커가 문득 중얼거렸다.
“마치 메시와 네이마르를 섞어놓은 것 같군요.”
“오… 확실히 그렇네요. 리드미컬한 드리블과 다양한 개인기는 네이마르와 흡사하고, 거의 본능 같이 상대의 타이밍을 뺏는 움직임이나 한 박자 빠른 방향 전환과 간결한 터치는 메시같네요. 봐요, 게리. 이 선수의 경기당 평균 드리블 시도 횟수가 무려 7.6회에요!”
“와우! 7.6? 엄청나게 많은데요? 정말 경기 내내 드리블을 시도하는 선수잖아!”
TV 화면에 참고 자료가 뜬다.
홍민준의 경기당 평균 드리블 시도 횟수랑 4대 리그 드리블 시도가 많기로 유명한 선수들의 경기당 평균 드리블 횟수에 대한 비교표.
“4대 리그 통틀어 압도적인 드리블 시도네요. 1위인 홍민준이 무려 경기당 평균 7.6회. 2위가 6.8, 3위가 6.1. 정말 드리블을 좋아하는 선수라는건 확실하군요. 문제는 지나친 드리블 시도는 볼호그와 턴오버의 원인이 되는데… 해럴드, 당신의 웃는 얼굴을 보니 짐작이 가네요.”
“으하, 들켰네요. 드리블 시도가 많을 순 있지만 정말 중요한건 성공률 아니겠어요? 두구두구, 놀라지마세요. 이 선수의 드리블 성공률은… 무려 79%에요!! 경기당 이렇게 많은 드리블 시도를 하면서도 무려 79%의 성공률을 보인다고요!”
“와우… 이건 진짜 대단한데요. 진정해요 해럴드. 이 선수가 천재적인 드리블러라는건 잘 알겠으니까.”
게리 리네커가 천재적인 드리블러라고 칭찬하자 해럴드가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다음 자료를 볼까요? 이 천재적인 드리블러를 막을 방법은 파울 밖에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자료가 있어요.”
TV 화면에 새로운 그래프가 나타났다.
터치당 피파울수와 총 피파울수를 나타낸 자료.
가장 위에 위치한 홍민준은 11번의 터치당 1번꼴로 파울을 당했고, 이번 시즌 총 86개의 파울을 얻어내며 이 분야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피파울이 많기로 유명했던 21/22 시즌 맨시티의 잭 그릴리쉬는 14번의 터치당 1번꼴로 피파울을 당했죠. 보세요. 홍민준은 무려 11번의 터치당 1번꼴이에요. 게다가 시즌이 한참 남았음에도 벌써 86개의 파울을 당했는데, 이는 아자르가 첼시에서 뛰던 7년 동안 당했던 총 638개의 파울 기록을 넘어서는 페이스에요! 알겠어요? 진짜 엄청난 수치라구요!! 이건 파울이 아니고선 이 드리블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죠.”
“허… 어마어마하네요. 아무리 뛰어난 드리블러라지만 이건 너무 많군요.”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홍민준은 타이밍을 뺏는 드리블을 자주 구사해요. 파울 당하기 딱 좋은 스타일이죠. 게다가 팀 상황도 그래요. 프랑크푸르트에서 주도적으로 공격을 이끌 수 있는 선수는 딱 두 명. 홍과 치차로죠. 근데 치차로는 3선이라 낫지, 홍민준은 위험지역에서 수시로 돌파를 시도하니 얼마나 파울을 많이 당하겠어요. 상대하는 팀 입장에서도 이 두 선수만 막으면 되는데, 3선보단 보다 위험지역에서 활동하는 선수에 집중하기 마련이죠.”
“그러니까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공격적인 온 더 볼을 즐기는데다 팀 상황도 홍민준 선수의 발끝에 의지한다는거네요.”
엄청난 피파울 횟수에 게리 리네커가 고개를 내저었다.
전설적인 골잡이로 오랜 선수를 생활을 한 그가 보기에 이렇게 자주 파울을 당하면 부상을 안 당할래야 안 당할수가 없다. 정말 골병 들기 딱 좋은 기록아닌가.
“놀라긴 일러요, 게리. 예쁘게 생긴 이 코리안이 사실은 엄청나게 터프한 마초라는 사실을 기억하라구요. 놀랍게도 홍민준은 부상 이력이 없어요. 아주 깨끗해요. 장기 부상은 단 한번도 없고, 자잘한 부상 역시 거의 없어요!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허허. 동양의 신비군요. 동양의 무술인가? 근데 헐리우드 액션이 꽤 많이 보이는데요?”
“으하하, 그게 또 이 친구의 매력이죠. 헐리우드 액션으로 3번의 옐로 카드를 받으며 이것도 이 분야 1위입니다.”
“하하하. 영화배우같은 얼굴인데 연기는 잘 못하나 보군요.”
“오우, 반대죠. 연기를 잘하니까 3장 밖에 안 받은겁니다.”
두 사람이 낄낄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