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58)
158
“연기라니! 저 수염쟁이가 뭘 안다고 헐리우드 액션이라는거야!”
처음 게리 리네커와 해럴드의 극찬에 함박웃음을 짓던 박희자 여사는 두 사람이 헐리우드 액션 연기를 잘한다며 껄껄웃자 분함에 발을 동동 굴렀다.
“우리 아들이 얼마나, 응? 코쟁이들이 막 밀치고, 때리고 해도 꿋꿋이 버티는 앤데!”
“어허. 버티는게 능사가 아니야 이 사람아. 우리 민준이처럼 유연하게 넘어질 땐 넘어져야 다치지 않는거야. 저 봐, 저짝 그 누구야? 게이? 저 사람도 그러네. 부상 안 당한다고.”
홍민준 부모님이 투닥거리고 있을 때, 자료 화면으로 홍민준의 파울 장면을 보던 윤다예의 엄마 김현희 여사가 우아하게 손으로 입을 가리며 어머어머를 연발했다.
“어머어머, 저걸 어째. 세상에. 너무 거칠다. 민준이 너무 아프겠다.”
“아이고 우리 아들 뒹구는거봐. 어쩜 좋아.”
박희자 여사와 김현희 여사가 서로 꼬옥 손을 맞잡고 TV에 정신이 팔린 사이, 아버지들은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매번 민준이 경기할때마다 보는데도 볼때마다 신기하네. 저 덩치 큰 서양인들 사이를 어쩜 저리 요리조리 빠져나오는지.”
“그게 다 다예 덕분 아니겠어. 민준이가 그러잖어. 다예가 식단이랑 훈련 잘 도와준다고.”
“그게 어디 우리 다예 덕분인가, 다 민준이가 잘나서 그러지.”
“어허. 이 사람아, 민준이가 어떤 앤데. 내가 내 아들을 모를까. 다 다예가 옆에서 꽉 잡아주니까 쟤가 저럴 수 있는거지.”
홍민준의 경기가 있을때면 언젠부턴가 항상 두 내외가 모여 함께 경기를 시청하곤 했다.
역시나 자식들은 모르는 부모끼리 하는 친정시댁 놀이의 일환.
“그나저나 쟈들은 언제 결혼할런지 모르겠네. 그냥 확 애부터 들어서면 맘 편하것는데.”
“실없는 소리 말고 TV나 봐.”
* * *
한동안 홍민준에 대한 칭찬을 이어가던 게리 리네커가 어조를 바꿨다.
“자, 그럼 칭찬을 했으니 이제 단점을 지적해볼까요? 중앙 미드필더 정착에 성공했다지만 제가 보기엔 홍민준 선수, 많이 부족해요. 드리블 의존도를 줄여야 합니다. 물론 그만큼 뛰어나고, 성공률이 높지만 사람은 공보다 빠를 수 없어요. 보다 팀원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하고, 보다 패스 플레이에 비중을 둬야해요.”
“그건 저도 동의해요. 지금까진 부상 이력이 없었지만 이렇게 드리블 위주의 플레이를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많은 파울을 당하고, 결국 부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거든요? 측면에서든, 중앙에서든 더 영리하게 플레이 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거니 받거니 단점을 지적하던 중 해럴드가 뜬금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게리. 말은 이렇게 하지만 실제론 홍민준의 지금 플레이를 더 좋아하지 않나요?”
“오… 그건 부정할 수 없군요. 솔직히 말할게요. 전 이 선수의 플레이를 보는게 꽤 즐거워졌어요. 마치 메시처럼 드리블하면서 다 뚫어내잖아요! 다만 여기서 메시처럼 좀 더 영리하고, 우아하게 플레이하면 완벽해지겠죠.”
“하하. 당신이 메시의 빅팬이라는건 잘 아니까 그렇게 강조하지 않아도 되요. 당신의 지적대로 불필요하게 온 더 볼에 집착하고, 드리블 시도가 많죠. 다른 선수였다면 아주 나쁜, 비효율적이고 팀에 해가 되는 플레이라고 했을거에요. 하지만 봐요. 홍민준은 달라요.”
TV 화면에 또다른 표가 나타났다.
“제가 흥미로운 자료를 하나 준비했어요. 90분당 공을 가지고 앞으로 이동한 거리를 나타낸 표에요. 1위는 홍민준으로 221야드를 기록하고 있네요. 감이 안 오는 분들을 위해 EPL 선수들의 지표를 가지고 와봤습니다.”
“오우, 꽤 과거 자료네요?”
“20/21 시즌 자료입니다. 비슷한 팀의 상황에서 비슷하게 피파울을 많이 당한 잭 그릴리쉬와 비교하기 위해서 특별히 준비했죠.”
Min—Jun Hong – 221 yards
Jack Grealish – 217
Jadon Sancho – 196
Ruben Loftus-Cheek – 191
Declan Rice – 191
Nemanja Matic – 184
해럴드는 2번째 위치한 잭 그릴리쉬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스톤 빌라에서 뛰던 시절의 잭 그릴리쉬 역시 공을 가지고 전진하며, 상대 수비수와 1on1 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스타일은 달라도 이건 홍민준과 비슷하죠. 물론 잭 그릴리쉬가 중앙 미드필더답게 수비에도 적극적인 것과 다르게 홍민준은 15~17년의 아자르같이 프리롤에 가깝게 뛰며 팀의 공격을 전적으로 이끄는 것이 다르긴 합니다만.”
“세부적인 지표를 보니 더욱 와닿는군요. 홍민준은 정말 타고난 드리블러에요.”
감탄하는 게리 리네커와 해럴드를 지켜보던 다른 패널 중 한 명이 불쑥 끼어들었다.
“전 동의할 수 없어요. 홍민준의 지표엔 거품이 너무 많거든요. 분명 뛰어난 실력을 가진 선수는 맞아요. 하지만 이렇게까지 극찬을 받아야할 선수인지는 의문이네요. 보세요. 이 선수는 정상급 테크닉을 지녔지만, 그게 역대급은 아니에요. 당장 리그의 정상급 테크니션들과 비교해봐도 특별하지 않다는걸 알 수 있죠.”
홍민준의 플레이 장면과 테크니션으로 유명한 선수들의 영상 자료를 느린 화면으로 비교하며 설명한 패널이 다른 지표를 선보였다.
“신체 능력도 그래요. 홍민준은 빨라요. 빠르고, 민첩하고, 뛰어난 균형 감각을 지녔죠. 하지만 이 역시 특별하진 않아요. 리그에서 홍민준보다 빠르고, 민첩하고, 더 좋은 균형 감각을 지닌 선수를 충분히 찾을 수 있어요.”
홍민준의 최고 속력과 반응속도를 측정한 기록표를 보이며 거품론을 주장하는 패널의 말을 묵묵히 듣던 해럴드가 코웃음을 쳤다.
“마틴. 미안하지만 당신이 비선출이라는게 확 느껴지는 주장이군요. 선수 역량을 너무 숫자로만 보니까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선수의 역량은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어요. 실제 경기장에서 상대해보면 다르죠.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비언어적 부분이 엄청나거든요. 그쵸, 게리?”
“음…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건 확실합니다. 이를테면 그런거죠. 대치 상황에서의 시선이나 몸동작, 아주 미세한 움찔거림이나 무게 이동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져요. 제가 볼 땐 홍민준 선수가 이런 부분에서 아주 뛰어난 것 같군요.”
“그리고 하나 더. 따로따로 보면 홍민준과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선수가 많죠. 하지만 중요한 건, 홍민준은 드리블 돌파에 필요한 모든 능력이 균형있게 높아요. 실제로 홍민준을 상대했던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죠. 도저히 막을 수 없다고. 이건 단순히 정략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겁니다.”
* * *
BBC MOTD는 한국에서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헤비한 해축팬들에게 익숙한 프로그램이기도 했는데 한국의 대표 축구 기자 현준이 직접 소개까지했다? 게다가 내용의 절반이 홍민준에 대한 이야기(대부분 칭찬)에 한글자막까지 달려있으니 이목이 집중되지 않으면 외려 그게 이상할터.
온갖 렉카부터 시작해 각종 커뮤니티로 퍼날라진 MOTD은 엄청난 화제의 중심이 됐다.
—와… 홍민준이 진짜 대단하긴 대단하구나
—잘나가는줄은 알고있었는데 이정도였나?
—머임;; 얘 바르샤에서 폭망하고 나락간거아녔음?
ㄴ아재 무슨 옛날얘기하셈;; 홍민준 존나 잘나간지 오랜데
ㄴ근데 왜 몰랐지
ㄴ그야 광고도 안찍고 축구만 하는 바보니까…
—민주니오빠 넘 멋찌당… 울 민주니오빠지구뿌셔축구뿌셔ㅜㅜㅜㅜ
ㄴ씹;; 이상한거 묻었네
ㄴ안된다!! 홍민준은 안된다이것들아!!!
—홍민준 여친있다지않음?
ㄴㅇㅇ 있다고 밝혔는데 누군지는 의문임ㅋㅋㅋ
ㄴ하… 홍민준의 여친은 대체 어떤 여잘까…
ㄴ소신발언)가능
ㄴ게이새끼 또 지랄이농
ㄴ근데 ㄹㅇ 홍민준와꾸면 가능하지 않을까?
ㄴ씨발 똥꼬충새끼들 왜 자꾸 기어나오냐진짜
—홍민준은 지금 뭐할까?
ㄴ독일은 저녁이니 자고있겠지ㅂㅅ아ㅋㅋ
* * *
그 시각, BBC MOTD를 다 본 박희자 여사는 문득 아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뚜르르— 뚜르르—
아들이 바꿔준 최신형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받지 않더니 소리샘으로 연결된다.
평소 폰을 무음으로 두는 아들임을 알고 있었기에 다시 한 번 전화를 해봤다.
역시나 안 받는다.
“다예 엄마. 얘 또 무음으로 해놓고 있나본데 다예한테 전화해볼까?”
“그래그럼.”
스피커 모드가 된 스마트폰에서 신호음이 몇 번 울리고,
—어? 앗…!
“으응? 아들?”
—어, 어어! 엄마 응, 나야.
“민준이구나. 다예랑 같이 있었니?”
—아, 안녕하세요 아줌마. 네에… 그, 운동하고 있었어요, 운동. 하하.
어쩐지 숨소리가 거칠더라니.
박희자 여사와 김현희 여사는 별의심없이 넘어갔다.
“다예는 어딨고?”
—네에. 저 여깄어요 어머, 아줌마.
어색한 다예의 목소리에 박희자 여사가 짖궂은 웃음을 지었다.
“다예야. 평소처럼 어머님이라고 안 하니 좀 서운하다 얘.”
—어, 어머님….
“그래, 아이구 우리 예쁜 다예. 어디 아픈건 아니지?”
—그럼요. 하나도, 안, 흠, 안 아파요.
“응? 근데 목소리가 왜 그래? 감기야?”
—아뇨. 민준이 운동 도와주느라, 조금… 숨이 차, 서요.
“그렇구나. 우리 다예가 있어서 내가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아들! 다예 힘들게하지 말고, 알아서 퍼뜩퍼뜩 움직여!”
—그러엄~ 다예 힘들지 않게 알아서 자알 움직이지 내가.
—흐흐윽…
뜬금없이 들려온 다예의 숨넘어가는 소리에 박희자 여사와 김현희 여사가 화들짝 놀랐다.
“방금 뭔 소리니?”
“어디 아픈거아니지?”
—아, 아니에요오… 운동중이라 그래요오.
“아이고, 우리가 운동을 방해했네. 그래, 열심히 하고.”
—네헤, 들어가세요오.
다예의 목소리가 끝나자마자 끊어진 폰을 보며 두 사람은 흐뭇하게 웃었다.
“다예가 민준이 잘 보살펴주고 있나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