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59)
159
“그따위로 찰거면 패스를 하라고!!”
훈련장을 울리는 니콜라 스비예츠의 고함 소리.
골문을 멀리 벗어나는 슛팅을 아쉬워하고 있던 나는 순간적으로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
“나?”
“그럼 여기서 드리블, 패스, 슛까지 지 혼자 다 하는 사람이 너 말고 누가있어!”
“허…”
어처구니가 없어 허리에 손을 올리고 멀뚱히 녀석을 지켜봤다.
이 허접새끼는 또 지랄이네.
니콜라 스비예츠.
동유럽틱한 이름과는 달리 이탈리아 국적의 23살의 선수로 입단 초기부터 사이가 안 좋던 녀석이다.
이름에서 티가 나듯 혈통은 동유럽계.
부모님이 동유럽에서 이탈리아로 이민와서 녀석을 낳았대나 뭐래나.
이민 후 태어나서 이탈리아 국적을 얻은 주제에 웃기게도 이탈리아에 대한 뽕이 머리끝까지 찬 녀석이다.
내가 처음 임대오자마자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비겁하다는둥, 홈어드밴티지가 심했다는둥, 오심이 많았다는둥 아주 개지랄을 떨더라.
당시엔 나도 팀에 융화될 필요가 있었고, 녀석은 구단에서 애지중지하는 유망주 중 한 명이었기에 점잖게 무시하며 넘어갔는데, 요즘엔 아주 지랄병이 도졌는지 계속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슬쩍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또 시작이냐는 표정으로 나랑 녀석을 쳐다보는데… 이거 내가 참아야해?
“잘 하니까 하는거지. 누구랑 다르게.”
“지금 뭐라고 했냐?”
“뭐긴. 너 축구 존나 못한다고.”
참긴 뭘 참아 씨발.
내가 입지 불안한 선수도 아니고, 시비 걸어오는 걸 참아줄 필요가 뭐가 있다고.
팔짱을 끼고 시크하게 대꾸하니 녀석이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어댄다.
하긴, 분하겠지.
원래 얼토당토않는 비난보다 팩트에 기반한 비난이 더 아픈 법.
녀석이 나보다 축구 허접이란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 반박도 못하고 저리 부들거리는거 아니겠어.
사실 저 녀석이 비호감인것과 별개로 그리 못난 선수는 아니다.
이제 겨우 23살이란 젊은 나이에 바로 작년까지만해도 프랑크푸르트의 주전 측면 공격수로 뛰던 선수 아닌가.
10대부터 4대 리그에서 주전으로 뛰는 재능충들이 눈을 높여놔서 그렇지 20대 초반에 4대 리그, 그것이 2부라해도 주전으로 뛰는 건 충분히 재능있는 선수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나름 이탈리아 연령별 국가대표로도 몇 번 소집되기도 했으니, 프랑크푸르트 수준의 구단에서 소중한 유망주라고 볼 수 있을터.
그래서 그런지 내가 대두되기 전까지만해도 녀석은 치차로와 함께 구단이 애지중지하는 유망주 중 한 명이었단다.
뭐, 내가 보기엔 아르헨티나 연령별 대표팀을 죄다 밟으며 주전으로 활약한 치차로에 비해 고작 이탈리아 연령별 대표팀에 몇 번 소집되었을 뿐인 녀석을 어따 비비냐는 생각이지만.
그러나 좋았던 시절도 잠시.
이번 시즌 나랑 알베르토 몬디가 측면을 꽉 잡으면서 백업으로 밀린 녀석은 올 시즌 내내 벤치를 달구며 로테이션용으로만 출전하곤 했다.
그러던 중 치차로의 부상 이탈로 내가 중앙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옮기는 바람에 운 좋게 선발 출장 기회를 얻어서는, 첫 선발이던 23라운드 라이프치히전에서 내가 준 결정적 패스 받은 도날드 쿡의 슛팅이 골키퍼에게 막힌 후 튀어나온 세컨볼을 운 좋게 받아 먹으며 골까지 기록했다.
이후 내가 메짤라로 활약하는 덕분에 빈 측면을 꿰차곤 의기양양해져서 틱틱 시비를 걸어오는데… 지금까진 적당히 무시하고 넘어갔는데 이젠 안 되겠다.
똥이 무서운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지만 굳이 피해야 하나? 그냥 치워버리면 되지.
“왜? 치게? 주먹까지 쥐고 왜 부들거리고 있어, 바보같이.”
“이… 그따위로 찰거면 동료들한테 넘기라고!”
“그따위라기엔 나 지금 리그 득점 1윈데?”
빙글빙글 웃으며 팩폭을 날려주자 녀석은 새빨갛게 달아올라서는.
“그렇게 난사를 해대는데 누가 골을 못 넣지?”
라고 했다.
음… 이건 인정.
최근에야 슛팅 능력치를 올리며 나아졌지만 그전까지 나는 득점력에 비해 슛팅 정확도가 좋지 않은 선수였다.
그러니까 이른바 난사형 선수.
그래도 요즘은 슛팅 능력치를 높인만큼 정확도가 엄청나게 늘었지만 한 번 박힌 인상이란게 쉽게 지워지는게 아닌지라… 이 자식, 멍청하게 생긴거랑 다르게 제법 약점을 찔러오잖아?
여기서 내 슛팅이 정확해졌느니, 어땠느니 변명하는 건 하수다.
상대의 판을 뒤엎어버리고 반격까지해야 고수지.
“슛팅 찬스를 잡는 것도 능력이야. 내 기회 창출 횟수 봤어? 아, 하긴. 너는 죽어도 그런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니 차라리 안 보는게 좋겠다야.”
“개새끼! 죽여버리겠어!!”
오우, 효과 확실하고.
“어어, 말려! 말려!”
“아오!! 이것들 오늘따라 왜 이래!! 가만 좀 있어!”
주먹을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는 녀석을 보며 최대한 얄밉게 빙글빙글 웃어주었다.
그 와중에 녀석이 휘두른 주먹에 맞은 브루노의 이마가 찢어지며 피까지 났고.
쉬고 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코칭 스탭들이 뒤늦게 달려올때까지 훈련장의 소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서 이 사달이 났다?”
엄한 표정의 감독님 앞에 불러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있으려니 학교에서 혼나는 기분이군.
나와 니콜라 스비예츠, 주변에 있던 선수들의 면담을 마친 감독님이 한숨을 내쉬었다.
“서로 사과하게.”
감독님의 엄한 목소리에 순간 고민했다.
그냥 사과하고 적당히 무마할까. 여기서 뻗대봐야 뭐가 좋겠어. 가뜩이나 팀도 어려운 상황을 딛고 간신히 정상 궤도에 올랐는데.
…근데 좀 빡치네.
“싫습니다.”
“홍!”
“제가 잘못한게 없는데 왜 사과합니까?”
한 두번도 아니고, 계속 시비를 걸던 건 녀석이다.
내가 왜 사과를 해?
“니콜라! 자네가 먼저 사과하게!”
“너무하십니다, 감독님! 왜 저새끼 편만 들어주세요?”
“이봐! 지금 내가 공정치 못하다는건가?”
“…죄송합니다, 방금은 실언이었습니다.”
“하아….”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매만지는 감독님과 그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니콜라 스비예츠를 남일이라는 듯 무시하며 서있으려니 감독님이 다시 물었다.
“그래서. 사과할 생각 없다고?”
“당연히 없죠. 저 녀석이 먼저 사과하지 않는 한. 제가 잘못한것도 없는데 왜 사과합니까?”
부글부글 끓는 얼굴로 노려보길래 최대한 얄밉게 빙글빙글 웃어줬다.
“니콜라. 자네는.”
“저도, 없습니다.”
“니콜라! 계속 이럴건가?”
“왜 자꾸 저한테만 그러시는겁니까!!”
오우, 아주 대거리를 하네?
감독님한테 바락바락 외치는 꼴을 보니 군사부일체의 나, 유교맨 홍민준의 피가 끓는구만.
“그럼 니가 잘못했으니까 너한테 뭐라하지, 아무런 잘못없는 나한테 뭐라고 할까?”
“이런 개새—”
“홍!! 제발 부탁이니, 가만히 좀, 아니 자네는 나가있게.”
“넵.”
군사부일체를 받드는 유교맨답게 감독님의 말을 철썩같이 따랐다.
뒤에서 에이전트에게 말하겠느니, 프로답게 행동하라느니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난 모르겠다.
상황이 이러니 훈련을 이어갈 분위기가 아니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삼삼오오 모인 선수들은…
“오, 민준. 오늘 훈련도 일찍 끝날 것 같은데 홈파티나 할까?”
“난 패스. 낮잠이나 잘래.”
“나랑 피파할사람?”
…아무렇지 않아보였다.
“브루노는?”
“아, 브루노? 이마 살짝 찢어졌다는데 뭐 괜찮겠지. 큰 상처도 아니잖아.”
아무렇지 않게 웃고떠드는게 이럴때마다 참 이질감을 느낀다.
이게 유럽의 문화? 존나 적응 안 된다.
감독님과 니콜라 스비예츠의 면담이 잘 흘러가지 않는지, 두 사람은 한참을 나오지 않았고 대신 코치 하나가 오늘 훈련은 여기서 끝이라고 전해줬다.
그나마 주장 알렉산더 마이어를 비롯한 고참 라인만이 심각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쉴 뿐, 대부분의 선수들은 희희낙락한 모습.
쑥덕거리던 고참 라인이 날 부르려는 기색에 재빨리 도망쳤다.
뭔 소리하려는지 몰라도 짜증나는데 빨리 집에나 가야지.
* * *
평소라면 한창 훈련하고 있을 시간, 집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들어서니 조용한 집안.
‘아 맞다. 하린이는 오늘 미팅이랬지.’
요즘 구단에서 자꾸 재계약하자고 치덕이는데, 그거 거절하는것도 일이다 일.
내 활약에 비해 연봉이나 옵션이 너무 낮은건 사실이고, 재계약하면 대폭 오를건 분명하지만… 지금도 계약 기간이 3년이나 남았는데 괜히 더 늘릴 순 없지.
올 시즌이 끝나고 이적할지, 다음 시즌이 끝나고 이적할진 정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프랑크푸르트에서 뼈를 묻을 건 아니다.
시기의 문제일뿐 이적은 기정사실인데 괜히 계약 기간을 늘려 구단에 목줄을 잡힐 순 없는 노릇.
아직 한창 시즌 중이기도 하고, 계약 기간도 많이 남아서 나한테 오는 압박은 크지 않지만 내 에이전트인 오하린에게 오는 압박은 또 다를거다.
그래서인지 요즘 한창 구단과 미팅한다고 바쁘게 움직이는 모양.
근데 윤다예는 어디갔어.
거실을 둘러보니 반쯤 개어진 빨래 더미가 방치되어 있고, 한쪽엔 공부하던 흔적이 그대로인걸 보니 윤다예는 집에 있는거 같은데… 얜 어딨지.
혹시 지 방에 있나 싶어 들어가봐도 없다.
잠깐 나갔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문을 연 순간.
“흐아아… 아?”
“…….”
한 손은 내 팬티를 들고 냄새를 맡고, 다른 손은 벌거벗은 사타구니 사이를 분주히 움직이고 있던 윤다예와 눈이 마주쳤다.
“어… 안녕…?”
“…문.”
“…문?”
“닫아.”
“…아하.”
찌이익—!
순간 터져나온 분수가 얼굴까지 튀었다.
흡…!
이 아까운걸 놓칠수야 없—
“나가.”
“네.”
…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