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6)
016
대학 리그는 보통 일주일에 한 경기의 일정으로 이루어진다.
일정한 지역을 권역으로 묶어 진행되는 예선 리그. 그리고 예선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얻은 상위권 팀만이 진출하는 전국 리그.
예선 리그에서 각 지역을 대표하는 팀을 뽑아 국내 최강을 가리는 전국 리그야말로 모든 대학 축구팀의 워너비, 이를테면 1부 리그라 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무리 예선 우승을 해봐야 동네 일진 취급을 받을 뿐, 명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진정한 명문, 강팀으로 인정받으려면 결국 전국 리그에서의 활약이 필수적이라는 것. 당연히 내노라하는 대학 축구부라면 전국 리그를 노리고 시즌 계획을 짠다.
그렇다면 호진대는 어떨까.
우리 대학 축구부는… 그런 거 없다.
동네 일진 취급도 못받는데 전국구는 무슨.
일단 권역별 리그부터 뚫어야하는 처지에 벌써부터 전국 리그를 생각해봐야 욕만 먹을터.
그나마 다행이라면 호진대가 속한 권역은 딱히 명문이라 할 팀이 없다는 것?
뚜렷한 강팀이 없는 대신 고만고만 한 전력의 팀들이 모여있어서 긍정적으로 보면 못이길 상대가 없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다른 팀들도 우릴 그렇게 본다는 단점이 있다.
한 마디로 서로가 서로를 만만히 보는 상황. 이런 경우 오히려 압도적인 1강이 있는게 편할수도 있다. 비슷한 전력끼리 모여있으니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거니까.
“나쁜 소식이 있다.”
그리고 리그 첫경기가 열리는 개막주.
첫번째 이변이 발생했다.
“우리 권역 최약체로 평가받던 우결대가 최강이라 평가받는 호성대를 꺽었다.”
최강과 최약의 대결…이라지만 사실 전국구 강팀들이 보기엔 또이또이 한 전력이겠지. 그래도 일단 우리 지역 최약과 최강의 대결에서 깜짝쇼가 벌어졌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그것도 첫 경기부터.
“그리고 우리 다음 상대가 호성대다.”
감독님은 골치아프다는 듯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첫 경기부터 죽을 쒔으니 우리 상대로 이를 갈고 나올터. 다들 각오 단단히해라.”
이어진 훈련 일정도 평소보다 빡쌨다.
뭐,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 스탭은 심각한 것 같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별 문제 아닌 것 같은데.
우리 권역에 배정된 전국 리그 진출권은 2장. 준우승만해도 전국 리그 진출이 가능하다는거다.
그렇다고 우승을 노리지 않겠다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있는 팀이 준우승도 못 할거란 생각은 안 드는데. 너무 근자감인가?
하지만 이게 내가 호진대로 진학한 이유다.
명문으로 이름높은 대학 축구부의 진학 권유마저 거부하고 이 촌동네로 온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는 전력이 약하다는 것.
특히 수비에 비해 공격 자원이 부실하니 1학년인 내가 주전 경쟁을 시도할만 하다는 것이 첫번째요, 두번째는 권역에 강팀이 없다는 것이니 주전 경쟁에서 이길 시 내 활약에 따라 전국 리그 진출 여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물론 전국 리그에 진출해도 전국적으로보면 중간도 못 하는, 중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는 전력인 만큼 좋은 성적을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그건 뭐, 또 그때 생각하면 될 일이지.
호진대에 대한 평가는 전력은 중하위권이지만 수비력은 봐줄만하다…가 일반적인 평이다.
쉽게 말해 중상위권의 수비력에 하위권 공격력의 팀이라는 뜻.
이것이 감독님의 수비지향적인 전술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뛰어난 수비수를 보유했기에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적용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승리를 위해선 공격의 첨병을 맡은 내 역할이 그만큼 크다는 점.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포인트… 더욱 막대한 포인트가 필요하다!
“어 지경 누나. 난데. 응, 응. 에이 그래서 싫어? 그치? 응 이따봐.”
정규 훈련이 끝나고 막내답게 뒷정리를 하던 중에 지경 누나에게 연락했다.
평소처럼 오늘은 안 된다고, 싫다고, 좀 쉬자고 징징거리지만 막상 부르면 또 좋다고 달려오는 것이 참… 여자는 왜 이렇게 튕기나 몰라.
지경 누나 일정 마치고 여기오면 저녁일테니, 그동안 개인 훈련이나 하고 있어야지.
‘음… 하연 누나는 어쩌지.’
하연 누나와 밤을 보낸지 3일.
그 이후 별다른 연락이 없다.
그렇다고 아예 연락이 끊긴 건 아니고… 연락은 이어지는데 뭔가 아다리가 안 맞는다고 할까. 뭔놈의 질문이 그리 많은지, 쓰잘데기없는 거나 물어보고.
생각없이 카톡 프사를 눌러보니 그 사이 새로운 걸로 바뀌어 있다.
한 눈에 봐도 비싸보이는 코트를 입고 뽐내듯 찍은 셀카.
역시 예쁘긴 예쁘네.
하연 누나가 항공과랬나? 확실히 이정도 외모면 승무원해도 잘 어울릴거다. 나중에 제복 플레이나… 따위의 생각을 하는데 상태메시지가 보인다.
라니.
언니면 언니지 언니님은 뭐냐.
“야. 넌 안 씻고 여기서 뭐하냐.”
“아. 윤혁 선배.”
방금 샤워가 끝났는지 물기 묻은 머리카락을 털며 다가온 것은 2학년 윤혁 선배였다.
“전 남아서 개인 훈련 좀 하다가려구요.”
“개인훈련?”
왜 저렇게보지? 개인훈련하는게 뭐가 이상한가.
윤혁 선배는 한참을 뚫어져라 보더니 허탈하게 웃었다.
“너같이 재능있는 애도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난 뭐하는건지 모르겠다.”
“에이. 선배가 어때서요.”
“어떠긴. 땜빵용이지.”
주전과 로테이션을 오가는 2학년 윤혁 선배는 전형적인 작은 육각형의 선수다.
다재다능하지만 뛰어나진 않아서 선발로 출장시키기엔 좀 부족하지만 교체로 쓰기엔 이만한 자원이 없는 선수. 전형인 감독이 좋아하는 교체형 선수 스타일.
그래서인지 본래 포지션은 미드필더지만 위치 상관없이 여기저기 들어가서 뛰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엔 나랑 교체되는 일이 많았는데, 지친 내가 빠지면서 부족해진 공격력을 성실하게 뛰는 윤혁 선배의 활동량과 수비력으로 커버하는 역할로 교체되곤 했다.
“다재다능한거죠. 그러니까 감독님도 믿고 교체하는거구요.”
“됐어 임마. 뻔히 아는데 말은.”
“아니에요. 정말로. 전 선배의 축구 지능이 부러운데요.”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 윤혁 선배를 향해 진짜란 의미로 굳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솔직히 반은 진심이고 반은 구라다.
내가 타고난 재능으로 축구하는 스타일이라면 윤혁 선배는 전형적으로 머리로 축구하는 선수.
어느 포지션에 가져다놔도 1인분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전술에 맞는 각 포지션의 역할과 움직임을 이해하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다는 뜻.
전술 이해도, 공간 이해도, 포지션 이해도… 모두 축구 지능이 뛰어나지 않으면 대성하기 힘든 요건이잖은가.
테크닉과 속도, 신체 밸런스를 제외하면 모든 게 부족한 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축구 지능임을 떠올리면 진심으로 윤혁 선배의 재능이 부럽긴하다.
물론 실력이 부럽지는 않고.
솔직히 축구 지능이 부족해도 재능빨로 1학년부터 주전을 먹는 나잖아?
“그런거야 공부하면 다 성장하는거고. 너처럼 타고난 재능은 후천적으로 성장시키기 어렵잖아.”
쓴웃음을 짓는 윤혁 선배의 말에 문제점을 깨달았다.
‘이 선배 너무 자신감이 없는데?’
이래서야 제 실력도 안 나올텐데.
잠깐 고민했지만 오랜만에 오지랖 좀 부려보기로 했다.
“선배. 지능도 재능이래요. 솔직히 저는 아무리 공부해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니, 말이 공부지, 축구하면서 매 순간 매 상황이 다른데 그때마다 어떤 게 맞는지 어떻게 떠올려요. 무슨 일시정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1초만 지나도 상황이 지나가있는데.”
과거엔 신체 능력과 테크닉 같은 건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이고 축구 지능은 후천적으로 기를 수 있는 재능이란 썰이 있었다.
그러나 내 솔직한 생각은 축구 지능 역시 선천적 재능이란 거다.
축구가 뭐 한 턴 움직이고 잠깐 생각한 뒤에 진행되는 것도 아니잖은가? 실시간으로 매 초 바뀌는 상황에서 어떤 것이 최선의 선택인지 빠르게 판단을 내리는 것 자체가 재능이지 뭐야.
그리고 나는 그런 재능이 부족한거고.
“너 말 잘 한다. 나중에 인터뷰도 잘하겠는데?”
“네? 웬 인터뷰요?”
“덕분에 힘 좀 난다고 새꺄.”
여전히 자신감이 있어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후배 앞에서 찡찡거릴수만은 없는지 윤혁 선배는 크게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나도 같이 훈련해도 되냐?”
“당연하죠! 혼자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무엇보다 지루하지 않잖아요.”
“크… 새끼. 이빨터는거 봐.”
축구로 유명한 명문 대학에선 밤에도 야간 훈련을 위해 불을 켜준다고 하는데, 호진대에선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일.
아직 그렇게 어둡진 않아도 훈련하다보면 금방 시간이 가기 마련이라 그나마 불빛이 많이 들어오는 곳에 자리를 잡고 가볍게 몸을 풀며 선배랑 이런저런 신변잡기 이야기를 하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알았다.
“어? 그럼 선배님 운동 집안이네요?”
“그치? 아버지는 사이클 선수였고 어머니는 펜싱 선수였으니까.”
“오 운동 유전자~”
“아냐. 그건 다 누나가 가져갔나봐.”
“헐 선배 누나도 있어요?”
“말 안 했나? 우리 학교 테니스부야.”
호진대가 성적으론 꼴통대학이지만 예체능으론 꽤 괜찮은 대학이다.
테니스부라면 나도 몇 번 들어봤을 정도니 그리 수준이 낮진 않을터. 실력은 있나보네.
…그보다.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냐.”
“…아뇨.”
“새꺄, 다 티나거든? 걱정마라 누나는 나랑 안 닮았으니까.”
“에이~ 선배님이 어디가 어때서요. 물론 저랑 비교하면 좀…”
“와 나 이새끼 이거 까부네. 야! 나도 잘생긴 편이거든?”
“잘생긴 정도는 아니고… 훈남?”
“그래. 훈남 정도면 인정.”
낄낄거리며 웃다가 선배가 문뜩 폰을 꺼내 톡을 켜서 뒤적거리더니 불쑥 내민다.
“자.”
“뭡니까?”
“뭐긴 새꺄. 궁금해 죽겠다고 얼굴에 다 써있구만.”
“헤헤… 감사.”
냉큼 선배가 건네 준 폰을 받아들고보니 곧장 프사가 보인다.
아쉽게도 무슨 트로피 비슷한 사진으로 되어 있길래 실망하며 넘기니 셀카가 뜬다.
“오…!”
“왜? 예쁘냐?”
“넵. 예쁘신대요.”
건강미 넘치는 체육계 미녀…!
게다가 우리 학교라니. 잘 하면 썸으로 발전할수도…!
기대감이 마구마구!!
“속지마. 그거 다 뽀샵이야.”
…마구마구 떨어지네.
그래도 객관적으로 윤혁 선배 정도면 떨어지는 얼굴이 아니니까… 남매라면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훈련 열심히 도와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