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62)
162
끊임없이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던 윤다예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너무 오버였나.’
아무리 하던 중이라도 분위기를 봐가면서 들이대야지, 역시 이 상황에서 들이대는건 너무 뜬금없었나보다.
당장이라도 터져나올 것 같은 한숨을 애써 삼키는데 천천히 고개를 든 윤다예와 눈이 마주쳤다.
눈물로 그렁그렁한 눈망울 속, 얼핏 비치는 묘한 일렁임.
“기다리고 있었어. 계속.”
속도 없이 움찔거리는 민감한 부위를 감싸는 감촉.
“너무 오래 기다렸어. 이젠 못참겠어. 참지 않을래. 그러니까 빨리…”
그 간절한 속삼임과 열띤 몸짓이 한 조각 남은 인내심을 무너뜨렸다.
어깨를 밀어 침대 위로 쓰러뜨린다.
떨어지기 싫다는 듯 거미처럼 내 몸을 감싸는 팔과 다리에 끌려가 자연스레 겹치는 몸.
여전히 마주하고 있는 눈동자를 통해 전해지는 간절함, 안도감, 흥분감, 두려움, 미안함… 수많은 감정의 편리에 나도 모르게 쌓여있던 말을 쏟아냈다.
“오래 기다렸다고? 누가 더 오래 기다렸는데. 내가 더… 내가 더 오래, 간절히 기다렸어.”
“미안해. 나도… 나도 이렇게 될 줄 몰랐어. 그냥… 난, 그냥… 네가 더 노력했으면 했어. 네가 더 야심을 가지고, 의욕을 가지길 바랬는데…”
윤다예는 어릴적부터 그랬다.
누나처럼, 선생님처럼, 엄마처럼 항상 나에게 무엇이든 알려주지 못해 안달이었다.
공부, 노력, 성공, 야망….
그러나 어느것 하나 성공하지 못했다.
공부도, 노력도, 성공도, 야망도… 그 무엇도 나는 윤다예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는 오로지 내가 부족한 탓이지 윤다예가 부족했기 때문은 아니다.
난 멍청하고, 게으르고, 향상심도 없는 바보였으니까.
그러나 단 하나.
윤다예가 실패하지 않은, 유일하다시피 성공한 것이 축구다.
일찌감치 날 공부시키는걸 단념한 윤다예는 미술부터 시작해 음악, 운동까지 다양한 걸 시도했다.
의욕없고 게으른 날 잘 아는만큼 직접적으로 시키지도 않았다.
그저 지나가듯 ‘요즘 노래부르는 남자가 멋있더라. 넌 어때?’,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매력적이야.’, ‘저번에 운동장에서 남자애들 축구 하는데 멋있더라.’하면 나는 좋다고 시도해보곤 하는 날의 연속.
가장 많이 시도하다 포기한 공부부터 시작해서 춤, 음악, 미술, 야구, 농구… 그나마 건진 2가지가 노래와 축구.
난 의외로 노래 부르는 것과 축구에 재능이 있었다.
그리고 윤다예가 선택한 건 축구.
그때는 윤다예가 날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몰랐다.
그냥 멋있다, 잘한다 칭찬해주는게 기뻐서 축구를 했을 뿐,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타고난 재능 덕분에 천재 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만 단지 그뿐.
나이가 들수록, 학년이 올라갈수록 한계가 찾아왔다.
재능? 물론 뛰어나지. 하지만 그것이 최고를 논할 수준은 아니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재능만 믿고 경기를 뛰던 내가 버틸 수 있던 내 재능의 한계는 고등학생까지였을거다.
열심히 노력하면 달랐겠지만, 당시의 나는 노력이란걸 모르던 선수였으니까.
그리고 윤다예는 그걸 알고 있었겠지.
“나야말로 미안해. 네 연락피한거. 내가 이기적이었어. 그땐… 그냥 널 볼 수 없었어. 그때까지 난 네가 없는 삶은 생각해본적이 없었어. 네가 거절할때…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 내 상처에 매몰되서 네가 무슨 생각일지, 무슨 심정일지 돌아보지 못했어. 한 번이라도 돌아봤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을텐데.”
우리가 이렇게 돌아오게 만든 원인이 윤다예라면 그것을 키우고 늘린건 나다.
어떻게든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하던 윤다예의 모든 연락도, 만남도 피해다녔으니까.
“그러니까… 그땐 널 보고 싶지 않았어. 미안.”
“아냐. 나도… 나도 그렇게 그냥 갔으면 안 되는데… 네가 날 싫어할까봐 무서워서, 흑, 너무, 너무 겁이 나서… 그래서 나도 도망갔어. 너한테 미움받고 싶지 않았어.”
윤다예가 멀리 떨어진 기숙사형 사립 고등학교로 진학한 후, 우리의 연락은 끊겼다.
너무 오래도록.
그러니 이젠 그러고 싶지 않다.
그간 우리는 너무 멀리 돌아왔다.
오해하는 것도, 쓸데없는 자존심 세우는것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우는 모습도 더는 보고싶지 않다.
“자꾸 울면 깨물어버린다.”
장난스럽게 입술을 깨물자 흠칫 몸을 떨더니 이번엔 자기가 입술을 깨물어온다.
…하여간 지는거 싫어하는건 천성이네.
“다예야. 나 사랑해?”
“사랑해.”
일말의 머뭇거림없는 즉답.
“언제부터?”
“처음부터. 계속, 쭉 사랑했어. 나한텐 항상 너뿐이었어. 언제나, 앞으로도.”
“나도 사랑해.”
시든 꽃에 생기가 돋듯 피어나는 사랑스러운 표정에 나까지 가슴이 벅차오른다.
“너무 오래 기다렸어. 와줘.”
꼭 끌어안는 기대감 가득한 손길.
천천히, 기쁨을 음미한다.
오래 애태우고, 기다리고, 염원하던 일체감.
“흐으… 읏… 하윽…”
달뜬, 그리고 고통에 겨운 숨소리가 귓가를 울리고 애타는 손길이 온 몸을 감싼다.
움직임은 길지 않았다.
미끌거리는 윤활유가 도움을 주지만 유난히 좁은 내부는 내 물건을 받아들이기 힘들테니까.
첫경험.
행복함과 만족함이 어린 표정 속, 숨길 수 없는 파과의 고통.
무리할 필요없다.
우리에게 시간은 많으니까.
굳이 사정감을 참으면서 고통의 시간을 늘리는것보다, 차근차근 익숙해지는게 좋겠지.
유난히 이른 사정감이 밀려오고, 몸을 빼려는데 거미처럼 팔과 다리로 꽉 끌어안은 다예가 풀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옥죄오는 팔과 다리.
“으… 다예야?”
“흐…”
고통으로 떨리는 입술을 하곤 만족스럽게 웃던 다예가 살짝 입술을 깨물어오는 순간, 참지 못했다.
극한의 쾌감과 만족감에 눈앞이 하애지고, 온 몸이 떨리는 사정 속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
—업적 : 첫사랑 달성
—업적 : 소꿉친구 달성
—업적 : 키잡 달성
—업적 : 역키잡 달성
—업적 : 첫사랑의 처음을 가진 남자 달성
.
.
.
…어라?
배려한다고 했지만 첫경험이 고됐는지 다에는 순식간에 잠들었다.
하긴. 평범한 첫경험도 힘들텐데 어지간한 여자라도 힘들어하는 내 대물과 오래 쌓여왔던 오해의 해소, 그리고 결합까지. 신체는 물론 감정 소모도 극심했을테니 피곤하겠지.
평소라면 한 번은커녕 2~3번은 싸야 기별이 오던 나도 감정 소모가 극심했는지 피로가 느껴질 정도.
내 팔을 베고 새근새근 잠든 다예의 얼굴을 지켜보다 빈 허공으로 눈동자를 돌렸다.
상태창을 열자 쏟아지는 무수한 메시지.
이번에 얻은 포인트만… 무려 100이 넘는다.
단 한 번의 섹스로 얻은 포인트가 100이 넘는다니.
지금까지 이런적은 없었는데. 왜지? 뭐가 다른걸까.
다예가 특별한걸까.
특별하다면 무엇이?
그간 어림짐작만 해오던 포인트 획득의 실마리가 잡힌다.
아마도… 포인트는 ‘날’ 기준으로 하는거다.
내 만족감… 이라고 해아할까.
상대가 누군지 중요한게 아니다. 세상에 다시없을 아름답고, 유명하고, 능력있는 여자라도 내 만족감이 낮으면 포인트 획득이 적을테고, 흔한 여자라도 내 만족감이 높으면 포인트가 높겠지.
어느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경험이 얼만데. 오하린과 거의 매일 살을 맞대기도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모르는 여자와 뒹굴기도 해봤다. 그뿐이랴. 쓰리썸부터 SM이나 촬영하는 변태적 플레이까지.
그간의 경험으로 단순히 섹스 횟수를 채우는게 중요한게 아니라는걸 깨달았다.
그리고 오늘, 다예와의 관계로 확신이 섰다.
포인트의 핵심은 내 주관성이라고.
‘와 포인트 쓴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이렇게… 다예가 아주 복덩이네.’
곤히 자고있는 다예의 입술을 만지작거리니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옹알거리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
한참을 얼굴을 들여다보는데 도어락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린이 왔나?’
나도 모르게 움찔하는 바람에 팔을 베고 있던 다예가 부스스 눈을 뜬다.
“뭐야?”
“어? 아냐 아무것도. 하린이 왔나봐.”
“으응.”
우물거리고는 다시 눈을 감더니,
“앗!”
벌떡 일어나 이불을 휘감는다.
거친 발소리가 들려오고 벌컥 열리는 문.
“홍민준! 너 왜 전화 안 받…?”
“전화했었어? 미안, 못 봤네.”
“…하.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아주 둘이 잘 놀고 있었네. 난 누구 때문에 바빠 죽겠는데.”
“상황이라니. 뭔일인데?”
“뭐긴. 누구랑 누구 싸웠다고 SNS에 소문 다 났구만.”
뭐?
* * *
『홍민준, 팀 동료와 주먹다짐?』
『프랑크푸르트 훈련 중 동료 간의 다툼』
『독수리 군단에 벌어진 내분!』
순식간에 SNS를 타고 번진 소문이 기사화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늘 오전에 있었던 사건이 저녁이 되기도 전 이미 언론에 노출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거 사실이야?”
짜증스럽게 머리를 쓸어넘기는 오하린에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뭐지? 어떻게 소문이 났지?
오늘 오전은 비공개 훈련이었다.
기자나 파파라치나 팬들이 없던, 코칭 스탭과 선수들만 있던 상황이었는데… 그럼 누가 소문을 낸거지?
“하. 구단에서 연락왔어.”
“구단? 무슨 연락?”
“구단 내부에서 처리하려고 했는데 내용이 유출되면서 위에서도 난리났나봐. 그래서 지금이라도 화해 기사 내자고 연락하더라.”
“화해라.”
곰곰히 생각해봤다.
내가 잘못했나? 아니. 그럼 내가 꿀리나? 아니.
…내가 왜.
“하린아. 구단에 전해. 저쪽이 먼저 사과하지 않으면 화해 따윈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