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65)
165
쳇. 농담도 못해 아주.
근데 그 싸가지없는 새끼가 유소년 훈련장에서 주구장창 오버헤드킥 연습만 하는 꼴이라… 솔깃한데.
“근데 좀 웃기네. 이것들 아직도 지네가 갑인 줄 아나?”
참 웃기다.
구단은 자기들이 갑인 줄 안다.
보통은 구단이 갑이 맞다.
어쨌든 계약 기간 동안은 구단에 묶여있어야 하고, 구단이 마음만 먹으면 계약 기간 동안 2군에 쳐박아 둘수도 있는거니까. 내가 방금 운운한 유소년에 쳐박아두고 오버헤드킥 연습만 시킨다는게 영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라는거다.
뭐, 오버헤드킥은 진짜 농담이 맞지만.
어쨌든, 이건 평범한 선수나 그런거고… 나같은 거물쯤 되면 입장이 바뀌지.
이른바 슈퍼을이랄까.
“내 활약이 없으면 당장 리그 순위부터 곤두박질 칠 것들이. 난 어차피 증명할만큼 했으니 1년 버려도 원하는 구단은 많아. 근데 프랑크푸르트가 내 막대한 이적료를 포기할 수 있을만큼 부유한 구단일까? 아니잖아. 얘들은 나한테 끌려다닐 수 밖에 없어. 계약 기간이 이제 2년 남았으니까.”
재계약?
어림도 없지.
역시 안 되겠다.
신세진거랑 구단에서 친해진 동료들, 감독님에 대한 의리 때문에 1년은 더 뛸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적이 답이다.
그렇잖아도 약팀에서 고군분투하는 것도 질리던 참이다.
중앙 미드필더? 물론 재밌지. 재밌는데… 그래도 내 취향은 보다 공격적인 롤이다.
포지션이 문제가 아니라 공격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 말이다.
나도 강팀에서 공격에 전념해보자.
“감독님에 대한 의리 때문에 최대한 구단 입장을 배려하고 싶었는데, 이러면 나도 어쩔 수 없지.”
“그 얘기 말인데. 사실, 구단 내부 동향이나 정보에 대한 거 감독님이 알려준거야.”
“…감독님이?”
“응. 감독님이 중간에서 수뇌부 막느라 고생하나봐. 중재한다고 버티는 바람에 구단 수뇌부도 결정이 늦어진 것 같아.”
역시 속좋은 양반이라니까 우리 감독님.
그러나 감독님에 대한 고마움은 어쨌든 구단 수뇌부의 움직임을 막을 순 없다. 결국 의사구조의 꼭대기에 있는건 감독이 아니라 이사회니까.
“하린아. 기자 누나 불러. 오랜만에 인터뷰 한 번 잡자.”
“언론 플레이는 좋은 생각이 아닌데. 진정해.”
“당연히 직접적으로 언급할 건 아니지. 그냥 인터뷰 중간에 슬쩍 끼워넣자는거야.”
“이런 시점에 평소 하지도 않던 인터뷰를 하는거잖아. 아무런 계기도 없이, 아무리 간접적이라도 다 알걸?”
“계기는… 그래. 저걸로 하면 되겠네.”
마침 윤다예가 진지하게 보고 있던 TV 화면 속 앵커가 열심히 떠들고 있는 내용.
“1시간 전에 유로파 추첨식이 끝났잖아. 유로파 리그에 대한 전망이나 예측, 다짐… 뭐, 대충 그런식으로 해서 인터뷰하는걸로 하지 뭐.”
* * *
회의실은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벌써 똑같은 주제로 몇 번째인지 모를 마라톤 회의에 냉정하던 참석자들도 하나같이 열이 올라 벌게진 얼굴로 침을 튀기고 있다.
“우린 이런 식으로 홍민준을 대해선 안 됩니다! 대체 선수를 뭘로 보는 겁니까? 이 선수는 장차 축구계를 이끌어갈 선수라고요! 최대한 좋은 인상을 남겨 선수와 유대관계를 유지해도 모자랄 마당에 이게 뭔 헛짓거립니까! 이 선수의 빛나는 재능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나가십쇼!”
“뭐야? 말 다했나, 자네? 그래, 이 참에 터놓고 말하지. 이 선수는 글렀어! 이미 마음이 떴다고! 배은망덕하게도 구단에 대한 의리나 충성심은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선수야, 이 녀석은!! 우리의 재계약 제의에 콧방귀나 뀌며 이적할 생각뿐인데 대체 우리가 뭘 배려해줘야 한다는 건가?”
“그게 문제라는 거요! 에이스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말이 된다고 보시오? 홍민준이 프로답지 못한 적이 있었나? 우리는 프로 구단이고, 홍민준은 프로 선수일세. 우리의 비이성적인 행동을 합리화시킬 수 없어! 차후에 이적할 수 있지. 그게 뭐가 문젠가? 정당한 권리인데! 문제는 우리가 에이스에게 존중을 보이지 않는 행태지! 대체 다른 선수들이 이래서야 우리 구단을 어찌 신뢰하겠나!!”
“녀석은 선수단에서 영향력이 없다고 증명되지 않았소. 올 시즌 끝나고 이적하면 그만인 녀석과 다르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구단에 남겠지. 무엇이 진정 ‘우리 구단’을 위한 것인지 잘 생각해보시오. 알량한 도덕감을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할지, 구단의 미래를 위하는 것이 중요할지.”
프란츠 발더는 초췌한 얼굴로 이사들의 말다툼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제 스위스 리옹에서 있었던 유로파 리그 본선 추첨식에 참석했다 오늘 새벽에나 프랑크푸르트에 복귀했는데, 쉴새도 없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임원 회의에 참석해서 보는거라곤 임원들의 싸움박질뿐.
한참을 듣고있던 의장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프란츠 감독. 이사회는 결정을 내렸소. 이적을 막을 수 없는 선수를 위해 구단의 미래를 포기할 순 없는 법. 남은 시즌이래봐야 3개월도 안 남았으니 이대로 유야무야 넘어가시오.”
“하지만 홍민준은 그런 대우를 받을 선수가 아닙니다. 팀의 에이스를 이리 박대하는데 어느 선수가 구단을 신뢰하겠습니까? 에이스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본 선수단의 사기와 분위기는 어떻고요.”
“홍민준이 선수단에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았소? 지금처럼 앞으로도 문제는 없을거요. 게다가 감독. 감독이 신경써야 할 선수는 이적이 확실시되는 홍민준보다 구단의 미래를 책임져줄 선수아니겠소?”
프란츠 발더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간 섣부른 판단을 내리려는 임원진들에게서 홍민준을 보호하고, 중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이사회의 뜻을 꺽을 수 없었다.
아무리 그가 타 팀 감독보다 권한이 막강한 ‘매니저’라고 해도 결국 구단을 운영하는건 이사회니까.
한숨을 내쉬는 프란츠 발더를 달래듯 다른 목소리가 끼어든다.
“감독님을 봐서 마지막으로 선수 측에 재계약 요청을 보내겠습니다. 그리고 니콜라 스비예츠 또한 감독이 직접 데려온 선수잖습니까. 게다가 에이전트가 전해왔어요. 감독님과 구단이 1군에 적극적으로 기용해준다는 약속을 철썩같이 믿고 이적해왔는데, 올 시즌 백업 맴버로 밀린 것도 참고 있지 않냐고.”
그게 벌써 몇 년전이던가.
니콜라 스비예츠는 지난 2시즌간 주전으로 뛰었다. 올 시즌 홍민준과 알베르토 몬디의 영입으로 벤치로 밀려났을 뿐, 기회는 충분히 주지 않았던가.
“이번 일이 잘 넘어가면 재계약 또한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답니다. 가능할리 없는 홍민준을 잡기보다, 잡을 수 있는 선수에 집중하는게 낫지 않을까요. 감독님. 이적할 선수보다 팀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에 집중해주세요.”
이사들의 말에 프란츠 발더는 헛웃음을 지었다.
긍정적 검토라니. 구두 약속조차 도장을 찍기 전까지 아무 의미없는것이 이 바닥 생리인데, 고작 긍정적 검토 따위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결국 이렇게 되는건가.
프란츠 발더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였다.
회의장 문이 벌컥 열리며 일단의 사람들이 들어온 것은.
“뭔가?”
“큰일났습니다. 의장님, 이걸 좀 보셔야…”
직원이 건네는 신문은 그의 눈에도 익숙한 프랑크푸르트의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그리고 그 1면에는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인상적인 미남, 홍민준의 얼굴이 대서특필되어 있었다.
『홍민준, 드디어 입을 열다! 불화설은 사실!』
“…망했군.”
* * *
전문가들은 후반기 프랑크푸르트의 진정한 고난은 3월부터라고 떠들었다.
왜냐하면 본격적으로 유럽 대항전을 병행해야 하는 시기가 바로 3월이니까.
우리팀은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1위로 16강 시드 팀이 되었고, 16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올라온 8팀은 비 시드 팀이 되어 총 16개 팀이 추첨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결정된 우리팀의 상대는 EPL의 맨체스터 유나이드.
바로 맨유였다.
전설적인 감독 알렉슨 퍼거슨 경의 은퇴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맨유였지만 전 세계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한 그 자본력만큼은 아직까지도 막대했다.
명문답게 꾸역꾸역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경쟁에 참여하던 맨유는 올 시즌 모처럼 챔스에 진출하였지만 아쉽게 조별 라운드에서 탈락, 유로파 리그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히 16강 P.O에서 승리하며 16강에 진출, 8강을 놓고 프랑크푸르트와의 대결이 성사되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프랑크푸르트의 에이스 홍민준을 영입을 두고 어마어마한 베팅을 했던 맨유와의 경기.
거기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EPL의 명문 맨유와의 경기인만큼 엄청난 화제가 되어야 했지만,
『홍민준이 인터뷰에서 밝힌 동료와의 다툼은 무엇인가?』
『홍민준vs니콜라 스비예츠! 구단은 징계를 두고 고민중!』
홍민준이 한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사건 하나가 조명되며 큰 파장을 몰고왔다.
유로파리그, 그것도 한국에서도 유명하고 인기있는 맨유와의 경기에 대한 인터뷰 도중 지나가듯 최근 동료와 다툼이 있었다고 언급한 것을 독일 매체가 캐치해낸 것이다.
이미 팀 내 이상기류를 감지한 온갖 찌라시부터 경기에서 유독 좌측면 연계가 안 되면 일까지 거론되며 여론이 타올랐고, 여기에 더욱 큰 폭풍을 불러온 것은 프랑크푸르트 선수단의 인터뷰.
『재활중인 치차로 “홍민준은 내가 본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한 선수. 그가 원인이라는 일부 주장은 부당해” 밝혀!』
『구단의 내부 사정을 유출한 홍민준에 대한 구단의 징계!』
『부당한 징계에 반발하는 프랑크푸르트 선수단 반발!!』
『에이스에 대한 존중을! 주장 알렉산더 마이어 인터뷰!』
유로파리그 16강 1차전.
맨유와의 경기를 앞두고 프랑크푸르트는 폭발했다.
‘오메… 이게 다 무슨 일이냐.’
폭발의 진원지, 정작 당사자는 느긋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맨유전 전날.
마침내 구단은…
『프랑크푸르트, 홍민준에 대한 징계 철회! 대신 니콜라 스비예츠로?』
『니콜라 스비예츠 구단 자체 징계로 2군 강등 확정!』
‘리더십 효과 확실하구만.’
무릎을 꿇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