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69)
169
세비야Sevilla Fútbol Club S.A.D.
1890년 창단된 오랜 역사를 지닌 이 클럽은 레알 베티스와 함께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를 대표하는 유서깊은 축구 클럽이다.
그 별명이 안달루시아 최고의 클럽El Grande de Andalucia일 정도로 안달루시아 지역 맹주를 자처하는 세비야지만 정작 리그 우승 경험은 단 한 번.
그마저도 1945/46 시즌에 이룬 우승이니, 사실상 리그 우승 경험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빛바랜 영광일 뿐.
그럼에도 세비야가 안달루시아, 그리고 이를 넘어 스페인 라 리가의 명문으로 꼽히는 건 유로파 리그에서의 엄청난 성과 덕분이었다.
세비야는 바로 유로파 리그 최다 우승팀이었으니까.
05/06 시즌을 시작으로 06/07 시즌까지 2연속 유로파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세비야는 이후 13/14, 14/15, 15/16으로 이어지는 3연속 우승이란 전무후무 한 기록을 남기며 최다 우승팀에 등극한다.
2위 인테르의 3회 우승을 아득히 뛰어넘는 그야말로 믿을 수 없는 기록.
여기에 멈추지 않고 19/20 시즌 다시 한 번 우승을 이뤄내며 유로파 리그 우승 기록을 6번으로 늘렸으니, 이는 2위 인테르의 2배나 되는 엄청난 업적이었다.
이후 한동안 유로파 리그 왕좌와 멀어졌던 세비야는 오랜만에 왕좌를 탈환하며 우승 기록을 7번으로 늘렸으니, 그것이 바로 작년 32/33 시즌이다.
그리고 올해.
05~07년의 2연속 우승, 그리고 13~16년에 이르는 3연속 우승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세비야의 도전은 여러가지 난관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진행되며 준결승에 안착하였으니.
이번에 그 앞을 가로막은 상대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1980년의 우승을 제외하곤 단 한 번도 결승전에 진출해본 적 없는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였다.
* * *
2034. 4. 9. 스페인 안달루시아 세비야 에스타디오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Estadio Ramón Sánchez Pizjuán.
세비야의 홈 경기장인 이곳은 유로파 준결승 1차전을 맞아 4만 3천석이 넘는 전 좌석이 티켓팅과 동시에 매진되었을 정도로 열광적인 관중들로 가득차 있었다.
유로파의 제왕이라 불리는 세비야의 작년에 이은 2연속 우승을 염원하는 홈팬들의 어마어마한 응원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우리 팀은 지옥의 4연전 그 첫번째 경기를 위해 그라운드로 나섰다.
평소보다 몇 배나 비싼 암표마저 동이 날 정도로 이번 경기에 기대가 큰 세비야 팬들에 의해 프랑크푸르트 원정석마저 점령된 상황.
우리 팀 소개에 야유만 들려오는 적대적인 원정 경기였지만 우리 팀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라인을 잔뜩 끌어올리고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원정 승리를 넘어 원정 다득점 승리를 위한 도박수.
위험하다는 것은 알지만 얇디 얇은 스쿼드를 지닌 팀의 사정상, 11일 동안 펼쳐지는 지옥의 4연전을 버티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원정에서 다득점으로 승리해야 홈에서 열리는 2차전 로테이션을 돌릴 수 있을테니까.
참 빌어먹을 노릇이지만 11일간 이어지는 4경기 중 어느것 하나 포기할 수 있는 경기가 없다.
하나하나가 이번 시즌 성과를 좌지우지 할 중요한 경기들이다보니 어떻게든 얇은 스쿼드를 쥐어짜야 했다.
그렇다고 4경기 모두 주전을 돌릴 순 없는 노릇.
중요하고 나발이고를 떠나 11일 동안 홈과 원정을 오가며 어떻게 4경기를 뛸 수 있겠는가.
선수들이 기계도 아니고,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엄연히 피륙으로 이루어진 사람이기에 로테이션은 필수였다.
그러나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 큰 팀의 사정상 최선의 방법은 4연전의 첫경기, 준결승 1차전을 크게 이겨서 2차전에서 풀 로테이션을 돌리는 것.
안티 풋볼로 나서서 지더라도 최소 실점으로 틀어막아 총합으로 결승에 진출하겠다는 것이 감독님의 복안이었다.
아니, 복안이고 나발이고 무엇 하나 포기하지 않는 이상 이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지.
그걸 위한 공세였건만—
삑, 삐익!
“하…”
“미치겠다. 오늘 안 풀리네.”
전반 13분, 선제골을 먹히고 말았다.
그것도 주장 알렉산더 마이어의 자책골.
예상보다 강력한 세비야의 조직력에 공격 작업도 지지부진한 와중에 벌어진 대참사였다.
“할 수 없다! 라인 더 올리고, 측면! 너네도 적극적으로 파고들어가!”
감독님의 지시에 수비 라인이 높아지고, 양 쪽 풀백마저 윙어처럼 수시로 적진을 침투하며 일진일퇴의 공방 중 얻은 코너킥 기회.
세비야는 전형적인 스페인팀이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삑, 삐익!!
“우와아아!! 동점골!!”
“머리로 한 건 해내는구나!!”
점유율 플레이를 위해 센터백마저 발기술이 좋은 선수들로 이루어졌다는 것.
발기술 좋은 선수가 꼭 단신이라는 건 아니지만, 센터백이 발기술도 좋은데 체격 조건도 좋으면 왜 세비야에서 뛰겠는가. 어디 빅클럽에 가있겠지.
세비야 센터백 듀오는 신장이 나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큰 정도였고, 이는 193cm에 90kg가 넘는 짐승같은 피지컬의 소유자 도널드 쿡이 잡아먹기 딱 좋은 조건이었다.
치차로의 코너킥에 도날드 쿡은 정말 한 마리 짐승처럼 날아올라 뚝배기를 내리찍었다.
흑인 특유의 탄력적인 서전트 점프는 세비야 센터백 듀오보다 무려 머리 하나 정도 높은 곳에서 타점을 이루었고, 절묘하게 방향만 바뀐 헤딩슛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며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오랜만에 골맛을 본 도날드 쿡이 새까만 얼굴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하얀 건치를 자랑하며 육중한 덩치에 걸맞지 않게 활발히 뛰며 공격을 도운 덕분인지 우리 팀은 기세를 타고 연달아 유효 슛팅을 날렸다.
2번의 유효 슛팅과 3번의 코너킥, 2번의 프리킥 찬스를 잡으며 기세를 탔으나 아쉽게 전반이 끝나고 이어진 후반전.
전반전에 효과를 본 적극적인 공세를 이어가던 우리 팀은 후반 중반, PK를 내주며 다시 실점하고 말았다.
이어 어떻게든 동점골을 넣기 위해 공세를 이어가던 중 알베르토 몬디가 날린 크로스를 이번에도 도날드 쿡이 상대 센터백 듀오가 앞뒤로 마크하는 걸 뚫고 나에게 헤딩 패스로 연결해주며 동점골을 기록했지만 그것이 우리 팀의 마지막 골이었다.
후반 막판 체력이 바닥난 수비진의 실책이 이어지며 연달아 2실점, 결국 2:4 대패를 당하고 말았으니까.
어쩌면 예견된 참사였다.
수비력은 나무랄데 없지만 발이 느린 편인 우리 센터백 듀오에게 라인을 올리고 넓은 뒷공간을 커버하라고 했으니, 탈탈 털리는 뒷공간 막겠다고 전반전부터 끊임없이 스프린트를 해댄 선수들이 방전이 날 수 밖에.
체력이 떨어지면 실수가 잦아지기 마련.
후반 막판까지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수비진은 결국 집중력 저하를 보이며 연달아 2골을 내주고 말았다.
사실 뒷공간이 탈탈 털릴 걸 감수하고 더 많은 골을 넣겠다는 작전이었는데… 그게 오히려 독이된 셈.
유로파 리그 준결승 1차전.
원정에서 2득점을 기록했으나 4실점을 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지옥의 4연전 중 첫번째를 망쳤으나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 법.
침울하게 프랑크푸르트로 복귀한 우리를 기다리는 건 이어지는 2번째 연전, 리그 29라운드 뮌헨과의 경기였다.
* * *
2034. 4. 9.
분데스리가 29라운드 프랑크푸르트 vs 뮌헨전이 열리는 도이체 방크 파르크Deutsche Bank Park.
팬들의 걱정대로 지옥의 4연전 시작과 함께 패배 소식을 알려왔지만 독수리 군단Die Adler은 포기하지 않았다.
홈 경기를 맞이하여 도이체 방크 파르크는 51,500좌석이 모두 매진되어 열띤 응원전이 펼쳐지고 있었으니까.
“열광적인 분위기네요.”
“그렇겠지. 팀이 예상보다 잘 나가고 있으면 팬들은 열정적이 되는 법이니까.”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캐시 록벨라의 말에 빅터 쇼웰은 시큰둥하니 대답하며 수첩을 뒤적였다.
“분명 이쯤이었는데… 찾았다.”
뭐하나 싶어 기웃거리는 캐시의 눈에 낡은 수첩 가득 빼곡한 암호… 가 아니라 글자와 그림이 들어왔다.
‘누가 아날로그 인간 아니랄까봐. 어휴 진짜 속터져.’
암호인지 글씨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들여다보는 빅터 쇼웰을 흘겨본 캐시는 자신의 노트북을 꺼내들었다.
“음… 이상하군. 홍민준에 대해선 완벽히 분석했다 생각했는데… 어째서지? 왜 이런 일이 생긴걸까.”
연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이 추레한 남자가 ‘보석발굴가’ 빅터 쇼웰이라 누가 생각하겠는가.
캐시 록벨라는 여느때처럼 선배의 말을 흘려들으며 노트북을 조작했다. 이전 홍민준을 관찰하며 기록했던 보고서.
[홍민준 스카우팅 리포트]국적 : 대한민국
출생 : 2013. 08. 29
포지션 : 좌측면 공격수지만 2선 모두 소화 가능 (추가 :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가능성)
장점 : —
빅터 쇼웰의 제멋대로 스카우팅 리포트를 구단 수뇌부가 알아볼 수 있게 양식에 맞춰 정리한 그녀의 보고서엔 홍민준에 대한 정보로 빼곡했다.
구단이 홍민준을 영입 타겟으로 설정한 건 벌써 몇 달 전.
이미 홍민준에 대한 정보는 해체 수준으로 샅샅이 분석하여 정리해놨는데…
“쓰읍— 대체 뭐지? 사람이, 이 정도 수준의 선수가 고작 몇 경기만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건가?”
의아하다는 듯 중얼거리는 빅터 쇼웰의 말처럼 홍민준은 그새 또 성장했다.
“기껏 분석해놓으면 금방 또 달라지고. 무슨 성장기 어린애도 아니고, 진화하는거야 뭐야.”
“진화? 진화라… 그래, 진화.”
“엥? 선배? 듣고 있었어요?”
“자, 홍민준. 어서 보여줘. 나에게 보여달라고. 이번에 네 진화는 무엇이지?”
“어이없어 진짜. 자기가 듣고 싶을 때만 반응하지 아주.”
미친 사람마냥 끊임없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선배를 보며 렉시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진짜 또라이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