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7)
17
윤혁 선배와의 훈련은 서로의 장점을 알려주는 개인 교습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겨울답게 금방 해가 지고 어두워지니 멀리서 공을 주고받기엔 공이 잘 보이지도 않고, 신체 훈련은 더더욱 안 될 말씀.
그러다보니 서로 노하우를 전수하는 시간이됐다.
“전 솔직히 별다른 방법이 있진 않아요. 제가 돌파하는 방식은 순간적인 가속을 이용하는 것과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건데… 속도를 이용한 돌파야 딱히 설명할게 없고,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도 그냥 페인트를 주다가 상대방의 무게중심이 무너지면 반대쪽으로 치고나가는 것이 전부거든요.”
시범을 보여주기 위해 윤혁 선배를 앞에두고 개인기를 부려본다.
일반적으로 지금같이 공격수와 수비수의 일대일 대치 상황에서의 수비수가 취할 정석적인 판단은 시간 지연.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공을 탈취하기보단 적당한 거리를 두고 견제하며 백업을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인 수비 방식이다.
공격은 10번 실패하고 1번 성공해도 칭찬받지만, 수비는 10번 성공해도 1번 실패하면 욕먹는다는 말처럼 서로의 포지션 차이로 인해 생기는 간극.
몇 몇 수비수들은 예외적으로 모험심 강한 플레이를 펼치기도 한다지만 윤혁 선배는 모험보단 정석적인 플레이를 선호하는 선수.
그러나 지금은 훈련 상황인 만큼 견제보단 적극적인 볼 탈취를 시도하는 듯 했다.
‘지금!’
선배가 달려드는 짧은 순간, 몸에 힘이 들어가고 균형이 이동하는 것을 확인하며 순식간에 치고나간다.
“와. 어떻게 딱 움직이려는 순간에 치고나오냐.”
“한 번 더 해볼까요?”
이어 몇 번 이어진 일대일 대치는 연이은 내 승리로 마무리됐다.
연속으로 돌파를 허용한 선배는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이건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네. 상체 움직임이 예술이야. 분명 오른쪽으로 쏠렸는데 순식간에 왼쪽으로 치고나가는데 막을수가 없다.”
그리곤 잠시 생각한 뒤,
“내가 생각하기엔 넌 반응이 좋은 것 같아. 돌파하는 걸 겪어보니 알겠어. 예측이 아니라 내 반응을 확인하고 움직이더라.”
“어… 그런가요?”
윤혁 선배의 말을 들으니 그런 것도 같고.
【기술】 【정신】 【신체】
개인기 067 |시야 046|주력 062
드리블 060 |예측력 044 |가속력 067
트래핑 057 |판단력 042|밸런스 056
숏패스 048 |집중력 056|민첩성 059
롱패스 041 |오프더볼 047|반응속도 079
슛팅 045 |공간마크 038|파워 054
프리킥 042 |침착성 052|점프 046
헤더 038 |리더십 040|지구력 053
태클 032 |팀워크 039|회복력 065
【히든】
천재성 046 | 매력 095 | 지능 028
【신장 175cm|63kg】
【보유 포인트】 4P
상태창을 살펴보니 확실히… 가장 높은 스탯은 의외로 자신있는 테크닉에 관련된 것이 아닌 반응속도였다.
‘내 반응속도가 이렇게 좋았나? 왜 이걸 지금 알았지?’
하루에 한 번씩은 봤는데도 이제야 깨닫다니.
나중에 시간내서 진지하게 살펴봐야겠는걸.
“선배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전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무게 중심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파악하고 움직이거든요.”
“그건 내가 따라할 수 없는거네.”
선배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게 네 타고난 재능이지.”
어라…? 위로해주려고 시작한 훈련인데 오히려 좌절하는 거 아닌가?
그러나 다행히 선배는 좌절 대신 향상심을 불태웠다.
“내 반응속도는 뛰어난 편이 아니니까 네 방식을 따라할 순 없겠다. 그래도 너하는 걸 보니 좀 알 것 같아. 따라하라면 못하겠지만 앞에서 발재간 부리는 상대는 막을 수 있을 정도?”
“저도요?”
“넌 말고 임마. 넌 고딩때부터 테크닉은 프로 이상이었다매.”
“에이~ 사실 중딩떄도 테크닉은 프로급이랬어요. 히히.”
“참 잘나셨네.”
분위기를 풀겸 과장되게 웃으니 선배도 웃으며 받아준다.
잠시 숨을 돌린 뒤, 선배의 차례.
선배는 난처한 표정으로 이마를 긁적였다.
“나는 딱히 알려줄만한게 없는데. 뭐가 있을까…”
“전술 이해도요!”
“전술 이해도래봐야 그냥 감독님 지시에 맞게 뛰는 것 뿐인데.”
“아니면 축구 지능!”
“축구 지능… 축구 지능…”
작게 혼잣말을 되풀이하더니,
“전술적 움직임은 감독님이 매번 설명해주는거니까 내가 되풀이하는 것보단… 차라리 내가 경기하는 방식을 설명해줄까? 그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라며 웃었다.
“저야 좋죠.”
윤혁 선배의 경기하는 방식이라.
애초에 큰 기대도 없었고, 다른 선수의 경기 방식이란 말에 궁금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다른 선수가 어떻게 경기하는지 들어본 적은 없다.
그냥 다들 비슷하겠거니, 그렇게 여겼는데… 아무래도 나랑 선배는 워낙 스타일이 다르니 경기 방식에도 차이가 있겠지.
한 번 들어두는 것 정도야 나쁘지 않겠다, 딱 그 정도의 생각이었을 뿐.
“난 기본적으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야. 미리 예상되는 상황을 가정하고 준비해두는거지.”
과연 머리로 경기하는 선수.
근데 그게 가능한건가?
“선배. 경기하다보면 매 경기, 매 순간 상황이 바뀌잖아요. 그걸 어떻게 다 예측해요?”
“그건 불가능하지. 모든 상황을 예측하는 건 인공지능이 아니고선 불가능할 걸. 나도 그렇겐 못 해.”
“응? 방금은 예측한다면서요.”
“최대한 상황을 좁혀놓고 예측하는거지.”
그렇게 말한 선배는 몇 번 눈을 깜빡이고는 탄성을 내뱉었다.
“아아. 알겠다. 너한테 뭐가 필요한지.”
“……??”
“그러니까 봐봐. 우리가 공격 상황이야. 그럼 네 자리는 어디지?”
“좌측 측면. 하프라인 근처?”
“그치. 보통이라면 우리팀 전술상 네 자리는 그쪽이겠지. 그럼 그때 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음… 그냥 공 받을 생각?”
우리팀의 볼운반은 거의 전적으로 나에게 달렸다.
당연히 공격시 팀원들은 나에게 공을 몰아주고, 나는 최대한 공을 상대 진영 깊숙한 곳까지 운반하는 것이 역할.
“그렇지. 거기서 조금만 더 생각해볼래?”
“어떻게요? 상대를 압박할 타이밍이나 수비 위치 같은거요?”
“아니지. 지금은 공의 소유권이 우리팀한테 있잖아. 우리는 공격 작업만 생각하면 되는거야.”
“그럼 수비는요.”
“그건 수비수나 역습 대비 임무를 받을 선수나…”
말을 하던 선배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넌 쓸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은 편이구나.”
“…엥?”
“우리가 공을 소유하고, 우리 공격권인데 왜 수비 상황에 신경써. 내가 말했지? 최대한 상황을 좁히라고. 우리의 공격 상황이야. 그럼 넌 공격 상황에 대한 예측만 하면 되는거야.”
그렇게 말한 뒤, 선배는 쪼그려앉아 손가락으로 흙바닥에 간단한 전술기호를 그려넣었다.
“자 봐봐. 우리의 공격 상황이야. 그럼 내가 너라면 우선 내 위치와 마크맨의 위치를 확인하겠어.”
쓱쓱 흙바닥에 그려진 경기장과 선수 모양의 표시.
선배는 그걸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아까 말했듯이 나도 모든 상황을 가정하라면 못해. 그러니 최대한 단순화하는거야. 지금 상황에서 내가 가장 먼저, 빠르게, 정확히 판단해야 할 거. 그게 뭘까?”
“…공을 어떻게 받을까?”
“그렇지. 어떻게 공을 받을까. 그리고 어떻게 이어나갈까. 이게 첫번째지.”
흙바닥에 그려진 상대편 선수가 날 뜻하는 기호 뒤로 바짝 붙는다.
“상대편이 이렇게 밀착마크하고 있어. 그럼 나라면 내려가서 공을 받을까, 아니면 공간을 향해 찔러달라는 콜을 할까 고민하겠어.”
“오. 그렇네요. 전 그냥 어떻게 패스가 오든 받아야겠다는 생각밖에 못 했는데.”
“그러면 안 돼. 아무리 네 반응속도가 빨라도 결국 사람인 이상 한계가 있는 법이야. 항상 그럴 순 없지만 우리팀 선수의 성향을 파악해서 어떤 패스가 올지 예측해서 미리 대비하거나 아니면 적극적인 콜을 해야 돼.”
“아하.”
뭔가 머릿속이 간질간질하다.
선배의 말을 들으니 초, 중, 고등학생 시절 감독님들이 설명하던 것이 마구잡이로 떠오르며 뒤엉킨다.
“그리고 공을 받기 전, 어떻게 이어나갈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돼. 공을 받는다면 어떻게 트래핑을 해야 편하게 다음 동작으로 이어나갈 수 있을지. 공을 받고 잠시 멈춰서 네가 잘하는 상대 균형을 무너뜨리고 돌파할 수도 있고, 공이 오는 방향대로 트래핑해서 그대로 이어나갈 수도 있고. 아니면 저번에 보여줬던 것처럼 뒷꿈치로 트래핑해서 상대를 넘겨버릴수도 있고.”
흙 묻은 손을 탈탈 털며 선배는 말을 마쳤다.
“모든 상황에서 생각하라는 게 아니야. 때로는 복잡한 생각보다 번뜩이는 영감이나 본능, 감으로 움직이는게 나을때도 있어. 특히 천재적인 선수들은 급박한 상황일수록 선수 개인의 천재성에 의존한 플레이가 더 좋은 경우가 많지. 그러나 중요한 건, 매 순간을 그런 번뜩임에 의지할 순 없다는거야. 생각. 생각하면서 플레이해. 다만 생각의 가지를 줄여서.”
선배의 말을 들으니 간질거리던 머리에 뭔가 떠오를 것 같으면서도 떠오르지 않는 답답함이 찾아왔다.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하다가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포인트를 써버렸다.
‘판단력’에다가.
판단력에 몰빵하고나자 순간적으로 선배의 말이 이해가되더니 순식간에 스탯이 더욱 상승하는 것이 아닌가.
【기술】 【정신】 【신체】
개인기 067 |시야 046 |주력 062
드리블 060 |예측력 044 |가속력 067
트래핑 057 |판단력 049(▲7)|밸런스 056
숏패스 048 |집중력 056 |민첩성 059
롱패스 041 |오프더볼 047 |반응속도 079
슛팅 045 |공간마크 038 |파워 054
프리킥 042 |침착성 052 |점프 046
헤더 038 |리더십 040 |지구력 053
태클 032 |팀워크 039 |회복력 065
【히든】
천재성 046 | 매력 095 | 지능 028
【신장 175cm|63kg】
【보유 포인트】 0P
‘어? 가지고 있던 포인트는 4였는데 7이나 올랐다고?’
처음 겪는 현상에 당황도 잠시.
‘스탯이… 포인트만으로 오르는게 아니구나.’
그것은 환희였다.
내 노력이 헛되지 않는다는, 노력으로도 스탯을, 성장할 수 있다는 기쁨.
기쁨과 성취감에 웃고 있는데 뜬금없이 선배가 민망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한다.
“흠흠. 내가 뭐, 대단한 걸 알려준 것도 아닌데 그렇게 좋아해주니 좀 부끄럽네. 별 것도 아닌데.”
왠지 윤혁 선배가 머쓱하게 코밑을 훑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