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70)
170
2034년 4월 3째주에 열리는 분데스리가 29라운드.
17개의 경기 중 가장 많은 이목을 끄는 건 리그 1, 2위가 맞붙는 뮌헨과 프랑크푸르트의 경기였다.
언더독의 반란은 언제나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소재였고, 그렇기에 거인 뮌헨에 맞서는 돌풍의 승격팀 프랑크푸르트의 경기는 화제만발의 조합일 수 밖에 없었으니까.
더군다나 올 시즌 프랑크푸르트는 여러차례 자이언트 킬링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심지어 시즌 첫경기인 리그 1라운드 뮌헨과의 경기에서 여러가지 기록을 경신하며 승리를 따내었으니, 따지고보면 뮌헨의 복수전이라 부르는 것이 맞을터.
그렇기에 두 팀의 경기는 시작전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키커의 헤르만입니다. 올 시즌 뮌헨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리그 1위에 올라있는데요. 리그 6경기를 남겨둔 지금, 2위와의 승점차가 7점이나 나며 사실상 마이스터샬레의 주인이 정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감독님은 다가오는 챔피언스 리그 2차전을 위해 이번 경기 적극적인 로테이션을 가동하실 생각입니까?”
경기전 사전 인터뷰에 나온 뮌헨의 감독 도미닉 아펠은 기자의 질문에 단호한 대답을 들려주었다.
“전혀 아닙니다. 우리는 확실한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겁니다.”
이어 주장 베른트 휠첸바인은,
“우리 모두는 지난 경기에 당한 패배를 갚아주기 위해 다시 만날 순간을 고대해왔습니다.”
라며 공식적인 인터뷰 자리에서 강한 전의를 내비쳤다.
하긴, 뮌헨 입장에선 꽤나 자존심 상했을거다.
1라운드에서 나에게 5.9초만에 선제골을 먹히며 유럽 4대 리그 최단시간 골 기록 경신의 주인공이 된데다 35~40m 장거리 골까지 먹히지 않았던가.
독일을 넘어 유럽 최강을 바라보는 팀이 갓 승격한 팀의 어린 동양인 선수한테 농락당했으니 얼마나 자존심 상했을까.
이에 인터뷰에 나선 감독님과 주장 알렉산더 마이어는 1라운드에서의 승리를 언급하며 이번 경기 역시 승리를 노린다고 말했으나… 어디까지나 공식 입장이 그렇다는거고 실상은 달랐다.
우리 팀은 이번 뮌헨전… 승리를 포기했으니까.
“다음 경기 선발명단이다.”
세비야와의 경기가 끝난 다음날.
회복 훈련이 끝난 우리를 앞에두고 감독님은 뮌헨전 스타팅 라인업을 공개했다. 지난 경기에서 절반 이상이 바뀐 명단을.
주전이라곤 고작 5명.
골키퍼 게롤트 노아크와 수비의 핵인 주장 알렉산더 마이어, 중원의 핵 치차로, 세트피스에 누구보다 강점을 보이는 도날드 쿡… 여기에 나까지.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에서의 주전은 4명에 불과한 적극적인 로테이션.
최근 뮌헨이 보여주는 경기력을 고려할 때, 전력도 아닌 1.5군으로 이기겠다는 건 용기도 아니다. 만용에 불과하지.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고작 6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압도적으로 1위를 지키는 뮌헨과 2위 우리 팀과의 승점 차이는 7점.
사실상 뮌헨의 우승이 확실시되는 리그보다 가능성이 높은 유로파 리그에 집중하는게 맞지 않겠는가.
원래는 아예 2군으로 나서는 것도 고려했던 감독님이지만 팬들의 기대와 성원이 워낙 크다보니 내부적으로 경기를 포기했어도 대놓고 티낼 순 없는 법.
그렇기에 나와 알렉산더 마이어, 그리고 중원의 핵심이자 데드볼 스페셜리스트인 치차로와 세트피스에서 핵심이 되는 도날드 쿡이 선발 출장하게 됐다.
나와 주장이야 팀 에이스와 주장이기에 이런 빅매치에서 빼놓을 수 없었고, 치차로와 도날드 쿡이 선발 출장한 이유는 단 하나.
이번 경기 우리 팀의 전략이 세트피스였기 때문이다.
* * *
경기 시작과 동시에 공세를 펼치는 뮌헨을 맞아 우리 팀은 대놓고 버스를 세웠다.
골문 앞의 공간을 지워버리는 강력한 두 줄의 수비 라인에도 유려한 공격 작업을 선보이며 위협적인 슛팅을 날려대는 뮌헨을 상대로 아슬아슬한 방어를 이어가던 전반 25분.
우리 팀의 홈 경기였음에도 마치 뮌헨의 홈 구장인 듯 일방적인 공세를 퍼붓는 모습에 하나 둘 야유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때려쳐!! 이따위 경기를 보려고 기다린게 아니야!!”
“언제까지 쳐맞고 있을거야! 공격 좀 하라고!!”
“우린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고싶다!”
조금씩 커지던 야유는 전반 31분, 뮌헨 공격수 루벤 보크의 선제골 이후 폭발적으로 터져나왔다.
홈에서 팬들에게 야유를 받으며 뛰는 기분이란… 참…
“홈팬들에게 야유를 받다니. 힘들겠군.”
“딱히?”
“……??”
참 아무렇지 않다.
…왜지?
“진담이냐?”
“그럼 진담이죠. 이왕이면 응원해주는게 좋긴 한데, 솔직히 내 이름을 연호하는거 아니면 별로 신경도 안 써요.”
선제골을 넣은 뮌헨 선수들이 세레머니를 하는 틈에 날 마크하고 있던 막심 마이어가 말을 걸어왔다.
리빌딩으로 젊어진 뮌헨 선수들 중에서 몇 안 되는 베테랑이자 월드 클래스 풀백이란 평가를 받는 선수답게 시즌 초 맞붙었을때보다 엄청나게 성장한 지금도 상대하기 버거운 괴물같은 녀석이다.
“흐음.”
“왜요?”
묘하게 쳐다보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너도 나랑 비슷한 과였군.”
하며 혼자 고개를 주억거리는게 아닌가.
…뭐야, 이 인간. 실력은 좋은데 뭔가 이상한 사람이네.
막심 마이어가 살짝 맛이 갔든 아니든 중요한 건 괴물같은 실력의 소유자라는 거다.
이번 경기에서 내게 맡겨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 만큼.
이번 경기 컨셉이 세트피스인데에는 유로파 리그에 집중하기 위한 반 강제적 로테이션으로 그나마 이길 수 있는 미약한 가능성이 세트피스 뿐이라는 현실적인 이유와 더불어 맨유전에서 보여준 내 실력에 대한 믿음이었다.
20초도 아니고 2분간 맨유 선수 사이에서 농락하듯 볼을 지켜내던 내 실력을 믿은 감독님은 어떻게든 볼을 잡으면 뮌헨 진영까지 끌고 올라가라는 주문을 했다.
코너킥을 만들거나 파울 유도를 통해 프리킥 기회를 만들라는 속셈.
치차로와 도날드 쿡이 선발로 뛰는 건 모두 이를 위해서다.
기술적 능력에 비해 데드볼 능력이 영 별로인 나를 대신해 데드볼 스페셜리스트인 치차로가 정확히 공을 올려주면 괴물같은 신체 능력의 도날드 쿡이 어떻게든 머리에 맞춰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이번 경기 우리 팀의 유일하다시피 한 전술이었는데… 정작 내가 막심 마이어를 뚫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 죽겠네. 이 자식 왜 이렇게 잘해.’
뮌헨을 이겼던 지난 경기에서 지금보다 능력도 부족했던 내가 어떻게 이런 괴물을 상대했나 몰라.
심지어 전반 막판, 날 마크하던 막심 마이어가 오버래핑 이후 컷백으로 뮌헨의 2번째 골을 어시스트하기까지 했다.
음… 뭔가 기분이 좀… 새콤달콤하네.
“홍!! 막심 마이어가 올라가면 따라가줘야지 왜 가만히 있는건가!! 아군이 모두 뮌헨 선수들을 잡고 있는데 막심이 올라와서 자유롭게 날뛰지 않았나!!”
감독님의 불호령에 고개만 숙였다.
평소의 감독님은 나에게 수비 가담을 요구하지 않는다.
공격수인 도날드 쿡마저 수비 가담을 시킬지언정 나만큼은 공격에 집중하게 하는데… 이번 뮌헨전에서만큼은 나에게도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요구했다.
이는 그만큼 뮌헨의 전력이 무서움 점도 있고, 그간 중앙 미드필더로 뛸 때 제법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수비 실력은 형편없었지만, 그럼에도 수비 가담을 하고 안 하고의 차이는 컸다.
허수아비라도 빈 공간 커버나 상대를 견제하는 역할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그렇기에 이번 경기에서도 적극적인 드리블 돌파를 주문하면서도 월클 풀백 막심 마이어가 오버래핑할 땐 견제하라고 지침을 받긴 했다.
“죄송합니다.”
구구절절 변명하자면 수비하기 싫어서 그런게 아니라 막심 마이어가 내 시선을 피해 너무 잘 파고들어 뒤늦게 알았을 뿐이다.
“홍. 우리 팀엔 네 활약이 필요하다. 후반전엔 세트피스 기회를 만들 수 있겠나?”
“음… 생각보다 막심 마이어를 뚫기 힘들던데요.”
“그러면 후반은 오른쪽으로 이동해서 우측면을 뚫어보도록. 뮌헨의 왼쪽 풀백 파울 야네스는 경험이 적고, 훨씬 공격적인 선수이니 상대하기 수월할거야.”
스위칭이라.
잠깐 고민해봤지만…
“아뇨. 막심 마이어를 뚫어보겠습니다. 제가 없으면 막심 마이어의 공격 참여가 더 활발해질 겁니다. 오버래핑이든 언더래핑이든 뮌헨의 후방 공격 작업에서 녀석이 가진 영향력이 워낙 크다보니 공격이 더 거세지겠죠. 그보단 제가 어떻게든 녀석을 뚫어볼게요. 그래야 녀석의 공격성을 제어할 수 있어요.”
막심 마이어는 오버래핑을 통해 측면으로도, 언더래핑을 통해 중앙 미드필더마냥 중앙으로도 들어오며 뮌헨의 후방 공격을 이끌어가는 선수다.
단순히 수비만 잘하는 선수가 아닌 것.
실제로 뮌헨에서 그의 공격적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나 때문에 공격 참여가 제한된 와중에도 버티기 힘든 팀의 사정상 막심까지 공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하면 대책없다. 와르르 무너지지 않으려나.
…하는 현실적 이유보다,
“그리고 이대로 오른쪽으로 가면 막심한테 도망치는거잖아요. 그럴 순 없죠.”
도망치기엔 자존심이 용납 못하지.
“음? 자네, 전술적 식견이 꽤나 늘었는데? 역시 중앙에서 뛰어본 경험이 큰 도움이 됐나보군.”
감독님의 웃음에 속으로나마 대답했다.
능력치 올려서 그런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