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74)
174
축구 선수에게 부상은 일상이다.
시즌 아웃되는 큰 부상부터 타박상 같은 자잘한 부상까지 그야말로 부상을 달고 사는 직업이라 해도 과연이 아닐 정도.
이는 나도 마찬가지로 경합 상황에서 버티기보단 다이빙을 통해 파울을 얻어내는 플레이 스타일 역시 최대한 부상을 피하기 위한 몸부림 중 하나.
비록 이런 스타일로 인해 ‘겁쟁이’니 ‘다이버’니 ‘헐리우드 배우’ 같은 조롱을 받지만 다이빙 아니었으면 진작 부상으로 드러누웠을거다.
안 그래도 속도와 개인기를 앞세워 돌파를 즐겨하는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딱 거친 수비를 불러오기 좋은데, 거기에 동양인의 현란한 개인기에 알까기라도 당했어봐라. 아주 눈돌아가서 달려들지.
최대한 경합을 피했음에도 심판의 눈을 피해 휘두른 주먹이나 팔꿈치에 맞아 한 경기 뛰고 나면 온 몸에 멍과 타박상은 일상이요, 스터드에 긁히고 밟히는 건 예삿일이다.
그러니 겁쟁이든 뭐니 내 몸은 내가 챙겨야 하지 않겠는가?
이러나저러나 쫄보같은 대응 덕분에 자잘한 부상은 있어도 큰 부상은 없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스프린트를 시작하는 순간 아래에서 들려온 뿌득, 하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발바닥에서 올라온 통증에 그대로 그라운드를 뒹굴어야 했으니까.
‘끄응… 이런 씨바거… 아오 쪽팔려.’
대상없이 튀어나오는 욕을 삼키며 그라운드에 앉았다.
이 와중에 처음 든 생각이 방송에 어떤 모습으로 나갈지에 대한 걱정이라니… 나도 참 어지간하구만.
그래도 쪽팔린 건 쪽팔린거다.
하필 부상을 당해도 스프린트하던 순간 자빠지는 바람에 자세가 퍽 민망해야 말이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헛웃음을 짓고 있으려니 동료들이 달려왔다.
“민준! 왜 그래? 잔디 파였어? 아닌데… 왜 안 일어나?”
“아파. 못 일어나겠어.”
“뭐? 부상이야!?”
뒤늦게 의료진이 투입됐다.
감독님이 초조하게 주변을 왔다갔다하는 사이, 의료진이 재빨리 검진에 들어간다.
“일어설 수 있겠어요?”
“음… 안 되겠는데요. 아파요.”
“정확히 어디가 아프죠? 움직일 순 있나요?”
“끄응…”
힘을 줘보니 알겠다.
왼쪽 발바닥 안쪽에서 통증이 이는게… 젠장, 이거 뼈나 근육에 문제 생긴거 같은데.
원래 다른 선수로 인해 다친거보다 혼자 부상당하는게 더 무서운 법이라고, 선수 짬밥으로 짐작해볼때 꽤 심각한 부상이 확실하다.
“아무래도 병원에서 검사를 해봐야겠군요.”
의료진의 교체 사인에 감독님이 세상이 무너질 듯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 보였다.
“주여… 큰 부상이 아니어야 하는데!”
“홍, 여긴 걱정말고 치료받고 와.”
동료들의 걱정스러운 시선에 울컥 감정이 북받친다.
“큽… 미안, 난 여기까진가봐. 이번 경기 꼭 이기고 싶었는데.”
“홍!!”
“민준!!”
울먹이는 치차로와 어두운 안색의 도널드 쿡…은 원래 얼굴이 쌔까맣구나.
어쨌든, 날 둘러싼 동료들에게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비록 난 같이 뛰지 못하지만 꼭 이겨줘.”
“걱정마 민준. 꼭… 기필코 이길게! 우리 승리를 지켜봐줘!”
병원에서 검사를 마쳤을 즈음, 연락을 받은 하린이와 다예가 헐레벌떡 들어온다.
“괜찮아!? 어디가 어떻게 아픈데!”
“그러니까 내가 무리하지 말랬잖아! 진짜 이거 어쩔거야!”
“미안 얘들아.”
그래도 역시 날 위해주는건 내 여자들뿐이구나.
코끝 찡해지는 감동의 해후를 나누고 있는데 구단 주치의가 검사지를 가지고 들어왔다.
“plantar fascitis네요. Stress fracture도 있고.”
씨발 플뭐? 뭔가 있어보이는 병명이잖아. 어쩐지 존나 욱씬거리더라니 좆된건가!?
조용해진 하린이와 다예의 모습에 덜컥 겁이 났다.
“선생님! 치료는… 치료는 얼마나 걸리죠? 2개월? 3개월? 설마 수술도 받아야 하나요!?”
“족저근막염이랑 피로 골절입니다. 다행히 심하진 않아서 미세하게 근육이 파열되고, 뼈에 살짝 금이 갔네요.”
“…아?”
“한 2~3주 정도 집에서 푹 쉬면 됩니다.”
“…아.”
그렇구나.
“오두방정은 있는대로 떨더니만.”
“…진짜 아팠어.”
하린이와 다예에게 부축을 받으며 병원에서 나오는 길.
다예가 문뜩 핸드폰을 건네준다.
“야. 이거.”
“뭔데?”
아아, 알겠다.
하… 이 성실한 녀석. 벌써 부모님한테 연락드렸구나 하고 화면을 보니,
『프랑크푸르트 완패!』
…에라이 씨발, 그럼 그렇지.
* * *
본래라면 회복 훈련을 받고 있을 시간.
난 부상으로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생각해보니까 부상이 꼭 나쁜 건 아닌 것 같아. 남들 일할때 빈둥거리기 개꿀.”
밀린 한국 예능을 보며 소파에서 뒹굴거리고 있으려니 의외로 하린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부상을 안 당하는게 제일이지만 이번엔 타이밍이 좋았어.”
“안 그래도 일정이 너무 가혹해서 걱정했는데 차라리 잘 됐네.”
웬일로 하린이랑 다예가 정답게 말을 주고받지?
“이렇게 된 거 부상 회복에 관계없이 3주 동안 푹 쉬자.”
“뭔 소리야. 의사쌤이 그랬잖아 길어야 2~3주라고. 회복이 빠르면 리그 마지막 경기전에 복귀할 수 있댔는데.”
“그래서 회복되면 뛸거야?”
“……?”
당연한 거 아닌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날 보며 하린이와 다예가 주거니받거니 말을 이었다.
“어차피 이번 도르트문트전 패배로 리그 우승은 물건너갔어. 4경기 남았는데 뮌헨이 3연패할 확률이 얼마나 될 것 같아? 경기전에도 희박했던 확률, 이젠 아주 0%야.”
“지금 네 리그 득점은 26골. 2위인 뮌헨의 루벤 보크가 23골로 아슬아슬하긴 한데… 어차피 득점왕에 관계없이 네 실력은 증명이 끝났으니까 괜찮아.”
“그래. 득점왕은 있으면 좋은 수준이지 필수가 아냐. 더 중요한 게 있으니까.”
뭐야… 두 사람 왜 이렇게 친해졌어.
좀 친해졌나 싶었는데 일전의 쓰리썸 이후 냉전 모드에 들어갔다.
서로 없는 사람 취급하면서 말도 날 통해 전달하게 하고… 아주 사람 피말리게 만들더니.
웃긴건 그러면서도 섹스할 땐 또 달라진다는거다.
뭐, 시작할 땐 세 명은 싫다니, 둘이 할거니, 누가 먼저니 싸우다가도 일정 선이 넘어가면 둘이 물고빨고 아주 난리도 아니더만.
그렇게 이중인격마냥 일상과 잠자리에서 분리된 행태를 보여주던 두 사람이 오늘은 왠일인지 주거니받거니 말을 하고 있다.
“그럼 뭐가 중요한데? 유로파 결승?”
그 황당한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어 장단을 맞춰줬더니,
“유로파 결승도 중요하지. 그건 19일 남았으니 넉넉하게 준비할 수 있어.”
“맞아. 이왕 이렇게 된거 리그는 다 빠지고 시즌 마지막 경기, 유로파 결승전에 복귀해서 그것만 뛰어.”
“이번이 프랑크푸르트에서 마지막 시즌이 될 것 같은데, 리그 순위 올리겠다고 혹사할 필요없어. 왜냐하면 시즌 끝나고 가장 중요한게 남았잖아.”
“월드컵.”
아… 맞아.
월드컵이 있구나.
하긴, 애초에 내가 프랑크푸르트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월드컵 대비였다.
최대한 활약하기 좋은 환경에서 폼을 끌어올리고, 월드컵 활약을 바탕으로 이적할 때 걸림돌이 되지 않을 셀링 클럽일 곳.
그게 바로 프랑크푸르트였다.
“그렇잖아도 요즘 너무 체력이 떨어져서 정작 월드컵 때 어쩌나 걱정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렇네. 이왕 부상당한거 푹 쉬면서 유로파 결승만 뛰고 월드컵 대비해야겠다.”
프랑크푸르트 팬이 들었다면 이기적이라 비난할수도 있겠지만 이건 이기적인게 아니다.
부상을 무릎쓰고 뛰는게 병신이지.
자기 몸이 재산인 선수라면 무릇 자기 몸을 아낄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건 프로 의식에도, 스프츠맨십에도 어긋나겠지만 이번처럼 부상을 당했다면 완치하고 복귀해야지 부상도 완치 안 된 상태로 복귀하면 자기 손해아닌가.
부상의 심각성은 다르지만 토레스만 봐도 그렇다.
리버풀에서 월등한 신체 능력을 앞세워 활약하던 토레스가 왜 첼시에선 부진했던가? 특유의 라인 브레이킹을 보여주지 못한 이유가 뭔가?
바로 부상에도 억지로 월드컵에 나섰다가 몸이 영구적으로 망가진게 원인 아닌가.
뭐… 솔직히 월드컵이면 이해라도가지, 우승 가능성도 없는데 구단을 위해 내 몸을 갈아 넣을 필욘 없겠지.
짧은 상념 끝에 결심하고 언제나 내 생각뿐인 내 여자들에게 고개를 들었을 땐,
“고마워 얘들아. 너네 말대로 할게. …근데, 옷은 왜 벗어?”
“힘들어서 그 좋아하는 섹스도 못하고 많이 힘들었지?”
“저기, 하린아? 왜… 그렇게 쳐다봐?”
“쉬잇. 괜찮아 나한테 맡겨. 내가 다 할테니 넌 가만히 있으면 돼.”
“다예야?”
“부상 덧나지 않게 침대로 가자. 내가 부축해줄게.”
“얘들아?”
문득 묘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혹시 이것들, 요즘 체력 딸려서 섹스 안 했다고 이러는 건… 역시 아닐거야.
* * *
홍민준이 빠진 프랑크푸르트는 부진했다.
도르트문트전 패배를 시작으로, 그 다음 경기에서 승리했지만 이후 다시 패배.
3경기 1승 2패로 고작 3경기를 남겨둔 지금 프랑크푸르트는 4위까지 밀려나며 우승 레이스에서 완벽히 탈락하고 말았다.
『위기의 프랑크푸르트!』
『홍민준의 부재에 흔들리는 경기력』
『에이스의 존재감?』
분데스리가의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은 4장.
리그 1~3위까지가 본선 직행 티켓을 얻을 수 있고 4위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우승을 못하면 3위라도 들어야… 최소한 4위는해야 챔스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프랑크푸르트는 5위와 승점 3점 차이로 아슬아슬 한 4위를 지키고 있었다.
남은 경기는 단 3경기.
보드진은 홍민준의 조기 복귀 의사를 타진했지만, 홍민준은 부상 완치 후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그렇게 프랑크푸르트는 또다시 무승부를 거두었다.
2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5위와 승점 1점 차이가 된 상황.
프랑크푸르트 팬들은 패닉에 빠졌다.
—홍 어서 복귀해줘!!
—제발 우리팀을 이끌어줘 여긴 답이 없어
—큰 부상도 아닌데 후반전 투입은 안되나?
—선발은 무리라도 후반전이라도!
ㄴ20분이라도 뛰어줘! 제발!!
소수의 복귀 여론이 일고, 이를 바탕으로 보드진이 다시 한 번 조기 복귀를 원했지만 홍민준은 역시 거절.
그렇게 프랑크푸르트는 리그 5위로 떨어지고—
이제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대한 희망은 시즌 마지막 경기, 유로파 리그 결승전으로 넘어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