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76)
176
—눈나 언제와… 눈나 언제와… 눈나 언제와…
—눈나 나 너무 추워
—째깍째깍 17초전
—16
—15
—14
—위에 진짜 미친놈이냐;; 채팅창 어지럽네
—13
—12
새까만 배경에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 노래가 BGM으로 흐를 뿐, 아무것도 없는 개인 방송엔 벌써 수천 명의 시청자가 들어와 대기하고 있었다.
“여러분 안녕! 오늘도 돌아온 한소영의 풋볼인러브 시간이야!”
—눈나 나 죽어!! 눈나 나 죽어!! 눈나 나 죽어!!
—왔다아아아
—쏘하!
—쏘하하하하하하
—쏘하(소영 하이라는 뜻ㅎ)
—아 위에 찐따새끼 개패고싶네
—여기가 무명의 홍민준을 발굴한 U23국대 수석코치를 아버지로 둔 찐축잘알 한소영님의 방송인가요?
—오빠 찾아내다 방송입니다?
—홍민준 개처럼따먹고싶다입니다.
기다렸다는 듯 순식간에 올라가는 채팅창에 한소영은 난처하게 웃었다.
소소하게 시작했던 축구 개인 방송. 기껏해야 백여 명의 시청들과 오순도순하던 방송이 어느순간 주체할 수 없이 커버렸다.
처음엔 상상을 초월한 성장세에 적응하지 못해 큰 성장통을 겪었지만, 짧은 시간 각종 고난과 역겨을 겪은 끝에 한소영은 이제 어엿한 ‘대기업’… 아니, ‘글로벌 기업’ 스트리머로 진화했다.
“오늘따라 사람이 많네? 소영애청자1호님 안녕. 응, 안녕. 외국인인척 번역기체로 심한말하지마. 3분 채팅금지야. 응 안 속아~”
능숙하게 시청자들과 소통을 나누며 BGM을 끄고 어두웠던 화면에 준비한 자료를 띄운다.
“자, 오늘의 주제! EPL, 라 리가, 세리에A에 이은~ 다들 알지? 두구두구~ 분데스리가 시즌 리뷰 시간이야!”
—와아~
—아 그렇구나~
—몰.랐.다.!
—그래서 홍민준은 언제 나옴?
—왕자님 옛날 사진 있습니다?
—홍민준 입술 개처럼핥아먹고싶습니다
—우리 솔직해지자ㅋㅋ 분데스리가가 아니라 프랑크푸르트 시즌 리뷰아니냐ㅋㅋㅋㅋ
“자 일단 외국인인척 번역기 말투로 나쁜말하는 사람 컷! 프랑크푸르트 리뷰 아니냐고? 에이~ 명색이 분데스리가 시즌 리뷴데… 솔직히 맞긴해. 우리가 홍민준이 궁금하지, 어디 다른 팀이 궁금하겠어? 그치? 나만 그런거 아니지?”
한동안 시청자들과 노닥거리던 한소영은 준비해둔 ppt를 화면에 띄웠다.
“그럼 이제 분데스리가 시즌 리뷰를 시작해 볼게요. 저번 시간에 리뷰했던 EPL의 이번 시즌 트렌드가 전환이라고 한거 기억하지? 센터백을 이용한 공수 전환과 방향 전환이 EPL의 주목할 전술적 트렌드였다면~ 분데스리가는 바로 압박과 탈압박이야.”
예전 찐축덕만 보던 방송이었다면 보다 전문전인 이야기로 바로 넘어갔겠지만 라이트팬이 대거 유입된 지금은 보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했다.
“자 여기서 질문! 압박이란 뭘까? 오… 대답이 바로바로 나오네. 압박붕대 누구야. 나가. 통계 회사 StatsBomb는 ‘선수가 공을 소유하고 있을 때 5야드(약 4.5m) 내에서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 정의했는데, OPTA와 FBREF에서 공개한 자료를 취합해보면 이런 결과가 나와.”
PPDA vs Pass Completion Allowed라는 이름의 그래프가 나타나고 분데스리가 팀들이 쭈르륵 나열된다.
“PPDA 수치가 높을수록, 즉 그래프 왼쪽에 있을수록 상대의 패스 성공률이 떨어지고, PPDA 수치가 오른쪽으로 가는 팀일수록 상대팀의 패스 성공률 올라가는 걸 볼 수 있어. 여기서—”
“Passes Under Pressure는선수의 탈압박 능력을 보여주는 자료야. 압박을 당하는 순간에도 패스를 성공시키는 능력—”
구연동화를 하듯 어렵고 지루할 수 있는 설명을 조곤조곤 재밌게 풀어 설명해줄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한소영이 지금껏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였다.
“자~ 그럼 분데스리가에 대한 전반적인 리뷰는 여기까지하고 본격적으로 팀 리뷰에 들어가볼까? 이번 시즌 리그 우승은 바이에른 뮌헨이 차지했어. 성공적인 리빌딩으로 평가받는 이번 시즌 뮌헨은—”
리그 우승팀 뮌헨부터 2위 도르트문트, 3위 라이프치히, 4위 샬케04까지 ppt가 이어졌다.
중간중간 농담따먹기나 홍민준에 대해 듣기 위해 온 ‘일부’ 시청자들을 위해 홍민준 썰을 풀기도 하다보니 샬케04까지 리뷰를 마친 건 어느덧 방송 시작하고 2시간이 지났을 무렵.
“아이고 힘들어. 20분만 쉬고 다시 시작할게요. 다음은 일부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프랑크푸르트 리뷰에요.”
—아ㅋㅋ 일부라고ㅋㅋ
—일부+일부는 뭐다?
—어라? 분명 일부일텐데… 어째서 90%인데스?
—ㅋㅋㅋㅋ 솔찌 여기 홍민준 들으러왔다 손 일단 나부터ㅋㅋ
방송 화면을 어둡게 만든 뒤 기지개를 켠 한소영은 한숨을 내쉬며 준비된 자료를 훑었다.
홍민준의 영향으로 갑작스럽게 커진 방송.
이전과 비할 수 없이 막대한 돈을 번다지만 요즘 들어 애청자들과 소소하게 오순도순 방송하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으… 이거 준비한다고 어제도 밤샜는데.”
한소영의 풋볼인러브라는 축구 개인 방송이 이렇게 클 수 있던 이유이자 시청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이 홍민준에 대한 리뷰…를 가장한 찬사이니, 어떻게 칭찬해야 오버스럽지 않게 뽕을 채워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머리가 뽀개지는 줄 알았다.
마지막 점검차 밤새 준비한 자료를 훑어보고있자니 이게 진짜 자신이 아는 그 대학리거 홍민준이 맞나 싶을 정도로 현실감이 없다.
“와… 기록 미쳤다 미쳤어.”
홍민준은 올 시즌 리그 29경기, 포칼 4경기, 유로파 11경기로 총 44경기를 뛰었다. 놀라운 건 44경기 모두 선발 출전이라는 점. 여기에 국가대표 6경기까지하면 올 시즌 홍민준이 소화한 경기는 무려 50경기나 된다.
사실 한 시즌 50경기는 확실히 많은 경기를 소화한게 맞지만 그렇다고 놀라울 정도는 아니다. 국가대표에 각종 대회, 예를들면 클럽월드컵 같은 경기까지 포함해서 한 시즌 60, 70경기를 넘게 뛰는 선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진정 놀라운 건 경기수가 아닌 세부적인 지표였다.
“리그에서만 26골 5도움, 포칼 5골 1도움, 유로파에서 18골 3도움… 이번 시즌 49골 9도움… 아무리봐도 홍민준은 미친놈이야.”
이게 어떻게 프로 2년차의 기록이란 말인가.
그것도 강팀도 아닌 약팀에서 기록한 공격 포인트가 이정도라니.
방송인이지만 축구팬이자 홍민준의 개인팬인 한소영은 강팀으로 이적한 홍민준의 미래가 기대됐다.
“여기서 공격 포인트 개수를 강조하고… 이제 프로 2년차가 갓 승격한 팀에서 해낸 기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그리고 분데스리가 득점왕과 유로파 득점왕이란 걸 강조하면 되겠다. 아, 한 골만 더 넣었으면 단독 득점왕인데 아쉽네.”
아쉽게 뮌헨의 루젠 보크와 공동 득점왕에 올랐지만 단독이든 공동이든 득점왕은 득점왕 아닌가? 중간에 중앙 미드필더로 뛰지 않았으면 리그 30골을 넘었을거란게 중론이지만… 그래도 미드필더로 뛰며 단점으로 지적받던 많은 부분을 증명해냈으니까.
“맞다. 홍민준이 경신한 기록도 까먹으면 안 되지.”
리그 1라운드 뮌헨전에서 기록한 유럽 4대 리그 최단시간 골기록을 비롯해 한 경기 최다골 기록, 동양인 최다골과 최다 MOM, 분데스리가 신인왕에 득점왕, 베스트11 최고의 영입, 팬들이 뽑은 최고의 선수, 키커 선정 윙어 포지션 월드 클래스, 거기에—
“팔카오의 17골을 뛰어넘어 18골을 기록하며 23년만에 유로파 리그 한 시즌 최다득점 기록을 경신했다… 좋아, 이거면 되겠지? …진짜 어마어마하네.”
짧은 준비를 마친 한소영이 방송 시작을 위해 방을 살펴보자 아니나다를까 난장판이 되어 있는 채팅창.
“에휴. 또 이러네. 흠흠. 안녕안녕, 다들 잘 놀고 있었어? 잠깐만, 나 채팅창 좀 관리하고. 헤응응 눈나 아가디스펜서… 너 나가. 홍민준개같이따… 아씨, 너 자꾸 이럴래? 너 벤이야. 안 그러겠다고? 봐달라고? 응 안 속아~”
그렇게 피의 숙청을 하고 있던 도중 채팅창에 링크 하나가 올라왔다.
“어? 갑자기 링크가…? 쓰읍~ 뭔가 수상한데에~”
어지간하면 무시하겠는데 무려 10만에 달하는 후원과 함께 하꼬 시절부터 함께해온 애청자라 무시할수도 없는 노릇.
조심스럽게 링크를 클릭하니,
“헉…!”
—헉!
—ㅗㅜㅑ;
—헤으으응~ 눈나 나 죽어~~
—채팅창 왜 이럼? 홍민준 첨 보나;; 일단 팬티 좀 갈아입고옴
홍민준이 국가대표팀에 소집되어 천안 NFC에 입소하는 사진이 나타났다.
평범하게 흰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캐리어를 들고 걸어가는 모습이었지만 마치 화보의 한 장면처럼 사진을 뚫고 나오는 잘생김.
“유, 유니폼 입은 모습만 보다가 평상복 입은 모습보니까 새롭다… 그치?”
—왕자님 너무너무 잘생김입니다
—심장에 안좋아…
—?? 여기 게이들밖에없음?? 대체 분위기 왜 이러지?
—시청자 절반은 여자인거 몰랐음?ㅋㅋ 홍민준 썰 나올까봐 홍민준 사생들 몰려왔자너ㅋㅋㅋ
홍민준의 파괴력은 과연 대단했다.
단순히 국가대표 소집만으로 온갖 기사…를 빙자한 사진 컬렉션이 열렸으니까.
—나 방금 소름돋는거 알아냄ㄷㄷ 기자 이름 대부분이 여자임ㄷㄷ
—더 소름돋는거 남자도 있다…
—기자들 기사 작성 목록보소ㅋㅋ 정치부, 경제부 기자들이 홍민준 기사올리고 있네ㅋㅋㅋㅋ
시청자들의 채팅을 보던 한소영은 문득 떠올렸다.
“그러고보니까 오늘 축구대표팀 소집일이구나. 어라? 이제 월드컵 시즌이잖아! 좋아! 특별방송간다!!”
—헤응 눈나 나 죽어~~
* * *
그리고 그 시각, 홍민준은 월드컵 준비를 위해 천안 NFC에 입소하여 짐을 풀고 있었다.
2034 이탈리아 월드컵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