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78)
178
대표팀 감독 오지제와 수석 코치 심기철은 전술판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
이미 월드컵을 대비하여 큰 구상을 끝냈던 두 사람에게 홍민준과 윤혁의 대두는 좋으면서도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 문제였다.
홍민준과 윤혁이 본격적으로 성인 대표팀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건 얼마되지 않은 불과 반년남짓.
보다 정확히는 윤혁은 작년 말이며 홍민준은 그보다 늦은 올해 초로 경기수로 따지면 윤혁은 A매치 8경기, 홍민준은 A매치 6경기에 불과했다.
이번 한국 대표팀 월드컵 기조가 빠르게 선수단을 구성하여 최대한 조직력을 끌어올린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지난 2014부터 2018, 2022, 2026, 2030 월드컵까지 모두 16강 진출에 실패한 KFA가 가장 성공적이었던 2002 월드컵을 되돌아보고 내린 결론이었다.
바로 선수 개개인의 퀼리티가 떨어지면 그를 압도적인 조직력으로 메꾸겠다는 계획.
그 일환으로 지난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새롭게 대표팀 감독과 수석 코치로 부임한 오지제와 심기철은 일찌감치 선수단을 선별하여 발을 맞춰오고 있었다.
이제 월드컵을 앞두고 마지막 준비만 남은 상황에서 뉴페이스 2명이 뜬금없이 등장하였으니, 그 실력은 이미 조직력이고 나발이고를 떠나 안 뽑으면 국민 역적이 될 수준.
두 사람은 물론 뛰어난 실력의 젊은 선수들의 등장이 기뻤지만 한편으론 왜 이리 늦었는지 원망스럽기만 했다.
“골치아프네요. 이 두 명에게 최적의 자리를 찾아주고, 또 간신히 맞춰놓은 조직력도 다시 세워야하고… 하.”
벤치에 앉히기엔 너무 뛰어나고, 선발 라인업에 포함하기엔 11명… 아니, 필드 플레이어 10명 중 2명이나 바뀌다보니 조직력을 다시 맞춰야하는 상황.
지난 친선 경기를 통해 두 사람의 활용도를 모색하던 두 사람은 외려 더욱 큰 고민에 빠졌다.
“윤혁은 그나마 낫지. 얜 어디에 놔둬도 위화감없이 녹아드는 믿음직한 선수니까. 근데 홍민준은…”
윤혁은 그나마 낫다.
국가대표 데뷔서부터 주구장창 미드필더로 뛰며 보다 공격적인 롤이냐, 수비적인 롤이냐의 차이일 뿐 그 특유의 탁월한 전술 이해도를 바탕으로 기존 전술에 쉽게 녹아들었으니까.
그러나 홍민준은 달랐다.
측면 공격수로 4경기. 미드필더로 2경기를 뛰며—
“얜 왜 전술에 녹아들지 않고 전술을 자기한테 녹여내는데! 게다가 왜… 왜 3선에서도 잘 하는데!!”
대표팀 전술을 자기 플레이에 맞추는 상황에 이르렀다.
공격수로 놓자니 중원에서의 활약이 아쉽고, 중원에 두자니 그 압도적인 공격력이 아쉬운 실력.
그러나 대표팀 전술에 녹아드는 것이 아니라, 대표팀을 자기에 맞춰 변화시킨다.
홍민준이 의도하거나, 코칭 스탭이나 대표팀 선수들이 맞춰주는게 아니다.
그저 홍민준의 압도적인 실력에 대표팀 선수들이 끌려갈 뿐이지.
홍민준은 이미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전술이나 다름없었다.
“…어쩔 수 없다. 심코. 기존 전술을 플랜 A로 잡고, 훈련과 친선 경기에서 새로운 전술을 시도해보자.”
“네? 감독님, 진심이세요? 지금 우리가 4년을 준비한 전술을 놔두고, 그것도 월드컵을 앞두고 이렇게 갑자기요?”
“갑자기가 아니야.”
오지제는 창밖을 바라봤다.
홍민준은 진작 사라졌건만 아직도 입구에서 서성거리는 수많은 팬들이 눈에 들어온다.
“기철아. 선수부터 감독까지 내 평생 한국에서 저런 선수가 나올거라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나왔잖냐. 저 봐라. 지금껏 어느 선수가 저런 실력에 저런 인기를 얻었겠냐. 내가 봤을 땐… 홍민준이 한국 축구의 미래야. 2002년 이후 침체되어 가던, 박지성과 손흥민 이후 사라졌던 한국 축구의 희망 말야. 그래… 이를테면 메시말야.”
근엄한 표정의 오지제를 보던 심기철이 턱짓을 했다.
“메시고 나발이고 감독님 따님이 손짓하고 있는데요?”
“…….”
때마침 부르르 진동하는 핸드폰.
밝아지는 액정 위로 톡 내용이 뜬다.
—아빠 나 홍민준이랑 인사도못했어ㅜㅜ 잠깐만 들어가면안돼??응??
“…수비수나 시킬까.”
* * *
“이야~ 이게 누구야! 슈퍼스타 홍민준이 아냐?”
“표식 선배! 오랜만이에요!”
소집일을 하루 남겨두고 천안 NFC에 입소했건만 나보다 먼저 온 선배들이 꽤 많았다.
대충 절반…은 넘고. 대부분 일찍 왔네?
“아니 선배. 소집은 내일까진데 뭐 이렇게 빨리 왔어요.”
“빠르긴 새꺄. 형은 어제 경기뛰고 바로 온거라 피곤해죽겠다.”
지난 올림픽에서 와일드 카드로 뽑혀 같이 뛰었던 오표식 선배는 일본 J리그의 시마즈에서 뛰고 있는 공격수.
유럽쪽 시즌이 끝났것과는 달리 아시아쪽은 시즌이 한창 진행중이었기에 오표식 선배는 당장 어제까지 경기를 뛰고 왔단다.
“유튜브보니까 너 아주 잘 나가더라? 도시에서 카퍼레이드 받고, 헹가레 받고… 아주 난리던데. 어땠냐?”
“하. 진짜 말도 마요. 완전 개쩔었죠. 독일애들이 막 홍민준~홍민준~하는데, 캬~ 이건 정말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리얼.”
“아 존나 부럽네. 나도 요번 월드컵 끝나고 바로 유럽 진출간다.”
“에이~ 선배가요?”
“뭐 이새꺄? 어쭈 피해? 너 많이 컸다?”
표식 선배는 올해 28살로 꽤나 나이차가 나지만 지난 올림픽을 같이 뛰기도 하고, 예능 출연도 같이 했으며 무엇보다 윤혁 선배와 더불어 올림픽 선수촌을 맘껏 즐긴 3인방 맴버 중 하나였기에 농담따먹기를 할 정도로 친한 선배였다.
“막내가 빠져가지고. 빨리 환복하고 와 임마.”
“와… 요한 선배 경찰청에 있었더니 말투도 군인스러워졌네. 환복이 뭐에요, 환복이.”
“환복이 어때서?”
국가대표로 60경기 가까이 뛴 설요한 선배는 역시나 올림픽 와일드 카드로 같이 뛰었던 선배다.
한때 분데스리가에서도 뛰었지만 병역 문제로 국내 리그에 복귀, 작년까지 경찰청에서 뛰며 군복무를 수행중이었지만 올림픽 준우승을 통해 일찍 소집해제가 되었다.
…그래봐야 이미 군생활 절반은 했지만.
“민준아. 형 진짜 유럽 나가고 싶다. 너도 독일에서 뛰니까 알지? 내가 한때 분데스리가 상위권 팀에서도 탐내던 풀백이야. 잘하자. 응? 나 유럽가야지. 형도 이제 29살이야.”
“…네. 열심히 할게요.”
병역만 아니었으면 유럽 주요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었을 실력인데, 이 선배도 참 커리어가 꼬였지.
그 간절함에 나도 모르게 숙연해진다.
새삼느낀다.
월드컵… 많은 것이 걸린 무대구나.
선배들의 유럽 진출 야망은 물론이고 전 국민적 영웅이 되어 환호받을 내 야망을 위해서도 이번 월드컵, 기필코 좋은 성적을 거둬야지.
“오랜만이네. 이번에 유로파 우승했다면서.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그래그래. 월드컵도 잘해보자.”
“막내가 빠릿빠릿해야지! 짜식아 왜 이렇게 늦었어!”
대표팀의 기존 에이스였던 EPL듀오 배찬식, 유만기 선배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주장 최태식 선배와도 격한 인사를 나눴다.
자연스럽게 날 중심으로 모여드는 대표팀 선배들.
나보다 한참 경력이 많은 선배도, 나이가 많은 선배도—
“어허. 막내가 우리 에이스다. 함부로 대하지마라 임마.”
날 에이스로 인정하고 있었다.
A매치 6경기는 내가 대표팀 선배들에게 인정받기에 충분한 숫자였으니까.
* * *
『2034 이탈리아 월드컵을 향해 시동을 건 오제지호!』
『(photo) 천안 NFC에 입소하는 홍민준』
『(photo) 공개 훈련 중 선배들과 장난치는 홍민준』
『드디어 시작이다! 월드컵 최종 명단 26인 누가누가 있나?』
『조별예선, 상대의 전력은?』
2034 이탈리아 월드컵의 개막일은 6월 14일이다.
그리고 약 한달간의 여정을 거친 7월 15일에 막을 내리는 일정.
이를 대비해 대한축구협회KFA는 4월 말에 30명의 예비명단을 발표했고, 이후 보름 간 코칭 스탭과 기술 이사진의 논의를 거쳐 5월 중순 4명이 줄어든 26인의 최종 명단을 확정했다.
1998년 22인 엔트리에서 23인으로 엔트리가 확대된 이후, 24년이 지난 2022년 6월 24일 FIFA가 코로나의 여파를 고려하여 23인 엔트리에서 다시 26인으로 엔트리를 확대하며 정착된 26인 엔트리는 이번 2034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도 유지되며 한국의 최종 명단 역시 26명으로 확정됐다.
그러나 발표는 5월 말에 이루어졌는데, 이는 월드컵 개막 3주전부터 소집이 가능하다는 FIFA 규정에 따른 것이었다.
시즌이 끝난 일부 선수는 미리 대표팀에 합류하기도 했지만 시즌 중인 아시아 리그 선수나 휴가를 즐기던 선수들은 최종 명단 발표 이후에나 느긋이 천안 NFC에 입소하기도 했다.
3명의 골키퍼, 9명의 수비수, 8명의 미드필더, 6명의 공격수로 이루어진 총 26명의 선수들은 5월까지 천안 NFC에서 훈련하며 1차례 평가전을 가진 뒤 6월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목적지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과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한국팀의 중간 기착지로 활용한 장소인만큼 KFA는 앞선 2번의 경험을 통한 좋은 숙소와 훈련장, 평가전 상대를 고를 수 있었다.
6월 1일.
월드컵을 향한 막바지 준비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