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80)
180
대한민국 vs 아르헨티나의 경기가 예정된 엘라스 베로나의 홈구장 스타디오 마르칸토니오 벤테고디는 양 국에서 온 응원단으로 요란했다.
그러나 양 국 응원단의 열정과는 다르게 경기장은 휑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총 좌석수가 채 4만석에도 미치지 않는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는 경기장이었지만 지구 반대편 아시아와 남미에서 오기엔 부담스러운 거리.
그래서인지 경기 시작하기 전에 목이 다 쉬는 건 아닐까 싶은 열띤 응원전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중간중간은 비어있었다.
특히 한국과 아르헨티나 응원석과는 달리 중립석은 거의 텅텅 비어있었는데, 덕분에 중립석에 앉아있던 축구 관계자들은 서로를 뻘쭘히 쳐다봐야 했다.
“이게 뭐야. 만남의 장소도 아니고 다 아는 얼굴이잖아.”
휑한 중립석을 그나마 메꿔주는 사람들.
절반은 축구 구경 온 이탈리아 현지인이요, 나머지 절반은 축구계 종사자들이니.
아무리 축구계가 넓다지만 유럽에서 활동하는 관계자는 그 나물에 그 밥인지라 여기저기서 눈인사가 오고간다.
“선배, 선배. 저쪽봐요. 나폴리 단장이 직접 왔어요! 게다가 이쪽은 맨유 스카우터, 유벤투스 기술 고문, 저어기는 첼시의… 누구더라? 이사진 중 한 명이었는데.”
“테크니컬 디렉터 존 베어만.”
“맞아 그거! 선배 관심없는 척 다 아네요?”
뉴캐슬의 스카우터 듀오 빅터 쇼웰과 캐시 록벨라도 그 사이에 끼어있었다.
“이 사람들 다 아르헨티나 선수보러 왔겠죠?”
“왜 그렇게 생각하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빅터 쇼웰의 물음에 캐시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당연한거죠 선배! 브라질과 더불어 양대 축구 선수 수출국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경기잖아요! 스카우터라면 당연히 주시해야 하는 법!”
그 당당한 대답에 빅터 쇼웰이 코웃음을 쳤다.
“무슨 소릴하나 했더니. 멍청한 소리군.”
“머, 멍청… 지금 나보고 멍청하다 그런거에요?”
길쭉한 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묻는 캐시의 말에 빅터는 냉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확인사살을 했다.
“아, 아르헨티나 선수단에는 빅클럽에서 주목하는 카를로스 보토와 다니엘 발레노가 있다고요! 게다가 올해 계약이 끝나는 로드리고 데 세르나는 어떻고요! 또, 여기에 조지 리고르, 기예르모 판처, 로돌포 헤임즈 같이 쟁쟁한 선수들도 있거든요!?”
선수 이름을 말할때마다 손가락을 하나씩 꼽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빅터는 혀를 찼다.
“그래서?”
“그래서라뇨! 모두 빅클럽이 노리거나 빅리그 진출이 확실시되는 선수들인데!”
“이미 알려질대로 알려진 선수들인데 이제와 새삼스레 뭔.”
“그러면 선배는 이 사람들이 한국 선수들을 보려고 이렇게 모였다는 거에요? 그게 말이—”
기세좋게 목소리를 높이던 캐시 록벨라의 시선이 스트레칭 중인 한 선수를 향했다.
“—되네. 아시아 선수를 보러 왔을수도 있지. 응.”
“그래. 이번 경기 주인공은 아르헨티나가 아냐. 이쪽, 한국이지.”
브라질과 더불어 양대 선수 수출국으로 이름높은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이미 잘 알려져있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한 세대에 꼭 한 두명씩은 좋은 선수를 배출하곤 하는 이 특이한 국가는 이번 세대 EPL에서 괜찮은 활약을 선보이는 두 명의 선수를 배출해냈다.
게다가 불과 반 세대 차이로 홍민준과 윤혁이란 숨겨져있던 보석까지 배출해냈으니 스카우터들의 시선이 몰릴 수 밖에.
혹시 아는가?
저 선수들 중에 또다른 보석이 숨어있을지?
유럽 축구계에서 아시아는 변방이었고, 동아시아는 더더욱 변방이었다.
오일 머니로 실력있는 선수를 쓸어가는 중동이나 분데스리가와의 협력으로 싼값에 복권을 긁어볼 수 있는 일본 정도가 그나마 알려졌을 뿐, 한국은 유럽 스카우터들의 눈에서 벗어나 있던 지역.
물론 가끔 뛰어난 선수를 배출하곤 하지만 특출난 한 명으론 부족하다.
아프리카나 중앙 아시아, 동유럽 같은 곳에서도 가끔 특출난 선수가 튀어나오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곳을 주목하는 사람은 없잖은가?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EPL에서 쏠쏠한 활약을 해주는 두 선수와 한국의 아마추어 리그에서 곧장 빅리그인 분데스리가 함부르크로 입성한 후 믿을 수 없는 활약을 선보인 윤혁은 물론이고 유럽 축구계를 출렁이게 만든 홍민준까지.
무엇보다 올림픽에서 준우승이란 결과를 내지 않았던가.
U23 축구 대회인 올림픽에서의 좋은 성적이란 곧 유망한 선수들이 많다는 것.
그말은 즉,
“가끔 있지. 특정 세대에서 좋은 선수들이 쏟아져 나올때가. 벨기에의 황금세대가 그랬고, 지금의 스페인 황금세대가 그렇듯 때로는 신의 장난같이 특정 세대에서 좋은 선수가 쏟아져나와. 한국이 그 행운의 당첨자가 될지도 모르지 않나.”
“그치만 이번 명단을 보니 올림픽에 나왔던 선수는 거의 없던데요?”
“아니면 어때.”
캐시의 반박에 빅터는 쿨하게 웃었다.
“홍민준이 있는데.”
축구계는 넓으면서도 좁다.
관계자들끼리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얼굴이라 할 정도로.
그렇기에 이번 시즌 프랑크푸르트 내부에서 일어난 문제는 이미 축구계에 알음알음 퍼져있었고, 프랑크푸르트 보드진의 삽질과 홍민준의 반응 정도야 공공연한 비밀.
“어쩌면 이번 시즌 최대어는 저 동양인 친구가 될지도 모르겠어.”
과연 얼마나 무시무시 한 쩐의 전쟁이 펼쳐질까, 빅터 쇼웰은 흥미진진하게 경기 시작을 기다리는 동양인을 관찰했다.
그의 보고서 한 줄에 따라 눈앞의 선수 몸값이 천청부지로 뛸수도, 생각보다 낮아질수도 있다는 건 꽤 짜릿한 일이었다.
* * *
경기 시작 전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떠들어대고 있었다.
하긴 조별예선 1강을 넘어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이 16강 진출이 목표인 팀따위가 눈에나 들어오겠나.
그럼 우리 팀은 어떻냐 하면—
“하~ 참. 고새끼들 이쪽 보면서 히히덕거리는게 기분 나쁘네. 점마들 저거 우리 무시하는거 맞지?”
“아뇨. 그건 선배 얼굴보고 웃는건데요.”
“아니 근데 이 새끼는 막내 주제에 왜 이렇게 깝치지?”
“처리할까요 마스터?”
“죽여.”
우리 팀도 여유로웠다.
팀의 리더인 주장 최태식 선배와 EPL 듀오 배찬식, 유만기 선배는 모두 성격좋고 유쾌한 사람들.
라커룸 분위기를 주도하는 고참과 에이스 라인이 이러니 팀 분위기도 이를 따라가는게 당연하다. 즉, 지금처럼 막내 라인인 내가 고참인 배찬식 선배와 농담따먹기를 할 정도로 격의없이 어울린다는 뜻.
압도적으로 패배 확률이 높은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우리 팀이 여유로울 수 있는 이유는 이러한 팀 분위기 때문이기도 했고,
“죽이면 깜빵가니까 축구로 죽여라. 아주 죽이면 스위스랑 나이지리아 못 잡아주니까 반만 죽여놔.”
“옛썰!”
바로 내 존재 때문이기도 했다.
“막내야. 우리 연습때처럼만 하자. 알겠지?”
“저만 믿으십쇼 선배님. 제가 꼭 월드컵 우승시켜드리겠습니다.”
“새끼 허풍은.”
호언장담하는 내 말에 피식피식 웃는 선배들.
선배들이 여유부리는 건, 월드컵 우승하겠다는 내 장담을 믿어서가 아니다. 바로 연습과 평가전에서 보여준 내 실력을 눈으로 봤으니까.
그리고 이제 팀원들만이 아니라 16강을 기원하는 한국 축구팬들에게 보여줄 차례다.
우리 목표는 고작 16강이 아니라고. 진지하게 우승—은 무리고, 4강 신화를 재현하는거라고 말이다.
아르헨티나의 선축으로 시작된 경기.
첫 터치가 이루어지자마자 한국 선수들은 노도같이 밀려들었다.
“뒤로!”
시작부터 보여주는 강렬한 전방 압박에도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침착하게 후방으로 볼을 넘겼다.
개인기가 좋은 남미 선수들답게 압박속에서도 여유롭게 볼을 지켜내는 것이 선수 개개인의 퀼리티 차이를 보여주는 것 같은 상황.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압박을 가하는 한국 선수들의 찰거머리같은 움직임에도 여유롭게 볼을 돌리는 모습이 한동안 지속됐다.
한 명이 붙으면 간단하게 제쳐내고, 두 명이 붙으면 후방으로 볼을 돌리는 아르헨티나 선수들.
초반의 매서운 기세에 맞서 맞불을 놓기보다 지치기를 기다리는 플레이는 마치 도약을 준비중인 야수와 같은 매서움이 묻어났다.
한국의 강렬한 전방 압박이 체력 소모만 남기로 실패로 끝낼 것 같던 시점.
홍민준과 윤혁이 움직인 것은 그 시점이었다.
“엇!?”
한국은 오늘 경기 4-2-3-1의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누구나 예상가능한 선발 라인업으로 나섰지만 단 한 자리, 2선의 ‘3’ 중 가운데만 전문가와 팬들의 예측을 벗어나 있었다.
예전 공격형 미드필더가 팀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던 ‘클래식 공격형 미드필더’ 시대는 저물었지만, 그 자리는 여전히 중요한 포지션이었다.
한국은 이 자리가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었는데, 바로 EPL에서 뛰고 있는 유만기.
소속팀에선 중앙 미드필더로 뛰지만 한국에선 보다 공격적인 롤을 맡으며 에이스 역할을 짊어졌던 유만기가 이 자리의 주인이었는데, 오늘은 달랐다.
오늘 유만기는 주 포지션이라 할 수 있는 중앙 미드필더로 내려갔고, 그 자리에 선 것은 바로 윤혁이었다.
수비적인 롤에서 강점을 보여주었던 윤혁의 2선 출진은 많은 사람들의 의문을 낳았지만, 이는 모두 지금을 위한 것.
바로,
“안 돼! 반대로 넘겨!!”
탁월한 축구 지능을 이용한 압박을 위해서.
물론 아무리 윤혁의 축구 지능이 뛰어나도 혼자로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지금을 위해 소극적으로 압박에 가담하던 선수, 수비 가담이 적어도 누구나 당연하게 여길 것이 분명한 선수… 바로 내가 같이 압박을 가한다면?
“뺏었다! 들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