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81)
181
한국 대표팀의 전반 초반 컨셉은 명확했다.
무제한 압박.
상대 진영 높은 곳까지 이어지는 압박 라인은 사실상의 무제한 압박과 다름없었다.
“워~ 워~ 친구들. 시작부터 너무 공격적인거 아냐?”
무섭게 달려드는 한국 선수의 모습에 재빨리 옆으로 공을 넘긴 아르헨티나 선수가 너스레를 떨었다.
물론 스페인어기에 한국 선수가 알아들을리 없다.
어깨를 으쓱인 한국 선수가 다시 공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가는 모습을 보며 다니엘 발레노는 고개를 저었다.
“의외네. 한국이 공격적으로 나올줄이야.”
전력상 약팀이 취하는 전술이란 뻔하다.
약팀 전가의 보도 선 수비 후 역습. 혹은 버스세우기.
아예 수비적으로 내려앉기엔 역습에 특화된 좋은 선수진을 가진 한국팀 아닌가. 아르헨티나 코칭 스탭은 한국이 역습으로 나올거라 예상했다. 보기 좋게 틀렸지만.
‘그렇다고해도 이건 너무 공격적인데.’
그의 생각처럼 한국의 전방 압박은 극도로 공격적이었다. 과도하다 생각될 정도로.
언뜻보면 ‘전방 압박’과 ‘공격적’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축구에선 충분히 어울린다. 오히려 전방 압박과 공격적이란 말은 불가분의 관계라해도 될 정도로.
압박은 분명 수비에 가까운 행위다.
그러나 ‘전방 압박’은 다르다. 단순히 상대의 공격을 막는것을 넘어 수비는 수비이되 공격을 위한 수비라 할 수 있다.
상대 진영, 그것도 파이널 서드에서부터 시작되는 전방 압박은 최대한 높은 위치에서 공을 탈취하여 곧장 공격으로 이어나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으니까.
수비에서 가장 위험할때가 수비 중 공을 빼앗겼을때란 말이 있듯이, 골문 가까운 위치에서 공을 빼앗기면 그만큼 위협적인 기회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발상에서 탄생한 전술이 그 유명한 ‘게겐프레싱’.
전방 압박으로 유명한 바로 그 전술.
위르겐 클롭 감독이 게겐프레싱으로 유럽을 제패할 당시, 그가 이끌던 팀이 얼마나 공격적이었던가.
그렇기에 공격적이다.
아르헨티나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극도로 공격적인 전술.
‘그러나 어설퍼.’
분명 상대의 예상을 벗어난 전술에 놀라긴했지만 단지 그뿐.
다니엘 발레노는 내심 한국을 비웃고 있었다.
전방 압박은 공격을 위한 수비라는 말처럼 공격과 수비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술이다.
분명 이론적으론 완벽에 가까운 전술이라 할 수 있을터.
그러나 어디 현실이 이론과 같던가?
높은 라인… 이를테면 상대 파이널 서드부터 강력하게 압박하여 상대가 공을 전진시킬 수 없게 만들고, 공을 탈취하면 곧장 공격으로 이어나간다는 이론 자체는 훌륭하지만… 이론 그대로 그라운드에 구현할 수 있다면 모든 축구팀이 게겐프레싱을 쓰고 있겠지.
전방 압박에는 커다란 문제가 있다.
하나는 높은 라인에서부터 시작되는 강한 압박을 위해 끊임없이 뛰어야하는 선수들의 체력 고갈.
“차분히 돌려! 이 성난 맷돼지들을 조련시켜주자고!”
“어이 로디! 투우사 노릇 좀 해볼까?”
압박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만나면 한없이 휘둘리게 된다.
뛰어난 개인 기량으로 탈압박을 해버리거나, 능숙한 패스 플레이로 압박을 파훼해버리는 바로 지금처럼.
끊임없이 달려드는 한국 선수들과 그 사이에서 유유히 패스를 주고받는 아르헨티나 선수들.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는 명확히 대비되는 모습에도 한국 코칭 스탭들은 여전히 강도높은 압박을 주문하고 있었다.
“슬슬 시작해볼까. 헤이, 로프! 달릴준비해!”
그리고 두번째 문제.
높은 곳에서 압박을 하면 그만큼 라인이 높아진다. 말인즉슨 아군 뒷라인이 텅텅 빈다는 것.
위르겐 클롭 감독이 왜 커리어 내내 발빠른 선수에게 약했는지를 생각하면 간단하다.
‘게겐프레싱’의 창시자이자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감독조차 이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뜻이니까.
‘좋아. 이 맷돼지를 제치고… 지금… 엇, 안 되겠는데? 큰일날뻔했다.’
한국의 높은 수비 라인 뒷공간을 파고들어가는 로돌포 헤임즈를 향해 롱패스를 날리려던 다니엘 발레노는 재빨리 뒤로 패스를 넘겼다.
한 명을 제치고 안심하려던 순간, 본능적인 위기감에 주변을 훑어보니 그제야 보이는 상대의 노림수.
‘하마터면 방심할뻔했잖아.’
그대로 롱패스를 시도했다면 옆에서 지켜보던 한국 선수가 곧장 달려들어 커트할 것이 분명했다.
다니엘 발레노는 생각보다 한국의 조직력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발을 맞추는 클럽팀과는 달리 아주 짧은 시간 발을 맞추는 대표팀 특성상 조직력이 좋을 수 없는데, 한국 대표팀은 꽤 까다로웠다.
축구에서의 압박이란 기본적으로 개인이 아닌 팀단위 움직임.
동네 축구도 아니고, 공잡은 선수에게 개떼처럼 달려든다고 압박이 될리없잖은가.
프로 수준에서 혼자하는 압박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공은 사람보다 빠른 법이니, 압박이 들어오면 그냥 패스하면 그만.
당연히 프로에서의 압박이란 선수 개개인이 아닌 팀단위 전술에서의 움직임이라 봐야한다.
당장 보이는 건 공을 잡은 선수에게 접근하는 한 두 명의 선수겠지만, 보이지 않는곳에서 패스 경로를 막고, 상대 선수를 마크하는 팀적인 움직임이 병행되는 것이다.
아니,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심지어 압박하는 선수의 숫자와 압박의 방향, 방법마저 다 팀적인 약속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전방 압박 조직력은 대표팀치곤 훌륭하지만, 정말 잘 조직된 프로팀의 전방 압박과 비교하면… 글쎄.
‘젠장. 왜지? 분명 생각보단 까다롭지만… 그렇다고 못 뚫을 조직력은 아니야. 근데 왜…?’
압박을 벗어나는 것도 팀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법이라지만 개인기 좋은 아르헨티나 선수들 입장에선 한국 선수들의 압박을 못 뚫을 정도는 아니다.
분명 그래야 하는데… 정작 한국의 전방 압박에 무너지지도 않지만 뚫지도 못하고 있지않은가.
당장 로돌포 헤임즈만 봐도 그렇다.
끊임없이 한국 수비의 뒷공간을 파고들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패스를 못 받고 있다.
실속없는 스프린트를 하는 건 무척 고된 일이다.
육체적으로 지치지만 정신적으로도 힘들다.
물론 미친개마냥 무제한 전방 압박을 해오는 한국 선수들보다야 낫겠지만, 그렇다고 기약없는 스프린트를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터.
다니엘 발레노의 시야에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연신 그라운드에 발길질을 하는 동료의 모습이 비췄다.
다니엘 발레노는 점점 지쳐가는 동료를 향해 몇 번이고 롱패스를 보내려고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느껴지는 섬뜩함에 번번히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상하게 공격이 안 풀리지만… 아르헨티나 입장에선 이대로 전반을 마무리해도 괜찮을터. 한국 선수들이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전반전을 이렇게 뛰고 후반전에도 지금처럼 뛸 순 없을거다.
그럼 그때를 노리며 패스 플레이를 통해 체력을 비축해둔다면 손쉬운 대승을 거둘 수 있겠지만…
‘이대론 안 되겠어.’
당장 저 앞에서 있는대로 신경질을 부리는 동료도 그렇고, 주변 동료들의 기색도 그렇고 이대로 기다릴 순 없었다.
우린 아르헨티나 아닌가.
우승후보 아르헨티나.
고작 16강이 목표인, 고작 아시아팀인 한국 대표팀에게 이렇게 고전한다고?
‘그럴 순 없지. 이번에야말로…!’
동료들과 손짓을 주고받으며 기회를 노리던 순간, 드디어 좋은 찬스가 왔다.
로돌포 헤임즈가 적절하게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어가는 순간 때마침 그의 발밑으로 오는 공.
이번에도 본능적인 위기감이 엄습했지만—
‘지금… 아차, 위험… 엇!?’
그건 순식간이었다.
지금까지 공격에 전념하는 역할인지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게 압박에 소극적으로 참여하던 한국 선수가 갑작스레 달려든 것은.
가장 주의해야 할 선수라고 몇 번이고 강조하던 바로 그 선수.
분명 수비 실력은 볼품없다 들었는데 예상외로 날카로운 타이밍에, 적절한 간격에서 가해오는 압박.
그러나 잔뜩 날이 서있던 감각이 한 번의 위기에서 구해주었다.
걷어차려던 공을 반사적으로 드로그 백 한 덕분에 한국 선수의 발이 방금까지 공이 있던 빈허공을 스치고 지나갔으니까.
위험했던 순간이 지나고, 상대 선수가 스치고 간 자리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은 다니엘 발레노가 이번에야말로 패스를 뿌리려는 찰나,
“안 돼! 반대로 넘겨!!”
동료의 비명같은 외침과 함께—
—촤아악!!
예상치 못한 태클이 들어왔다.
정확히 공만 뺏어내는 놀라운 태클.
“뺏었다! 들어가!!”
* * *
처음 감독님이 아르헨티나전을 대비한 전술을 설명해줄때 이게 될까 싶었다.
포메이션은 익숙한 4-2-3-1이었지만 2선 3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 윤혁 선배가 들어가는 변형 전술.
목적은 간단했다.
전방 압박할때, 고질적인 약점인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상대의 패스를 윤혁 선배가 막아주는 것.
전반적인 수비 능력이 출중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판단력과 예측력이 뛰어난 윤혁 선배이기에 맡을 수 있는 역할이었다.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많은 커트를 해내는 선수가 윤혁 선배다.
선수들이 바보도 아니고 상대에게 막힐 것이 뻔한 패스를 하겠는가? 그것도 공격 상황에서?
그럼에도 가장 많은 패스 차단을 기록해냈다는 것은 그만큼 판단력과 예측력이 탁월하고, 그를 수행하는 신체 역량도 뛰어나다는 반증.
그렇기에 감독님은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윤혁 선배를 기용했다.
공격적인 역할이 아닌 수비적인 역할을 위해서.
우리의 계획은 끊임없는 전방 압박으로 상대의 공을 측면으로 몰아 공간을 줄인 뒤, 압박 가담에 소극적이던 내가 확 달려들어 탈취한다는거였다.
뭔가 대충인 것 같지만 훈련 때 의외로 수비에 능숙한 내 모습을 본 감독님이 어차피 정상적인 플레이로는 아르헨티나를 이기기 어려우니 기책을 써야한다며 밀어붙인 계책이었다.
중앙 미드필더로 뛸때 올렸던 능력이 이렇게 도움이 되는구만.
그리고 지금.
우리의 전방 압박이 안 통하면 빠르게 골을 먹히거나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을거다.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빠르게 이번 경기를 포기하기로 했지만, 의외로 아르헨티나는 우리의 전방 압박을 뚫어내지 못 했다.
반대로 우리도 체력쓰는 것에 비해 변변한 공격 기회를 못 만들고 있었지만.
이대로 우리 체력만 소모하나 싶던 차에 상대가 답답했는지 압박이 덜한 측면에서 롱패스를 시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이다!
‘좋아! 타이밍 완벽했— 어라?’
분명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간단한 드레그 백에 걸려 상대를 지나치고 말았다.
이대로 망하나 싶던 순간,
“뺏었다! 들어가!!”
그동안 전방 압박하는 선수들 뒤에서 백업을 해주며 상대의 패스 경로를 틀어막던 윤혁 선배가 정확히 상대 공을 따낸 뒤 나에게 빠르게 패스를 건네는 것이 아닌가.
상대 공을 빼앗겠다고 달려가던 방금의 움직임이 전화위복이 되어 탄력을 받은 발이 순식간에 가속한다.
정확히 달리는 방향으로 배달된 공을 받고 보니 패널티 박스 앞.
뒤늦게 발을 뻗어오는 상대의 다리 사이로 공을 빼내자 골키퍼가 보인다.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자세를 낮추는 골키퍼를 향해 한 번의 슛팅 페이크.
“…!!”
자세가 무너졌다.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골키퍼가 자세를 바꾸다가 균형을 잃고 어정쩡하게 주저앉은 옆으로 총알같이 공이 지나간다.
골.
선제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