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82)
182
기다리던 선제골에 이탈리아까지 원정온 한국 응원단이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얼마나 조마조마했던가.
시작부터 몰아치는 한국 대표팀의 모습에 열광하던 것도 잠시, 열심히 뛰어다니기만 할 뿐 여유롭게 공을 돌리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상대로 체력만 빠지는게 아닐까 걱정하던 무렵 터진 골이기에 더욱 값진 결과였다.
“골! 골이다!! 아르헨티나 상대로 선제골!!”
“씨바 내가 뭐랬어! 홍민준이 한 건 해준다했지!!”
“꺄아아악! 왕자님 존나 멋있어!! 어떡해 존나 좋아!”
“와… 미쳤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선제골을 다 넣네. 이거 실환가.”
붉은 악마가 들어찬 서포터즈석으로 달려온 홍민준과 대표팀 선수들이 나란히 서서 꾸벅 허리를 숙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자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것같던 함성이 한층 올라간다.
특히 인사가 끝나고 돌아가는 와중, 마지막까지 허리를 숙이고 있던 홍민준이 가슴팍의 태극마크를 움켜쥐고 키스를 하는 모습에 초고음의 돌고래 비명을 지르던 여자 중 일부가 실신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함성과 비명으로 혼란스러운 관객석의 상황은 모르는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복귀하고, 다시금 중앙선에 공이 놓인다.
경기가 시작하고 고작 14분.
모두가 아르헨티나의 압도적인 승리를 에상하던 경기. 대한민국의 선제골이 터지며 상황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 * *
적수라고 여기지조차 않던 상대에게 일격을 맞은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조용히 분노하고 있었다.
선제골이라니.
그것도 고작 ‘한국’ 따위에게.
예상외로 위협적인 조직력을 앞세운 전방 압박에 선제골을 내주긴 했으나 아르헨티나 선수 어느 누구도 패배를 생각하는 선수는 없었다.
경기만 시작해봐라.
아까처럼 전방 압박을 한들 이번엔 통하지 않는다.
한국팀의 짜증날 정도로 긴 세레머니 동안 감독의 지시를 전달받은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조용한 분노로 타오르며 시작을 기다렸다.
그리고 재개된 경기.
‘위치가…?’
‘포메이션이!?’
한국팀의 진영이 변했다.
“4-1-4-1?”
방금까지의 높았던 라인이 거짓말이라는 듯 낮게 형성된 포백라인.
그리고 수비진의 앞,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에 위치한 1의 자리에 선 것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던 윤혁이었다.
홀딩 역할로 롤을 변경한 윤혁의 앞으로는 다시 4명의 미드필더가 라인을 형성한다.
그리고 가장 앞.
최전방에 홀로 선 것은… 코칭 스탭이 한국팀에서 가장 위협적이라 누누히 강조하던 바로 그 선수.
비슷하게 생겨 구분하기 어려운 동양인의 얼굴임에도 한눈에 들어오는 매력적인 외모의 소유자이자 선제골의 주인공.
홍민준이었다.
“퍽킹 아시안. 골을 넣었으니 엉덩이를 뒤로 빼겠다 이거지? 어디 마음대로 되나 보자.”
아르헨티나는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원래 한국을 상대하려던 계획대로 우월한 개인 기량을 앞세운 개인 전술에 여지없이 농락당하는 한국 선수들.
그러나 결정적인 기회가 생길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나 방해하는 한 선수가 끝끝내 동점골을 막아내곤 했다.
“대체 뭐야 저 새끼는!”
전반 35분.
화려한 측면 돌파 후 컷백에서 이어진 골키퍼와의 1:1 찬스.
가볍게 골키퍼마저 제치는 순간 귀신같은 태클이 공을 걷어낸다.
라인을 벗어나는 공을 허망하게 바라보던 아르헨티나 선수의 시선이 태클의 주인공을 향한다.
아무렇지 않게 유니폼에 묻은 잔디를 툭툭 털어내며 일어서서는 무심하게 쳐다보는 흑발흑안의 남자.
‘이 녀석은 귀신인가….’
어쩜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마다 나타나 방해를 한단 말인가!
윤혁의 신출귀몰함은 끝이 없었다.
그날 경기 내내 윤혁은 결정적인 수비를 몇 번이고 보여주었으니까.
한국 수비진이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개인 전술에 탈탈 털리며 무수한 기회를 내주었지만 윤혁의 미친듯한 활약은 끝내 무실점 경기로 이끌었고, 이에 질세라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홍민준 역시 오로지 혼자만의 역습으로 4명의 아르헨티나 선수를 제치고 2번째 골을 기록하며 한국에 첫 승리를 선사했다.
구티의 ‘그날’마냥 입이 떡 벌어지는 수비를 몇 번이고 보여준 윤혁의 활약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무려 2골을 넣은 홍민준을 제치고 이번 경기 MOM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일반적으로 승리한 경기에서는 골을 넣거나 골에 가장 많이 기여한 선수에게 MOM을 주기마련인데,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지만 2골을 기록한 공격수를 제치고 수비적인 롤의 미드필더에게 MOM이 돌아갔다는 건 그만큼 이번 경기에서의 활약이 대단했다는 반증.
『오지제호의 새로운 황태자?』
『유럽 관계자들 앞에서 쇼케이스를 선보인 윤혁! 빅클럽으로 이적하나?』
『윤혁의 활약에 울상짓는 함부르크는 에이스 지키기에 돌입! 관건의 2년 남은 계약 조건!』
그리고 이번 경기 결과, 윤혁은 새로운 월드컵 스타로 떠올랐다.
다음날 E조 2번째 경기 스위스 vs 나이지리아 경기가 펼쳐졌다.
아프리카의 강호 ‘슈퍼 이글스’ 나이지리아의 거센 공세에 맞서 스위스는 떡대를 앞세운 피지컬 축구로 대응했고, 나이지리아의 공격을 스위스가 찍어누르는 식으로 진행된 경기는 결국 0:0 무승부로 끝났다.
이 경기로 E조는 누구도 예상못한 혼란한 상황이 되었는데, 1위가 조 최약체로 평가받던 대한민국이며, 꼴지인 4위가 우승후보로까지 꼽히던 아르헨티나라는 웃지 못할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제 겨우 첫경기라고 하기엔 조별예선은 고작 3경기.
한 경기지만 벌써 조별예선의 1/3이나 지난거다.
최약체로 꼽히던 팀이 1위에 올라있고, 1강으로 꼽히던 팀이 꼴찌, 거기에 2위 다툼을 할것으로 예상되던 두 팀이 무승부를 거두며 나란히 2위에 올라있으니 E조에 속한 모든 팀에 비상이 걸릴 수 밖에.
남은 경기는 2경기.
E조 4개국의 시선은 이제 4일뒤 동시에 펼쳐지는 2번째 경기로 향했다.
* * *
『강적 아르헨티나를 꺾은 태극 전사들! 다음 상대는 2006년의 숙적 스위스다!』
2번째 상대 스위스전을 앞둔 한국 언론은 이번 경기에 ‘복수전’이란 타이틀을 붙였다.
한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나라 스위스는 그 낯선 이미지처럼 월드컵에서 역대 단 한 번 경기를 치뤘을 뿐임에도 ‘복수전’이란 타이틀이 붙은 건, 그 한 번의 경기가 있었던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의 논란 때문이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
당시 한국은 2경기씩 치룬 조별예선에서 1승 1무를 기록하며 승점 4점으로 조 2위에 올라있었다.
조 1위는 1승 1무로 동일한 승점이지만 골득실 1개 차이로 앞선 스위스가 차지하고 있는 상황.
가장 유력한 1위 후보였던 프랑스가 의외의 부진을 보이며 2번의 무승부로 3위였고, 토고는 2패로 탈락이 확정된 상황에서 16강 진출을 위한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선 2가지 경우의 수가 있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1승 1무로 동일한 승점을 기록중인 마지막 상대 스위스를 이기는 것. 이렇게 되면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게 된다.
다른 하나는 토고가 프랑스를 상대로 무승부 이상을 거두어주는 것.
그러나 2패로 탈락이 확정된 토고가 2번의 무승부로 조 3위에 머물고 있는 프랑스의 필사적인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거란 기대는 힘들었다.
결국 한국 입장에선 마지막 스위스전을 꼭 이겨야 하는 상황.
그러나 한국은 마지막 경기에서 스위스에게 패배하며 조 3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하고 만다.
1승 1무 1패의 준수한 성적이었음에도 2번의 무승부 끝에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프랑스에 조 2위 자리를 내주고 만 것.
단순히 이것뿐이었으면 아쉬워했을만정 ‘복수전’이란 타이틀은 맞지 않았겠지만 하필 스위스전에서 커다란 논란이 발생했으니, ‘오프사이드 논란’이 바로 그것.
스위스의 알렉산더 프라이의 골이 오프사이드였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16강 실패에 좌절해있던 전 국민이 재경기 청원까지 벌였을 정도로 한국에서 논란이 됐던 사건이었다.
물론 재경기는 없었고, 심지어 오프사이드도 아니었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조차 “처음엔 오프사이드로 판단했으나 조사결과 오프사이드가 아닌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밝혔으니까.
하지만 아직도 많은 한국인들에게 당시의 스위스전은 억울한 패배라는 인식이 남아있었고, 언론은 이를 부추기며 ‘억울했던 당시의 복수전’이란 자극적인 타이틀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그리고 그 결과.
이탈리아 프리울리베네치아줄리아 우디네에 위치한 스타디오 프리울리 – 다시아 아레나Stadio Friuli – Dacia Arena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vs 스위스 경기는 어마어마한 주목을 받으며 지난 아르헨티나전보다 훨씬 많은 원정팬이 경기장을 가득 메우는 사태에 이르렀다.
“…오늘 지면 우리 역적되는건가?”
선수들도 놀랄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