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86)
186
내 입으로 이런말 하긴 부끄럽—지 않지만, 난 완성형에 가까운 선수다.
단점이 적은, 이른바 육각형 선수라는건데… 이게 나 혼자 주장하는거라면 그야 부끄럽겠지.
하지만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그렇다는데 뭐 어쩔건가.
전문가들이 맞다는데 내가 나서서 아니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잖아.
나 역시 스스로 완성형 선수라고 말함에 있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없이 떳떳하다. 이는 객관적으로 봐도 엄연한 팩트다, 팩트.
나한테 부족한 점이래봐야 적은 수비 가담, 소극적인 전방 압박, 부족한 활동량에 슈팅 대비 낮은 골수로 인한 난사기질, 좁은 시야와 취약한 팀플레이, 개인 전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스타일과 경합에 극도로 취약하며 그로 인해 제공권이 없다시피 한… 뭐지?
왜 이렇게 많지?
…사람이 완벽할 순 없다.
기계도 아니고 사람이 어떻게 단점이 하나도 없을 수가 있겠어.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단점은 있는 법.
그런 의미에서 완벽할 순 없어도 단점이 적다면 그게 완성형 선수 아닐까?
바로 나처럼.
사실 좀 억울하다.
단점이라 지적받는 상당수가 이미 해결됐거나 많이 나아졌기 때문이다.
사람의 첫인상은 오래간다고, 단점으로 지적받는 대부분은 프로 경력 초창기에 형성된 이미지 탓이 크다.
이를테면 난사왕이란 별명도 그래.
일부 안티들이 득점왕 역시 난사하다 얻어걸렸다며 비하하는데… 솔직히 프로 초창기 난사 성향이 심했던게 맞다.
하지만 애초 팀이 나한테 기대하는 역할이 공격의 마무리 아니었던가?
축구에선 공격할 때 어떻게든 슛팅까지 가져가는게 중요하다. 어영부영하다 공격 중 공을 뺐기면 그게 더 문제지. 역습이 별건가? 그게 바로 역습이지.
원래 공격하다 끊겨 당하는 역습이 가장 위험하다고, 그렇기에 공격 작업시엔 슛팅이란 확실한 마무리까지 하고 끝내는게 중요하다.
팀에서 내가 맡은 역할이 바로 이것이다보니, 당시엔 슛팅 능력이 부족한데다 시야도 좁고 패스 능력도 낮았던 내가 할 수 있던 최선은 어떤 상황에서건 슛팅으로 마무리 짓는 것.
나에게 찬스를 몰아주는데 난사가 심한 게 당연했다.
상식적으로 슛팅할 때 뒤에서 유니폼만 살짝 잡아당기거나 몸으로 살짝만 부딪쳐도 공이 제대로 날아갈리가 없잖은가.
그렇다고 더 좋은 기회를 만들 시야나 패스 능력도 없었으니,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슛팅까지 연결한 내가 대단한거지.
이러다보니 자연스레 난사 성향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역시 슛팅 능력치가 개선되고, 팀플레이나 시야, 패스에도 능숙해지며 이런 난사 성향은 많이 줄었다.
팀에서 맡는 역할은 같아도 전반적인 능력치가 오르니, 슛팅이 여의치 않을 때 다른 선수에게 찬스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활동량과 수비 가담도 그래.
중앙 미드필더로 뛰며 이 부분에서 얼마나 큰 발전을 했던가.
이제는 탁월하다고 할 순 없어도 더 이상 활동량이 부족하단 소릴 들을 정도는 아니다.
한 경기 대충 10~11km 내외를 기록하는데, 뭐 13~14km를 뛰는 괴물들과 비교하면야 부족하지만 내가 맡은 역할상 이정도면 충분히 훌륭하다 할 수 있지.
말이야 바른말이지, 내가 수비한다고 많이 뛰는것보다 적당히 높은 위치에서 어슬렁거리는게 더 수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내 위협적인 역습을 대비해 마크할 선수를 빼둬야하고, 수비 라인 역시 아래로 내려가다보니 쓸데없이 수비한다고 밑에서 빨빨거리는 것보다 훨씬 수비에 도움이 되는거지.
내가 팀에서 맡은 역할 때문에 그렇지, 나란 선수 필요하면 얼마든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는 선수란 말씀.
이렇게 내 단점으로 지적되는 상당수가 이미 개선된 부분이지만… 단 하나, 아직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나 스스로가 인정하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몸싸움 능력이었다.
약점으로 지적받던 많은 부분을 개선했지만 여전히 이 분야만큼은 극복하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나는 어릴적부터 파울을 많이 당하는 선수였다. 공격적인 드리블 돌파를 즐기는 선수라면 당연히 빈번하게 파울당하기 마련이고, 그에 맞서 손기술과 헐리우드 액션에 능숙해졌다.
상태창을 얻은 지금에와선 민첩성과 밸런스마저 갖춰진데다 경합을 피하는 성향까지 합쳐져 사실 몸싸움에 대한 필요성을 별로 못 느꼈다.
압도적인 테크닉과 민첩성을 살려 경합 상황 자체를 잘 만들지 않는데다, 경합 상황이 발생해도 특유의 밸런스로 이겨내니 굳이 떡대들과 몸을 비비적거릴 필요를 못 느낄 수 밖에. 그렇다고 우왁스럽게 힘으로 덤비면 그냥 파울을 얻어내면 되고.
왜 메시가 떡대가 좋아서 경합을 이겨냈나?
민첩하게 움직여 경합 상황을 줄이고, 경합 상황이 발생해도 특유의 바디 밸런스로 버텨내는게 메시의 전매특허 아니던가.
축구가 씨름도 아니고.
힘으로 다 되면 메시나 마라도나, 마르코 베라티, 인시녜 같은 160cm대 선수들이 어떻게 업적을 남겼겠는가.
게다가 난 경합을 회피하는 성향으로 제공권 다툼에서도 빠지니, 몸싸움에 관한 능력치를 올릴 필요성을 크게 못 느꼈다.
중앙 미드필더로 뛸때조차 감독님이 전술적으로 배려를 해줘서 피를로 옆의 가투소처럼 세르게이를 호위병으로 붙여줬기에 상대적으로 편했고.
가뜩이나 쓸곳도 많은 포인트, 필요성이 적은 몸싸움보다 더 필요성이 큰 분야에 투자하는게 맞지 않을까?
또 하나의 이유는 신체 관련 능력치가 전반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편이라지만 파워는 그중에서도 더욱 도드라진다는 점이다.
스테로이드를 빨아도 시간이 필요한데, 어제는 경합에서 밀리던 선수가 오늘은 상대를 튕겨내면 어떻게 보이겠는가? 어제는 가슴 부위가 헐렁하던 유니폼이 오늘은 터질듯 부풀어 있으면?
안 그래도 유럽 주요 리그 선수 중 가장 많은 도핑테스트를 받고 있는 와중인데, 여기서 더 어그로를 끌어봐야 뭐가 좋겠는가.
그래도 열심히 웨이트를 하면서 조금씩 투자를 하고는 있는데 역시 축구에서 평균적으로 가장 피지컬이 좋은 수비수들을 상대로는 경합에서 밀리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만큼 몸싸움과 제공권에서의 약점은 내 유일한 단점이 맞긴한데—
그렇다고해도 그건 유럽 기준이지, 일본 선수가 상대라면?
“민준아!”
전반 2분.
선축으로 시작했던 일본의 공격이 헛되게 끝나고, 골키퍼 한승호 선배가 공을 잡자마자 이쪽을 향해 길게 차냈다.
공격을 위해 올라가있던 일본의 뒷공간을 정확히 노린 롱킥임과 동시에 나를 향하면 노골적인 제공권 다툼을 붙이는 패스였다.
어찌보면 별거아닌 패스다.
골키퍼의 볼배급이 일상화 된 현대 축구에서 상대 뒷공간을 노린 롱패스는 너무나 당연한 전술.
그러나 제공권 다툼을 하는 선수가 나라는게 달랐다.
지금까지 월드컵 경기에서… 아니, 프로 통산 내 머리를 향해 골키퍼가 패스를 보낸 건 그야말로 한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에… 나닛!?”
일본조차 내 머리를 향하는 패스에 당황하고 허둥지둥 붙어왔지만,
“큿, 쿳소…!”
거의 동시에 나란히 공중에 몸을 띄운 나와 일본 선수는 허공에서 몸을 부딪쳤고, 한치도 물러나지 않은 팽팽한 승부의 승자는 나였다.
미리 좋은 자리를 점하고 있던 나를 밀어내지 못 한 이상, 제공권 승부는 자리 선점에 크게 좌우되기 마련이니까.
내 헤딩패스는 정확히 일본의 수비라인 뒷공간, 나를 마크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일본 수비수가 있던 곳으로 떨어졌고 달려오던 배찬식 선배가 여유롭게 받아냈다.
“대체 뭐냐!! 홍민준은 극도로 경합을 회피하는 선수였잖나!! 제공권이 없다시피 한 선수였는데 어째서!!”
터치 라인에 바짝 붙어 절규하는 일본 대표팀 감독.
“하하 봤냐 새끼들아!! 나도 일본 상대로는 밀리지 않는다 이말이야!”
유럽파를 다수 배출하며 과거보다 경합 상황에서의 대처가 좋아진 일본이라지만 여전히 절대적인 기준에서 경합 능력이 뛰어난 건 아니었다.
유럽의 떡대 수비수들을 상대로는 밀리던 내가 밀리지 않고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와 씨 이게 진짜 되네?”
처음 감독님이 일본 수비수와 적극적으로 경합해보라고해서 아무리 일본 선수들 피지컬이 별로라지만 정말 가능할까 싶었는데… 이게 된다고?
아, 이럼 못 참지.
“다 죽었다. 선배! 저한테 패스 좀 몰아주세요! 이 새끼들 아주 좆밥이에요!”
오늘 홍민준 버전 등지고 딱딱을 보여준다.
* * *
최근 한국의 개인 방송 중 가장 핫하다는 한소영의 ‘풋볼인러브’는 오늘따라 평소보다 시청자들이 미어터졌다.
그도 그럴것이—
“아, 홍상다이스키님 후원 감사합니다. 네? 물론이죠. 월드컵 끝나고 홍민준 선수랑 합방갑니다!”
요즘 가장 뜨거운 남자, 홍민준과의 친분을 과시하니 한국을 물론이고 홍민준의 팬이란 팬은 죄다 몰려드는게 아닌가.
사생활 노출 없기로 유명한 홍민준이다보니 작은 소식하나, 소문 하나에 안달난 팬들은 기꺼이 한소영의 개인 방송을 시청하곤 했다.
“일본의 공격이 허무하게 끝나고— 바로 길게 골킥… 어? 홍민준 선수한테?”
때마침 월드컵 특수를 맞이하여 16강 한일전 중계 중이던 한소영의 목소리 피치가 올라간다.
“어어? 저, 점프! 아 근데— 오 뭐야뭐야, 홍민준 선수가 헤딩 따냈어요! 와 이걸 배찬식 선수가!? 좋은 기회에요!!”
일본의 선축으로 시작된 경기.
패스 플레이에 능한 일본답게 초반은 잔잔할거라 예상하고 채팅창을 훑어보던 한소영이 급박하게 말을 이었다.
“배찬식 크로스! 아! 아깝게 골대에서 벗어났어요. 좋은 공격이었네요. 모처럼 홍민준 선수가 공중볼 다툼에 참가해서 만든 기회였는데.”
그러나 의외의 모습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4-5-1 포메이션의 좌측면 날개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홍민준은 오늘따라 적극적으로 경합에 임하며 연계의 기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으니까.
“나고야 선수를 등지고 공을 받는 홍민준! 안 밀려요! 안 밀립니다, 홍민준!! 끝내 동료들이 침투할때까지 버티가 공을 내줬어요!!”
평소 볼 수 없었던 등지고 딱딱 플레이는 물론,
“오옷!? 또 제공권에서 이겨내며 헤딩 패스! 아 이번엔 좀 부정확하게 맞았네요. 좋은 시도였어요.”
적극적인 제공권 다툼까지.
그간 유럽 무대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아니, 통하지 않았던 피지컬이 일본을 상대론 톡톡히 제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홍민준 선수 신체 스펙이 나쁘지 않아요. 축구화 실착 185cm에 74kg. 185면 충분히 제공권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신장이거든요? 체중이 좀 적긴 한데… 요즘 웨이트에 집중한다더니 확실히 경합 능력이 좋아졌나봐요.”
일본 선수를 상대로 예상외의 거친 플레이를 이어가던 홍민준의 발끝에서 기어코 일이 터졌다.
질 수 없다는 듯 맹렬히 몸을 부벼오던 일본의 풀백이 홍민준과의 몸싸움에서 밀리며 그대로 나동그라지자 일순 마크하는 선수가 없어졌다.
홍민준의 볼키핑을 믿고 중원을 텅 비운채 일제히 일본의 패널티 박스로 쏟아지는 한국 선수들 탓에 일본 선수들이 아무도 마크하지 못 하는 순간.
아무런 방해없이 슛팅을 가져간 홍민준의 중거리슛이 그대로 일본의 골망을 갈랐다.
“골!! 선제골!! 역시 홍민준! 원샷원킬로 골을 기록하는 홍민준 선수!! 이걸로 월드컵 4득점으로 한국인 최다 득점에 올랐습니다!!”
월드컵 16강 무대에서 골을 기록했음에도 기뻐하긴커녕 당연하다는 오연한 표정으로 제자리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홍민준의 모습에 채팅창이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