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88)
188
일본과의 16강은 3:0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이른 시간부터 선제골을 내주더니 후반 초반에는 백태클로 퇴장에 PK까지.
3골이나 내줬지만 퇴장으로 10명이 된 일본은 후반 내내 골대 앞에 버스를 주차하며 더 이상의 실점만 막겠다는 자세로 나왔다.
그야말로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환상의 똥꼬쇼를 보이며 추가 실점만큼은 막았지만 이미 3골이나 내준 후였으니, 한국을 응원하던 팬 입장에선 길이 남을 통쾌한 승리였다.
이날 MOM은 두말할 것 없이 홍민준.
선제골에 이은 PK로 멀티골을 기록하며 월드컵 5골 고지에 올라 득점 랭킹 공동 1위가 되었고, 비록 공격 포인트로 기록되지는 않았으나 팀의 2번째 골에 결정적인 기점 역할을 수행하며 에이스의 품격을 톡톡히 보여주었다.
그뿐이랴.
홍민준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경기장에서 끝날리 없었다.
MOM으로 선정되어 경기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예상했던대로 쉬운 승리였다.”, “그 태클은 더러운 플레이였다”, “심판의 퇴장 판정은 정확했다.” 등의 소감으로 한국을 물론 일본까지 들썩이게 만드는 전설의 아가리질을 시전, 며칠 동안 한일 양국의 가장 핫한 인물로 등극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월드컵에서 열린 한일전.
그것도 8강을 건 단두대 매치에서 라이벌을 상대로 대승은 분명 기쁜 일이지만 한국 선수단은 마음 편히 기뻐할수만은 없었는데,
『대표팀 핵심 배찬식(28, 레스터 시티) 부상으로 이탈!』
바로 배찬식이 일본전에서의 부상으로 남은 월드컵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된 것.
다행히 처음 예상하던것보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재건 수술이 필요했다.
수술과 회복, 재활까지 대략 두달이 예상되는 일정.
그나마 다음 시즌 준비에는 지장이 없지만 더 이상 월드컵에서 뛸 수 없단 사실에 배찬식은 크게 좌절했다.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 월드컵. 그것도 본선, 무려 8강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부상으로 못 뛴다니.
한국이 축구 강국도 아니고 언제 또 8강에 오르겠는가.
4강 진출 기록까지 있다지만 그거야 벌써 30년 전 일이며, 16강 진출만해도 20년이 걸리지 않았던가.
수술을 위한 퇴소를 앞두고 배찬식은 눈물을 보였다.
“난 여기까지지만 내 몫까지 최선을 다해줘. 너희들이 선배들처럼 4강 신화를 이뤄주면 여한이 없겠다.”
끅끅 눈물을 훔치며 꽉 잠긴 목소리로 말하는 배찬식에게,
“선배 울어요? 에이~ 다음 월드컵 준비나 잘 해둬요. 그래야 다음에 8강전에서 뛰죠.”
홍민준이 너스레를 떨었다.
“뭐 이새꺄? 우리가 언제 또 8강에 온다고—”
“선배. 제가 국가대표로 뛰는 한 월드컵 8강은 기본으로 깔고 가는거에요.”
“이런 미친놈. 자신감은 좋네. 왜? 차라리 발롱도르 탄다고 하지?”
“어? 맞네 발롱도르! 그럼 다음 월드컵전까지 발롱도르 타면 인정?”
물기 어린 눈동자로 빤히 홍민준을 쳐다보던 배찬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인정.”
“요시. 바로 다음 시즌 발롱도르 타러 갑니다. 그니까 선배, 다음 월드컵 대비해서 실력 더 끌어올려요. 알겠죠?”
“…그래.”
“하~ 정말이지, 실력부터 리더십까지. 나란 놈은 부족한게 없네. 선배 저 믿죠?”
“아니 근데 이새끼가 아까부터 존나게 깝쭉거리네. 야, 너 일로와. 안 와?”
“아, 왜요. 아, 아아! 선배 저 쳤어요? 제 몸값 얼만줄 알— 아! 죄, 죄송!”
웃으며 떠난 배찬식을 배웅해준 뒤 대표팀은 8강 준비에 들어갔다.
8강 상대는 이탈리아.
홈 어드벤티지를 등에 업은 개최국 이탈리아였다.
* * *
본래 대표팀의 주력 포메이션은 4-3-3이었다.
지난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축구협회로부터 4년 임기를 보장받고 부임한 오지제 감독은 장기 계획을 세웠다.
월드컵 진출에 급급해 당면한 아시아 예선에 맞춘 계획이 아닌 월드컵 본선에서의 선전을 목적으로 하는 계획은 한국이 처한 상황에서 비롯됐다.
매 월드컵마다 아시아 지역 최다 및 연속 월드컵 진출 기록을 끊임없이 경신하는 한국은 두말할 것 없는 아시아의 강호.
당연히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만나는 상대마다 극도로 수비적인 전략으로 나서고, 한국은 매번 이러한 수비적인 팀을 뚫기 위해 고생해야 했다.
그러나 막상 월드컵에 진출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한국은 아시아에서야 강호로 평가받지만 세계의 강호가 모이는 월드컵에선 철저한 언더독일 뿐이니까.
조별 예선에서 수비적인 팀을 파훼하기 위한 공격적인 전술을 쓰던 한국이 월드컵에선 정작 수비적으로 경기를 운용해야 했으니, 4년의 월드컵 준비 기간 대부분을 공격적인 전술에 익숙해져 놓고는 월드컵에선 단기간에 수비적인 전술로 변경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가뜩이나 가끔 소집되어 짧은 시간 발을 맞추는 대표팀 선수들이 그나마 익숙해진 전술이 아닌 낯선 전술로 월드컵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바로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
비슷한 일본의 경우 마무리에서 고질적인 문제가 있긴해도 패스 플레이를 중심으로 하는 일관된 전술 철학이 존재하지만 한국은 매번 갈팡질팡하다 성적이 안 나오면 크로스를 통한 제공권 승부로 꾸역승을 가져오곤 했다.
오지제 감독은 이를 타파하고자 했다.
부임 초기부터 적극 밀어붙인 수비적인 4-3-3 포메이션은 바로 이러한 흐름에서 나온 결과물로 월드컵 본선을 대비한 수비적인 스탠스와 아시아 지역에서 만날 수비적인 팀을 상대할 방법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방법이었다.
바로 수비에 기반을 둔 뚝배기.
어차피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강팀을 상대로 한국이 취할 선택지는 많지 않다.
패스 플레이?
아시아 최고라는 일본조차 힘들어하는 패스 플레이를 한국이?
체력전?
스포츠 과학의 발전으로 빅리거가 더 철저하다는 체력전을?
조직력?
2002년처럼 리그도 중단하고 합숙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조직력?
결국 한국이 택할 수 있는 건 그나마 경쟁력있는 2선을 이용한 역습. 그 중에서도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크로스에 이은 헤딩이었다.
뻥축구라 비난받기도 하지만 롱볼 전술은 분명 효과적인 전술이다.
특히 약팀에게는.
그렇기에 지금까지 축구계에서 살아남았지, 효과마저 없었으면 뻥축구라 비난받으면서도 아직까지 살아남았겠는가?
게다가 아시아 조별 예선에서 만날 수비적인 팀을 상대로도 이만큼 효과적인 전술이 없다.
매번 패스 플레이니 빌드업이니 창조적인 축구니 드높은 이상으로 시작하던 한국이 위기시마다 전가의 보도마냥 꺼내들었던 건 결국 측면 돌파 후 크로스에 이은 헤딩, 이른바 뻥축구였다.
아무리 약팀이어도 본격적으로 잠그기로 마음 먹으면 어지간한 강팀도 뚫기 힘든게 축구라지만 한국의 공격적인 전술은 대부분 아시아권 팀에게도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속 시원한 승리보단 어거지로 간신히 한 골 넣어서 이기는 패턴.
매번 선제골이 중요하다 울부짖는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이다. 선제골을 넣어야 상대가 수비를 풀고 나오지.
그말인즉, 작정하고 수비하는 아시아 팀조차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다는것 아닌가.
그럴바에야 차라리 아시아 예선부터 뚝배기 전술을 갈고 닦겠다는게 오지제 감독의 복안이었다.
홍민준 등장 이전 대표팀의 에이스였던 EPL듀오와 아시아권, 아니 세계적으로 봐도 충분히 위협적인 피지컬의 소유자 공격수 최슬찬을 통한 공격.
심플하게 설명하자면 월드컵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두 선수, EPL 듀오가 양 날개에서 어떻게든 크로스를 올려 강한 피지컬과 제공권을 가진 최슬찬이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물론 세부적으로 풀백의 움직임이나 역삼각 중원의 구성과 움직임 등의 바리에이션이 준비되어 있지만, 큰 틀에서의 전술은 이랬다.
그러나 홍민준과 윤혁의 등장으로 상황이 변했다.
오지제라고 어찌 공격적인 전술에 대한 동경이 없겠는가.
공격적이고, 보는 눈이 즐겁고, 화려한 그런 축구.
오지제도 하고 싶다. 선수가 없어서 그렇지.
그런데 홍민준과 윤혁이 이를 가능케 했다.
그러나 두 영건의 등장은 너무 늦었다. 두 선수가 본격적으로 성인 대표팀에 자리잡은 건 월드컵이 채 반 년도 남지 않았을 시기였으니까.
오지제는 결정해야 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대대적인 변화를 줄지, 아니면 지난 4년 갈고 닦은 전술을 쓸지.
오지제의 선택은 둘 다 취하는 것.
기존 전술을 플랜A로 하되, 월드컵에 앞선 평가전을 통해 공격적인 전술을 실험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국내에서 열린 평가전을 비롯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치룬 비공개 평가전을 통해 오지제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번 이탈리아전, 우리는 준비했던 4-4-2로 간다.”
미리 준비하긴 했지만 전술이란 숙련되면 숙련될수록 좋은 법.
그런 의미에서 이번 8강은 참 여건이 좋았다.
16강 일본전이 끝나고 8강까지 무려 6일이나 되는 긴 준비 기간이 주어졌기 때문.
개최국 이탈리아를 위해 깔린 꽃길을 얼결에 같이 쓰게 되었지만 알게 뭔가. 덕분에 푹 쉬면서 전술 맞출 시간이 많아졌으니 좋은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