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89)
189
경기를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
사람 좋기로 유명한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 보네티와 신사로 알려진 주장 루가니 바그는 인터뷰 내내 한국에 존중을 보냈다.
“한국은 쉽지 않은 상대입니다. 팀적인 합도 좋고, 선수 개개인의 기량도 훌륭합니다.”
“이 거대한 무대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팀 중 쉬운 팀은 없다. 특히 공격에 있어 한국의 부분 전술이 눈에 띈다. 그렇다, 위협적이다.”
“전혀 아닙니다. 저는 순수하게 한국의 실력을 칭찬하는 겁니다.”
자극적인 기사거리를 노리는 일부 극성스러운 기자들의 함정 역시 잘 피해가며 8강 상대인 한국에 대한 존중을 보인 두 사람 덕분에 이어진 한국의 인터뷰 역시 시종일관 점잖게 흘러갔다.
“월드컵 8강이란 큰 무대에서 이탈리아 같은 팀을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세계적인 강팀인 이탈리아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치고 싶군요.”
“어려운 상대죠. 그래도 승부는 끝나기 전까지 모르는 법 아니겠어요?”
인터뷰도 사전준비라는 말처럼 축구계에선 종종 심리전의 일환으로 상대팀을 디스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에서 인기있던 명감독 주제 무리뉴의 특기이기도 한 이러한 심리전처럼 상대팀을 도발하거나 깎아내리는 인터뷰도 있지만, 워낙 자극적이라 이런 인터뷰가 화제가 되었을 뿐이지 실제론 상대가 존중하면 이쪽도 존중하는게 기본.
하물며 전 세계적 관심이 집중된 월드컵 8강 미디어 데이에서 상대 국가를 디스하는 경우는 어지간해선 드문 법이니, 이번에 맞붙을 양 국 역시 적당히 훈훈하게 인터뷰가 끝날 듯 보이던 그 순간.
“가제타의 몬텔리오입니다. 홍민준 선수에게 질문이 있습니다. 홍민준 선수는 그간 우상으로 한국의 전설적인 축구 선수들을 꼽곤 했는데요. 특히 한국 축구의 황금기였던 2002년 월드컵 맴버들을 자주 언급하곤 했죠. 맞나요?”
통역을 마친 통역사가 나지막하게 정보를 알려줬다.
이탈리아의 스포츠 신문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 기자라나.
‘아나 이 새끼가.’
‘국뽕’을 위해 의도적으로 한국 축구의 레전드들을 존경한다고 수차례 언급을 해왔는데 여기서 아니라고 할수도 없는 노릇.
어째 쳐다보는 눈갈부터가 쌔하더라니, 뻔히 예상되는 다음 질문에 어떻게 빠져나갈까 고민하던 홍민준은 문득,
‘…잠깐만. 아니지. 이거 잘 하면…?’
뇌리를 스치는 생각에 애써 미소를 숨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통역사의 번역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쪽 입꼬리를 씰룩이며 기자가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2002 한일 월드컵 16강,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나온 잘못된 판정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죠?”
“…….”
오지제는 물론이고 이탈리아 감독 보네티마저 얼굴을 감싸쥐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옹기종기 모여 스마트폰 액정을 들여다보던 선수 중 폰의 주인인 윤혁이 어렵사리 입을 뗐다.
“거기서 쌍욕을 박았다고?”
“에이~ 선배. 쌍욕은 아니죠, 쌍욕은. 제가 바보도 아니고.”
“이게 욕이 아니면 뭔데.”
“다 이유가 있거든요. 제 빅픽쳐입니다, 선배.”
“미친놈… 지랄을 한다 진짜.”
『“무슨 말같지도 않은 소릴하고 있어 XX, 짜증나게” 홍민준 미디어 데이 욕설 파문!』
* * *
『축구 선수의 인터뷰 태도 논란!』
「2002년 4강 신화를 재현해가는 대표팀에 악재가 생겼다.
8강 이탈리아전을 하루 앞두고 열린 미디어 데이.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지제 감독과 대표팀의 젊은 에이스 홍민준 선수는 이탈리아 가제타지 몬텔리오 기자의 2002년 월드컵 이탈리아전에 대한 질문에 날선 반응을 내비쳤다.
특히 홍민준 선수는 “정당한 경기였다.”, “아시아팀에게 패배한 것이 부끄러워 그러는 것이 아니냐.”며 되려 기자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논란을 키웠다.
격한 언사를 주고받던 홍민준 선수는 “이번 경기 결과가 말해줄 것”이는 말을 남기고 끝내 인터뷰장을 박차고 나갔다.
수면으로 묻힐 수 있던 이 사건은 개인방송 중이던 인기 스트리머 크리스트퍼 쇠름의 방송을 통해 당시 상황이 그대로 흘러나가며 일파만파 번졌다.
홍민준의 대처에 대해 “명확한 인종차별에 대항한 것 뿐”, “이탈리아의 치졸한 공격”, “한국에 대한 존중을 찾아볼 수 없는 저질스러운 질문”이라는 옹호 의견과 “공식 석상에서 보여줬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행동”, “납득되기 힘든 무례한 짓”, “언론 대응에 대해 교육받아야”하는 비난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오늘 이탈리아와의 8강 경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 」
—ㅅㅂ 이태리새끼들 아직도 2002년으로 지랄이노;
—지들 행동은 생각도안하고 지들 당한거에만 거품을무넼ㅋㅋ
—아니 기자가 좀 무례하긴 했지만 홍민준도 좀…
ㄴ뭐래ㅂㅅ이 ㅈㄴ 속시원하구만
ㄴ그럼 저기서 예예하고 있어야됐냐?
ㄴ나왔다 홍민준도 어쩌구충
—홍민준이 과하긴 했지만 솔직히 심정은 이해된다…
—전부터 인터뷰하는거 보니까 애가 국뽕끼가 좀 있음ㅇㅇ;;
ㄴㄹㅇㅋㅋ 국뽕형 선수
—캬~ 이거 영상으로 꼭 봐라 홍민준 말하는거 개찰지누ㅋㅋㅋㅋㅋㅋㅋㅋ
대표팀 분위기는 불과 하루만에 천지개벽 수준으로 바뀌었다.
본래 8강을 앞둔 대표팀은 여유롭고 느슨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도 그럴것이 당초의 목표를 달성하고도 아득히 넘어선 성과에 만족하지 않을 사람이 어딨겠는가.
무려 2010년 이후 24년만에 이룬 원정 16강에, 16강에선 평생의 숙적 일본을 꺾고 8강에 진출한 상황.
이런 상황이니 8강에서 이탈리아에게 지더라도 누가 대표팀을 욕하겠는가?
한국이 진지하게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강팀도 아니고, 8강은 주관적으로나 객관적으로나 누구나 인정할 훌륭한 결과.
이탈리아를 상대롤 정말 눈이 썩는 경기력만 보이지 않는다면 지더라도 ‘충분히 잘했다!’라며 전 국민의 환대를 받으며 귀국할 수 있을터였다.
상황이 이러니 분위기가 느슨하고 여유로울 수밖에.
특히 직전 경기인 16강 일본전이 워낙 비장하고 결의가 남달랐기에 지금의 분위기가 더욱 도드라져 보이기도 했다.
설렁설렁 뛸 선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필사적으로 이를 악물고 뛰지도 않는, 그저 ‘최선을 다해보고 안 되면 결과에 승복하자’는 분위기.
이런 마인드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아니지만… 아쉽다.
8강에 올랐다고 배부른 곰처럼 구는 선배들이. 벌써 월드컵이 끝난 듯 희희낙락한 코칭 스탭들이.
남자라면, ‘홍민준 보유국’이라면 좀 더 욕심을, 야망을 가져도 되지 않나?
무려 ‘나’같은 선수가 있는데 말이야. 우승…은 어려워도 4강 신화를 재현해보자는 욕심이 안 나나?
내심 불만이었지만 이런 생각을 가진 선수는 소수였다.
되려,
“너무 욕심이 큰 거 아냐?”
“새끼. 어려서 야망이 철철 흘러 넘치는구만. 첫 월드컵에서 8강 진출하니까 너무 쉬워보이나본데, 세계 무대가 그리 호락호락하지가 않아요.”
“4강? 물론 좋지. 그렇다고 너무 위만 바라보고 뛰는 건 지치잖아. 지금의 성과도 즐겨야지.”
“우리나라 선수풀로 이 성적이면 기적이야. 향상심은 좋지만 너무 매달리면 인생이 피폐해진다 너?”
욕심이 과하다는 선수가 많았다.
하지만 나는 동의할 수 없었다.
욕심이 크다고? 당연히 커야지. 욕심없는 선수가 어떻게 최고를 노리겠는가.
세계 무대가 쉽지 않아? 난 언제나 세계 무대에서 싸워왔다. 올림픽, 라 리라, 분데스리가, 유로파 리그… 그리고 지금 월드컵까지.
그리고 증명해냈다.
내가 세계 최고가 될 자질이 있는 선수임을.
약팀으로 월드컵 우승은 분명 불가능에 가까운 어려운 야망이지만, 그렇기에 노릴 가치가 있다.
메시가 왜 역대 최고로 평가받지 못 하는가?
개인 기량? 퍼포먼스? 스탯?
메시는 그야말로 축구 역사상 최고를 논할 수 있는 선수다.
그러나 역대 최고를 논할 때 자국의 레전드 마라도나에게도 밀리는 건 오직 하나, 월드컵 우승이 없기 때문.
사실 마라도나가 뛰던 1980년대의 축구와 현대 축구가 워낙 다르기에 1:1 비교는 무리가 있지만, 어쨌든 국가를 이끌고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었다는 상징은 그만큼 대단한거다.
만약 내가 한국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끈다면?
클럽 커리어는 걱정하지 않는다.
내 실력, 내 스타성, 내 잠재력이면 얼마든지 우승권 클럽에 합류할 수 있을테고, 팀의 스쿼드만 밀리지 않으면 우승은 따라올테니까.
하지만 월드컵… 월드컵만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더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지 않나.
한국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면… 난 동서고금 축구 역대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을테니까.
이번이 첫 월드컵이다?
내가 고참이었으면 달랐다?
납득할 수 있는 변명이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막내 라인인 내가 코칭 스탭과 고참들을 대신해 선수단을 닦달할 순 없는 노릇.
아무리 에이스라도 팀의 막내가 닦달한다고 분위기가 잡힐리도 없거니와, 괜히 그랬다간 팀의 화합만 깨질 뿐이니까.
방법을 고심하던 중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어그로성 질문을 던지는 이탈리아 기자놈이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외부에 적을 만들면 내부는 단결한다지?’
빼도박도 못하게 이 경기의 승패에 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면… 그리고 나라와 인종, 선수로서의 자존심과 자부심이 걸리면?
선수는 승부욕 빼면 시체다.
그리고 국가대표라면 자부심이 엄청나다.
이 단순한 사람들에게 동기부여해주는 일?
생각해보니 어렵지 않았다.
왜 남자들 특유의 자존심 스위치가 있지 않던가.
님 쫄?
게임 존나 못하네ㅋ
같은.
그리고 그 결과.
“씨발. 파스타 새끼들 존나 오만하네.”
“야 이거 안 되겠다. 막내가 이렇게까지하고 왔는데 이탈리아한테 질거냐?”
“좆같아서 이탈리아 8강에서 떨어뜨린다.”
‘…오.’
효과 직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