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9)
019
드디어 제 정신을 찾은 강수연이 정신없이 홍민준을 도촬하고 있을 시간 홈팀룸, 성실대 축구부 스탭룸.
경기 시작 전, 각 팀은 킥오프 1시간 전까지 라인업을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성실대 라인업을 제출하고 온 코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종이 한 장을 들고왔다.
우리팀이 라인업을 제출해야 한다는 건, 상대팀 역시 라인업을 제출해야 한다는 뜻.
협회는 양 팀에서 라인업을 제공받은 즉시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이를 공식화한다.
프로 리그나 인기팀의 경기라면 예의주시하고 있던 언론들이 이때부터 오늘 선발이 어떻니, 전술이 어떻니, 감독의 생각이 어떻니, 무슨 부상이나 불화가 있니 기사를 쏟아낼테지만 대학 리그와는 전혀 무관한 일.
오늘도 대학 리그는 평화롭기만 했다.
“줘봐.”
대학 리그의 경우, 라인업을 제출하면서 상대팀 라인업도 받아오는 것이 관례.
당연히 라인업을 제출하러 나갔던 코치가 들고올거라면 상대팀 라인업밖에 없을터.
대뜸 종이를 받아들고 살피던 성실대 축구부 감독 오상태의 눈이 가늘어졌다.
“야 이거 뭐냐. 이거 맞어?”
“맞습니다. 방금 받은 따끈따근 한 라인업입니다.”
“확실해? 오타난 거 아니지?”
“저도 그래서 경기 감독관한테 물어봤는데 맞답니다.”
“뭔가 이상한데.”
오상태는 호진대 라인업을 들여다보며 눈쌀을 찌푸렸다.
한국 축구계는 좁다.
감독이든 선수든 한 두 다리 건너면 다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좁은 축구계에서 일하다보면 어찌저찌 관계가 이어지기 마련.
그것이 특히 같은 권역으로 묶인 지역의 감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오상태는 호진대 축구부 감독 나건성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자식 이거 1학년을 주전으로 쓸 놈이 아닌데.”
같은 나이인지라 초, 중, 고, 대학까지 나란히 진학하며 끊임없이 맞닥뜨렸고, 심지어 비슷한 시기에 K리그로 진출해 비슷한 커리어를 밟고, 비슷한 시기에 은퇴, 같은 기수로 지도자 교육을 받고, 같은 구단에서 코치 연수를 마치고, 같은 시기에 자격증을 땄다.
이 정도면 인연도 보통 인연이 아닐텐데 코치 생활을 끝내고 처음으로 감독으로 부임했더니 같은 권역에 감독으로 부임해온 것이 아닌가?
같은 권역 리그에 속해있다보니 한 시즌에도 징글징글하게 맞부딪 수밖에.
그렇게 경쟁해온 것이 벌써 3년.
오상태는 누구보다 나건성의 성향과 전술을 꿰고 있다 자신할 수 있었다.
“이놈 정보 없어? 어디 출신이래?”
“명운고 출신이랍니다. 중학생 땐 좀 날렸다는데 고등학교 진학 이후엔 훅 갔다던데요?”
“명운고? 거기 명문이잖아. 나름 한 가닥 했다는건데… 그렇다고 고딩 리그에서도 죽 쑤던 놈이 갑자기 대학 리그에서 날아다닐리도 없고. 이제 막 입부한 핏덩이를 선발로 쓴다? 나건성 이 자식 무슨 생각이지?”
보수적이고 수비적인 나건성의 스타일 상 어지간히 잘 하는 녀석이 아니면 1학년을 주전으로 내세우지 않았을터. 게다가 선발 라인업 표를 보니 포지션도 포지션이다.
“뭔가 불안한데. 얘, 스타일은 어떻다냐?”
“테크니션이랍니다. 개막전에서도 어시스트 하나 적립했다는데요.”
“쓰읍. 그래? 뽀록인가?”
“뭔가 있는 놈 아니겠습니까?”
“그래봐야 1학년 아냐. 게다가 고딩 리그에서 별 활약도 없었다매.”
“나건성 감독같은 보수적인 분이 이제 막 입부한 핏덩이를 선발로 쓴다는 건 확실한 뭔가를 보여줬다는거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개막전 어시스트까지 있는 걸 보니까 실력은 있나봅니다.”
“쓰읍… 그럴수가 있나?”
긴가민가 한 표정의 오상태를 보며 코치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갑자기 포텐이 터졌거나, 지금 감독이랑 궁합이 잘 맞는 걸수도 있죠.”
오상태는 코칭 스탭의 조언을 건성으로 흘려넘기지 않았다.
뚜렷한 전술관이 있는 것도, 탁월한 전술적 견해나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닌 그가 대학 축구부 감독으로 장수할 수 있던 것은 선수단 관리에 탁월한 덕장이라는 것과 코칭 스탭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유연한 사람이었기 때문.
“그럼 우리가 대학 리그 맛 좀 보여줘야겠네. 진학하자마자 선발에, 개막전 어시스트. 이거 지금 완전 기고만장하고 있을거아냐.”
음충맞은 감독의 미소에 코치 역시 똑같은 미소로 화답했다.
“주장 불러올까요?”
“그래. 나건성 스타일이면 이 신입 아니면 오른쪽 놈이 공격의 물꼬를 맡을거란 말이지. 근데 오른쪽, 이놈은 아냐. 그럴 재주가 있는 녀석이었으면 작년에 썼겠지. 그렇다면 요 핏덩이가 공격의 핵심이라는거지. 효기를 붙여보자.”
“정효기라면 확실한데… 효기가 빠진 공간은 어쩌죠?”
“괜찮아. 어차피 효기가 신삥 따라다녀도 그 공간 이용해먹을 녀석 없어, 저기는. 애초에 전술이 전술이니까.”
성실대의 주장이자 핵심.
3년 전 성실대에 부임하자마자 1학년임에도 재능을 보고 적극적으로 발탁하여 지금까지 애지중지 키워온 애제자.
타고난 하드워커에 뛰어난 수비력과 공간 이해도, 준수한 패싱력을 갖춘 정효기를 떠올리며 오성태는 든든함을 느꼈다.
* * *
경기 시작 전, 몸을 풀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다보면 다양한 것이 눈에 들어온다.
“표정이 왜 그러냐? 똥 마려워?”
“아 선배. 더럽게 무슨 똥이에요.”
“표정이 꼭 똥마려운 사람같으니까 그러지.”
간단한 패스를 주고받던 윤혁 선배의 말에 슬쩍 턱짓했다.
“그게 아니라 눈빛이 좀…”
“응? 정효기잖아. 되게 기분 나쁘게 쳐다보는데?”
“그러니까요. 왜 저래 진짜.”
음충맞게 웃으며 쳐다보는 반삭 떡대의 남자, 정효기의 모습에 오한이 든다. 무슨 사냥감을 보는 사냥꾼의 눈빛도 아니고.
“헐.”
“왜요 또.”
애써 무시하며 트래핑 연습을 하는데 윤혁 선배가 경악한다.
“설마… 에이, 아니겠지.”
“아 뭔데요.”
“그게… 하… 아니다.”
“아 진짜 뭔데요!”
“어쭈? 이젠 아주 선배한테 소리치네?”
“아니 선배가 말을 하다 마니까 그쵸!”
장난스럽게 웃은 윤혁 선배는 목소리를 낮춰서는,
“저거 설마 게이아냐? 널 보고 웃는게 딱 게이삘인데?”
“아 진짜! 그러지마요!”
그렇게 말하곤 낄낄거리며 웃는다.
진짜 뭔 말같지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아냐. 근데 잘 생각해봐. 내가 보기엔 가능성 있어. 너 얼굴도 반반하니 예쁘고 몸도 여리여리한 게 딱 게이들이 좋아할 상이야.”
…그런가?
생각해보니 매력 95가 꼭 이성에게만 통하란 법은 없잖아.
아직도 매번 거울 볼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너무 잘생겨서.
확실히… 이 얼굴이면 킹능성있어.
“…왜 갑자기 진지해지냐 농담한건데.”
“선배. 제 얼굴 생각하면 진짜 가능성 있어요.”
윤혁 선배는 잠시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나 좀 무서워지려그래.”
“그쵸?”
“그러게. 자꾸 보니까 나도 좀 야리꼬룸한 게…”
“아 진짜 선배!!”
“음크크크. 새꺄 자뻑 좀 적당히 해라.”
소름돋는 농담에 정색하며 티격태격하는데 경기 시작 전, 마지막으로 감독님이 선수들을 불러모은다.
“자, 드디어 2번쨰 경기다. 다들 열심히 훈련했으니 이번 경기도 수월할거라 믿는다. 특히 진호!”
“네!”
“주장답게 수비 라인 잘 컨트롤하고. 윤혁!”
“네, 감독님.”
“연습 경기에서 저놈아랑 보여줬던 호흡, 실전에서도 보여봐. 알겠어?”
연습 경기에서 나와의 좋은 호흡으로 눈도장을 찍은 윤혁 선배는 덤덤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스타팅 맴버와 함께 원형으로 어깨동무를 한 감독님의 선창으로 화이팅을 외치고 각자 포지션에 맞는 자리로 향하는 선수들.
나 역시 좌측 측면에 서서 발목을 돌리고 있는데 저 멀리, 험상궂은 떡대와 눈이 마주쳤다.
‘등번호 5번, 정효기. 성실대 주장. 수비적인 성향의 미드필더.’
기계적으로 코칭 스탭이 나눠준 상대팀 분석 자료를 떠올리다보니 뭔가 촉이 왔다.
‘이거 설마 그건가.’
삑, 삐이이익—!
심판의 휘슬과 함께 성실대의 선축으로 시작된 경기.
차근차근 후방에서 빌드업하는 상대팀을 보며 슬금슬금 위로 올라가는데 떡대 하나가 은근슬쩍 가까워지는 것이 아닌가.
‘역시.’
한때는 익숙했던, 그러나 부진이 길어지며 잊고있던 것.
밀착마크였다.
“선배! 윤혁 선배!”
“뭐야.”
적이 아직 수비진영에서 볼을 돌리는 틈에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윤혁 선배를 불렀다. 정신없이 적 진영과 아군 진영을 돌아보며 위치를 조정하던 선배의 시선이 힐끔 이쪽을 향하는 순간,
“알죠? 2번!”
손가락 2개를 펼쳐보이며 외쳤다.
“뭐? 그걸 진짜 하게?”
황당하다는 표정이지만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는 것이 계획대로 움직여줄 모양.
선배의 확답도 받았겠다… 이제 남은 건 상대가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냐는 건데.
히쭉.
시선이 마주치자 음충맞게 웃으며 다가오는 정효기를 보아하니 걱정은 없을 것 같다.
‘아 누가 날 끊임없이 의식하며 따라다니는 이 귀찮은 기분. 이것도 오랜만이라 그런지 짜릿하네. 보답으로 탈탈 털어줘야겠다.’
녀석을 마주보며 흐뭇하게 웃어주니, 까까머리 떡대가 흠칫한다.
…근데 얼굴은 왜 붉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