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94)
194
쓰러졌던 윤혁 선배가 뒤늦게 엉금엉금 기다시피 일어나 뛰었지만 이미 이탈리아의 역습은 빠르게 전개되고 있었고, 후반전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던 황준수 선배가 필사적으로 달려가 퍽 이탈리아 선수와 부딪친다.
삑!!
그리고 나오는 카드.
—옐로 카드! 황준수 선수에게 옐로 카드가 나옵니다. 이러면… 황준수 선수, 이미 한 장의 옐로 카드가 있었는데요…
—아……. 퇴장입니다. 역습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차징으로 막았다는 판단이에요.
수비를 위해 달려가던 중 발생한 사고에 일순 다리에 힘이 탁 풀렸다.
오늘 경기 대부분은 우리가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주도했지만 그럼에도 종종 역습 상황에서 수비 가담을 위해 스프린트를 자주하다보니 평소보다 힘에 부친 상황.
게다가 선수가 체감상 가장 힘들다는 후반 75분 정도의 시간이다보니 이런 일이 생기니 나도 모르게 다리에서 힘이 풀리며 그라운드에 주저앉을 뻔했다.
“…씨발. 좆같은 심판새끼.”
사실 황준수 선배의 방금 플레이는 카드를 받을만했다.
심판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깐깐한 심판이라면 충분히 카드를 꺼낼 수 있는 플레이.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전후 사정을 고려치 않은 기계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당장 이 플레이 이전, 이탈리아가 윤혁 선배에게 공을 뺏기 위해 한 플레이는 어떻고.
등을 지고 공의 소유권을 확보하고 있었는데, 이를 차징을 통해 강제로 무너뜨리고 공을 빼앗은 플레이 아닌가?
황준수 선배에게 카드를 주는 성향이라면 애초에 그 전 상황, 이탈리아의 플레이부터 카드를 꺼냈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파울이라도.
“진짜 개좆같다. 씨발.”
코칭 스탭과 주장이 항의하는걸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데 누군가 툭 어깨를 친다.
“윤혁 선배?”
“감독님이 부른다. 가보자.”
힐끔 고개를 돌리니 주심에게 항의하는 코칭 스탭 사이에서 빠져나와 우리에게 손짓하는 감독님. 그쪽을 향해 윤혁 선배와 걸어가며 ‘역시 윤혁 선배는 이 상황에서 침착하네. 멘탈갑이구나.’ 감탄하고 있는데,
으득—
이 시끄러운 와중에도 들릴 정도로 치아가 마찰하는 소리와 함께 유난히 턱근육이 도드라져 있었다.
선배도 분하구나. 단지 내색하지 않을뿐이었어.
치미는 분노에 당장이라도 주심에게 달려가 싸커킥을 날리고 싶은 마음을 애써 가라앉혔다.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분노는… 경기가 끝나고 풀어도 늦지 않아.
“미안하지만 난 퇴장당할 생각이다.”
터치 라인에 다가가니 감독님이 뜬금없는 말을 꺼낸다.
“이대론 안 돼. 주심 저새끼 뭔가 있어. 너무 편파적이야. 이대로 가만있다간 죽도 밥도 안 되니, 최대한 거칠게 항의해서 장난질 막을 생각이다. 그러니 잘 들어라. 남은 시간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가능한 템포를 늦춰. 후방에서 볼만 돌리면서 체력을 비축해놓으란 말이야.”
“…연장전?”
“그래. 연장전을 준비해라. 우린 연장전으로 몰고간다.”
내 중얼거림에 감독님이 그거라는 듯 어깨를 두드리고는 곧장 주심을 향해 달려간다.
“야 이 씨팔놈의 새끼야!! 너 씨발 뭐 받아쳐먹었어!! 이게 무슨 카드야!! 저 새끼들은 왜 카드를 안 꺼내고, 우리한테만 카드질이냐!!”
거의 멱살을 잡을 듯 이마를 맞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감독님의 기세에 항의하던 코칭 스탭과 선수단이 흠칫한 순간.
“시발놈아 넌 끝났어. 이러고 심판 노릇 할 수 있을거같아? 너 피파에 제소할거야. 알아들어? 아시아 차별이라고, 아시아 축협들 다 모아서 제소한다고!! 씨발 통역! 뭐해! 빨리 와서 이새끼한테 통역해!!”
* * *
새삼스럽지만 축구 전술은 계속 발전해왔다.
축구가 현대적인 모습을 갖춘 이후부터 공격을 막기 위해 수비를, 수비를 뚫기 위해 전술은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한 것이 지금의 모습.
당연하게도 현대 전술은 그 진화만큼이나 복잡하고 어려워졌고, 특히 극도로 고도화 된 수비 전술의 어려움은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공격 전술보다 어렵다.
과거 유명한 명감독 펩 과르디올라는 전술 훈련의 90%를 수비에 집중했을 정도로 수비 전술은 선수의 집중력, 긴장, 정신력, 체력을 소모하는 고된 행위다.
“공격수는 100번 시도해서 99번 실패하고 1번 성공해도 되지만, 수비는 100번 중 99번 성공해도 1번 뚫리면 실패한거다. 무슨 뜻인지 알겠냐?”
연장전을 준비하는 시간.
격렬한 항의 끝에 퇴장당한 감독님을 대신해 전술판 앞에 선 심기철 수석코치님의 말에 힘없이 대답했다.
“연장전엔 수비 집중력이 떨어진다?”
“민준이 정답이다. 이탈리아가 제 아무리 수비에 자신이 있다해도 연장전까지 집중력을 유지할 순 없어. 집중력이 떨어진 상황이면 공격자가 유리하다. 그리고 우리가 공격자지. 알겠냐? 공격해! 우린 이길 수 있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건 높은 확률도 체력도 바닥났다는 뜻인데, 체력과 정신력이 모두 고갈된 연장전에 수비만 불리할리가 있나.
아마 국가대표쯤되는 선수라면 다 알고 있겠지.
연장전이라고 무조건 우리가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굳이 그런 말을 꺼낼 필요는 없다.
지금 중요한 건,
“우리 꼭 이겨요. 이렇게 지면 억울해서 잠도 못 자요.”
“그래 씨바꺼. 감독을 위해서라도 꼭 이기자.”
“우리를 위해 희생하신 감독님을 위해서!!”
“감독님의 영정 앞에 승리를 바치자!!”
“…저기, 얘들아. 감독님 안 죽으셨다.”
후반 80분쯤 일어났던 퇴장은 우리 팀의 거센 항의와 감독님의 광분이 더해져 거의 6~7분을 끌었다.
경기가 재개되고도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정돈되기엔 시간이 걸렸으니, 추가 시간이 꽤 넉넉히 주어졌음에도 실제로 우리 팀은 1명이 빠진 상태로 10분도 경기를 안 뛰었다.
즉, 아직까진 체력적으로 우리나 이탈리아나 큰 차이가 없다는 뜻.
“체력적으론 비슷하지만 쟤네는 수비하느라 더 힘들었을거야. 반드시 이기자.”
그렇게 시작된 연장전.
이탈리아는 처음으로 공격적인 경기를 보여주었다.
아무리 수비적인 팀이라도 1명이 빠진 상대에게까지 수비적인 스탠스를 취하진 않는 법이니까.
그러나 수비적인 팀이 갑자기 공격을 잘 하기란 어려운 노릇.
한 명이 부족한 우리 팀을 향해 기세좋게 공격하던 이탈리아는 금방 볼을 탈취당했고, 우리는 순식간에 역습 찬스를 맞이했다.
이탈리아 감독이 바보는 아닌지 역습 상황에 대비를 한 듯, 곧바로 나를 향해 몰려드는 이탈리아 선수들.
역습 상황에서 가장 위협적인 나부터 막겠다는, 심지어 몸으로 부딪쳐서라도 막겠다는 그 기세에,
“들어가!!”
나는 공을 받아 곧바로 역주행을 시작했다.
몰려들던 이탈리아 선수들이 주춤하는 사이, 역주행으로 공간을 확보한 나는 곧장 몸을 돌려 마지막 체력을 짜내 뛰어가는 선배들을 향해 뻥 길게 공을 건넸고.
“3:3이다! 계속 들어가!”
순식간에 윤혁 선배, 최슬찬 선배, 유만기 선배를 거쳐 다시 윤혁 선배에게 향하는 화려한 패스 플레이 끝에 드디어 역전골을 넣을 수 있었다.
“씨발 이거지!! 윤혁 이새끼 한 건 할 줄 알았다!!”
“골이다 좆같은 새끼들아!!”
포효하는 윤혁 선배와 그를 둘러싼 대표팀 선배들이 미친듯 고함을 지르고, 전의를 잃지 않은 이탈리아 선수들이 재빨리 골망에서 구르는 공을 들고 중앙선을 향해 뛰었다.
빠르게 경기를 재개하는 주심.
이어진 경기는 치열했다.
아무리 공격이 어설픈 이탈리아라지만 한 명이 부족한, 그것도 가뜩이나 체력이 부족한 연장전에서 이를 막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나조차 수비 가담을 위해 패널티 박스까지 내려와 압박에 참여했다.
입에서 단내가 나고, 머리가 핑 돌고, 심장은 터질 듯 두근거리고, 당장이라도 쓰러지고 싶어도 이를 악물고 참아내며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떼어내길 잠시.
“삐익!!”
이탈리아의 동점골이 터졌다.
체력 부족으로 압박이 허술해지자 마음먹고 때린 중거리슛이 그대로 골망을 흔든 것.
이번엔 반대로 우리가 재빨리 공을 잡고 중앙선을 향해 뛰었다.
여기까지와서 승부차기로 갈 순 없지.
어떻게든 이기겠단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식은땀을 넘어 창백해진 안색으로 필사적으로 뛰는 선배들.
내 발끝에서 몇 차례 위협적인 기회가 터졌지만 체력이 부족하다보니 헛발질을 하거나 다리가 풀려 쓰러지며 좋은 찬스가 무산되기도 했다.
그리고 연장전 후반도 끝을 향해 갈 무렵.
“허억, 허억… 끄으— 이번 코너킥. 누가 찰래?”
우리의 코너킥 상황.
워낙 세트피스에 강한 이탈리아다보니 큰 기대없이 윤혁 선배가 찬 공은 빗겨맞은 듯 패널티 박스 안이 아닌 그 바깥으로 향했다.
제공권 경합에 무쓸모라 패널티 박스 안이 아닌 정면 부근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던 나에게.
패널티 박스 안에서 번쩍 뛰어오른 선배들과 이탈리아 선수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쪽을 향하고, 나를 향해 떨어지는 공에 일순 당황하던 것도 잠시.
느려지는 시간 속, 몸이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이 떨어지는 지역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더니, 휙 가볍게 뛰어오르는 몸.
그간의 피로가 느껴지지 않는 경쾌한 점프였지만 뭔가 이상하다. 점프는 점픈데… 왜 세상이 거꾸로 보이지?
뒤집힌 세상에서 허공을 박차는 발등에 정확한 임팩트가 가해지고.
뻐엉!!
털썩.
가죽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그라운드에 쓰러진 시야 너머, 평상시대로 돌아온 시간의 흐름 속으로 골망을 찢을 듯 회전하고 있는 공의 모습이 들어온다.
“…골이다.”
역전골이었다.
이후 유난히 추가 시간이 길게 주어진 연장전은 끝내 4:3 대한민국의 승리로 끝났다.
마지막의 마지막, 주어진 추가 시간이 끝나고도 한참을 버티던 주심이 마침내 버티지 못하고 휘슬을 불었을 때.
‘시팔놈 이거나 쳐먹어라!!’
기뻐하는 척 전력을 다해 뻥! 찬 공이 정확히 주심의 대가리를 때린다.
퍼어어억!!
대가리 터지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에 떠밀린 것처럼 털썩 쓰러지는 주심을 뒤로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환호하며 선배들에게 달려갔다.
…너무 쌨나.
난 몰라. 아무튼 내 잘못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