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96)
196
처음엔 몰랐다.
부상 당한 직후야 아파 죽을 것 같았지만, 막상 ‘이렇게 억울하게 진다고?’라는 생각이 들자 아프고 나발이고 이겨야겠다는 생각에 아픈 것도 모르고 뛰었으니까.
아니지.
아픈 것도 몰랐다기보단, 존나 아파도 어떻게든 이기고 싶단 마음에 꾹 참았다고 해야하나.
그렇게 연장전까지 마치고 나니 그제야 코의 통증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때문에 경기 MOM으로 선정되었음에도 인터뷰 참석도 못한 채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해 검사를 했더니 생각보다 상태가 안 좋다고.
어쩐지… 머리 뒤쪽을 누군가 송곳으로 파내는 것처럼 아프고, 가끔 정신이 나갈 것 같더라니 코뼈가 나가기 직전이었구나.
거의 5~10분마다 응급처치로 코에 붙여놓은 거즈가 피에 젖어 계속 갈아야 했는데, 이 상태로 뛰어다니다보니 자꾸만 혈압이 높아져 출혈이 멎지 않았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히 코뼈가 박살난 건 아닌지라 약 먹으면서 푹 쉬면 된다지만 코속에 꽉 채워넣은 솜뭉치가 너무 불편하다.
뼈가 고정되야 한다며 뭔놈의 솜뭉치를 콧구멍 가득 넣는지 원.
게다가 끊임없이 치미는 통증이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었지만, 주심을 생각하니 이따위 통증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다.
그 새끼, 코뼈가 아주 박살이 났다고 한다.
내가 찬 공 때문은 아니고… 아니, 내가 찬 공 때문은 맞는데… 그러니까, 내가 찬 공이 직접적으로 코를 박살낸 건 아니라는 뜻.
원래 사람은 예상하고 맞으면 견뎌도 예상치 못하게 맞으면 약하게 탁 쳐도 억 하고 쓰러지는 법이라고, 경기를 끝내기 위해 휘슬을 불던 주심은 예상치 못한 강슛팅에 쳐맞고 영혼이 출타,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지며 코뼈가 박살났단다.
아랍계 특유의 거대한 코인지라 아무런 반응없이 통나무처럼 앞으로 푹 쓰러지다보니 코뼈만 박살난게 다행이라던데… 음… 아무튼 내가 찬 공에 박살난 건 아니니까.
…아니거 맞겠지?
덕분에 처음 검진을 마치고 나왔을 땐 어떻게 인터뷰해야 이 좆같은 주심 새끼 엿먹일까 고민하던 나조차 뜨금해서 여론을 살피게 됐는데… 이게 좀 묘하게 돌아가는거 아닌가.
주심을 향해 ‘고의로’ 공을 찼다고 욕먹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피파만 지랄할 뿐 여론은 압도적으로 내 편이었다.
‘그래도 주심을 향해 고의로 공을 찬 건 잘못된거다’라는 소수의 이성적 의견을 압도적인 수로 찍어누르는 ‘어떤 세력’에 의해 주심의 편파 판정만 욕을 먹더니, 피파의 삽질과 주심의 아주 먼 과거까지 탈탈 털어 나온 인종차별적 증거로 어느새 난 선의의 피해자가 되어 있던 것!!
놀랍다, 여론의 화력!
애초 주심이 트롤짓을 하긴 했지만 유구한 축구 역사에 심판의 기묘한 판정이 한 두번도 아니고, 오히려 주심에게 공을 찬 행위가 더 욕먹을거라 예상했는데 이게 웬 떡.
그렇게 병실에 드러누워 들어오는 모든 인터뷰를 거절하면서 언제 입을 털어야 베스트 타이밍일지 각을 재고 있는데, 4강전을 코앞에 두고 마침내 피파가 무릎을 꿇었다.
인구수로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아시아권에서 월드컵 보이콧 운동이 일어난데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규탄해대니 피파의 메인 스폰서들마저 ‘이러다 우리 제품까지 불매들어오겠다! 빨리 그랜절 박아!’ 압박을 가해대니 그 오만한 피파도 버틸 제간이 없었나보다.
피파 회장이 나서서 사과와 동시에 주심의 심판 자격을 박탈하고, 주심을 맞춘 내 행위에 대해 ‘고의성이 없었으나 심판에 위협적인 행동이었다’며 이전의 발언을 뒤집었다.
‘고의적’으로 심판을 맞췄다는 것에서 ‘고의성은 없었다’고 입장을 선회한 것.
뭐… 솔직히 고의적으로 맞춘 건 맞지만 언뜻보면 경기에 승리해 뻥 찬 공이 하필 주심에 맞은것처럼 보일… 보일… 보일까…?
뭐, 아무튼. 피파가 그렇다니 그런거지 뭐.
그렇게 징계 수위도 낮아져 ‘공식 경기 2경기 출장 정지’가 됐다.
다음 2경기가 월드컵 4강과 결승 혹은 3,4위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중징계처럼 보이지만, 사실 피파의 체면치레에 불과한 징계다.
과장 좀 보태 코가 주먹만큼 부어올라 있는데 경기는 무슨 경기.
입으로 호흡하며 경기를 뛸 순 없는 노릇이니, 결국 2경기 출장 정지는 부상으로 뛸 수 없는 이번 월드컵으로 끝난다는 뜻이지.
다만 감독님의 퇴장에 대한 징계는 바뀌지 않았는데, 그거야 뭐… 감독님의 항의가 너무 거셌던지라 어쩔 수 없고.
그렇게 각을 보던 나는 ‘정의구현’이 된 직후, 인터뷰를 했다.
“아아. 그건 사고였습니다. 워낙 힘들고 어려웠던 경기다보니, 휘슬이 울렸을 때 저도 모르게 흥분해서 공을 차고 말았거든요. 그게 하필 심판의 머리에 맞을 줄이야… ‘고의’는 아니지만 이 자리에서 무함마드 주심에게 사과를 하고 싶습니다.”
“피파 징계에 대해서요? 불만이라뇨, 전혀요. ‘고의’는 아니어도 엄연히 심판에 대한 위협 행동이니 마땅히 징계를 받아야지요. 물론 고의성은 전혀, 한 톨도 없지만요.”
“인종차별은 사라져야 합니다. 인종차별에 앞장서는… 아니, 이게 아니지, 인종차별 철폐에 앞장서는 피파의 결정에 지지를 보냅니다. 더불어 무함마드 주심에 대한 비난도 더는 없었으면 합니다. 비록 무함마드 주심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판정을 내렸지만, 어쨌든 징계를 받지 않았나요?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유리한 판정이 많았다는 이탈리아의 정직한 인터뷰에 감사를 표합니다. 이탈리아는 매우 어려운 상대였고,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승부였습니다.”
감명받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기자들.
훗.
좋았다.
이미 타격을 입은 피파나 나락으로 간 무함마드인지 모함마인지 하는 녀석을 굳이 물어뜯을 필요는 없다.
피파는 선수 개인이 맞서기엔 너무나 큰 단체.
지금이야 여론이 확 불타오르자 그 기세에 고개를 숙였을 뿐, 여기서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워봤자 시간이 지날수록 나만 좆되는거지.
나에 대해 불편한 심정이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직접 들이박은 것도 아니다보니 이대로 유야무야 넘겨도 되겠지만 이왕이면 큰 단체와는 우호적 관계를 정립하는게 좋지 아니한가.
노회한 정치인이나 다름없는 피파 임원들이라면 내 인터뷰에 담긴 화해의 손짓을 충분히 알아먹었을터.
어차피 이기지도 못 할 피파와 투닥거릴 필요없이 이 정도면 되겠고… 주심? 그 새낀 내가 뭐라하든 이미 끝났다.
사람들이 내가 하지말란다고 “예!”하고 그만할것도 아니고, 인터뷰라도 이렇게해서 이미지를 챙겨야지.
나머진 네티즌들이 알아서 주심 인생을 죠져줄거다.
이번에 워낙 화제가 되다보니 얼굴도 다 팔려서 어디 빌어먹고 살 수나 있을지 모르지만… 그거야 내 알바 아니고.
어쨌든 이번 인터뷰를 통해 원하던 것도 얻고, 이미지도 챙겼으니 할 건 다했다.
남은 건 코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4강전, 한국을 응원하는 것 뿐.
4강 상대는 프랑스.
내 득점왕 경쟁자인 가브리엘 멘디가 버티는 프랑스였다.
* * *
졌다.
뭐라 변명할 수 없을만큼 깔끔하게 졌다.
애초 연장전까지, 그것도 퇴장으로 한 명이 부족한 10명으로 연장전까지 뛰고 올라온 한국이다.
5일이란 꽤 긴 휴식 기간이 있었다지만 월드컵이란 빡빡한 일정에다 바로 직전 경기 10명으로 연장전까지 치룬 선수들의 체력이 남아나면 그게 이상할터.
4강 프랑스전에선 강제로 로테이션을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
몸 상태로보면 지난 경기 뛰었던 11명 중 중간에 교체되었던 소수를 뺀 7명은 벤치에 앉아야 했지만 프랑스를 상대로 2군을 내보낼 수는 없다보니 어정쩡한 1.5군으로 선발 명단을 짠 대한민국.
아니나 다를까, 핵심이던 내가 부상으로 빠지고 레귤러 맴버였던 황준수 선배가 퇴장으로 못 뛰는데다 몇 몇 주전까지 체력 이슈로 빠지니 프랑스의 상대가 될리 없었다.
말이 좋아 우승 후보지, 사실상 4강 진출이 현실적 목표였던 몰락한 명가 이탈리아와 달리 프랑스는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나라였으니, 전력 누수가 심한 한국이 이기면 그거야말로 내가 깜짝 놀라 기함할 일이었겠지.
시종일관 밀리면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배들은 끝내 프랑스의 벽을 넘지 못하고 2:1, 석패하고 말았다.
경기력으로만 보면 2:1 스코어가 다행일 수준이었지만… 악바리처럼 뛰며 한 골을 넣은 선배들의 투지는 대단했다.
비록 결승에 오르진 못했지만 한 가지 다행인 건 나와 득점왕 경쟁 중인 가브리엘 멘디가 골을 기록하지 못 했다는 점일까.
월드컵 득점 순위
1. 홍민준(21. 프랑크푸르트) – 7골
2. 가브리엘 멘디(24. PSG) – 5골
3. 호르헤 가르시아(22. 레알 마드리드) – 4골
4. 니콜로 자니올로(31. 리버풀) – 3골
4. 알프레도 페둘라(28. 맨체스터 시티) – 3골
음… 어째 다들 익숙한 이름들이로군.
2위인 가브리엘 멘디는 지난 올림픽에서도 득점왕을 차지한 내 뒤를 이어 득점 2위를 기록했고. 호르헤 가르시아… 이 게이쉑… 아니, 이 내 빠돌이 역시 지난 올림픽에서 득점 3위를 기록했던 놈이다.
월드컵 개최전 득점왕 경쟁을 할거라 예상되던 브라질의 월리안과 독일의 루벤 보크는 어디가고, 막상 개봉해보니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이 골을 쓸어담고 있는 상황.
덕분에 새로운 세대니 뭐니 기사가 꽤 나오긴 했는데… 어쨌든 중요한 건 이제 기회가 없는 나와는 달리 득점 2, 3위인 가브리엘 멘디와 호르헤 가르시아의 프랑스와 스페인은 경기가 남았다는 거다.
…젠장, 설마 득점왕 뺏기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