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99)
199
떨떠름한 표정의 두 사람에게 대의명분에 대한 장광설을 늘어놨다.
“전에는 몰랐거든? 내 앞가림하기 바빠서 이런 생각 하나도 없었는데, 이제 좀 커리어가 쌓였잖아. 인정도 받고. 나름 성공하고나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내가 우리나라 축구를 위해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우리나라 축구 발전에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고.”
“…뭐? 무슨 발전? 우리나라 축구 발전?”
마치 ‘내가 지금 무슨 소릴 들은거람?’하는, 귀를 의심하는 듯 한 표정으로 되묻는 하린이에게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민준아. 지금 그거 웃기라고 한 말이야? 하나도 재미없는데.”
“저게 농담이겠어? 어울리지도 않게 무슨 놈의 축구 발전. 너, 헛소리하지말고 똑바로 말해. 솔직히 뭔데?”
…젠장, 안 통하네.
넘어오긴커녕 황당해하는 하린이와 되려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다예. 이것들 역시 나를 너무 잘 알아.
“에이 진짜. 월드컵 우승하고 싶어서 그런다 왜!”
“월드컵 우승이랑 그게 뭔 상관인데?”
“내가 직접 키워서 잡아먹… 월드컵 우승 맴버로 써먹으려고.”
“이거 완전 미친놈아냐?”
질색하는 다예의 외침에 하린이마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얘들아, 잠깐만. 나도 아무 생각없이 한 말은 아니거든?”
“…….”
“…….”
“그 표정 뭔데! 진짜라고! 다 생각이 있으니까 일단 들어봐.”
의심스럽다는 듯 빤히 쳐다보던 두 사람이 슬쩍 시선을 교환하더니 말하라는 듯 자세를 잡는다.
팔짱을 끼고 침대 맡에 몸을 기대는 하린이와 시큰둥한 표정으로 침대에 엎드려 턱을 괴는 다예.
어째 풍기는 분위기가 ‘어디 한 번 지껄여봐’라는 느낌인데… 젠장, 평소엔 사이도 안 좋으면서 왜 이럴 땐 죽이 척척 맞는거냐.
“방금 구단 인수하자고 한 건 월드컵보다 속터져서 충동적으로 내뱉은거지만, 그래도 전부터 생각은 해왔어. 꼭 구단이 아니라도 축구 교실이든 뭐든 말야.”
무게감이 느껴지도록 최대한 진중한 표정으로 본격 엄격, 근엄, 진지하게 말하고 있건만 이것들은 어디서 개가 짖나 하는 표정만 짓고 있을 뿐.
“저기 얘들아? 듣고 있어?”
“후. 그래서 구단을 인수하겠다고? 월드컵 우승하려고?”
“그치.”
높낮이 없이 평탄한 억양으로 묻는 하린이에게 애써 고개를 끄덕여주었더니 이번엔 가늘게 뜬 눈으로 지켜보던 다예가 입을 연다.
“그냥 귀화하지 그래?”
“바보야 그게 가능할리없잖아. 이미 한국 국가대표로 공식 경기에 출전했는데 이제와서 어떻게 귀화해. 다른 국적으로 국가대표 경기 못 뛰어. 뛸 수 있다해도 지금와서 귀화하면 현대판 이완용될걸? 전 국민적 매국노.”
“내가 진짜 그걸 몰라서 말했겠니? 그러니까 불가능하다는 거잖아, 내 말은.”
으, 음… 하긴.
이론이나 규정에 대해선 나보다 빠삭한 다예가 이런 기본적인걸 모를리 없지.
“그래서 더더욱 유소년을 키워야지. 나 오래 뛸 자신있어. 다다다음 월드컵이래봐야 나 고작 33살이야. 그리고 그 다음 월드컵도 37살. 그때까지 기량 유지 할 수 있으니, 12~16년이면 새로운 세대를 준비하기 충분한 시간이야.”
스포츠에 본격적으로 과학이 도입된 이후, 과학적 관리법을 통해 선수들이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졌다.
90~00년대만해도 30살은 은퇴를 생각할 나이었지만 지금은 선수의 전성기라 평가하는 나이.
그러다보니 자연 월드컵에 출전하는 노장 선수도 많아졌다.
30대 중반은 평범한 수준이고, 40에 가깝거나 넘은 나이에도 월드컵 주전으로 활약한 다니엘 알베스나 티아고 실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같은 선수들도 있잖은가.
상태창이 있는 내가 이들보다 못할까.
최소한 다다다다음 월드컵이 있는 37살까진 기량을 유지할 수 있을거라 자신한다.
“어쩌면 그 다음인 41살도 가능할지도? 가만, 그럼 20년인가? 20년 잡고 유소년 키우면—”
떠벌떠벌 말하는 날 한심하게 지켜보던 하린이가 툭 말을 던진다.
“불가사이한 성장 속도만 봐도 네가 평범하지 않다는 건 알아. 너라면 30대 후반, 어쩌면 네 말대로 41살에도 여전한 기량으로 윌드컵에 출전할 수 있겠지.”
“그치!?”
“근데 유소년이 키운다고 키워져? 단순히 프로 데뷔시키는 것도 힘든데, 네가 원하는 수준은 월드컵 우승을 노려볼만한 실력이잖아. 그런 실력이, 선수 신분인 네가 끼적거린다고 가능하겠냐고.”
“그리고 구단 운영비는 하늘에서 떨어지냐? 헛소리말고 네 성장에나 신경써.”
냉정하게 지적하는 하린이와 거기에 시큰둥하게 추가하는 다예.
확실히 옳은 지적이다. 내 뜬금없는 말에 찬성했으면 그거야말로 무지성이었겠지.
“알아. 국가대표급 유소년을 키우는게 얼마나 힘든지도, 구단 운영하는게 어렵다는 것도.”
난 바보가 아니다.
상태창이 있다고 세상만사가 모두 내 마음대로 돌아갈거라 생각할 정도로 현실감각이 없는 것도 아니고, 가능성이나 어려움을 외면할 정도로 생각이 없지도 않다.
“그러니까 두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거야. 들어봐.”
전부터 관심이 있었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다.
물론 진지한 관심은 아니고, 흥미위주긴 했으나… 덕분에 이전에 폰에 스크랩해둔 기사를 곧바로 보여줄 수 있었다.
“내가 설마 유럽이나 K리그 구단을 말했겠어? 내가 말한 건 K리그 3~4부 구단이야.”
K리그는 크게 1~2부와 3~4부로 나뉘어져 있다.
왜 1~4부가 아닌 1~2부/3~4부냐 하면… 상호 승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2부 구단은 상호 승강이 가능하다.
예를들면 1부 리그 구단이 2부로 강등되고, 2부 리그 구단이 1부로 승격이 가능하다는 것.
이는 3~4부 구단 간에도 똑같은데, 2~3부 사이엔 승강이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아무리 성적을 꼬라박아도 2부 리그 구단이 3부로 떨어지는 건 불가능하고, 전승 우승을 달성해도 3부 리그 구단이 2부로 승격하는게 불가능하다는 뜻.
즉, 1~2부와 3~4부는 편의상 1~4부로 구분될 뿐 실제로는 별개로 운영된다는 거다.
그렇다면 왜 1~2부가 아닌 3~4부냐?
“잠깐만… 보자, 북마크 리스트 여기 어딘가에… 이, 이건 아니고. 흠흠. 이거다. 자, 이거 봐봐. 3~4부 리그 구단 운영비야.”
북마크 리스트 가득 들어찬 후방주의가 필요한 무언가로 잠깐 기겁했으나 80에 이른 반사신경으로 재빨리 원하던 기사를 찾아냈다.
“3부 격인 K3 리그 구단들의 연간 운영비는 3개의 공기업 구단을 제외하면 10~20억대가 주류야. 여기봐, 심지어 10억도 안 되는 구단들도 있잖아.”
국민체육진흥법 제10조에 따라 공기업은 스포츠 구단을 운영할 의무가 있는데, 원해서 운영하는게 아닌 법령으로 정해진 의무에 따른 운영이기에 공기업은 구단의 운영에 관심이 없다.
그러나 예산만큼은 넉넉하게 쥐어주는데, K3에서 가장 많은 운영비를 받는 경주한수원은 남여팀 합쳐 무려 50억이 넘는 예산이 주어질 정도.
그러나 공기업이 운영하는 경주한수원, 대전코레일, 부산교통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의 운영비는 확 줄어드는데, 대부분의 구단은 10~20억 예산으로 구단을 꾸리고 심지어 10억도 안 되는 운영비를 쓰는 구단도 있다.
“이 기사 봐봐. 전주시민구단에 대한 기산데, K3 리그의 원년 맴버로 한 해 예산이 12억이래. 사무국 직원 6명과 코치 4명, 선수단 37명까지 총 47명의 인건비와 일반 운영비가 12억이라는 거야. 거기에 4부 리그는 더 적어서 기껏해야 10억이야, 10억. 10억이면 4부 리그에선 맨시티, PSG라고.”
하린이가 묵묵히 내 폰을 받아들고 훑어본다. 옆에서 얼굴을 바짝 붙이고 같이 기사를 보는 다예.
효, 효과가 있나…?
기세를 몰아 다다다 말을 쏟아냈다.
“게다가 K3, K4 리그는 유소년 키우기에도 적합하다고! 잠깐만, 폰 좀. 이거 봐. K3 리그 규정인데, 선발과 교체 합쳐서 18명의 출전명단 중 23세 이하 선수와 21세 이하 선수를 각각 2명, 1명씩 필수로 포함해야 하는 규정이 있어. K4는 아예 21세 이하 선수만 3명이 필요하고. 한 마디로 어린 선수가 필수라 유소년 키우기에 안성맞춤이지!”
묵묵히 나를 쳐다보는 하린이와 다예.
의미를 알 수 없는 그 시선에 삐질삐질 진땀을 흘리다 간신히 떠오른 정보를 쏟아냈다.
“아, 아까 내가 보여준 전주시민축구단 알지? 거긴 아예 10대 선수가 2명이나 선발에 들었다네. 10대가 2명이야, 2명. 그리고 전부터 생각한건데, 너네 나한테만 붙어있기엔 너무 능력이 아깝잖아. 하린이도 다예도 다 능력있는데… 뭐라도 사회 생활을 해야하지 않겠어? 이를테면 구단 운영이라든가~ …저기, 얘들아? 무슨 반응 좀…”
내 말에 힐끔 시선을 교환하는 두 사람.
눈짓을 주고받던 두 사람 중 하린이가 다예를 향해 까딱, 턱짓을 한다.
“야 홍민준.”
“으응!?”
“그래. 뭐… 나름 생각은 있었네. 근데 너 이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연간 10억 상당… 네 연봉이면 감당할 수 있겠지만… 너, 돈 벌어서 다 구단에 꼬라박을거야? 게다가 네가 원하는 유소년 시설 갖추려면 투자도 필요할텐데?”
“그래서 하린이 도움이 필요하다는거지!”
“나? 설마 내 재산? 민준이, 너 필요하다면 빌딩이나 땅 팔아서 지원할 순 있는데…”
팔짱을 낀 하린이가 싸늘하게 쳐다본다.
“고작 구단주 놀이하자고 내 재산 달라는 건 아니지? 그치?”
“날 뭘로 보고! 당연히 아니지! 내 말은, 그러니까… 너네 아부지 좀 뵙자는…”
점점 차가워지는 눈빛.
“상견례! 그래, 상견례 좀 하자는거지!”
“야, 너 진짜 미쳤구나?”
“물론 다예 너도!”
“…이거 순 또라이새끼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