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
002
슬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선수들이 떠들고 있는 것이 지각은 아닌 것 같다.
“뭐야. 이새낀 뭔데 문앞을 막고 서있어.”
안도하자마자 다시 한 번 문이 열리며 곰같은 체구의 아저씨가 들어왔다.
감독님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안녕하십니까!!”
재빨리 몸을 돌려 꾸벅 고개를 숙였다.
“응? 얜 누구냐?”
날 멀뚱히 바라보던 감독님의 물음에 선배들이 일제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개꿀잼 몰칸가?
“웬 아이돌이 왔네. 넌 누구냐?”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입부하게 된 신입부원 홍민준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개꿀잼 몰카같아 일단 씨게 인사부터 박고봤다.
많이 완화되었지만 아직도 종종 똥군기 잡는 축구부가 있다고 하니, 이럴 땐 그냥 큰 목소리로 인사하면 중간은 가는 법이다.
“그래그래, 우리 막둥이였구… 잠깐, 누구라고?”
“네? 홍민준입니다.”
“홍민준? 네가?”
그럼 김민준이겠냐.
아저씨 아니랄까봐 재미없는 개그를 하지만 감독이니 어쩌겠어, 맞춰줘야지.
“하하. 맞습니다, 홍민준. 전에, 저 스카웃하러 오셨을 때 보셨잖아요.”
“그치. 그랬지. …근데 홍민준이가 이렇게 생겼었나??”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는데 분위기가 어째 쌔하다.
아리송하다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뜯어보는 시선에 삐질삐질 식은땀만 흘리고 있으려니 감독이 미묘한 표정으로 말했다.
“거 참 희안하네. 홍민준이 와꾸가 이런 와꾸가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러심까, 감독님?”
다시 문이 열리며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어, 김코치. 마침 잘왔다. 너 홍민준이 알지? 거, 왜 발재간 좋은놈.”
“알죠. 감독님이 이번에 스카웃 해온 얘 아닙니까?”
“얘가 걔라는데?”
“……??”
“……??”
두 사람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더니.
“가만. 근데 홍민준이가 어떻게 생겼더라?”
“글쎄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음… 뭐, 맞겠지. 자! 신입부원들은 앞으로 나와봐라!”
…뭐냐.
뭔데.
뭐냐고 진짜!!
신종 괴롭힘이냐? 그런거야??
감독과 코치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벙쪘지만 뭐라고 할수도 없고.
쭈뼛쭈볏 나오는 신입부원들 사이에 껴서 눈치껏 적당히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고 간단한 신고식 겸 노래를 불렀다.
“이야~ 홍민준이라고? 너 진짜 아이돌하다 왔냐?”
“아닙니다.”
“뭐 연습생 그런거 아니야?”
“…아닌데요.”
“와… 노래 존나 잘하네.”
“감사합니다….”
누구 놀리나.
난 노래는 잘하지만 얼굴은 평범하다. 아이돌은 무슨.
“자~ 모두 환영의 박수!”
의례적인 박수가 끝나고 감독님이 선수들을 둘러보며 입을 연다.
“오늘부터 우리 축구부의 합숙 훈련이 시작된다. 내가 말했지? 프로에게 프리시즌은 뭐라고?”
“시즌을 대비하는 최고의 준비 기간입니다!”
“그래. 우리가 비록 프로는 아니지만 프로를 지망하는 사람들답게 프리시즌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설마 축구부원이 방학이라고 헬렐레 빠진 건 아니지?”
“아닙니다!!”
우렁찬 목소리.
에이 씨 무슨 군대냐.
“3주간의 합숙으로 시즌 시작 전 체력을 다지고, 전술적 움직임을 맞출거다. 4학년들! 선배들 졸업하고, 이제 너희들이 주축인 거 명심해라. 알다시피 나는 훈련에 제대로 못 따라오는 놈은 졸업반이라도 얄쨜없어!”
다시 한 번 우렁찬 대답이 터진다.
어우, 다들 의욕이 넘치네.
“그리고 우리 막둥이들. 아쉽게 근래 성적이 좋지 못해서 이번 합숙은 학교에서 한다. 너무 실망하지 말고. 지금 실망하면 힘들어서 훈련도 못 받아.”
뚱하니 감독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왠지 체력훈련 오지게 시킬 삘인데.
“자~ 그럼 이제 유니폼으로 환복하고 운동장으로 나온다! 실시!”
“실시!!”
씨바… 군대냐?
감독님과 코치가 나가고 선배들이 우르르 일어나 우리를 탈의실로 이끈다.
어우, 땀냄새. 아주 라커에 땀냄새가 뱄네, 뱄어.
배정받은 사물함을 열자마자 거울이 보였다.
근데 처음보는 남자가…?
뚱하니 날 바라보는 남자와 눈싸움을 하길 잠시.
‘…어?’
이거 설마 나?
이 존잘이… 나라고?
이게 대체 뭔…
“야 신입! 이새끼 뭐 이렇게 굼떠! 빨리 안 갈아입어!?”
“네, 네! 갑니다!!”
아이 씨발 뭐야 이건.
* * *
스트레칭을 하며 곰곰히 생각해보니 개꿈이 떠올랐다.
설마 그 상태창이… 떴다!
‘진짜였네.’
상태창이라니.
이거라면 프로… 아니, 모든 축구 선수가 원하는 발롱도르도 꿈이 아니다.
“모여라! 첫날은 가볍게 연습게임이다.”
상태창을 보며 히히덕거리고 있었더니 연습게임이 잡혔다.
하… 이거 참. 벌써 내 실력을 뽐낼때가왔나.
1학년때부터 주전을 차지하려면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법.
“자, 팀 불러준다. 일단 막둥이들! 올해 우리 막둥이가 6명인데, 보자… 다들 포지션이 어떻더라?”
“측면 공격수입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번쩍 손을 치켜들며 대답했다.
남자는 자신감이지!
“좋아, 우리 와꾸대장 민준이는 왼쪽 날개! 다음 넌?”
아 진짜.
와꾸대장이 뭐야, 와꾸대장이.
하여간 아재 아니랄까봐.
혼자 좋다고 껄껄 웃는 감독에게 애써 웃어주고 있으니 신입부원들이 차례로 대답한다.
“중앙 수비수입니다!”
“미드필더입니다!”
그렇게 신입 6명이 각자 주 포지션에 배치되고, 남은 자리는 2학년으로 보이는 선배들이 들어와 스타팅 맴버를 갖췄다.
“우리 막둥이들 들어간 팀은 내가 직접 감독하고. 수석! 그쪽 부탁해.”
“알겠습니다, 감독님.”
감독의 말에 수석코치인 듯 한 아저씨가 3,4학년 선배들을 이끌고 자리를 옮긴다.
“자. 우리는 4-3-3으로 간다. 익숙하지? 요즘 중고등 리그에서도 유행하는 포메이션이니 다들 익숙할거야. 혹시 잘 모른다 거수.”
당연히 아무도 없다.
요즘은 전통의 4-4-2보다 자주 쓰이는 포메이션이기에 익숙하기도 했고, 여기서 모른다고 손 들기엔 눈치가 보이니까.
“빨리 익숙해져야 할 거다. 우리팀 기본도 4-3-3이거든. 아니면 뭐,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줘서 포메이션을 바꾸게 만들어보던지.”
씨익 웃은 감독이 어울리지 않게 날카로운 시선으로 우리를 훑어봤다.
“자 그럼 세부전술간다.”
이건 잘 들어야 한다.
같은 4-3-3이라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니까.
전술적인 움직임엔 자신 없지만… 최대한 이해해보자.
“잘 뛰어봐.”
“…네?”
“열심히 뛰어보라고.”
“그… 감독님. 중앙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종적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횡적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그러니까 알아서 잘 해보라고.”
“…….”
2학년들은 담담한 걸 보니 어째 알고있던 모양새.
1학년, 내 동기들과 시선이 마주쳤다. 축구로 여기까지 올라온 애들답게 다들 눈치깐 표정.
쓰읍.
보아하니 테스트네.
대충 구성만 맞춰놓고 알아서 뛰게 만들어서 선수의 움직임과 장단점을 파악하기 위한 테스트가 분명했다.
그래. 오히려 좋다.
애초에 난 전술적 움직임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다.
차라리 이런 프리롤에 가까운 역할이 잘 맞지.
이번 기회에 내 실력을 보여주겠어.
…고딩리그에선 좀 죽을썼지만, 그때의 부진은 내 상태창으로 만회하면 되는거야.
둥글게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각자의 자리에 선 후, 코치 하나가 심판 역할을 맡아 휘슬을 분다.
그리고 시작과 동시에 묘한 미소를 짓고있던 3~4학년 선배팀이 기습적으로 밀고 들어왔다.
상대팀 역시 우리와 똑같은 4-3-3.
공격진 3명이 휘슬과 함께 번개처럼 뛰어들고, 공을 받은 상대팀 미드필더가 대뜸 길게 내지른다.
‘저딴 게 통할리가 있나. 당연히… 있어!?’
우리 중앙 수비수는 신입생 하나와 2학년 선배 하나.
심지어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는 선수 역시 신입생이라 그런가, 기습적이지만 결코 위협적이지 않은 상대의 플레이에 뻥 뚫려버렸다.
“아니 씨발! 센터백 뭐해! 한 놈 마크하고, 한 놈 백업해야지!!”
유일한 3학년인 골키퍼 선배의 외침은 이미 늦은 감이 있었다.
붕 떠서 날아오는 공을 향해 동시에 높이 뛰어오른 중앙 수비수 두 명이 나란히 나동그라졌으니까.
“이걸로 한 골~”
‘아니 미친… 조직력 실화냐.’
아무리 처음 손발을 맞춰본다지만 나름 엘리트 축구인들 아닌가.
센터백이면 기본적으로 베테랑이나 골키퍼의 콜에 의한 움직임이 기본이고, 설혹 콜이 없더라도 한 명이 달려들면 한 명이 백업해주는 것이 기초 중의 기초인데 이게 무슨 아마추어적 플레이.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나도 나름 엘리트 축구선수다.
비록 유럽파도, k리거도 되지 못했지만 초등학생때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시절의 무수한 경쟁을 뚫고 대학리그까지 올라왔다.
당연히 나름 재능도 있고 무엇보다… 승부욕도 강했다.
‘시발. 애초에 신입생과 2학년 백업 맴버들로 3~4학년 주전팀을 이길거라 생각은 없었지만 이렇게 병신같이 질 순 없어.’
다시 재개되는 경기.
골을 먹힌 탓에 우리 공격수가 휘슬과 함께 툭, 공을 건네준다.
오늘 처음으로 터치하는 공의 감각은 나쁘지 않았다.
축구화 너머로 느껴지는 익숙한 감촉.
‘컨디션은 좋아.’
그러나 내가 무슨 펠레나 마라도나도 아니고 중앙선에서 공을 받자마자 무식하게 드리블해 들어갈 순 없는 법. 가볍게 뒤를 향해 공을 돌린다.
그렇게 수비수, 미드필더 다시 수비수 사이를 공이 오간다.
골을 먹혔다지만 이제 막 경기가 시작된 시점이니 모두가 공을 터치해보며 감각을 끌어올려야 할 때다. 최대한 아군의 터치 횟수를 늘려야지.
수비진영에서부터 허리까지 차분히 빌드업을 하며 패스를 이어오다 예쁜 각이 안 나오면 다시금 수비를 향해 공을 돌리길 잠시.
지켜보던 감독이 버럭 소리쳤다.
“뭐해! 골 쳐먹히고 공만 돌리다 끝낼거야? 적극적으로 해, 적극적으로!!”
‘그래, 씨바. 그냥 들이박자.’
아무리 열받아도 경기 경험이 한 두번도 아니고, 무턱대로 들이받을만큼 단세포는 아니지만… 시작부터 골을 넣고 기고만장 한 상대팀.
특히 신입생을 상대한다고 방심한 듯 한 수비진영의 모습과 이것이 내 장점을 어필해야 할 테스트경기라는 것, 그리고 애초에 조직력 승부에서 기존의 주전과 처음 손발을 맞추는 팀이 상대가 될리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 기량으로 인한 승부수— 이른바 ‘크랙’의 활약이 필요한 시기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내가 맡아야 할 역할.
중학생 시절. 그리고 고등학생 초기까지 난 언제나 ‘크랙’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비록 한동안 부진했지만 테크닉만큼은 프로에서도 먹힐거란 평가를 받던 내 개인기량이면…!
“패스!”
귀찮게 날 마크하는 상대 측면 공격수를 떨쳐내기 위해 조금 아래로 내려가야 했지만 무사히 공을 받을 수 있었다.
공을 받으며 자연스레 몸을 돌리니 시야 가득 들어오는 광활한 필드.
대충 중앙선 부근인가.
역습 기회도 아닌지라 상대 진형이 잘 갖추어진 상태.
여기서 단독 드리블 돌파는 아무래도 무리지만… 그래도 방심하고 있는 지금, 한 두명 정도는 제칠 자신있다. 일단, 들어가자.
툭, 툭, 천천히 공을 몰고 나아가니 기다렸다는 듯 날 마크하던 상대 윙어가 다가온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짧은 대치.
‘확실히 대학 리그 선수라 쉽게 넘어가지 않지만… 나에겐 상태창이…’
어라? 잠깐만.
나… 스탯 뭘 찍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