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00)
200
내 눈을 빤히 들여다보던 다예가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진심이구나.”
“들어봐. 구단주라는게 뭐 특별한게 아냐. 왜 김수로도 잉글랜드 축구팀 구단주잖아.”
“김수로? 배우?”
맞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여줬다.
실제로 김수로는 영국 13부 리그 첼시 로버스의 구단주다.
“넌 현역 선수잖아. 구단 운영은 어쩔건데?”
어디 말해보라는 듯 턱을 치켜드는 다예와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하린이의 모습이 청문회장을 방불케했다.
하지만 이쯤이야 간단하지.
“구단주는 이른바 오너야. 오너가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맡기는 기업처럼, 구단주도 단장이나 이사같은 보드진에게 구단 운영을 맡기는 경우가 많아. 구단주가 되더라도 난 선수 생활에 집중해야하니, 나는 구단의 큰 방향… 이를테면 유소년 육성을 중시한다든가, 육성 방향을 정해주는 정도일거야. 그래서 너희 도움이 필요해.”
“대신 구단을 운영해 달라고?”
“그 정도는 아니고. 구단 운영을 맡길 단장은 따로 찾아봐야하고… 내가 부탁하는 건 나와 구단 사이의 가교가 되어달라는거지. 알다시피 시즌이 시작하면 바빠서 제대로 구단을 들여다볼 수 없잖아. 그러니까 너희가 구단주인 날 대리해서 구단이 제대로 돌아가나, 운영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살펴보고 내 의지를 반영해달라는거지.”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하린이와 다예는 뛰어난 인재다. 이른바 능력녀.
그런 두 사람이 단순히 내 곁에 붙어있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이렇게나마 조금씩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지.
…겸사겸사 얘들이 바빠야 감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여자도 좀 만나고.
준비라도 한 것처럼 좔좔 흘러나오는 내 대답에 서로를 흘낏 돌아보는 두 사람.
이어 바통터치라도 하듯 지금까지 질문을 던지던 다예를 대신해 하린이가 나선다.
“유소년 육성을 중시한다는게 정확히 뭐야? 내가 알기론 돈 좀 투자한다고 다 되는게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재능있는 유소년이 그렇게 샘솟을리 없잖아.”
“솔직히 유소년 육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재능이야. 투자? 없어도 돼. 재능만 있으면. 차범근이 어디 제대로 된 훈련장에서 제대로 된 축구 훈련을 받아서 그런 활약을 펼쳤겠어? 안정환은 뭐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훈련을 했다고. 결론은 재능이야.”
축구 인프라가 유럽은커녕 한국에도 비할 수 없이 떨어지는 지역에서도 종종 뛰어난 축구 선수가 등장하곤 한다.
대표적으로 아프리카나 중남미 대륙.
물론 그쪽 지역에도 좋은 훈련 시설을 갖춘 곳은 있다. 제대로 된 축구 구단이 운영하는 유소년 팀이나 축구 교실 같은.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빈약하다 못해 없다시피 한 훈련장에서 재능만으로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출현하지 않는가.
극단적으로 말해 마다가스카르, 실론, 파나마, 스리랑카, 태평양의 무수한 제도… 이런 지역 출신 빅리거가 과연 유소년 시절 제대로 된 훈련을 받았겠는가.
“물론 투자가 있으면 유리한 게 사실이지. 재능이 최고라지만 투자를 안 할 생각은 아니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재능이라는거지. 내가 원하는 건 무슨 클레르퐁텐 같은게 아냐.”
프랑스의 축구 아카데미로 유명한 클레르퐁텐.
멀리는 티에리 앙리부터 가까이는 킬리안 음바페까지 무수한 전설적인 선수를 배출해온 이 교육 시설은 한국 축구협회에서도 벤치마킹해갈 정도.
“나는 그냥 재능있는 어린 친구들을 기존의 한국 선수와는 다른 방향으로… 보다 도전적이고 모험적이고 자유로운 플레이를 위한 방향으로 교육 시키겠다는거야. 이건 수준의 높낮이가 아닌, 방향성의 문제 문제야.”
한국에는 모험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드물다.
유럽에서 말하는 ‘창의적인’ 플레이 말이다.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이 단점만 있는 건 아니지만 모든 선수가 비슷한 성향을 가진다면 대응 역시 쉬워지 법.
“혹시 알아? 경주한수원에서 뛰다 전북 현대로 이적해 한국의 대표적인 수비수가 된 김민재 선수 같은 케이스가 있을지?”
한국의 역대 최고 센터백 중 한명으로 꼽히는 김민재 선수는 K3의 전신 네셔널 리그의 경주한국수력원자력, 속칭 경주한수원에서 전북 현대로 이적한바 있다.
물론 여기엔 여러가지 사정이 있기에 단순하게 내셔널 리그 출신이라 할 순 없지만.
“내 말은 기존 한국 선수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유소년을 키워보겠다는거야. 잘 되서 국가대표까지 배출하면 좋지만 안 되도 뭐 어쩔 수 없는거고.”
묵묵히 듣고있던 하린이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
“요약하면 연 10억 수준의 운영비로 유소년 육성에 집중하는 구단을 운영해보겠다는거네. 그러니까… 비싼 취미라는거잖아. 10억… 뭐, 그정도면 괜찮겠지. 해봐, 한 번.”
‘취미 아닌데.’
…라는 말은 속으로 삼켰다.
어쨌든 허락받았으니 됐나.
* * *
귀국은 엄청난 환호속에서 이루어졌다.
100년내 다시는 재현할 수 없을거라 여겨지던 2002년의 신화, 월드컵 4강.
하필 마지막 경기인 3,4위전에서 스페인한테 그야말로 영혼이 털리며 0:4 패배했지만, 그래도 월드컵 4강 아닌가.
아무리 일희일비하는 FC 코리아라도 마지막 경기만으로 대표팀을 비난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너무 열광하는 바람에 인천국제공항이 마비될 정도로 인파가 몰려 문제였지.
“오지제! 오지제!!”
“이쪽 좀 봐주세요! 윤혁이다! 윤혁, 여기, 여기 좀요!!”
“꺄아아악!! 홍민준이다!!”
출국장을 나서기 전부터 주의를 들었지만 실제 인파와 마주하는 건 역시 느낌이 다르다.
그야말로 발디딜 틈 하나 없이 출국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어마어마한 환호에 지진이라도 난 듯 땅이 울린다.
“잠시만, 잠시만 진정해 주세요! 어어, 밀지마세요! 라인 지켜주세요!”
벽을 만들고 있던 공항경비대가 간신히 인파를 막는 동안 호다닥 준비된 인터뷰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전 국민이 카메라를 통해 지켜보는데 모양빠지게 뛸 순 없지만 보안 요원들이 어서 가라고 재촉하다보니 뛰는 것도 아니고, 걷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모양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겨 도착한 인터뷰장.
그곳 역시 사람들로 꽉 차 있긴 마찬가지였다.
다만 일반인이 아닌 기자라는게 달랐을 뿐.
“오지제 감독님! 30년 만에 4강 신화를 재현하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최태식 선수! 벌써부터 대한민국 역대 센터백 순위에 오르내리는데 홍명보, 김민재 같은 한국의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기분 좀 말씀해주세요!”
“여기, 여기 좀 봐주세요! 설요한 선수, 마지막 경기에서 눈물을 보였는데, 이유가 뭔가요!”
차분히 기다리던 것이 거짓이라는 듯 순식간에 도떼기 시장을 방불케하는 외침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수십 명의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감독님부터 한 명을 제외한 선수단까지 인터뷰가 마무리되고, 드디어 모두가 기다리던 대망의 순서.
“자,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4강 신화의 주역! 대표팀의 새로운 에이스! 무려 월드컵 득점왕을 차지한, 홍민준 선수의 인터뷰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사전에 합의한대로 다른 사람들의 인터뷰가 모두 끝난 뒤, 드디어 나에게로 넘어오는 마이크.
가장 우측에 앉은 감독님으로부터 코칭 스탭, 주장, 선수단 순서로 한 명씩 차례차례 마이크가 건네진다.
처음 마이크를 넘긴 감독님의 박수를 시작으로 마이크가 손에서 손으로 넘어올때마다 이어지는 박수는 마침내 마이크가 내 앞에 도달했을 땐, 코칭 스탭부터 선수단, 기자 그리고 회견장에 있던 모든 사람의 박수가 되고 말았다.
크흠.
이거 부끄럽구만.
“으하하하. 홍민준 선수, 지금 부끄러워하는 건가요? 얼굴이 빨개지셨는데요?”
“이야 홍민준이 민망할때가 다 있네.”
민망해하는 내 모습에 짖궂게 웃으며 더욱 크게 박수를 치는 사람들.
아무리 얼굴 가죽이 두꺼운 나라지만 이건 좀…
“안녕하세요 홍민준입니다.”
“우와아아아!!”
견디지 못하고 마이크를 잡아 인사를 건네자마자 쏟아지는 환호성.
크으… 이 맛이지. 이게 슈퍼스타의 인기아니겠어.
『자랑스런 태극 건아들의 귀국!』
「지난 16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재현한 축구 국가대표팀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였다.
당초 16강 진출을 목표로 했던 오지제호는 첫 경기 아르헨티나전 승리를 시작으로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승승장구, 마침내 4강에 오르는 기적을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기적을 쓸 수 있었던 요인으로 지난 월드컵 이후 4년의 임기를 보장받으며 일찌감치 대표팀에 부임한 오지제 감독의 뚝심있는 강단과 주장 최태식을 비롯한 고참 선수들의 노련함과 윤혁, 황준수 같은 뛰어난 신예의 조합을 꼽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4강 신화를 재현할 수 있던 중심은 바로 홍민준.
불과 2년 전, 시드니 올림픽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홍민준은 그 활약을 바탕으로 캄 노우에 입성하였다.
이후 2.분데스리가 득점왕과 분데스리가 득점왕, 유로파 리그 득점왕을 모두 석권하며 역대 최고의 재능임을 증명한 홍민준은 마침내 월드컵에서 7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올랐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브라질의 호나우두가 기록한 8골을 제외하면 21세기 월드컵 역사상 최다골이자 아시아 최초의 월드컵 득점왕이었다.
홍민준은 귀국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국의 가능성과 한계를 보았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 월드컵 우승은 꿈이 아니다.”라며 월드컵 우승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후—
.
.
.
월드컵 득점왕으로 우뚝 선 홍민준의 이적이 가시화되며 차기 행선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회를 끝낸 홍민준은 이번 달 국내에서 휴식을 취할 것이라 밝혔다.」
“음.”
기사를 읽던 노인이 고집스레 입매를 비틀며 툭, 테이블 위로 신문을 던져놓는다.
“그래. 내 자네를 한 번 보고싶었지.”
젊었을 적 여자 깨나 울렸을 법한 중후한 얼굴의 노신사의 눈이 나란히 앉은 한 쌍의 남녀를 한눈에 담는다.
눈앞에 있는 건 방금까지 노인이 보던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던 매력적인 얼굴의 선수와 노인의 하나 밖에 없는 귀하고 소중한 고명딸.
“홍민준 선수. 날 보자했다고.”
60살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붉은빛을 띄는 정정한 안색과 운동깨나 한 단단한 몸, 짙고 뚜렷한 눈썹과 강렬한 눈빛을 가진 노인.
말석이지만 대한민국 10대 재벌로 꼽히는 GT 그룹의 총수이자 오하린의 친부.
GT 그룹의 총수 오상재가 바로 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