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05)
205
내가 좌충우돌하는 동안 축구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시즌이 끝나 경기가 없을 때 축구팬들을 달래주는건 이적 시장이지만 올해는 월드컵으로 그것이 미루어졌다.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한동안 모든 화제와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으니까.
그러나 7월 15일로 월드컵마저 끝나고나니 축구팬의 관심은 다시금 이적 시장으로 향했고, 이에 기다렸다는 듯 각종 찌라시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벌써 어느 선수와 구단이 합의를 완료했느니, 어느 구단이 누구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중이라느니, 어느 선수의 이적료가 얼마나 될거라느니 같은 어그로를 끄는 찌라시들.
『월드컵을 통해 급부상한 크로아티나의 신성을 노리는 구단들』
『챔피언스 리그 16강 탈락의 여파? 바르셀로나 분노의 영입을 준비중』
『웨스트햄의 골잡이를 노리는 도르트문트』
『베스팔티 5000만 유로에 밀란행?』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한국 대표팀 선수들, 유럽으로 대거 진출하는 기회가 될까?』
언제나처럼 범람하는 수많은 찌라시들 속, 이번 이적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따로 있었으니
『프랑크푸르트, 이사회가 끝나는 3일 내로 홍민준에 대한 중대결단 내릴 듯』
바로 홍민준이었다.
그렇잖아도 리그 내 활약만으로도 무수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선수가 월드컵에서마저 맹활약을 펼치니 관심이 없으면 되려 그게 이상할터.
벌써부터 이번 이적 시장의 주인공은 홍민준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한국의 축구팬들은 기쁜 마음으로 찌라시를 눌러보곤 했다.
『홍민준의 말말말! 그간의 어록을 통해 유추해보는 홍민준의 행선지!』
『프랑크푸르트 현지에서 느끼는 홍민준의 인기』
『갈색폭격기 차붐을 뛰어넘는 활약! 자랑스러운 한국인, 세계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서다!』
『월드컵 후 한국에서 휴가 중인 홍민준의 다음 행보는?』
심지어 공영 언론마저 이에 편승에 홍민준에 대한 특집 기사를 내보내니, 한국은 그야말로 홍민준 앓이.
그간의 활약상을 하이라이트식으로 보여주는 건 양반이요, 축구 전문가들의 분석(이라 쓰고 국뽕 가득한 칭찬이라 읽는) 방송은 그나마 낫다.
최소한의 절제를 보여주는 지상파와는 달리 인터넷에선 ‘홍민준’이란 이름만 걸어놓으면 다 된다는 듯 온갖 쓸데없는 것에도 홍민준을 연결시키며 그야말로 열풍을 넘어 광풍이라 할 신드롬이 벌어지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모든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홍민준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냐면—
“크헤헤헤헤! 미친 존나 웃겨! 독일이 놀라고 영국이 경악하며 프랑스가 부러워하고 이탈리아가 두려워 전전긍긍하는 홍민준의 동남아 인기래! 미친 씨발 이게 뭐야 진짜. 크흡… 크흐… 으하하하 못 참겠다. 영국 왕실의 공주가 내 팬이라고? 와 씨 진짜 어그로 미쳤네.”
“…좋냐?”
“하린아 이거 봐봐. 이거 진짜 존나 웃기다니까?”
“바쁘니까 방해하지 말고 가만히 좀 있어.”
호텔방에서 하루종일 뒹굴며 자기 기사와 컨텐츠를 검색해보고 있었다.
“어? 하린아 여기서 나 레알 간다는데? 댓글달아줘야겠다. 홍민준 레알 유니폼 레알 잘 어울릴 듯. 캬~”
“…….”
* * *
본래 축구계에서의 이적이란 물밑에서 진행되는 법이다.
공식적으로 이적 시장이 열리고 구단 간 합의가 된 후에야 선수와의 접촉이 가능하다지만 실제로 이적 시장이 열리고 움직이는 구단은 없다.
제대로 된 구단이라면 이작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우선 순위를 정해두고 미리 의사를 타진하기 마련이니, 소위 이적 시장 초반에 발표되는 ‘오피셜’은 이러한 준비의 결과다.
일찌감치 프랑크푸르트를 떠나기로 마음 먹은 홍민준에게도 이런 접촉이 없을리 없었다.
한 두 다리 건너면 어떻게든 인연으로 묶인 축구계에서 비밀이란 없는 법이니, 시즌 중 있었던 프랑크푸르트 구단과 홍민준 사이의 갈등은 이미 알만한 축구계 관계자는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
결국 홍민준과의 파워 게임에서 밀린 일부 보드진이 밀려났지만 재계약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고, 눈치 빠른 관계자들은 당연히 홍민준이 이적을 생각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통이라면 이 상황에서 에이전트가 움직이기 마련.
‘우회적’으로 구단들과 접촉하여 대략적으로 조건을 조율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었지만 홍민준과 에이전트인 오하린은 요지부동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 섣부르게 움직일 필요없어. 어차피 급한 건 구단이니까.”
은밀히 구단들과 접촉해보려던 오하린을 제지한 건 누구도 아닌 내 선택.
“프랑크푸르트도. 날 원하는 구단들도.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안달낼거야.”
“그러다 월드컵에서 별다른 활약 보여주지 못하면 가치만 떨어지는거 알지?”
“물론. 나 못 믿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활약으로 월드컵 씹어먹고 올게.”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하린이의 말에 난 자신만만하게 선언했고, 실제로 월드컵 스타가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
공식적으로 이적 시장이 열리지 않았음에도 축구계가 들썩이고 있었다.
『유럽 빅클럽이 주목하는 원더 보이 홍민준!』
구단과 남은 계약 기간은 고작 2년.
그러나 재계약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긴커녕 외려 구단에 재계약 의사가 없음을 통보했으니, 아무리 비밀로 하고 싶어도 알음알음 알려지는 소문을 막을 순 없을거다.
그렇다면 프랑크푸르트는 어떻게 나올까?
자유 계약으로 놓아주는 한이 있어도 품고 있으려고 할까? 아니면 가장 비싸게 팔 수 있을 때 팔아치울까?
정답은 가장 비싼값에 팔아넘기는 것.
프랑크푸르트가 이적료 몇 푼보다 성적을 중요시하는 빅클럽이라면 몰라도 재정적 이슈를 무시할 수 있는 규모의 구단은 아니다.
아무리 홍민준의 실력이 뛰어난들 결국 프랑크푸르트 입장에선 ‘공짜’로 풀어줄 확률이 있는 선택지보단 가장 비싼값을 받고 팔아 자금을 마련한다는 선택지가 더 합리적일 수 밖에.
그렇기에 프랑크푸르트는 가장 비싸게 팔 수 있는 순간인 지금, 계약 기간이 2년 밖에 남지 않은데다 리그와 유로파 심지어 월드컵에서마저 다시 이런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싶을 퍼포먼스를 보여준 지금이야 말로 몸값이 절정을 찍을때라고 판단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연락이 왔어. 최소 1억 유로. 네가 구단에 기여한 것도 있고하니, 1억 유로만 넘으면 나머지는 네 선택에 맡기겠대.”
“1억? 전에 너네 아버지랑 만났을 땐 8000만 유로라고 했잖아.”
“그땐 확실치 않았으니 내 예상이었지. 널 원하는 구단들이 예상보다도 적극적인가봐. 1억 유로라니… 프랑크푸르트에서 아주 작정하고 돈을 땡기려나본데.”
귀국 후 하린이와 다예 부모님을 만나며 분주하게 움직인지 일주일.
“지금 너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표하는 구단 중 1억 유로를 제시할 수 있는 구단은 EPL 4개, 분데스리가 1개, 라 리가 2개 정도야.”
오랜만에 늘어져라 쉬며 망중한을 즐기는 나와는 달리 하루종일 핸드폰을 붙잡고 살던 하린이가 드디어 본격적인 이적 시장의 진입을 알려왔다.
『홍민준 영입을 위해 1억 유로를 제시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분데스리가의 공룡 뮌헨, 홍민준을 위해 파격적인 1억 2천만 유로 제시!』
『데일리메일, 복수의 EPL 구단이 한국의 스타를 노린다』
『치열해지는 홍민준 영입전, 이번 이적 시장 최대어는 두말할 것 없이 홍민준』
『이적료만 무려 1500억? 입이 떡 벌어지는 홍민준 영입전!』
찌라시가 판치던 축구계에 점점 구체적인 기사가 하나 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공신력없는 트위터발 소문이 아닌 축구 관계자들의 입소문부터 점점 공신력 있는 언론이 기사를 내며 분위기를 달궜고, 한국 언론은 신나게 기사를 퍼다날랐다.
내 이적설이 전국을 불태우던 뜨거운 여름 7월 말.
“아~ 오늘은 스케쥴이 있네. 귀찮다귀찮아.”
“게으름뱅이야 좀 움직여. 월드컵 끝나고 하루종일 집에서 빈둥거리기나하고.”
“이건 게으른게 아냐. 다음 시즌을 위해 힘을 비축하는거지.”
내 항변에 밤새 업무에 시달린 하린가 퀭한 얼굴로 돌아본다.
“하루종일 여자 바꿔가며 섹스하는게?”
어제는 오전은 하린이, 오후는 다예. 그제는 하루종일 희연 누나랑 기자 누나. 그 전날은 엘레나랑 다예.
최근의 나는 섹스로 하루를 시작해 섹스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주지육림 속에서 살고 있었다.
하루하루 쌓여가는 포인트를 볼때마다 흐뭇해지는 서방님의 마음도 모르고 말야.
이게 다 실력주머니거늘! 두고봐라, 시즌 시작하면 깜짝 놀랄테니까.
“하아. 방에서 정액 냄새, 땀 냄새, 화장품 냄새… 온갖 체취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야. 오늘은 제발 좀 나갔다와.”
질색팔색하는 하린이의 기세에 떠밀려 일정보다 한참 일찍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호텔을 나와 다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오늘 스케쥴은 방송 출연. 그것도 인터넷 방송이었다.
바로 한소영의 풋볼인러브.
일전에 약속한대로 한소영의 방송에 출연해주는 날이 오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