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06)
206
한소영은 올해 27살의 축구 전문 스트리머다.
그것도 많고 많은 인터넷 방송인이 아닌, ‘축구’라는 카테고리로 한정하면 1위를 다투는 어마어마한 인기의 대기업 방송인이지만 그런 한소영 역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미약한 시기가 있었다.
공대 여신이란 말이 있듯 남초 집단에 소수의 여자가 끼면 관심이 몰리기 마련이고, 스포츠 팬이란 본래 남초 중의 남초 집단.
일부 영리한 여자들은 남초밭 틈새 시장인 스포츠 팬을 노리고 ‘스포츠’를 주제로 인방에 도전하여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다.
한소영이 막 인방을 시작한 건 바로 이즈음.
스포츠를 주제로 한 여자들의 인방이 인기를 얻으며 우후죽순 생기던 무렵이었다.
그러나 반짝하던 인기도 잠시, 처음에야 인기를 끌었을 뿐 해당 스포츠의 기본도 모르는 여자들의 인방은 금새 시들해졌다.
그나마 한소영은 예쁘다는 스트리머 중에서도 도드라지는 미모와 몸매 덕분에 나름 주목을 받았고, 무엇보다 무늬만 스포츠팬이 아닌 ‘찐축덕’의 스멜을 풍기며 고정 시청자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그뿐.
한소영의 성향부터가 찐축덕에다 애청자들 역시 헤비한 축구팬들이다보니 방송이 너무 헤비해졌다. 라이트한 축구팬들이 보기엔 너무 전문적인 방송이 되어버린 것.
지금이야 잘 나가는 대기업 스트리머지만 방송 초기만해도 한소영의 방송은 고작해야 아는 사람만 아는, 수십 명의 애청자들과 오순도순 축구 얘기나 하는 작은 방송에 불과했다.
소위 하꼬방이라 부르는 그것.
한동안 이런 상황이 지속되던 중, 한소영의 방송 ‘풋볼인러브’가 전환점을 맞은 것은 재작년 호주에서 개최되었던 시드니 올림픽이 끝날 무렵.
보다 정확하게는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아시아 역대 2번째 득점왕을 차지한 선수, 바로 홍민준이 인기를 얻으면서 부터였다.
대회 직전까지만해도 무명의 대학 리거에 불과했던 홍민준은 올림픽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리고 그런 무명 선수를 일찌감치 알아보고 발굴해낸 한소영의 방송 역시 스타덤에 올랐고.
사실 축구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홍민준의 실력이 알음알음 소문이 났었다. 그러니 올림픽 대표팀에 발탁될 수 있었고.
물론 가장 큰 건 역시 당시 올림픽 대표팀과의 친선 경기에서의 활약 덕분이기는 했지만.
그러나 대중들이 보기에 홍민준은 아무런 전조없이 깜짝 등장한 무명의 스타.
그야말로 아마추어인 대학 리거에서 실력만으로 대표팀에 발탁되어 올림픽을 씹어먹고 유럽마저 정복하고 있는 ‘인간 승리’의 표본 같은 존재 아닌가.
그리고 한소영의 ‘풋볼인러브’는 바로 그런 홍민준의 극초기, 아직 싹을 틔우기 전부터 알아본 유일한 방송이 되었다.
이른바 ‘진흙 속의 보석’을 발굴한 방송인셈,
“여러분 안녕! ‘매의 눈’ 한소영이야!”
—맼ㅋㅋㅋ읰ㅋㅋㅋㅋ눈ㅋㅋㅋㅋㅋ
—쏘하~
—스카우터 소영이 ㅎㅇ
그렇게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지나치게 어려운 주제에서 벗어나 라이트한 축구팬도 즐길 수 있는 방송으로 거듭난 풋볼인러브지만 시청자들이 가장 기대하던 것은 정작 따로 있었으니.
“지난 번에 약속한거 있지? 그러니까 그게… 벌써 8개월 전인가?”
—쏘영이 약속이 한두개아닌데 머지
—또또 밑밥깐다 이래놓고 별거아닌거 다암ㅋ
—암x 앎o 암걸림?
—8개월? 8개월전이 언제지?
—어 이거 설마…
—혼또니!?
—마사카!!
—설마… 설마!?
이제는 익숙해진 오두방정을 떠는 시청자들을 보며 잠시 즐기게 놔둔 후,
“그래 맞아. 8개월전의 약속! 두구두구~ 바로 게스트 초대날이야!”
—게스트? 설마 저번처럼 아버지 불러오는거임?
—아ㅋㅋ 쏘영이 아버지 올림픽 수코라고ㅋㅋ
“어허. 이번엔 아버지 아냐. 여러분도 모두 아는 사람… 바로 홍민준 선수야!”
활짝 웃으며 선언했다.
활기찬 소영의 선언에 채팅방이 술렁였다.
—홍민준? 내가 아는 홍민준?
—구라아님?구라아님?구라아님?
—진짜면 미쳤네ㄷㄷ 근데 홍민준이 여기 나올 짬인가?
—근데 전에 한소영 방송에 나온적있자너
—그거 영통이었자늠 언제였지? 시즌 시작하기 전이었나?
—어? 그거 8개월전아님?
—헉…? (입틀막)
터지듯 쏟아지는 채팅 세례를 지켜보다 슬그머니 한소영의 옆에 앉는 남자.
바로 나였다.
“안녕하세요. 축구선수 홍민준입니다.”
그리고 세상이 멈췄다.
* * *
…는 오바고, 채팅창이 일순 멈췄다고 미친듯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ㅈ민준!ㅈ민준!ㅈ민준!!
—제발EPL제발EPL제발EPL제발EPL!!
—어디로 이적함?
—오빠넘잘생겼어요 제발민지야사랑해 한번만해주세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쏟아지는 채팅 세례에 적당히 인사를 하고, 소영 누나가 짚어주는 채팅 몇 개에 대답을 하며 10분 정도를 보냈다.
이 정도면 SNS를 통해 소문이 다 났겠지?
과연 채팅창 군데군데 한글이 아닌 글자가 보이는 것이 해외 축구팬들도 유입된 모양.
“자~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게스트를 모셨으니 일단 질문 타임부터 가져보자. 그동안 팬들이 홍민준 선수에 대해 궁금해하던 질문을 모아봤어. 어때요, 홍민준 선수. 진솔하게 대답해 줄 수 있겠습니까?”
짖궂게 웃으며 묻는 소영 누나의 질문에 난감한 표정을 연기했다.
애초에 질문 자체를 미리 받아봤으니까. 이른바 대본이란거다. 대답하기 곤란하거나 언급되지 않았으면 하는 질문은 미리 빼놓고, 남은 질문은 나와 조율이 끝난것 뿐.
그러나 시청자들 앞에선 질문 내용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척 해야 방송 아니겠는가.
“너무 곤란한 질문만 아니면 괜찮습니다. 제가 또 거짓말은 못하는 사람이라, 넘어가는 건 있어도 대답할 수 있는 건 솔직하게 대답할게요.”
“오오~ 여러분 들으셨죠? 그럼 솔직한 대답을 기대하며 첫번째 질문! 왜 SNS를 안 하시나요?”
“SNS요? 음…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딱히 필요성을 못 느껴서요. 사실 제가 톡이든 통화든 자주 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딱히 할말도 없고.”
“그럼 차후에 SNS를 할 생각은?”
“팬들이 원하면 고려해 보겠습니다.”
SNS에 관심이 없는 사실이지만 내 호오와 관계없이 언제고 개설해야겠다 생각해왔다.
지금까지야 혹여 만에 하나라도 문란한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을까 멀리해왔지만 현대의 슈퍼 스타라면 SNS 정도야 필수 아닌가.
꼭 내가 관리할 필요도 없다.
요즘 스타들은 회사에서 SNS 계정도 관리해주지 않나.
여자관계를 밝힐 생각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제 슬슬 SNS를 비롯해 광고든 CF든 협찬이든 생각할 차례.
처음에야 비난이 다수겠지만 내 실력과 외모라면 결국 돌아오게 할 자신이 있다.
원래 찐팬들은 이성보단 감성으로 움직이지 않던가. 우상이 살인을 하든, 강도짓을 하든 무슨 범죄를 저지르던 옹호하는 사람도 있는 마당에, 하물며 난 ‘스포츠 스타’아닌가.
요즘엔 아이돌도 범죄니 마약이니 스캔들이니 터지고도 잘만 복귀하던데 뭘.
“오오! 그럼 차후에 홍민준 선수의 SNS를 볼 수 있겠군요!? 팬들이 좋아할 소식이네요. 그리고 다음은… 일전에 여자친구가 있다고 밝히셨잖아요.”
“그쵸.”
“혹시 한국분인가요?”
짐짓 난감함을 연기하며 주저주저 대답했다.
“음… 한국분도 있고, 미국분도 있고…”
실수인 척 한국인’도’, 미국인’도’ 있다는 말에 미친듯이 올라가는 채팅창.
—ㅅㅂ 역시 저 얼굴에 여친이 없다는게 말이 안돼
—개부럽다… 한국인 미국인 다 골라 만날 수 있는거네
—근데 방금 한국인도 있고 미국인도 있다하지 않음? 그럼 2명이랑 동시에 사귀는거?
—ㅂㅅ임? 한국인도 있었고 미국인도 있었다는거겠지 대충 알아들으셈
“이야~ 누군지 몰라도 홍민준 선수 여자친구라… 너무 부러운데요? 저는 어떤가요?”
“소영 누나라면 당연히 좋죠.”
“이제보니 홍민준 선수 완전 바람둥이네! 여러분 보셨어요? 홍민준 선수의 선수가 다른 의미로 선수 같은데요.”
미리 합을 맞춘 대본이었건만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소영 누나의 연기는 나조차 깜빡 넘어갈 정도로 실감났다.
그래.
무엇을 숨기랴.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이란 형식을 빌려 지금 하고 있는 질문은 모두 사전에 나와 하린이, 다예 그리고 소영 누나의 합의하에 준비된 것들.
한 마디로 팬이 궁금해한다는 형식을 빌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는 것에 불과했다.
“와~ 벌써 2시간이나 지났네. 여러분 홍민준 선수 보니까 그렇게 좋아요? 홍민준 선수 나오니까 난 아주 뒷전이야!”
—아ㅋㅋ 당연한거라고ㅋㅋ
—쏘영아 미안하다… 홍민준이 더 예쁘다…
—아아… 홍민준 너는 ㅈㅗㅈ의 칭호를 받을만하다
—ㄹㅇㅋㅋ ㅈ은 진짜만 받을수있는 칭호임ㅇㅇ
—ㅈ민준!ㅈ민준!ㅈ민준!ㅈ민준!
—제발한국인이면맨유좀살려주세요제발한국인이면맨유좀살려주세요제발한국인이면맨유좀살려주세요
2시간 동안 진행된 방송.
어찌나 사람이 몰리던지 한때는 서버가 나가고, 채팅을 읽을 수가 없어 방을 수십, 수백개로 분할했음에도 너무 많아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 헤프닝 끝에 클로징 시간이 됐다.
적당한 인사말을 끝으로 방송이 꺼지고,
“휴우. 고생하셨어요. 오늘 많이 힘들었죠?”
“아뇨 재밌었어요. 평소에도 종종 소영 누나 방송봤거든요.”
“펴, 평소에도? 진짜로?”
“당연하죠.”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는 소영 누나의 와이셔츠가 땀에 젖어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음… 소영 누나 볼륨이 제법…
근데 이상하네.
진짜로 가끔 소연 누나의 방송을 봤는데, 평소엔 지금보다 더 오래 생방을 진행하면서도 쌩쌩하더니… 오늘은 왜 이렇게 지쳐보이지?
“저녁이라도 대접하고 싶었는데 누나 많이 힘드신가봐요. 저녁은 다음에—”
“아니아니! 저녁! 좋지! 저녁 좋아요!!”
“—그럼 저녁이나 먹을래요?”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그 기세에 찰싹 달라붙은 와이셔츠가 위아래로 크게 뿌용뿌용 흔들린다.
음… 역시 소영 누나는 마음이 착하군.
참 마음이 넓은 사람이야.
“먹고 싶은거 있어요? 말만해요.”
“음… 먹고싶은거…”
힐끔 내 눈치를 살피길래 괜찮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주자,
“그럼… 그냥 배달 음식?”
“배달 음식…요? 겨우?”
민망하다는 듯 붉어진 얼굴로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는 소영 누나.
“에이~ 비싼것도 괜찮아요. 저 누나 저녁 사줄 정도는 되거든요?”
“아냐 괜찮아. 그냥 여기서 먹어요. 민준 선수는 밖에서 먹기 힘들잖아요.”
아~ 하긴.
내가 나가면 난리가 나지.
“그럼 오늘은 그냥 배달시켜먹고 다음에 제가 거하게 대접할게요. 괜찮죠?”
“다음? 좋아!!”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누나의 옆으로 의자 바퀴를 밀었다.
“나 배달 어플 없어서 누나껄로 시켜야 되요. 돈은 내가 낼테니까… 아, 근데 여기 사람이… 사람이… 스탭이 없네?”
그러고보니 왜 나랑 소영 누나 뿐이지?
인방이라 그런가?
“아, 아. 펴, 편집자는 원래 여기 없거든. 3명 있는데, 그냥 내가 찍은 영상 보내주면 편집해서 다시 보내주는 식이야.”
“그렇구나. 그럼 나랑 누나 둘이서…”
…가만.
둘?
위화감에 문득 옆을 쳐다보자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의 소영 누나와 눈이 마주쳤다.
“…둘이, 먹을까?”
“으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