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17)
217
레스터 시티는 어찌보면 뉴캐슬의 롤모델이라 할 수 있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동화같은 우승을 일궈낸지 벌써 20년.
수많은 고난에도 불구하고 20년 동안 한 번도 강등당하지 않은 레스터 시티는 어느덧 프리미어 리그의 어엿한 터줏대감이 됐다.
아주 가끔(10년 1번 꼴)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에 도전하거나 강등권에서 허우적거리고, 그보다는 빈번하지만 역시 드물게(5년에 1번 꼴) 유로파 리그 진출에 도전하지만 대부분은 컨퍼러스 리그 진출을 목표로 하는 중위권 클럽.
더 이상 20년전과 같은 동화는 없지만 냉혹한 현실에서 안정적으로 중위권에 자리매김했다는 것은 충분히 훌륭한 성과다. 아직 2부 강등의 아픔이 아물지 않은 뉴캐슬에게 있어선.
그리고 이건 반대로 레스터 시티가 보기에 뉴캐슬은 아직 배워야할게 많은 상대.
“이번 시즌 우리의 첫경기 상대는 뉴캐슬이다. 운 좋게도 지난 시즌 4위를 차지한 녀석들이지. 정말로 운이 좋은 녀석들이야.”
레스터 시티의 감독 유수프 바라시는 자신을 바라보는 선수단에게 확신을 담아 말했다.
“운좋게 부진에 빠졌던 리버풀에게 승리를 거두고, 부상에 시달리던 맨시티를 잡아냈고, 2군으로 나선 첼시까지 잡아내며 4위에 올랐지. 운이 좋아도 너무 좋았어. 그렇지 않나?”
뉴캐슬 선수단은 젊다.
젊은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경기력의 기복이 크고, 기세를 타면 무서워지기 마련.
운좋게도 지난 시즌 전반기 초반에 부진한 리버풀을 잡으며 기세를 탄 뉴캐슬은 이후로도 부상병동이 된 맨시티, 챔스에 컵대회로 2군을 내보낸 첼시까지 잡아내며 잠깐이나마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물론 기세를 잃은 후반기엔 쭉 미끄러졌지만.
“다들 후반기 뉴캐슬의 추태를 기억할거다. 우릴 만나 아무것도 못하고 대패를 당했던 경기 말이야.”
기세를 탔던 전반기의 경기력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쓰레기같은 경기력을 보이던 뉴캐슬을 상대로 4골이나 퍼부었던 경기.
“지지난 시즌 뉴캐슬은 13위였지. 그 직전 시즌은 간신히 강등을 면했고. 지난 시즌 운좋게 4위를 차지했다고 거들먹거리나본데, 나가서 이곳이 어디인지 확실히 각인시켜주도록. 여긴 세계에서 가장 치열하고, 수준 높은 EPL이라는 것을 말이야.”
“좋아, 친구들! 나가자!”
“GO, GO, GO!!”
새로운 시즌의 시작을 맞이하며 의욕에 찬 선수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던 유수프 바라시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뭐지? 꿈인가?”
* * *
8월 11일에 선수단에 합류하고 첫경기인 오늘이 8월 15일이니까… 고작 4일이다.
새로운 리그, 새로운 팀에 합류하고 고작 4일. 팀 전술에 녹아들래야 녹아들 수 없는 짧은 기간 아닌가.
게다가 그 4일도 온전히 전술 훈련에만 매달릴 순 없다보니 레스터 시티와의 개막전에 나서는 나는 팀 전술이라곤 대략적으로 이해만 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대충 어떤 컨셉으로, 어떤 방향성을 지니고, 내 포지션에선 어떻게 움직이는걸 추구한다… 정도.
공격시 약속된 패턴 플레이라든가 부분 전술, 수비시 전술 따윈 모른다.
내가 아무리 천재라도 결국 팀 전술이란건 나 혼자만의 이해가 아닌 함께 뛰는 팀원 전체가 이해를 공유해야 하는 작업이니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이번 경기를 나서며 간단하면서 위력적인 몇 가지 패턴 위주의 훈련을 진행했는데—
‘어쭈. 뭐야 얘들. 라인을 높였네?’
하필 그 중 하나에 딱 맞는 상황이 떡하니 놓여있는 것 아닌가.
때마침 눈이 마주친 감독님이 내 생각을 읽은 듯 레스터 진영을 턱짓하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허락도 받았겠다 패스 노예… 아니, 패스해줄 동료만 있으면 딱이야.’
홈경기에서 치루는 데뷔전.
안 그래도 어떻게해야 팬들을 단번에 휘어잡을 수 있나 의욕만땅인 상태인데 밥상을 차려 떠먹여주네? 이건 못참지.
“헤이 루크. 우리 전에 연습했던거 한 번 해보자. 내 속도와 네 롱패스 실력으로 합 맞춘 그거.”
“…로크거든. 이젠 좀 외우면 안 될까? 벌써 몇 번째야….”
“아니 넌 루크야. 로크보다 루크가 더 입에 착착 감기잖아. 어쩐지 대마법사의 행운이 깃들 것도 같고.”
쫑긋거리는 귀와 폭신폭신한 꼬리를 가진 회춘한 대마법사가 가호가 내릴 것 같은 이름을 가진 이 녀석은 귀여운 이름과는 전혀 다른 외견을 지니고 있다.
수비적인 미드필더답게 190cm에 가까운 거구에 전투적으로 꿈틀거리는 근육이 참 마초스럽지만 그에 비해 순한 눈망울과 앳된 얼굴은 뭐랄까… 참, 아이러니하달까.
여튼, 이 모순적인 녀석은 팀 내에서 가장 정확한 롱패스 능력을 지닌 패서였다.
정말 의외로 테크니컬한 플레이를 즐기는 선수.
보아하니 레스터 녀석들 내 바뀐 속도를 모르고 라인을 올렸나본데,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선 단 한 번의 기회를 낚아채는게 중요하다.
한 번 당하고나면 라인을 내릴게 뻔하니까.
“뭐겠냐. 저 텅텅 빈 뒷공간 안 보여?”
“아…!”
감탄하는 녀석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한 마디했다.
“홈 개막전이다. 툰 아미에게 멋진 장면 하나 선물하자고.”
뉴캐슬의 서포터즈 툰 아미Toon Army는 홈 개막전을 맞이해 5만 2천석이 넘는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가득 채웠다.
열렬하기로 유명한 뉴캐슬의 팬들 앞에서 첫선을 보이는 무대인만큼 강한 임팩트를 주고 싶었는데, 마침 상황이 좋네.
“홍…!”
팬들에게 멋진 장면을 선물하자는 말에 감동이라도 받은 걸까.
로크… 아니, 루크 녀석이 순박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날 우러러본다. …녀석이 키가 더 큰지라 날 내려다보고 있지만.
“여튼 잘해보자고. 시작하면 바로. 알지?”
코인 토스 결과 선축은 우리 팀이다.
즉, 시작과 동시에 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는 것.
자신만만한 표정을 한 레스터 선수들과 눈싸움을 나누며 주심의 휘슬을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삐익!!
EPL 첫경기, 데뷔전이 시작됐다.
중앙 공격수 사쿰 샤키가 건네준 공을 곧장 뒤로 돌렸다.
패스한 공이 3선에서 기다리던 루크의 발밑까지 이어지는 짧은 시간. 고작 2~3초에 불과한 그 짧은 시간 나는 레스터의 진영을 파고들어갔다.
처음엔 조깅하듯 설렁설렁.
다른 선수들과 보조를 맞춰, 레스터 선수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그리고—
발밑에 공을 잡아놓고 레스터 진영을 살피던 루크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대로 달려나간다.
“어, 어어?”
“잡아!!”
한 걸음, 두 걸음 그리고 세 걸음.
불과 3걸음만에 폭발적인 스피드로 치고나간다.
다급함에 유니폼이라도 잡으려고 손을 뻗는 반칙도, 황급히 몸을 돌려 따라오는 추격도, 화들짝 놀라 몸으로 경로를 가로막으려는 움직임도 오직 스피드만으로 흘려보내고—
‘이쯤…!’
귓가를 스치는 날카로운 바람 사이로 들려오는 이질적인 소리.
몇 번의 연습을 통한 약속과 예민한 청각을 통한 예측, 그리고 본능적인 감에 따라 성큼성큼 내딛던 발을 살짝 들어올린다.
퉁!
발 뒷꿈치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감촉.
그리고 머리를 살짝 넘어 달리는 속도에 맞춰 발앞에 떨어지는 공을 잡아 질주를 이어간다.
패널티 박스 경계선을 넘는 순간, 달려나오는 골키퍼를 향한 강한 슛팅.
달려나오던 자세 그대로 굳은 골키퍼의 얼굴 옆을 스쳐지나간 공이 그대로 골망을 가른다.
데뷔전, 데뷔골.
경기 시작과 동시에 일어난 일에 동료들도, 아군 서포터즈도 일순 반응하지 않는 사이 조깅하듯 천천히 그라운드를 뛴다.
홈팬들이 가득한 스탠드를 향해 조깅하듯 뛰어가며 툭, 가볍게 가슴팍의 로고를 쳤다.
[고, 골!!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하는 백넘버 7!! 뉴캐슬의 새로운 영웅!! 한국에서 온 신성!! 그 이름은 홍, 민, 준!!]장내 아내운서의 거창한 외침에 거대한 함성이 터졌다.
레스터 시티는 날 너무 몰랐다.
아니, 어쩌면 그 반대. 날 너무 자세히 조사했을지도 모르지.
나름 EPL 중위권 구단이 무려 1억 유로의 몸값으로 이적해온 선수를 분석하지 않았다는건 외려 레스터 시티에 대한 모욕일터.
레스터 시티의 잘못은 없다.
굳이 찾자면 그저… 그래, 바로 직전 시즌의 날 분석한 탓이다.
올해의 난 작년과는 너무도 달라졌으니까.
압도적.
그야말로 압도적인 기량으로 레스터 시티의 수비를 찢어버린다.
라인을 내리면 강력하고 정확한 중거리슛팅으로.
[공을 이어받고, 트래핑으로 압박을 벗겨내는 홍민준! 그대로 슈우웃!! 골대!! 골대에 맞았습니다!! 홍민준의 위협적인 중거리슛팅!!]라인을 올리면 미친듯한 스피드로.
[포파엘 카터,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아아, 홍민준 빨라요! 너무 빨라요!!]압박을 가하면 믿기지 않을 탈압박 능력으로.
[좁은 공간에서 홍민준, 홍민준입니다! 아 위험, 아니, 뺏겼— 벗어납니다!! 맙소사! 제가 뭘 본거죠? 홍민준이 무려 3명의 압박에서 벗어납니다!!]고립시키면 아래에서부터 공을 받아 어처구니없는 드리블 실력으로.
[레스터 시티! 막을 수 없습니다! 또, 또 당하고 맙니다!! 전반전이 끝나고 재정비를 했음에도 홍민준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뉴캐슬 신성을 위한 무대가 펼쳐집니다!!]바르셀로나 첫시즌 호나우두가 이랬을까.
그날 레스터 시티는 무려 3:0, 데뷔전 선수에게 헤트트릭을 내주며 대패하고 만다.